0222 ----------------------------------------------
어딜도망가
관장을 제대로 끝내고 나왔을 때는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어려운 것처럼 힘들어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교수님을 침대 위에 던지듯 하고 교수님의 등 위에 올라탔다.
교수님의 안쪽에서는 쾌적한 냄새가 났고 애널 주변은 붉게 부풀어 있었다.
내보내기만 하던 그곳이 온갖 것들을 갑자기 다 받아들이고 다시 쏟아내기를 반복하다보니 벅찼을 것이다.
나는 예쁘게 부풀어 오른 그곳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교수님은 그야말로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오늘이야말로 내가 제대로 보내주기로 약속을 했으니.
드디어 나와의 관계를 통해서 절정에 이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교수님과의 약속을 깰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나도 어느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다.
정말로 더 기대한 것은 그 다음 과정이기는 하지만, 교수님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그런 것도 궁금하기는 했다.
교수님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교수님은 애널로도 예민하게 느끼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교수님에게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섹스가 어떤 거야? 섹스 판타지 같은 거. 어디를 자극받을 때가 가장 좋고 어디에 싸 줄 때가 가장 좋아?”
“말해주면 그렇게 해 줄 거야?”
이 여자 또 시작이네.
물으면 그냥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 될 것을.
내 한쪽 눈썹이 짜증스럽게 올라가는 것을 보고 교수님이 아차 싶었는지 이내 줄줄 털어 놓았다.
싸는 건 질내에 콘돔 없이 싸는 게 가장 좋은데 가끔은 얼굴을 때리듯이 얼굴 위로 후두두둑 떨어지는 정액을 맞는 것도 좋다고 했고, 질을 거칠게 쑤셔대는 것도 좋은데 가끔은 또 질식할 것처럼 목 깊이 페니스를 박고 쑤시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도 했다.
그리고 애널도 은근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애널로 당하면, 정말로 당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어떤 강압적인 상황 같은 게 상상이 되고 그것으로 인한 흥분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교수님은, 자기가 직접 자극을 받아서 좋은 것 보다 자기를 갖는 사람이 느끼는 만족감을 보면서 느끼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사람이 야외 노출을 하면서 자기를 보게 하고, 그러면서도 절대로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하게 한 거냐고 말하자 교수님은 한숨을 쉬었다.
같이 플레이를 했던 어떤 남자에 의해서 생명이 위협을 당한 적이 있었고 그 트라우마가 극복되지 않아서 남자와 직접 살을 맞대고 눕는 것은 겁이 났다고.
나는 그 말을 어느 정도나 믿을 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가오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들이 도중에 마음을 바꾸고 얼마든지 교수님한테 다가갈 수 있는 것 아니었냐고 했더니 교수님은 꽤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추락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다고.
“그 사람들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예요?”
“나한테 돈을 주는 사람들이지. 연구 기금을 주는 사람들. 전무. 부사장. 본부장.”
교수님은 그렇게 말하고 피식 웃었다.
그제야 많은 의문들이 한꺼번에 풀렸다.
교수님이 이루어내는 대외적인 성과에 대한 것도.
그리고 교수님이 자기 파트너들을 믿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명을 위협했다는 사람은 누구예요?”
“그건 말하고 싶지 않아.”
교수님은 제법 강경했다.
“나는 들어야겠는데요?”
“왜?”
“주인이 그런 걸 알아야 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예요? 완전한 복종을 해 놓기로 하고 그 얘기는 못 하겠다?”
“…….”
교수님은 꽤나 갈등했다.
그리고 한참만에 나온 이름은 나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널리 알려진 사학자였고 나도 몇 몇 모임에서 그 사람을 본 일이 있었다.
교수님은 자기가 그 사람의 조교였다고 했고 그 사람의 랩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다고 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옷을 벗어야했다고 말하면서 교수님은, 견디기 힘들었던 그 일을 견디게 해 준 게 바로 교수가 되겠다는 꿈이었고, 그걸 생각하면서 버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 교수님은, 자기가 그런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자기 자신을 속이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로 어느 정도 자기가 그걸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조교를 성폭행한 것이 발각돼서 그 사람이 지위를 박탈당하고 자신의 지위가 안정되었을 때 교수님은 자기가 야외 노출에 중독된 것 같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교수님은 남의 얘기를 하듯이 그 이야기를 했다.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기에는 교수님의 자존심이 너무 셌던 건지도 모르겠다.
교수님은 자신의 성격을 바꿔가면서 자신을 지켜낸 듯했다.
나는 교수님을 안아주었다.
교수님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뭐. 지금은 괜찮아. 바닥까지 간 사람을 이제 와서 원망해서 뭐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교수님의 표정이 마냥 편해보이지만은 않았다.
“내 얘기만 안 하고 다니면 좋겠는데 내가 자기 밑에 있을 때 자기 정액받이였다고 말하고 다녀. 내가 만난 사람들도 그 사람한테서 그 얘기를 듣고 나한테 접근한 거고. 기왕 소문이 나 버린 거, 그냥 인정해 버렸지. 그리고 그 후에 그 사람들하고는 임정우도 아는 그런 관계가 된 거고. 그 교수말고는 아무도 나한테 함부로 못했어. 그런데 그 한 사람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거지. 원래는 나도 괜찮았다? 순수하기도 했고.”
교수님이 말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표정을 지어보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 사람 하나였어요? 관계를 가진 건?”
“응.”
“그 사람이 말자지였고?”
“…응.”
“혹시 그 인간을 못 잊어서 그 크기가 아니면 안 되는 거예요?”
“그 인간을 못 잊는 게 아니라. 임정우도 마찬가질 거야. 가슴 큰 애인이랑 사귀다가 껌딱지를 사귀면 만족 못할 걸? 이별에는 미련이 없는데 가슴에는 미련이 남을 거라고.”
적절한 비유네.
왠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껌딱지인 베니타에게는 베니타만의 매력이 있어서 나한테는 그게 정확히 맞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큰 걸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그게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보는 눈빛이 갑자기 애틋해졌다고 생각했는지 교수님은 적응이 안 된다는 듯이 마구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그렇게 불쌍한 사람 보듯이 할 것 없어. 정말로 아무렇지 않으니까. 그 인간. 개버릇 못 준다고 지금도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알량한 권력 가지고 밑에 있는 사람들한테 그러는 것같아서 그게 좀 걱정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나서는 것도 그렇고. 나는 더 이상 내가 그 인간이랑 관련돼서 이름이같이 오르내리는 것 싫거든.”
“네….”
“아. 기운 내. 임정우. 왜 자기가 더 축 늘어져서 그래?!!”
“나쁜 사람인 줄 알고 막 하드하게 조교해 보려고 들떠 있었는데 사실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불쌍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버려서 갑자기 의욕 상실요.”
“헐! 임정우답다. 진짜. 임정우 아니면 그따위 소리는 아무도 못 할 거야.”
“그래서 좋아하시면서.”
“그런 거야? 내가 그래서 임정우 좋아하는 거야?”
“그렇잖아요.”
교수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이 얘기를 하면서 웃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웃게도 되네. 그때는 자살해 버릴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사람 일이 한 번 풀리려고 하니까 그후부터는 그냥 술술 풀리더라. 그때 인생 포기 안 한 나한테 찾아가서 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행이네요.”
“그리고. 처음에는 내 취향도 순수했지만 어쨌거나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지금 나는 이렇게 됐고 이게 나인 거잖아. 임정우가 처음에 알았던 그게 나라고. 그러니까. 그냥 계속 막 대해줘.”
교수님의 말에 웃음이 나와버렸다.
교수님에 대해서는 무엇을 상상하건, 상상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어제같이 얼탱이없는 코멘트가 달리면 멘탈나가서 잠을 못 자기도 하지만.
덕분에 잠 못자서 비축분만 엄청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도 출근인데 의자에서 두 번 떨어질 뻔했다는.
악플. 웬만한 건 상관없는데 밤 11시 이후에는 자제부탁요. 그때는 자야 돼요. 근데 막 전투의욕 고취시키는 게 달리면 잠이 싹 달아나고 키보드워리어되고. 잠 못 자서 의자에서 떨어져서 팔 다치면 몸캠 연중됩니당...
몸캠 코멘트란에는 몸캠 코멘트만 해 주시고 다른 완결 작품 얘기는 쪽지를 이용해 주거나 웬만하면 정독을 해서 보시고 (왜 제대로 안 읽고 작가랑 채팅해서 이해를 하려고 하는지 원. 실컷 설명하니까 '아, 뒤에 나와있네요. 못 봤어요' 그러면 내 시간은 뭐가 됩니까? 아몰랑의 위력에 어제 제대로 당했다는.) 어제 빡쳐서 거의 한 시간을 그 사람 딴지에 대응했더니 작가한테 화풀이하니까 자기 화가 풀렸다고 좋아하대요? 헐.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그 시간이면 몸캠 3천자는 썼겠고만.
앞으로는 그냥 블락으로 대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