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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도망가
연우는 달팽이처럼 더듬이를 드리웠다가 거기에 뭔가가 닿는 것 같으면 그걸 바로 바로 집어 넣는 게 습관이 되었고 나는 거기에 대해서 많이 미안하게 생각을 하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자고 가는 거다?”
말을 돌리는 나를 보면서 괜히 한숨을 짓는 연우.
“나는 오빠 친구들 못 만나본 것 같아요.”
연우가 말했다.
“으, 어?”
오늘 작정을 하셨나. 왜 이렇게 뜨끔하게 하실까.
나는 연우가 다른 때처럼, 아니예요, 신경쓰지 마세요 라고 하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우리 연우가 뭔가 마음을 단단히 먹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으으으음. 우리 연우…. 오빠 친구들 만나보고 싶었어?”
“그러면 서로 인정받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소속감도 생기고 그럴 것 같아요.”
“소속감? 나에 대한 소속감? 이연우. 소속감이 안 느껴져서 고민됐던 거야? 이자식!! 그러면 오빠한테 진작 말했어야지!”
연우에게 다가가서 연우를 바짝 끌어 안고서 소속감을 느껴 보라는 둥 개소리를 지껄이기는 했지만 연우가 느끼는 공허함 같은 게 이해가 돼서 괜히 미안해졌다.
나는 연우를 안은 채 연우의 곁에서, 연우의 머리에 턱을 댄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연우는 그런 내 손등을 잡아 쓰다듬었다.
“그냥 해 본 말이예요.”
오늘도 역시 그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다른 때보다 한 템포가 늦게 나왔다.
그건.
그냥 해 본 말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은호 형과 대대장님, 그리고 은수형, 거기에 준영이랑 머슬 퀸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이라면 서로 내상을 입을 염려 없이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연우에게 꼭 내 친구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오빠 방학하면 같이 미국에 가자. 은호 형도 보고. 대대장님이랑 은수 형한테도 인사하고 그러자. 아! 근도! 내 친구 근도가 있었지!!! 그 자식이야말로 내 친구거든. 고등학교 친구.”
“아. 그래요? 정말 소개시켜 줄 거예요?”
연우는 내가 친구를 소개해 준다고 하면서도 웬 대대장님이나 형들을 읊어대다가 진짜 친구 얘기를 하자 얼굴이 밝아졌다.
“당연하지. 연우야. 오빠가 사람들한테 연우 인사 안 시켜줘서 몰래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아뇨. 꼭 그런 건 아닌데. 오늘 자기 애인 친구들이랑 같이 만나러 간다는 동료를 보고 그냥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는 우리 엄마 아빠를 꽉 잡고 있잖아. 벌써 가족들한테 인사를 시켰는데도 그랬어?”
“그건 그런데. 히이이잇.”
연우가 머쓱하다는 듯이 웃었다.
연우랑 얘기를 하다보면, 내 말빨에 놀아난 연우가 그렇게 웃어버리면서 끝나는 일이 많았다.
“그래. 근도 보면 되겠네. 근도.”
이럴 때는 근도가 게이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너는 진짜 내 친구다. 이 자식.
내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면서 긴장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게 만들어주다니.
연우가 내 얼굴을 보더니 웃으면서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쌌다.
“으이구. 또 긴장했네. 또 긴장했어. 그래도 당당하기만 한 모습보다는 가끔 이런 모습 보는 것도 괜찮네요.”
이제는 아예 동생 달래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기까지 했다.
나는 연우의 손을 살짝 잡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뭔가를 하고 싶은 생각보다 그렇게 연우와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게 좋았다.
나는 하염없이 연우의 손을 만졌다.
연우가 웃으면서 내 볼에 입을 맞추었다.
“너는 그냥 막 못 참게 오빠가 좋냐?”
“넹!”
그래놓고 연우가 까르르르 웃어댔다.
“그래. 마음대로 좋아해라.”
피식 웃고는 연우를 끌어 안았다.
다리를 연우의 허리 위에 올려서 연우가 꼼짝도 못하게 옭아매놓고서.
우리는 그렇게 있다가 잠이 들었고 내가 눈을 떴을 때 우리 몸은 겹쳐진 채 두 손이 깍지껴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옷을 입고 있었고 성적인 접촉이 없었는데도 허전하고 모자란 기분은 전혀 없이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기분 좋게 아침 맞는 거 오랜만이다.”
일찍 눈을 뜬 내가 말했다.
“나는 아직 기분 안 좋아요. 이십 분만 더 자면 좋아질 것 같아요.”
“씻고 밥 먹고 출근하려면 지금 일어나야 돼.”
내 말에 연우가 눈을 한쪽만 뜨고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아닌데? 이십 분은 더 자도 되겠는데요?”
“이십 분 동안은 따로 할 일이 있거든.”
연우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면서 내가 말했다.
“으으으응. 오빠. 제발. 이십 분만. 아니. 십 분만 더 자게 해 줘요.”
“그래. 자.”
말은 그렇게 해 놓고 이미 가슴을 더듬기 시작하자 연우가 쿡쿡 웃었다.
나는 연우의 콧등과 미간에 입술을 맞춘 채 한동안 얼굴을 떼지 않았다.
내 손바닥은 익숙한 촉감을 내게 전달해 오면서 나한테 평화로운 기분을 안겨 주었다.
연우 피부 위의 부드러운 은색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만져졌다.
“소속감이 없는 당신을 위한 특별 이벤트.”
연우의 아래를 더듬어 내려가 한 손만으로 연우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까지 벗겨내고서 그 위에서 벌레처럼 꼼지락거려 내 바지도 모두 벗어던졌다.
그리고 연우의 안으로 천천히 나를 밀어넣기 시작하자, 처음에 귀두가 들어갈 때만 눈을 약간 찡그렸던 연우가 이내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해서 소속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은 오빠 아니예요?”
“응?”
“오빠가 나한테 들어왔잖아요. 내 안에 있는 게 오빠니까.”
“아! 그러네?”
생각해보니까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다가 연우의 위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나는 연우의 안에 두고 온 것을 찾는 것처럼 더듬거리듯이 연우의 질 속을 마구 찌르고 돌아다녔다.
연우는 내가 미는대로 뒤로 돈 채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주었고 나는연우의 다리를 붙잡아 고정시킨 채 옆으로 누운 연우의 안에 내 몸을 밀어 넣었다.
그 아찔한 압박감.
“사랑해. 이연우.”
내가 연우의 귓가에 속삭이자 연우가 고개를 돌려 내 입술을 찾았다.
연우의 몸을 덮은 채 연우의 호흡이 내 움직임에 맞춰지는 것을 들으며 연우의 손등을 덮어 쥐었다.
“흐으으읏, 오빠…!”
흐느끼듯, 격렬하게 떨리는 연우의 신음 소리.
나는 내 뜨거운 씨앗들이 연우의 안에서 뜻을 이루기를 바라면서 연우의 안에 거듭 사정을 했다.
연우의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릴 때까지 우리의 행위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알람이 울리고도 5초 정도 나는 연우의 목에 입술을 찍은 채 그대로 있었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튕기듯 일어났다.
“지각하겠다!!”
결국 그 날, 연우는 다른 어느 때보다 일찍 일어나고서도 지각을 했고 회사 앞에서 만난 아버지한테 나는 이유도 없이 등짝을 맞았다.
일단 때려놓고 아버지도 스스로 약간 벙찌셨는지, 연우 괴롭히지 말라고 하고는 쌩 하니 가 버리셨고.
차를 돌려서 나오면서 보니 연우가 창가에서 신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
연우와 헤어지고 나는 몇 가지 이유로 핫 걸을 만났다.
가장 중요한 건 수영이의 소재를 알아내는 거였고 그 다음에는 교수님이 말했던 남자, 교수님의 은사였던 한적모의 행적에 대해서 조사하는 거였다.
교수님에게서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나는 핫 걸을 통해서 진위를 다시 파악하고 싶었다.
교수님의 얘기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는 거니까.
핫 걸은 내가 오랜만에 자기를 불러내서 그런 말만 하고 헤어지려고 하니까 얼탱이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아직 끝 못 본 일 있다는 건 알아요?"
핫 걸이 말했다.
“네?”
“버킷 리스트.”
“아…. 근데 그거. 죽지도 않았는데 그냥 다 한 걸로 하죠?"
“사람이 왜 그래요, 사람이?”
핫 걸이 따지고 드는 바람에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때 남았던 게 뭐였더라, 하고.
그때 무슨 일인가로 갑자기 서울로 올라와야 되는 게 아니었다면 계속 골때리는 상황이 이어질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가물가물하고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오!추천 많아서 감격해서 투척.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