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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웹 MK-232화 (23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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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 back

"정우 네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힘 닿는대로 한 번 도와줘 봐. 그리고 이번에는 그냥 최소 물량만 주문해. 이번에 해신에서 진행하는 걸 보고 우리도 한 번 배워보자고. 이번에는 프리미엄 급으로 하지 말고 가격대를 낮춰서 진행해 보고. 진짜는 우리가 해 보게 말이야."

은호 형이 말했다.

"이번에는 일이 진행되는 전 과정을 한 번 쭉 지켜보는데 의미를 두는 걸로 하는 거고요?"

"응. 그리고 수영씨 기를 살려주는 의미랑.”

“고마워요, 형.”

“그래. 그 정도만 돼도 사회 초년병 기살리는데는 충분할 거야. 아. 그리고. 수영씨가 구두 디자인 쪽으로 일해보고 싶어하면 한국에 있는 패션지 어시스턴트 일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해 보고 싶다고 하면 말해. 아메 통해서 말하면 자리는 만들어줄 수 있을 거야.”

“아. 그거 하면 좋아요?”

나로서는 생각도 못했던 일을 제의받자 겁이 났다. 내가 할 것도 아닌데 내가 겁나는 걸 보면 당사자인 수영은 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그쪽 일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 육체적으로는 많이 힘들고 날밤 꼬박 새는 날도 많을 거고 무거운 아이템들 나르고 선배들 심부름도 많이 하겠지만 매장에도 안 깔린 제품들을 보면서 안목을 높이는데는 그만한 공부가 없지.”

“그래요?”

“응. 구두 디자인을 한다고 구두만 알면 되는 게 아닌 거잖아. 패션에 대한 일반적인 안목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고. 색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수영씨, 그쪽 전공자는 아닌 거지?”

“네.”

“그래. 그럼 한 번 말이나 해 봐. 나는 그게 수영씨한테 도움 될 것 같아. 그렇다고 지금 하는 일을 바로 그만두게 하지는 말고 네가 그쪽에 힘써서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 해신에 있으면서 배우는 것도 많을 거야. 재료 가공 단계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면 정해진 프레임을 깨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거든. 현실에 기반한 판타지를 실현시키는 거지. 뜬구름 잡는 식이 되는 게 아니라.”

은호 형의 얘기를 들을수록 뭔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들떴다.

“형. 진짜 괜찮을 것 같은데요?”

"해신 공장에 있는 분들이 진짜 실력이 괜찮은가 보더라고. 여기에서 여러 검색어로 돌려봤는데 해신제화의 신발 장인에 대한 언급이 된 문서 몇 건을 건졌거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로 있다가 자기 이름으로 브랜드를 론칭한 디자이너가 쓴 책에 그 얘기가 반복돼서 나와. 자기가 메너리즘에 빠져서 디자인을 전혀 할 수 없게 됐을 때 무작정 동북아로 여행을 갔는데 그때 해신제화 구두를 보게 되고 거기에 매료돼서 구두 만드는 분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났었대. 정말 대단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요? 그런데 스카웃 안 했대요?"

"그런 얘기는 없던데?"

은호 형이 웃었다.

“한 번 해 보자고. 우리 호텔 클럽은 오픈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몇 십 미터는 되니까. 기다리는 동안 광고만 제대로 해도 효과가 클 걸? 네가 수영씨한테 키다리 아저씨가 돼 줘봐. 그렇게만 되면 수영씨한테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가 엄청난 기회가 되는 거지.”

“말해볼게요. 형. 근데 패션지 어시스턴트 되는 건 쉬워요?”

“야, 인마. 아메 류아 메니저가 수영씨 동생 애인이잖아. 그럼 게임 끝난 거지. 류아를 섭외할 수 있는 키가 생기는 건데 누가 그걸 마다 하겠냐?”

“류아가 소녀 가장이네요.”

우리는 같이 웃었고 전화를 끊었을 때는 한층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 날 수영의 회사에 갔을 때, 날은 어떻게 그렇게 잘 잡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갔을 때 수영은 윤 대리라는 여자한테 신나게 깨지는 중이었다.

그것도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윤 대리는 다른 것도 아닌, 수영이 입고 있는 옷에 대해서 지적을 하고 있었다.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물건 들 사람이 필요해서 수영을 데리고 거래처에 나가야 하는데 수영이 시장 보세 옷을 입고 있어서 수영을 데리고 나가는 게 쪽팔린다는 내용이었다.

수영의 얼굴은 불 타기 직전처럼 붉어져 있었다.

패션 센스며 맵시며 그런 것들은 윤 대리보다 수영이 훨씬 나은데도 윤 대리라는 여자는 뭐가 속에서 꼬였는지 수영에게 인격적인 모욕까지 서슴지 않고 있었다.

나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주임이었다.

주임은 자기들 내부의 문제로 소란이 있는 그때 외부 사람이 거기에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나를 보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김수영씨 지인인 건 알겠는데 일하는 곳에 자꾸 이렇게 찾아오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거 모르십니까? 여기가 동네 놀이터도 아니고, 김수영씨를 만날 일이 있으면 일 끝나고 약속 잡아서 밖에서 만날 일이지. 보험 팔아요? 보험 영업 하려고 오는 겁니까? 이러는 거 김수영씨한테도 민폐가 된다는 거 모릅니까?”

오늘 이 사무실 사람들이 단체로 생리하나.

수영은 내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나를 원망하듯 바라보고 고개를 돌렸다.

돌아서는 녀석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는 윤대리를 바라보았다.

윤 대리는 나를 처음 보는 거였지만 나에 대한 얘기는 들었는지 나에게 호기심을 보였다.

머리 위에서부터 발 끝까지 나를 스캔하게 흡족한 웃음을 짓는다.

웃기고 있네. 네가 웃으면. 내가 니꺼 돼 준대?

나는 아직까지 나불거리고 있는 주임의 말을 그대로 무시하고 주임이 목소리 위에 오버랩해서 부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제대로 된 소개가 늦었습니다. 휘트니스 기업 정스 짐 대표이사 임정우라고 합니다. 김수영 사원이랑은 인연이 각별해서 자주 만나는데 김수영 사원이 회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대단하더군요. 저희 정스 짐에 대해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신생 휘트니스 기업으로 소속 트레이너들을 선수로 양성해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죠.”

내 말에 부장은 관심을 보였다.

나를 어린 꼬꼬마로만 봤다가 내가 각종 이슈 메이커로 부각해 급성장하고 있는 정스 짐의 대표이사라는 말을 듣고, 자기가 지금 앉아서 나를 꼬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자각한 것이다.

“보디빌더들은 신발 안 신잖아요. 무대 위에서. 보디 빌더들한테 신발 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어느새 내 근처로 다가와 있던 윤 대리가 농담이랍시고 말하고서 웃었다.

나는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무안하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한 걸까 그게 궁금해서, 순전히 지적인 호기심으로 5초 정도 아무 말도 없이 바라봤던 것 같다.

윤 대리는 자기 드립을 듣고 웃어주는 사람이 없자 머쓱해 했다.

그러고도 내가 한 5초간 얘길 하지 않자 부장이 얼굴을 붉히고 윤 대리를 나무랐다.

“무례하게 지금 뭐하는 거야! 낄 때가 있고 안 낄 때가 있는 거지.”

윤 대리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는 걸 보고 나는 부장을 바라보았다.

“직접 사장님이랑 일을 진행해도 됐겠지만 김수영 사원을 통해서 들은 얘기라 이 팀을 통해서 일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온 거고 부장님한테도 이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부장은 기대하는 눈치였다.

“정스 짐의 공동대표이신 분이 아메 류아의 소속사 대표인 건 알고 계시죠?”

내가 말했다.

“예?”

부장은 정말 놀란 눈치였고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류아의 이름을 듣고 각자 자기들이 있던 자리에서 몇 미터씩은 내쪽으로 전진해 왔다.

“정스 짐의 간판격인 이재인 선수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그럼요. 보디빌딩이나 헬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재인 선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죠. 저도 이재인 선수 팬인데요.”

부장이 말하자 여기 저기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류아 때와는 또다른 반응이었다.

"정스 짐 프로모션에는 그 사람들이 같이 참여하게 될 겁니다. 해신제화에서 우리를 위해서 헬스화를 만들어주면 아메 류아와 이재인 선수가 홍보를 하는 겁니다."

내 말에 부장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나를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아.뭐죠 이거...등록도 안되고 삭제도 안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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