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233화 (23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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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 back

“김수영 사원은 해신제화의 생산 라인에 계신 선생님들이 명품 브랜드 마스터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정스 짐 프로모션을 귀사와 같이 진행을 해 봤으면 하는 겁니다. 6개월 이상 장기로 회원권을 끊는 고객들에게 헬스화를 제공하자는 게 김수영 사원의 의견이었습니다. 나는 김수영 사원의 안목을 믿기 때문에 귀사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었어도 바로 승인을 할 수 있었고요."

나는 부장이 내 말을 잘 따라오고 있는 건지 부장의 표정을 봐 가면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초기 물량은 대략 천 족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만 팔 건 아니고. 아메 류아와 이재인 선수가 모델이 돼서 적극적인 홍보도 같이 할 거고 다른 판로도 모색할 겁니다. 물론 귀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이를 말씀입니까!”

부장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경탄어린 한숨을 내쉬었고 몇 사람은 수영에게 다가가서 어떻게 저런 분을 아느냐고 물었다.

“사실 아메 류아를 섭외하는 건 우리 공이라기보다는 김수영 사원의 인맥을 통한 거라고 보시는 게 맞을 겁니다. 아메 류아의 메니저가 김수영 사원 친동생 애인이거든요.”

나는 굳이 안 해도 될 말이지만, 그게 또, 하면 안 되는 말도 아니라서 스르르 이야기를 흘려 주었다.

사람들은 왜 그동안 그런 말을 안 했냐는 듯이 수영에게 정말이냐고 물었다.

몇 사람이 스윽 사라지더니 생산직 사람들과 함께 왔고 그들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

소곤거리는 소리로 주위사람들이 정스 짐 프로모션에 대해 얘기하자 그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감돌았다.

“세상에. 젊은 친구가 그런 생각을 내 주고 우리 얘기를 그렇게 좋게 해 주다니.”

수영의 의견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생산직 사람들이 수영을 칭찬하며 말했다.

수영은 얼굴을 붉힌 채 나를 힐끔거리고 바라보았다.

김수영 사원이 한 얘기라고 하면서 내가 부장에게 한 말 전부, 수영도 지금 여기에서 처음 듣는 거니까 나한테 할 말이 많을 것은 당연했다.

"제안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부장이 말했다.

물론 우리끼리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나는 부장의 제안으로 사장을 보러가리고 했고 당연하다는 듯이 수영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윤 대리라는 여자가, 수영은 그런 자리에서 얘기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그 일은 자기가 맡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듣고 나는 말없이 부장을 바라보았다.

부장은 몇 초간 주임과 윤 대리를 보면서 머리를 굴리는 듯 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윤…대리가 그런 쪽으로 경험이 많고 아무래도 실무에서는 김수영 사원의,”

“그게 답입니까?”

나는 더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나왔다.

부장과 주임 할 것 없이 달려나왔지만 나는 이 머저리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심하게 구는가 하는 생각에 화가 나서 그 자리에 더 있을 수가 없었다.

“오…빠.”

모두들 절절매고 있는데 수영이 나한테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해 주면 안 되겠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안 되겠다. 너를 보고는 일을 줄 수 있는데 이 부서에는 일을 못 맡기겠다. 저녁에 보자. 식사나 같이 해. 데리러 올게.”

생산 라인에서 온 사람들은 그 상황에 난감해 했다.

나는 수영의 말을 들어줄 수도 있었고, 내 태도를 봐서 부장이 윤 대리 대신 수영에게 그 일을 맡길 거라는 걸 예상해 볼 수도 있었지만 내가 이 건을 이대로 없었던 걸로 하는 것이 생산 라인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빼 갈 사람들은 그 사람들과 수영 뿐이었다.

은호 형이 신발 브랜드를 빨리 추진하기만 한다면 이 멤버로 깨끗하게 처음부터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디자인을 수영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만 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겠지만.

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돌아와 수영의 회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상세하게 얘기를 전했다.

그 역시 보고를 받았지만 사실이 왜곡된 부분이 상당했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김수영이라는 것도, 내가 수영과의 관계 때문에 이 회사에 일을 맡기려고 하는 거라는 것도 모두 보고에서 누락돼 있었고 내가 단순한 변심으로 제안을 철회하고 가 버린 것으로 보고를 해 놓은 것 같았다.

평소에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훤했다.

나는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해 주었고 내가 부장에게 했던 얘기를 그대로 다시 해 주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일을 바로잡겠다고 말하면서 정스 짐에서 해신제화에 다시 기회를 준다면 정말 고맙겠다는 말을 전했다.

나는 은호 형과 상의 후에 결정을 하기로 했고 은호 형은 대충 그 선에서 합의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생산 라인 사람들도 수영도 큰 일을 한 번 맡아서 진행해 보고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고, 첫 경험 때는 위험이 따르는 게 당연한 거니까 위험 감수를 우리가 직접 할 것 없이 그 쪽에서 위험 감수를 하게 하고 우리 사람들이 경험을 쌓게 한다면 여러 모로 이익일 거라는 거였다.

나는 부장과 윤 대리의 실수를 강조하기 위해서 천 족의 주문 수량을 300족으로 대량 삭감해 버렸다.

생산 라인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희소식이었다.

제품의 질을 높이면서 우리와 우리 고객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곳 대표와 연락을 할 때 수영을 통했고 수영은 윤 대리나 부장을 통하지 않고 바로 사장과 얘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나는 해신제화의 대표에게, 수영이 이 일을 전담할 수 있도록 수영의 직책을 대외협력팀장 정도로 올려주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해신제화의 사람들은 보고체계에서 신뢰받지 못할 행동을 이미 보였고, 앞으로 내가 정스 짐 홍보부로 이 일을 넘기면 홍보부에서 일을 맡아 하게 될 텐데 수영이 그 일을 같이 진행하려면 그에 걸맞는 직급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그건 굉장히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었다.

해신제화의 인사문제에까지 간섭을 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해신제화와의 관계에서 나는 절대적인 갑의 위치였고 수영은 그만한 대접을 받을만 했기에 해신제화에서는 내 의견을 곧바로 수용해 주었다.

어차피 내 뜻을 거스를 수 없는 바에야, 신속하게 처리를 해 주어서 내 환심을 사겠다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내가 요구할 것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수영이 일주일의 절반 정도는 정스 짐으로 출근해서 프로모션에 관한 미팅에 참가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그것 역시 쉽게 받아들여졌다.

수영은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수영이 정스 짐 본사로 출근을 하기로 되어 있던 날, 나는 수영을 은호 형이 소개해 준 패션지 편집부로 데려갔다. 그리고 이제부터 이 녀석을 마구 굴려주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사자 입 속에 먹이를 던져주듯이 수영을 던져주었다.

그곳 사람들은 수영이 앞으로 일주일에 며칠 동안 그곳에 와서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됐다는 걸 알았지만 그것보다, 수영이 아매 류아의 매니저 애인의 누나라는 사실에 더 주목했다.

더군다나 수영의 뒤에 나와 은호 형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 쓸데없이 수영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게 분명했다.

“죽지말고 살아만 남아. 힘들어도 버티고. 그러면 너는 몰라보게 성장할 거다.”

수영을 거기에 두고 오면서 수영에게 말하자 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나는 수영이 이 과정을 극복해 나갈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영의 일이 급히 돌아가는 바람에 방치되고 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 일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한적모 교수를 찾아갔다.

거창한 이름을 내건 학회 현판을 보고서 나는 그를 만나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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