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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웹 MK-237화 (237/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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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핫 걸에게 한적모에 대해 물은 후에 한적모에게 일어난 일을 이제 핫 걸도 뉴스를 통해 알게 됐을 텐데.

핫 걸이 거기에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했다.

“우선 만날까요? 내가 그 앞으로 갈게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핫 걸의 말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핫 걸을 불러냈을 때 핫 걸은 어두운 얼굴로 나왔다.

“어울리지 않게 커피 숍 갈 것 없이 그냥 차에서 얘기합시다.”

내가 차에서 내려 핫 걸에게 말하자 핫 걸은 말없이 내 차에 탔다.

우리는 몇 분간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었다.

결국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나였다.

“어렸을 때 아버지랑 그런 일이 있었어요. 내가 하기 어려운 말을 하도록 아버지가 강요를 하시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죠. 그럼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를 속였다고 화를 내셨어요. 그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나도 아버지한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거였어요.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를 속였다는 사실에 화가 나셨지만 내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도록 푸쉬를 한 게 아버지라는 건 잊어버리는 것 같았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핫 걸이 물었다.

"아버지 담배를 피워봤는데. 아버지가 담배 피웠냐고 하시잖아요. 나는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거짓말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자꾸 물으시더라고요."

"죄송하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었을까요?"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굉장히 많고 어렵고 복합적이죠. 나한테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거짓말까지 하면 더 실망하실 텐데요."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후에 그런 게 깨달아지기도 하죠."

내가 말했다.

“그래서 지금. 더 이상 묻지 말라고 말하는 건가요? 거짓말하게 만들지 말라고요?”

핫 걸이 물었다.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면 됩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내가 말했다.

핫 걸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내 어머니한테 일어난 일.

그리고 한적모에게 일어난 일.

내가 그들의 소재와 행적에 대해 묻고 나서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핫 걸이 이해할 방법은 없었다.

한적모 교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틀만엔가 제정신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래도 정신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는 스스로의 판단 하에 정신 병원에 입원해서 약물 치료를 받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한적모 교수는 갑자기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고 그 일을 계기로 양심 고백을 하는 사람들이 잇따라 생겨났다.

사람들은 한적모 교수가 노련한 학자의 이미지 뒤에 추악한 범죄자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더 이상 누구의 동정도 받지 못했다.

핫 걸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한적모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싶은 것 같았다.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연락을 한 겁니까?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예요?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내가 세상의 나쁜 사람들을 찾아내서 초능력이라도 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힘으로 그 사람들을 미치게 하거나 정신을 조종하는 것 같아요? 그러지 않았냐고 물어보려고 나한테 연락한 거예요?”

나는 핫 걸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핫 걸은 당황한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내 입에서는 나의 진실이 토해지고 있었지만 핫 걸은 내가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솔페리노에.”

핫 걸이 말했다.

“네?”

“솔페리노에. 같이 가요.”

“왜요?”

“그냥. 같이 가요.”

“위험한 임무예요? 이번에는 얘기를 해 줘야 될 것 같은데요? 같이 가자는 말을 들었으니까.”

“위험한 곳이면. 내가 그런 데에 임정우씨를 데려가겠어요?”

“네.”

“……. 네. 맞아요. 위험한 임무예요.”

“…….”

뭐. 다른 걸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핫 걸은 내가 어떤 식으로 나의 정의를 구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힘으로 상황을 통제한다는 것은 깨닫고 있었다.

과정이 이해되지 않을 뿐이지 일단 내가 주시한 사람은 결국 좆이 되게 돼 있다는 것을 핫 걸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핫 걸이, 자신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임무에 가면서 나를 생각해낸 것은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건이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버킷 리스트는 잊어버려 달라는 것만 빼고는 일단 들어볼게요.”

핫 걸이 말했다.

“…….”

내가 이 여자랑 무슨 말을 해야 되나.

아주 그냥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말이 없는 걸 보고 핫 걸은 씨익 웃었다.

“원하는 게 별로 없나보네요.”

핫 걸이 말했다.

내가 어쩌다가 핫 걸에게 이렇게 말려 버리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일이 쉽게 풀렸다.

솔페리노로 가기로 한 계획이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핫 걸은 굉장히 미안한 목소리로 다음날 오전에 전화로 알려주었다.

어찌나 미안해 하던지.

오히려 나한테는 좋은 소식이었는데도 핫 걸은 소풍가기로 한 약속을 어겨서 미안해하는 것처럼 미안해했다.

핫 걸이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최대한 기회를 살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도 화가 난 척 했다.

어찌나 화가 나는지 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버킷 리스트고 뭐고, 이제는 당신을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라고, 굉장히 많이 나간 채로 떠들어댔다.

핫 걸은 풀이 죽어서 순순히 받아들였다.

나는 어떻게 된 건지 물었고 핫 걸은 결국 입을 열었다.

요인을 경호하는 일을 맡기로 했었는데 그 요인이 키샤의 경호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사설 경호업체에 다시 일을 의뢰했다고 했다.

핫 걸은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은 것이다.

자기와 키샤 모두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풀 죽을 일도 많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차라리 잘 된 것 아니냐고 했지만 핫 걸에게는 그게 그냥 단순한 문제가 아닌 모양이었다.

가끔 보면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핫 걸.

늘 활발하던 핫 걸이 추욱 늘어져 있는 걸 보니까 옆에 있는 나까지 기분이 처졌다.

옆 사람한테까지 전염되니까 기운 좀 내라고 해도 미안하다고 하고 또 추욱 처지고.

“기운 내라고 내가 옛날 얘기해 줘요?”

“그럼 그래보든가요.”

핫 걸이 여전히 축 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했던 것처럼 그런 거 해 줄까요?”

“마을버스 타고 가다가 지하철에서 한 거요?”

핫 걸의 목소리가 세 음정도 높아졌다.

하여간.

그런 건 잊어버리지도 않지.

“해 줘요? 지금 옆에 다른 사람들 없어요?”

“있어도 뭐. 내가 제일 어른인데요, 뭐. 해요. 해.”

“그러다가 꼴리면.”

“꼴려도 내가 남자도 아닌데 텐트치는 것도 아니고. 뭘 봐. 일 해. 일. 이건 암호야!”

핫 걸이 딴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옆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가 기겁을 하고 핫 걸을 쳐다본 것 같았다.

“괜히 옆에 있는 사람들 텐트치게 하지 말고 탕비실 같은 데라도 들어가 봐요.”

“넴.”

의자가 드르륵 끌리는 소리가 났다.

의욕적으로 말을 들어주어서 한편으로 고맙고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핫 걸은 탕비실에 왔다면서 빨리 얘기를 해 달라고 성화였다.

“좋아요. 그럼. 우리가 하기로 했다가 못 한 거 얘기해 줄게요.”

“어떤 거요?”

“비오는 날 야외에서 하기로 한 거.”

“으으으으. 어떡하지? 알았어요. 해 봐요.”

진짜 웃긴다. 그런 얘기를 듣는다고 꼴리나?

어쨌든.

실제로 수행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훨씬 홀가분해진 상태로 나는 핫 걸에게 얘기해 주기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서지영이라는 못 생긴 아가씨가 있었어요. 그런데 마음씨는 착했는지 하느님이 어느날 서지영씨 앞에 임정우라는 굉장히 잘 생기고 젠틀하고 섹시한 남자를 지나가게 해 줬어요. 그래서 그 남자를 본 서지영씨는 한 눈에 반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저런 분이랑 얘기라도 한 번 해 볼 수 있을까 하고 임정우님의 주위를 서성거리죠.”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을 핫 걸의 모습이 눈 앞에 선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선작 6천 고비 넘으면 좋겠당...ㅎㅎㅎ

쿠폰,추천,코멘트 감사드리고요.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갑자기 추워졌는데 건강 조심하시고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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