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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큭. 그래서요?”
“그렇지만 임정우님의 높은 눈에 서지영씨가 들어올 리가 없었고 임정우님은 일을 하느라고 바빴죠. 그랬더니 애가 닳은 서지영씨가, 뭔가 일을 만들어서 엮여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마수를 뻗습니다.”
“어머. 어떻게요?”
“그냥. 임정우님 곁에 빙빙 돌다가 임정우님한테 뭔가 필요한 것 같으면 자꾸 도움을 주는 거죠. 임정우님이야 서지영씨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주위에 자꾸 나타나는 서지영씨의 얼굴을 어쩔 수 없이 익히게 돼 버립니다.”
“어머. 그래서요?”
“응. 그러던 어느 날. 서지영씨가 임정우님을 도와주게 돼요.”
“어떻게요?”
“어떻게라고 할까요? 서지영씨 도움을 받을 일은 별로 생각이 안 나는데.”
“어, 왜 그래요.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많이 도와줬고만.”
“어. 그걸로 하죠. 어떤 오크같이 생긴 여자가 자꾸 임정우님 주변을 얼쩡거리면서 병신미로 무장하고 자꾸 수작을 거는 거죠. 근데 서지영씨가 그 오크를 물리쳐준 걸로.”
“우와. 엄청 고맙겠네요.”
“네. 그건. 진짜 엄청 고맙겠죠. 그래서 어. 일단 그 일을 계기로 임정우님이 서지영씨한테 호감을 조금, 아주 조금 갖게 돼요.”
“그걸로 호감 밖에 안 가져요? 진도 좀 팍팍 빼게요.”
“아니예요. 호감만 가져요. 근데 어. 어느날 서지영씨가 또 들이대는 겁니다. 드라이브라도 같이 안 하겠냐고요.”
“오오. 역시 나야!!”
그 부분에서 왜 자랑스러워 하는 거지?
“크큭.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임정우님은 자비롭게 서지영씨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주차장으로 가기 직전이예요.”
“비는 아직 안 와요?”
“어? 비가 오네요.”
“우왕, 잘 됐다.”
“오픈 카 뚜껑 열고 달리려고 했던 임정우님은 약간 당황하는 상황이고. 어쨌든 두 사람 머리 위로 빗방울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해요.”
“나는 뭐 입고 있어요? 옷이 금방 젖었겠다. 막, 다 비치고 그래요?”
“아니. 또 무슨 그런 걸 상상하고 그래요!!”
“어! 나 그 옷 있는데. 내가 알아서 상상하면 되겠다. 어우. 근데 너무 야한데.”
그렇게 말해놓고 핫 걸은 으흐흐흐흐 하고 웃어댔다.
보지 않아도 상상이 되는 모습.
전화기만 들고 있지 않았으면 두 손으로 뺨을 감싸고 눈동자는 옆을 향한 채 침까지 조금 흘리는 모습이 마구마구 상상되는.
“무슨 생각을 했는데 그래요, 도대체!!!”
“아으으. 일단 말이나 해 봐요.”
“알았어요. 서지영씨는 어. 연한 하늘색 원피스 같은 걸 입었고 안에는 검은 색 브래지어랑 팬티를 세트로 맞춰서 입었는데.”
“팬티는 안 입은 걸로 하죠?”
제법 단호한 목소리.
“그래요. 뭐. 그게 더 리얼리티가 살겠네요.”
“그렇죠.”
“진짜 안 입고 다녀요? 회사 갈 때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냥 하는 말이예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사진 찍어서 보내봐요.”
“지금요? 여기서요? 미쳤어요?”
“안 입었구만.”
“아니…! 오늘은 늦어서 지각할까봐 어쩔 수 없이. 입으려고 찾았는데 안 보이더라고요. 요즘 너무 바빠서 세탁기를 못 돌렸더니.”
“그래서. 안 보내줄 거예요?”
“으으윽. 잠깐만 기다려요.”
잠시 후에 사진이 한 장 도착했다.
보내라고 한다고 보내는 바람직한 핫 걸.
수북한 음모 아래에 얌전히 두 손을 모은 것처럼 포개져 있는 음순이 붉게 빛나고 있는 사진이었다.
핫 걸은 대충 사진 감상이 끝났겠다 싶은 시점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빨리 그 다음 얘기 해 줘요.”
“근데 탕비실에 혼자 그렇게 오래 있어도 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들어올 수도 있을 텐데. 자기들 팀장이 으흐흐흐 거리고 혼자 웃고 있는 걸 보면 얼마나 무서울까. 불쌍한 요원들.
“누가 뭐라고 하는데요?”
핫 걸은 아주 당당하게 되물었다.
“보스한테 안 혼나요?”
“보스요? 누구요? 일단 부장님은 이런 거 가지고 말 안 하고 우리 대장은 지금까지 우리 앞에 나타나 본 적도 없고 얼굴 본 적도 없고 그래요. 화상 회의 통해서 얘기만 하고요. 대장은 우리 얼굴을 보지만 우리는 대장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뭐하는 사람인지 도대체. 아무튼 그래요. 그러니까 탕비실에 오래 있는다고 뭐라고 할 사람 없으니까 빨리 그 얘기 계속해 봐요.”
한 번 몰입하기 시작한 핫 걸을 말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알았어요. 그래서. 어. 어디까지 했더라?"
"내 옷이 젖었잖아요. 비가 와서. 근데 노팬티고."
"아. 맞네.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서지영씨는 옷이 다 젖었고 실루엣이 살짝 드러났고 임정우님은 그런 건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차에 서지영씨를 태워요.”
“거기 좀 바꾸죠. 그 전에 좀 친해져 있다고 하고 임정우씨가 서지영님한테 드라이브 가자고 조르는 걸로. 그래서 마지못해서 서지영님이 가 주기로 했는데 마침 그때 비가 오는 거예요. 그래서 임정우씨가 서지영님 손목을 붙잡고, ‘뛰자!’ 그러는 거죠. 그래서 서지영님이랑 같이 뛰는 거예요.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면서 주차장으로 달려가서 두 사람은 차에 탔고 임정우씨가 타는 듯한 눈빛으로 막 뭔가를 갈구하듯이 서지영님을 바라보고, 왜. 뭐. 서랍에 올려놔. 아니. 그. 책상에.”
아, 또 무슨 소리.
“왜요? 무슨 소리예요? 누가 들어왔어요?”
내가 물었더니 서지영이 키득거렸다
신입이 보고서를 다 작성했다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저럴 때의 카리스마를 보면 눈싸움만으로도 황소를 기절시켜버릴 것 같은데 키샤의 요원들은 자기들 팀장이 얼마나 똘기가 충만한 사람인지 알기나 할까?
“아. 어디까지 했죠? 응. 내가 옷이 다 젖은 채로. 아니. 그러니까 서지영님이 차에 타는 거죠? 그래서. 어. 음. 이제 임정우씨가 해 봐요.”
“내가 하던 게 더 리얼리티가 사는 것 같은데요?”
“아니예요. 듣는 내내 너무 비현실적이었어요.”
“서지영씨가 해봐요. 직접. 듣고 싶어요. 내 자X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다 말해줘요.”
나는 갑자기 흥분이 되기 시작해서 핫 걸에게 말했다.
핫 걸은 갑자기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시,싫어요.”
“해봐요. 나 지금 침대에 누웠어요. 아래 다 벗었고. 지금 페니스 주무르고 있어요.”
“으윽. 안 되는데. 사람들이 들어올지도 모르고.”
“그럼 주차장으로 가요. 아니면 화장실로 가던지.”
“……. 5분만 기다려요, 그럼.”
“네.”
그리고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핫 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보지라고 말해야 돼요. 그냥 거기라고 하지 말고. 듣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는 거.”
내 말에 핫 걸은 더 당혹해 했다.
“그…. 차에서 하는 걸로…해요?”
“아뇨. 그냥. 원하는대로. 아무 데서나.”
나는 달궈진 내 몸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내 목소리가 끈적끈적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벗었어?”
내가 물었다.
내 몸이 달궈지면 내 목에서 '요'자가 자동적으로 필터링돼서 나와버리는 모양이다.
“아래만요.”
핫 걸이 말했다.
“만지고 있어?”
“으으응.”
“사진 찍어서 보내줘. 목 아래로.”
핫 걸에게서 사진이 전송돼 왔다.
나는 내 발기된 페니스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아까 하던 얘기. 정우씨가 조금 더 해 주면 안 돼요? 나, 금방 갈 것 같은데.”
핫 걸이 말했다.
“소프트하게?”
“소프트하고 로맨틱하게.”
핫 걸이 말했다. 그야말로 소프트하고 로맨틱한 목소리로.
“비가 와서 텅 빈 주차장이야. 골프 클럽 안.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어. 그 넓은 주차장에 그냥 우리 차만 있어. 그 차 안에 너하고 나만 있어.”
“…….”
조용히, 핫 걸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나는 너를 바라봐. 그러다가, 어쩌지 못하고서 네 입술에 입을 맞춰.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고 이런 비를 맞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우리는 점점 대담해져. 내 손이 너를 더듬어."
꿀꺽.
여과 없이 들려오는 핫 걸의 침넘김 소리.
============================ 작품 후기 ============================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답
우와. 선작 열두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