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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기 전에 핫 걸이 목을 팔에 감고 귀에 대고 소곤거리는 것이, 못 찌그러뜨리고 내려오면 죽을 줄 알라고 잔뜩 겁을 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쉽나?
겨드랑이에 딱 껴지지도 않는 부피의 휴지통을 그 사이에 넣고 압착을 해서 쭈그러뜨린다는 것이.
당연히 요원은 탱데구르르르,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휴지통을 몇 번 바닥에 떨어뜨리기만 하다가 사람들의 웃음을 받고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핫 걸의 딱콩 세례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저기에서 도전자들이 나왔다.
정스 짐을 견제하려고 다른 헬스클럽에서 한가닥하는 사람들도 와 있던 것 같았는데 그 사람들 중에도 몇 사람이 도전을 했다.
딱 보기에도 운동 경력이 십 년은 족히 돼 보이는 사람들이었고 근질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찌끄러뜨리기는 했어도 완전히 압착하지는 못했다.
옆에 있던 생활용품점은 때아닌 호황을 맞아, 양철로 된 휴지통 매진 사례를 기록해버렸다.
그러는 동안 나는 표정을 연습했다.
사람들이 짓는 표정을 보면서, 내가 그런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힘들지 않겠지만 그래도 힘든 표정을 지어야 할 테니까.
그리고 내 차례가 됐을 때.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무대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내가 연습했던 표정을 지으면서 양철 휴지통을 압착했다.
다 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박수치는 소리도 없고 놀라워하는 소리도 없고.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두 손을 모으고 아, 하고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머슬 퀸과 이재인을 바라보니, 하란다고 하냐? 라는 표정 비슷한 그런 것?
그러다가 웅성거리는 소리와 오오오오, 하는 소리. 함성과 박수 소리가 나왔다.
그 잠깐사이에 내 심장은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내가 불가능한 힘을 보인 건가 하는 생각에.
그러나 이재인을 바라보자 이재인은 누구보다 좋아하면서 환호했다.
그 모습을 보니 안도가 됐다.
그 후에는 남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재인에게 체크를 받았다.
결국 나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끌어내려준 이재인 덕에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수악한 사람들 옆에 계속 있다가는 무슨 일을 더 당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연우 옆으로 가서 딱 달라붙어 앉아 있었다.
내가 내려오자 바로 파장 분위기였다.
이재인 사인회라도 해야 되지 않겠냐고 하자 이미 센터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전부 채워 회원을 받아서 지금부터는 회원 등록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돌려 보내야 할 상황이라고 준영이가 전해 주었다.
그랬으면 나도 일찍 좀 내려주지.
오픈 이벤트는 대성공이었고 준영의 아버지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나는 가까운 몇 사람만 데리고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에서 준영이를 류아에게 소개해 주었다.
류아는 준영이가 류아의 경호원이 되기 위해서 준비중이라는 말을 듣고 감격했고 우리는 류아에게, 준영이가 학교 졸업할 때까지 절대로 인기가 떨어지면 안 된다고 협박을 했다.
준영이는 자기가 운전을 해 주겠다면서 술을 안 마시고 이온 음료만 마셨는데 그러면서 캔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쭈그렸다고 신나 했다.
그걸 보고 우리 연우가 한 손으로 깡통을 쭈그렸고, 그걸 본 사람들이 너도 나도 도전을 했는데 다 되는 걸 보고 준영이만 바보가 됐다.
수영이는 잠깐 얼굴만 비치고 바로 또 나가봐야 했다.
정스 짐 서울대 입구역점의 오픈 이벤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덩달아 우리 헬스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그 일을 맡아했던 수영의 주가가 급등했다.
나와 함께 남아있던 사람들도 모두 헬스화에 관심을 보였고 나는 내가 신고있던 구두를 보여주면서 그게 수영의 작품이라고 말해 주었다.
수영의 디자인과 해신제화 생산 라인의 기술이 만나면 이런 게 나온다고 자랑을 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반응이 나왔다.
나는 수영의 신발 브랜드가 정식으로 론칭되면 그때는 원하는 신발을 하나씩 다 선물해주겠다고 공언을 했다.
그 날의 모임은 경찰서 정모 이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정모였고 다행히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가 나와 어떤 관계인지를 눈치채면서도 무리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
교수님과 해미한테 빠져 있느라, 그 다음에는 또 윤 대리한테까지 코를 들이미느라 그동안 연우한테 무심했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귀소본능처럼 연우가 그리워지기도 해서 나는 강의를 땡땡이치고 연우의 회사 앞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어. 연우야….”
어딘가 잔뜩 아픈 것 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하자 연우가 깜짝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 별 건 아니고. 오빠가 사고가 나서. 별 건 정말로 아니고. 자전거 타고 가다가 넘어졌어.”
“세상에! 어딜 다쳤는데요. 지금 병원이예요?”
“응. 넘어진 곳이 바닥에 돌도 많고 울퉁불퉁하고 좀 험한 곳이어서 다리가 다 까지고 뼈가 드러나고 그래서. 일단은 병원으로 왔어.”
때마침 열리는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내가 말했다.
“병원 어딘데요!”
“안 와도 돼. 너 일해야 되잖아.”
“지금 그게 문제예요? 어디냐니까요!!”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에는 헐떡거리는 목소리로 연우가 계속해서 병원이 어딘지 물었다.
“왜? 지금 나오는 중이야? 정말 안 와도 된다는데도 그러네.”
“수술해야 된대요?”
“아니.”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현실에서, 그리고 전화기를 통해서 동시에 들렸다.
내가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거기에 잔뜩 상기된 표정의 연우가 서 있었다.
연우는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씨익 웃고서 연우의 손을 잡았다.
“뭐예요?”
“야. 이연우. 아픈 줄 알고 걱정하더니 내가 안 아프다고 화내기 있어. 없어.”
“그런 게 아니잖아요. 사람 놀라게 해 놓고!”
연우는 제대로 열이 뻗친 얼굴로 나를 노려 보았다.
“일찍 들어간다고 말 해 놓고 나온 거지? 오빠랑 놀러가자.”
“미쳤나봐!!”
“미친 것 까지는 아니고. 너도 너무 일만 하잖아.”
“그래도 이러는 게 어딨어요!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그럼 화 풀어지게 다치래?”
“어머. 진짜 미쳤나봐!!”
“에에에이. 오빠가 연우랑 놀고 싶어서 그런 건데 좀 봐주지?”
나는 연우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어당기고 문을 닫았다.
닫히는 문 틈으로 아버지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간신히 걸리지 않고 도망칠 수가 있었다.
“아들. 어디?”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서 묻기에 학교라고 뻥쳤더니, 너랑 똑같은 놈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걸 봤다면서 연우가 그 놈이랑 바람이 났는지 손목을 붙잡히고도 그냥 가만 있더라고 했다.
나는 푸키키키 하고 웃어대고는 오늘만 연우 좀 빌려달라고 말하고는 사랑의 도주를 감행했다.
사랑의 도주의 목적지는.
그냥 침대지, 뭐.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거나 먹고 싶은 게 있냐고 했지만 연우는 아무 것도 없다고 했고, 너는 어쩌면 생각하는 게 오빠랑 똑같냐고 말하면서 나는 연우를 집으로 데려갔다.
“오늘은 오빠가 오빠 몸을 불 살라서 연우한테 봉사해 줄게.”
내가 말하자 연우가 눈을 살짝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나한테 잘못한 거 있죠?”
“내가? 뭘? 성실과 정직함의 표본인 내가 뭘 잘못하겠어? 아직 안 걸린 것 중에는 없을 걸?”
“근데 무슨 수작이예요?”
“수작은. 이 자식이!! 오빠한테 수작이라니.”
나는 연우의 옷을 벗기고 가슴을 빨면서 애무했다.
“그럼 씻고 올게요.”
“싫어. 못 씻게 할 거야.”
“어머. 변태가 다 되셨어.”
나는 연우의 가슴 위에 턱을 올리고 연우를 바라보았다.
“야. 이연우. 솔직히. 그때 오빠 짱 멋있었지? 정스 짐 오픈 이벤트 할 때. 어? 오빠가 젤 멋있었지?”
“오빠는 볼 틈이 없었는데? 여기저기 짐승남들이 옷 벗고 널려 있어서 그 사람들 몸 구경하느라고. 그날 오빠도 있었어요?”
“으후우우우!!”
이연우가 이제 다 커서 나를 갖고 장난을 칠 줄도 알게 되고.
나를 놀리려고 그러는 건줄 뻔히 알면서도 왜 화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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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까지 하고 레오프릭 어린이도 놀러 나가려고 들썩들썩.
쿠폰, 추천, 코멘트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