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256화 (25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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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스노우맨의 은밀한 밤]

한 회, 한 회 연재가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이제 곧 화이트의 비밀이 드러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일반 독자들 뿐만이 아니었다.

폴 콜드먼의 속은 완전히 까맣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폴 콜드먼은 자기가 어떤 액션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전전긍긍했다.

소설이 연재 되고 난 후, 폴 콜드먼이 공식석상에서 하는 발언의 수위는 확실하게 변해 있었다.

전에는 거침없이 한국을 향해 포문을 열었지만 지금은 자기가 그동안 부각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던 이슈들을 아예 묻어버리기로 작정을 한 듯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콕 짚어서 질문을 해도 시간 관계상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고 말하면서 대답을 피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자기가 더이상 카린의 심기를 거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소설이 연재되었을 때,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말을 하기 위해서는 카린이 입을 다물어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폴 콜드먼은 카린이 자기를 여전히 좋은 친구라고 믿어주기를 바랐다. 카린으로부터 그 말을 들을 수만 있다면 모든 걱정이 다 사라질 것 같은데 카린은 폴 콜드먼이 연락을 해도 전화를 받지도 않고 카린과 접촉하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했다.

마침내 소설의 진행상 자기가 도베르만에 박힐 때가 다가오자 폴 콜드먼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카린의 대저택으로 부리나케 쫓아왔다.

카린의 집사는 폴 콜드먼을 냉대했다.

폴도 그 사실을 느꼈다.

그러나 집사가 자기를 냉대하더라도, 집 안으로 들이지 않고 밖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고 있게 하더라도 그것을 전부 묵묵히 참아내야 했다.

폴이 왔을 때 우리는 폴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카린이 마련해준 방에서 다음 장면을 쓰느라고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도중에 카린이 나를 불렀다.

폴에게 더 강력한 암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카린은 내가 자기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 내가 카린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카린을 도울 생각이었다.

폴은 안으로 들어와서도 한동안 카린을 만나지 못했다.

카린의 집사는 폴을 구석진 응접실로 안내를 해 놓고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한 뒤에 계속해서 폴을 방치했다.

그곳에서 카린을 기다리던 폴은, 마치 우연히 거기에 두고 간 것처럼 놓여있는 원고를 발견했다.

폴은 카린이나 집사가 곧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그 원고에 손을 댔다.

거기에는 폴이 그렇게 우려하고 두려워했던 모든 것이 적혀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 폴은 우리가 미리 써 놓은 챕터를 읽은 후였다.

[화이트 스노우맨의 은밀한 밤]의 하이 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앉아라. 폴 콜드먼.”

카린이 말했다.

폴은 떨리는 시선으로 카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자를 향해 걸어가려 했다.

“바닥에 앉아. 콜드먼. 무릎을 꿇으면 된다.”

폴은 카린을 바라보았다.

주저하다가 폴은 그 자리에서 꿇어앉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카린은 그런 폴의 앞에서 환상을 만들어냈다.

폴 콜드먼이 도베르만과 로트와일러에게 번갈아 범해지는 영상, 그리고 그가 다시 암컷 대형견들의 다리와 주둥이를 묶어놓고 수간을 하는 영상이 대도시의 빌딩 전광판에서 재생되는 장면이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서서 그것을 보면서 경악하고 몇몇은 구토를 하고 욕을 퍼부었다.

폴이 믿었던 모든 사람들이 폴을 경멸하고 저주하고서 폴을 떠났다.

카린이 만든 환상 속에서 폴은 고층 건물의 옥상 난간으로 올라가서 발 끝을 내려다 보았다.

그때 거센 바람이 등 뒤에서 몰아치면서 폴의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폴은 비명을 질렀고 카린은 환상을 거두었다.

폴은 두 손으로 바닥을 짚는 듯한 자세를 취했고 자기 몸이 꺾이고 아마도 죽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다가 몸에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알고 제 몸을 마구 더듬었다.

그러고는 솟구쳐 튀어오르듯 하다가 카린을 발견하고 주춤했다.

일어나도 되는지 카린의 허락을 구하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폴. 너는 이 일이 일어나게도, 일어나지 않게도 할 수 있다."

카린이 말했다.

폴은 완벽하게 패닉에 빠져 있었으면서도 카린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네가 나에게 충성을 증명할 방법이 있다.”

카린이 말했다.

폴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밀은 네가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도 되겠지, 폴?”

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카린이 말했다.

폴은 한 번 더,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것은, 폴이 그곳에 있는 동안 나를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내가 처음에 카린과 함께 그곳에 들어갔을 때도 그랬고 폴의 앞으로 아주 가까이 다가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에 내가 폴의 어깨를 스쳤을 때는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폴의 시선은 나를 지나 내 뒤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카린을 바라보았다.

카린은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폴을 데리고 나갔다.

폴이 집사와 함께 나가는 것을 보고 돌아온 카린은 나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 왜 나를 못 본 척 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나는 다분히 감정이 상해 있었다.

“스스로 한 게 아닙니까?"

“스스로… 하다니요? 뭘 말입니까”

“폴은, 임정우씨를 보지 못한 것 같던데요. 못 본 척 한 게 아니라요.”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나는 카린과 폴이 짜고서 나를 속이려고 하는 건가 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기에 카린의 말을 믿는 게 어려웠다.

“코야 리코를 불러볼까요? 아니면 같이 가겠습니까? 코야 리코도 임정우씨를 보지 못한다면 그때는 믿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코야 리코는 내 사람이라기보다는 임정우씨 사람이니까 말입니다.”

카린의 말에 나는 카린을 따라서 코야가 작업하고 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코야는 카린만을 바라보았고 카린에게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여기에서 씬의 배치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얘기를 해야 한다면서.

그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영상 사이트에서 뭔가 변화가 생긴 거라는 거였고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방에서 나오려 했다. 그때 코야가 깜짝 놀라면서 나를 불렀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냐고 묻는 코야는 정말로 놀란 얼굴이었다.

"아. 놀라게 해 주려고 숨어 있었어요."

나는 나조차도 믿지 못할 말을 하고 씨익 웃어보였다.

"도움이 필요해요. 완전히 막혔어요."

코야가 말했다.

"잠깐만요. 10분 후에 올게요."

내가 알지 못하는 동안 나한테 아이템이 생긴 모양이라는 생각에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내 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서 사이트에 접속했다.

접속하자마자 폭죽이 터지면서 팝업이 떴다.

[자유 의지를 제물로 하이드 스킬 생성. 스킬 적중의 난이도가 높음. 스킬의 지속 시간은 알려지지 않음]

알려지지 않기는.

알려주지 않겠다고 하는 게 맞겠지.

그나저나 언제 이런 게 생겼대?

자유 의지라는 건 폴 콜드먼의 자유 의지인 건가? 폴 콜드먼의 자유의지를 제물로 해서 나한테 스킬이 생긴 거고.

이건 한 번 사용하고 없어지는 게 아닌 건가? 영상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현실 상황에 적용되는 거고?

알면 알수록 기특했다.

바쁘다고 사이트를 방치한 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니지.

만약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한테 스킬이 생성되고 내가 그 스킬을 컨트롤할 수 없다면.

그것도 큰 문제 아닌가?

멀쩡하게 강의듣고 있는데 출석 부를 때 사라져 버리면 아깝잖아.

지루한 걸 실컷 다 들었는데 결석 처리 돼 버린다거나 하면. 우리 교수님들 중에는 강의 중간이나 끝에 출석을 부르는 교수님들도 많은데.

나는 멍하니 사이트를 보았다.

‘네 마음대로 아무나 제물로 삼으면 곤란하다. 폴은 상관없었지만.’

경고를 해 주고 싶은데 고객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유 게시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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