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259화 (25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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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4부 시작 (kill zone)

중기관총과 고속유탄발사기, 대전차 미사일과 기관총 등 1개중대분의 무장이 실린 덤비가 정찰에 나섰다.

아직 교전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질 브렛 소령은 곧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아프리카 내전 종결을 위해 미국 정부가 미군 대신 민간군사 기업인 사바스를 투입한 것은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질 브렛은 자기 눈 앞에 나타난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작전 수행 중에 가장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가 사막의 유랑민들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유랑민들은 덤비를 발견하면 적들에게 그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면 적들이 나타나고 교전이 시작되고 동료를 잃으면서 자기들이 구축한 기지를 버리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다시 새로운 기지를 구축하는데 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게 될지 장담할 수도 없다.

지금. 질 브렛은 유랑민들과 마주쳤다.

덤비를 발견한 유랑민들 세 사람이 어딘가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러나 질 브렛의 고민은 깊지 않았다.

저들이 본 것을 전달하지 못하게 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어렵게 구한 팀원들을 잃는 것도, 그리고 기지 구축을 위해 다시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 후의 일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의회놈들보고 하라지.

질 브렛은 실력좋은 저격수 티모시를 불렀다.

"맥주 내기다. 티모시. 제일 오른쪽에서 도망가는 놈 있지? 그 놈 오른쪽 어깨를 맞춰."

질 브렛이 말했다.

티모시는 웃으면서 오더니 바닥에 침을 한 번 뱉고는 타겟을 확인했다.

"좋아요. 소령님은 가운데놈 엉덩이를 날리세요."

"지는 사람이 돌아가서 모두에게 술 사기."

"콜."

사격이 시작되었고 도망치던 유랑민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질 브렛은 크게 웃었고 티모시는 욕을 했다.

"에이, 씨발!!"

"아직 하나 남았잖아. 티모시. 분발하라고. 견갑골 사이를 정확히 뚫어봐."

티모시는 잠시 호흡을 멈췄다.

혼자서 마구 달리던 아이마저 툭, 쓰러졌다.

티모시가 웃으며 의기양양하게 질 브렛을 바라보았고 질 브렛은 티모시와 하이 파이브를 했다.

"좋아. 가면 내가 술을 사지."

질 브렛이 웃었다.

유랑민들이 자기들이 본 것을 신고할 거였는지, 아니면 그대로 자기들 갈 길을 갈 거였는지 질 브렛은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의회에 앉아있는 놈들이 또 핏대를 올려 가면서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켰다고 떠들어댈지도 모르지만 그 놈들은 사막의 살인적인 더위에 내던져 놓으면 30분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릴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선하고 악한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선과 악이라는 게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모두에게 각자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질 브렛은 자기 팀원들을 데리고 와서, 사바스에게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도시를 점령하고 적들을 무력화시켜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 일에 방해가 될 사람들은 하나씩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질 브렛의 지휘 아래 다시 덤비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적들의 차량 행렬이 지날 곳에 미리 매복을 하고 기다렸다.

사막의 모래 폭풍을 맞고 기다리면서 시간과 함께 그 형체가 굳어갈 즈음.

이윽고 차량 행렬이 다가왔다.

그들은 선두 차량과 후미 차량에 일제히 폭격을 가하고 그 가운데에 작은 지옥을 만들었다. 그리고 도망치려는 적들에게 포탄을 쏟아부으며 그들을 가차없이 사살했다.

저격수들이 기관포 사수와 로켓탄 사수를 제거해 나가는 동안 미사일을 발사해 병력 수송 트럭을 격파하고 질 브렛의 팀은 도시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했다.

도시가 점령됐을 때, 질 브렛의 병력이 40명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라워하며 혀를 내둘렀다.

질 브렛은 부하들을 격려했다.

달콤한 휴식이 그들에게 약속되었다.

또 어떤 선이, 어떤 정의가 그들에게 돈 주머니를 안겨줄지 기대하면서 그들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미국으로 돌아온 질 브렛은 그곳의 상황이 많이 변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큰 변화는 폴 콜드먼이나 해밀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금 가장 실세로 불리는 것은 해밀이었다.

임기 말의 대통령이 아닌 해밀이 대내외의 중요한 안건들을 결정지었다.

그리고 그 해밀이 밀어주고 있는 폴 콜드먼이 차기 대통령이 될 거라는 것이 질 브렛의 생각이었다.

해밀은 사바스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미국 정부가 사바스에게 찔러주는 수십 억 달러 중 몇 천만 달러는 다시 은밀하게 해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게 서로가 오랫동안 상생할 방법이었다.

사바스에게는 전쟁 수행의 기회가 필요했고 해밀은 별 것도 아닌 것을 정의로 둔갑시키는 웅변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해밀도 폴 콜드먼도 이상해져버린 것 같았다.

질 브렛의 팀은 이주 정도의 휴식을 가진 후에 중동의 한 지역을 벌집으로 만들기 위해 출격할 예정이었다.

이미 선불로 돈을 받았는데 갑자기 거기에 제동이 걸렸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폴 콜드먼이 무슨 이유인가로 갑자기 친한파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사바스가 공격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곳은, 한국이 7년 전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을 퍼부어 구축한 광산과 플랜트와 가까웠다.

돌연 작전 수행에 제동이 걸린 것은 아무래도 그 이유로밖에는 볼 수가 없었다.

'고작 한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질 브렛에게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해밀이나 폴 콜드먼이 아무리 친한파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고작 그런 이유로 사바스의 출격을 저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국가를 대신해서 전쟁을 수행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사바스 같은 기업에게 전쟁의 포기는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질 브렛은 눈 앞에서 5억 달러가 훨훨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곧 가능한 외교 수단을 총 동원해서 폴 콜드먼을 조종하는 게 누군지 알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질 브렛이 미국을 비운 동안 코야 리코가 이상한 소설을 썼고 사람들이 그 소설을 보면서 폴 콜드먼을 수간성애자로 의심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질 브렛은 자기가 거기에서 뭘 알아내야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폴과 해밀이 주기적으로 비밀스런 모임을 갖는다는 소식은 충분히 파헤칠 가치가 있어 보였다.

질 브렛은 지금 자기 돈을 날리게 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더이상 이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사바스도 그저 요인 경호나 기업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구입한 장비가 얼마나 많은데, 그 대금을 다 지불하려면 아직도 몇 건의 전쟁을 더 치러야 하는데 이게 다 무슨 말이라는 건지.

"누구 마음대로!!!"

질 브렛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각국의 비밀 요원들에게 연락을 시작했다.

며칠간 허탕을 친 끝에 스웨덴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이 키샤였다.

질 브렛은 이미 키샤라는 이름을 여러 차례 들어왔고 그 이름이 자기에게 편안한 수면을 허락해 줄 이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 정보는 틀린 정보였다. 카린이라는 이름이라면 몰라도 키샤는 정확한 답이 아니었다.

하지만 질 브렛은 이미 키샤에 대해서 악감정을 갖고 있던 차에 그 이름을 그 순간에 듣게 된 것이다.

그랬으니 키샤에 대해 반응이 좋게 나갈 리가 없었다.

게다가, 질 브렛의 귀를 확 사로잡는 정보가 더 나왔다.

최근에 키샤 때문에 일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키샤를 의심해오던 정보기관에서 알아낸 바에 의하면, 정보를 털린 사람들이 맨하탄의 리얼 그릴을 방문했었다는 거였다.

'리얼 그릴?'

질 브렛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 작품 후기 ============================

개졸린데 쿠폰 투척해 두고 가신 분들 때문에 눈 비비고 일어났습니다. 쿠폰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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