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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그 이유로 몇몇 사람들이 리얼 그릴을 확인했지만 도청 장치나 녹화 장치를 찾지는 못했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찾아봤는데 없다는 건.”
질 브렛이 말했다.
“없다는 거겠어? 못 찾았다는 거겠어?”
스웨덴 친구가 말했다.
질 브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최근 해밀과 폴 콜드먼의 행적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서 폴 콜드먼이 맨하탄의 리얼 그릴에 여러 번 방문한 사실을 알고 있던 질 브렛은 자기가 하나의 진실에 거의 다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맨하탄의 리얼 그릴과 키샤의 연관성을 알아낼 수 있으면 그 후에는 그것을 가지고 폴 콜드먼을 압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폴 콜드먼이 갑자기 노선을 그렇게 180도로 바꿔버린 것을 보면 폴 콜드먼이 키샤에게 무언가 결정적인 약점을 잡힌 거라는 생각에, 질 브렛은 자기 스스로 그것을 알아낼 생각을 한 것이다.
일단 그게 뭔지 알게 되고 나면 키샤를 먼저 밟아 으깨버리고 그 후에는 폴 콜드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그의 등 위에 올라타서 미국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보겠다고 생각을 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면 그때는 사바스에 필요한 전쟁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폴을 협박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질 브렛의 얼굴이 오랜만에 밝아졌다.
그는 걸프 전에 같이 참전했던 두 사람, 티모시와 하빗을 불렀다.
그 두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믿을 수 있었다.
질 브렛은 간단하게 그들에게 그 일을 설명했다.
티모시와 하빗도 폴 콜드먼에게 있었던 일들을 알고 있었다.
"그 개새끼를 우리가 먼저 손 봐 주는 건 안 될까요? 후장이랑 주둥이에 총신을 집어 넣으면 그 새끼. 좆을 만지지 않고도 그대로 오르가즘을 느껴버릴 지도 모르는데. 셰퍼드라고 했나? 개새끼 좆보다 그게 더 좋을 텐데. 완전 스릴 있잖아요. 네? 몇 번 쑤셔지다가 쿠콰콰쾅!!! 제 몸뚱이가 다 날아가 버리는 걸 경험할 수도 있을 텐데."
티모시가 말하고 낄낄거리고 웃어댔다.
"그래놓고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팅, 소리를 내면 아마 좆에서 오줌이 질질 나올 걸요?"
하빗도 거들었다.
질 브렛도 웃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우선은 말을 아꼈다.
총을 들려주면 그 자리에서 무릎을 제대로 펴고 서 있지도 못할 놈들이 입만 살아서 주둥이를 놀리는 꼴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고 그런 놈들의 말을 일단은 들어 처 먹어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었다.
"못해볼 것도 없지. 내가 장담하는데. 그 소설 속 스노우맨이 콜드먼이야. 이 일이 끝나면 해밀한테 직접 물어보자고. 그러려면 우선은, 그 늙은이가 우리한테 제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을만한 것들을 찾아야 돼."
그들은 어두운 밴에 올라타 맨하탄으로 이동했다.
리얼 그릴의 영업이 끝나고 불이 꺼지는 것을 그들은 밴에 앉아서 지켜 보고 있었다.
홀의 불이 전부 꺼져간다고 생각했지만 한 자리를 밝힌 불이 꽤 오랫동안 꺼지지 않았다. 그러다 마지막까지 켜져 있던 불까지 꺼진 후, 리얼 그릴에서 나온 두 사람이 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도 질 브렛의 팀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마저도 숨을 죽인 시간.
밴이 열리고 그 안에서 그들이 내렸다.
그들은 어둠과 완전히 하나가 된 것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들이 침입을 개시했을 때 근도는 냉동고에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있을 파티의 출장요리를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직원 휴게실에서 대충 잠을 청했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텐데 지금 집에 들어갔다가는 제대로 눈 붙일 시간도 없을 것 같아서였다.
간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근도는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잠이 들었다.
사바스가 라운지 바와 홀을 샅샅이 뒤지면서 도청장치를 찾는 동안에도 근도는 그곳에 자기 외의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레이나의 허리를 붙잡고 격렬하게 허리를 짓쳐대던 나는 레이나의 안에 정액을 토해내고 그대로 레이나의 가슴 위에 얼굴을 떨구었다.
레이나는 거친 숨을 쉬면서 내 머리를 끌어 안았다.
“이제 가면 또 언제 오는 거예요?”
레이나가 물었다.
“그러게. 언제 오려나. 잘 모르겠는데? 이번처럼 큰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학기 중에는 움직이는 일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안 오는 게 더 좋은 거긴 하지. 리얼 그릴에 또 문제가 생기면 안 되잖아?”
“그래도. 보고 싶을 거예요.”
레이나가 말했다.
나는 레이나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고 몸을 굴려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드는 순간 사진 한 장이 전송돼 왔다.
보낸 사람이 카린인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레이나가 물었지만 나는 티슈를 뽑아서 정액 묻은 페니스를 대충 닦아내고 정신없이 옷을 입고 레이나의 집을 뛰쳐나오다시피 했다.
레이나에게는 인사도 하지 못했지만 그럴 정신이 없었다.
카린이 보낸 사진에는 카린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이 찍혀 있었다.
그림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근도였다.
내가 리얼 그릴을 떠날 때 봤던 그 녀석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차에 타기는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했다.
우선은 리얼 그릴로 향하면서 카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카린은 자기가 그 장소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밀. 해밀이라면 알겠군요.”
내가 소리쳤다.
“내 생각도 그렇습니다. 아마 거기에서 멀지 않은 곳일 겁니다.”
카린이 말했다.
나도 카린의 생각과 같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리얼 그릴에 같이 있었던 근도를 멀리 데려 갔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리얼 그릴로 가기로 했고 그동안에 카린이 해밀을 통해 그곳을 알아봐 주기로 했다.
만약 카린이 알아내지 못한다면 핫 걸과 키샤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나는 지금 바로 핫 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낫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카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허드슨강에 비친 야경은 더 이상 화려해 보이지 않았다.
내 얼굴은 점점 굳어져갔다.
그 시간에 근도가 리얼 그릴에 있었던 이유는 나 때문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에게 자기가 만든 걸 먹여 보내겠다고.
내가 레이나와 같이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근도와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근도가 그런 놈들에게 납치당하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해밀이 사바스의 안가에 대해서 몰랐다면 나는 살아있는 근도를 영영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 생각에 내 피는 점점 끓어 올랐다.
카린이 알려준 곳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려 차문을 닫았을 때부터 나는 힘 조절에 실패를 하고 있었다.
문이 닫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차가 몇 미터를 밀려갔다.
나는 카린이 알려준 곳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애초에 안에서 순순히 문을 열어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나는 그대로 손잡이를 돌려버렸고 손잡이는 힘없이 돌아가다가 문짝에서 떨어져 나왔다.
문을 부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가림막이 되어줄 것은 필요했다.
앞으로 안에서 일어날 살육의 광경을 막아주기 위해 그 정도의 가림막은 필요했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두 남자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내 오른쪽으로 다가온 남자의 얼굴을 손으로 잡아 쥐고 그 몸을 헝겊 인형처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몸을 무기 삼아서 왼쪽에서 달려오던 남자의 머리를 바쉈다.
“최근도!”
나는 근도의 이름을 부르며 왼 쪽에 있던 남자의 어깨를 찍어 눌렀다.
“어디있어!”
그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놈의 목을 밟아 으깨면서 내 손에 얼굴이 짓이겨진 놈에게 물었다.
“어디에 있어.”
그 녀석은 들어 올려지지 않는 손을 움직였다.
“저, 저기, 저기에요….”
나는 그 놈의 몸뚱이를 바닥에 던져놓고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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