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262화 (26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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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그러니까 내 놓으라고.”

“팀장님. 오해하시면 안 돼요. 제가 이런 걸 본다고 정말로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그냥 보는 거예요. 뭐. 정말로 그런 걸 하고 싶다거나 판타지도 아니고요.”

“당연하지. 근데 이 자식 봐라? 너 그렇게 말하면 나는 이거 보고 따라하려고 너한테 뺏는 것 같아지잖아.”

정말로 그럴 거라는 걸 알 리가 없는 김 경장은 잘못 했다는 표정을 짓고 얼른 폴더를 열고 파일 몇 개를 적선하듯이 서지영의 메일에 담아 보내 주었다.

“잘 했어. 김 경장. 계속 그렇게 수고하도록 해.”

자기 자리로 돌아온 서지영은 씨익 웃으며 파일을 확인했고 아주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흐뭇하게 앉아있는데 회사 메신저가 깜빡거렸다.

키샤장 (본부): 서 팀장한테 퀴즈.

원장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지만 조직 안에서는 얼굴 없는 보스를 대장이나 키샤장으로 부르고 있었고 키샤장도 자기가 그렇게 불리는 걸 알았는지 어느 때부터 그런 꼬리를 달고 깜짝 놀라게 회사 메신저에 툭툭 출몰하고 있었다.

서지영 팀장 (대외지원 A팀): 퀴즈 거부합니다.

키샤장 (본부): 간단한 퀴즈야. 탕비실의 용도는?

서지영 팀장 (대외지원 A팀): 뜨끔!! 근데 탕비실까지 감시하는 건 좀 치사하지 않습니까?

키샤장 (본부): 5일 후에 쿠퍼티노로 출발해. 3박 4일 일정.

서지영 팀장 (대외지원 A팀): 근신…같은 건 아니죠?

키샤장 (본부): 그건 아니야. 대신, 절대로 취해 있으면 안 돼. 계속 긴장상태 유지하고 있고.

서지영 팀장 (대외지원 A팀): 무슨 일인데요?

키샤장 (본부): 자세한 건 그때 가서.

서지영 팀장 (대외지원 A팀): 넵. 그런데 누가 같이 갑니까?

키샤장 (본부): 서팀장 혼자. 출장에 대한 건 말하지 말고 미리 휴가 신청해.

서지영 팀장 (대외지원 A팀): 휴가…요?

재잘 재잘 몇 마디를 더 붙여 보려고 했지만 키샤장은 자기 할 말만 하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메신저로 대장과 대화를 나눠본 건 처음이라 신기해서 지영은 괜히 들떴다.

‘5일 후에 3박 4일? 그럼 미리 준비를 해 둬야겠네?’

휴가 신청을 하고 지영은 김 경장에게서 받은 영상을 정우에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일들이 밀려들면서 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시 그 생각을 했을 때 정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지영은 깜짝 놀라며 웃었다.

정우의 전화를 받을 때 지영의 입가에는 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정우가 하는 말을 듣고는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정우로부터 사진 한 장이 전송돼 왔다.

김 경장의 사진이었다.

왜 정우가 김 경장의 사진을 갖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이어지는 설명은 더욱 불안했다.

앞으로 의심을 배제하지 말고 주시해보라는 말은 꽤나 완곡했다.

하지만 정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지영은 모르지 않았다.

‘김 경장이? 김 경장이 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영은 부장에게 그 사실을 얘기해야 하나 했지만 왠지 그것도 꺼려졌다.

가장 부딪치고 싶지 않은 상황 중에 하나가 바로 어제까지 등 뒤를 맡겼던 동료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지영은 그 상황에 처해있었다.

지영의 팀은 키샤 중에서도 은밀하게 존재하고 사람들에게 언급되지 않았다.

지영과 지영의 팀원들은 키샤를 떠난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키샤와 연관성 없어 보이는 곳에 따로 떨어져 나와 그곳에서 지령을 받아 임무를 수행해 오고 있었다.

지영은 부장과 몇 몇 사람에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각종 사안을 승인 받아야 했지만 예외적인 권한이 많이 주어져 있었다. 도청을 하거나 사람과 조직에 대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전 승인없이 일을 먼저 진행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리얼 그릴에 도청을 하기로 하면서부터 지영의 조직내 역할과 지위에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 원장 외의 아무에게도 보고하지 말도록 지시가 내려졌다.

지영은 김 경장의 일로 정우와 통화를 하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원장을 불러냈다.

서지영 팀장 (대외지원 A팀):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키샤장 (본부): 내일 아침 아홉시에 회의실에서 보지.

회의실은 완벽한 보안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지영은 다음 날 아침 회의실로 갔고 공정성이라고는 없는 화상회의가 시작되었다.

키샤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지영은 자기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될 말이 아니었다.

지영은 김 경장에 대한 첩보에 대해 보고했다.

키샤장은 그 일에 대해 자기가 알아보겠다고 했고 당분간 김 경장을 모든 임무에서 제외하라고 했다.

그리고 기왕 회의실에 왔으니 지영이 맡을 일에 대해서 알려주겠다며 미국에서 키샤의 다른 요원이 타겟을 성공적으로 제거하고 탈출할 경우 지영이 그곳에 가서 현장을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시체 세 구를 위한 바디 팩과 혈흔을 지울 약품들을 전달받을 곳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지영은 그 일을 자기 혼자 하게 되는 거냐고 다시 한 번 물을 수밖에 없었다.

키샤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어차피 그곳 주인도 곧바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금 느슨하게 치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알아서 깨끗이 치울 거라는 태평한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사람이 지금 누구를 골로 보내려고 그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영은 자기가 왜 그런 일이나 맡게 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전에는 타겟을 제거하는 일이 지영에게 맡겨져 왔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뒷처리라는 말인지.

하지만 키샤장은 지영의 질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제가 일찍 가서 도와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까? 제가 거기에 대비해야 합니까?”

지영이 묻자 키샤장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 소리가 중의적으로 들려서 지영은 서늘함을 느꼈다.

“시킨 일만 잘 하면 돼.”

그가 말했고 접속이 끊겼다.

항상 그런 식이었다.

지영은 마땅히 화풀이를 할 방법을 찾지도 못했다.

김 경장은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건지 알 수 없었고, 김 경장이 키샤를 떠났다는 말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지영은 김 경장이 갑자기 사라진 게 자신의 보고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김 경장의 빈 자리를 넋놓고 보았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았다.

지영은 휴가를 떠나는 것처럼 동료들조차 속이고 한국을 떠났다.

공항에 도착한 지영은 마침 정우도 미국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정우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키샤장은 지영을 아주 골고루 돌리면서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지영은 자기가 왜 그렇게 많은 도시를 돌아다녀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다시 짐을 싸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나중에는 짐을 풀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취하지 말고 대기하고 있으라는 말에, 지영은 언제 명령이 떨어질지 몰라서 대기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자기가 무슨 일에 투입되는 건지 정확히 모르는 채 기다리는 건 항상 불안하면서 동시에 지루했다.

이게 정상적인 임무가 아니라 테스트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키샤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핫 걸은 그곳으로 향했고 건물 앞에 세워져 있던 트레일러가 급히 떠나는 것을 보았다.

사고차량처럼 보이는 차가 그 뒤를 따라가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그런 것에 관심을 둘 시간이 없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기 전에 빨리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려놔야만 했다.

하지만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니, 안으로 들어가기 전 현관앞에 섰을 때부터 이미 핫 걸은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 손잡이가 뜯겨져 나가 있었고 그 앞으로도 피가 쏟아져 떨어졌다.

지영은 그게 트레일러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 자기가 맡은 임무는 거기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뒤처리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그보다 더 확실하게 사람의 목숨을 끊는 방법을 찾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작품 후기 ============================

근도애게 시련을 주는 이유는.

지금의 근도는 약하니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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