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263화 (26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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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지영은 보통의 성인 남자들보다도 훨씬 더 무거운 남자들의 시신을 몇 번에 걸쳐서 옮겼다.

분리하지 않고는 너무 힘에 겨워서 두 세 번에 걸쳐 절단을 해야 했다.

일을 전부 마쳤을 때는 온 몸에 땀이 흥건했다.

지영은 차를 가지고 키샤장이 지시한 장소로 갔고 그곳에는 깨끗한 새 차 한 대가 준비돼 있었다.

지영은 열쇠가 꽂힌 차에 옮겨타고 그곳을 떠났다.

거기까지가 지영에게 맡겨진 임무였다.

지영은 그 차를 가지러 올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했지만 지영이 그곳을 떠날 때까지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지영은 키샤장의 지시로 서둘러 한국으로 떠났고 자기가 맡은 일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

근도가 깨어났을 때 나는 근도의 옆에 있었다.

근도는 아직 한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욕을 전부 퍼 부어주었다.

지금 네가 그런 거나 상관하고 있을 때냐면서.

근도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너는 제대로 해야지. 내가 이렇게 됐다고 너까지 그러고 있으면 안 된다고.

근도는 자기가 손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근도 옆에 있어준다고 해서 근도가 더 빨리 그 일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옆에 있어도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카린의 의료진은 최고에 가까웠고 그 사람들은 근도가 겪는 과정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나는 근도에게 사과했다.

내가 레이나하고 같이 나가지만 않았어도 네가 그런 일을 당할 일은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근도는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자기가 본 게 뭐였는지 말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근도는 손이 잘리고 피를 흘리며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 내가 괴력을 내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나만큼이나 덩치가 큰 남자의 머리를 쥐고 그 남자의 머리를 깨 부수다시피 해서 죽이는 것을 근도는 전부 보았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 말하려고 애쓸 것 없어. 그냥 고마워. 그리고. 네가 강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 정도로 강하지 않았으면 우리 둘 다 그 자리에서 죽었을 거잖아. 나도 너처럼 되면 좋겠다. 손만이라도.”

근도는 힘없이 말했다.

나는 카린이 보낸 의료진에게,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근도를 고쳐달라고 신신당부했고 그들은 카린이 이미 부탁한 바라며 자기들을 믿으라고 말했다. 근도가 변한 걸 보면 너도 나도 자기 손을 자르고 싶어질 거라면서.

카린측 아니랄까봐 코드가 이상했다.

근도를 놔두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나는 한국에 가자마자 핫 걸을 찾아갔다.

내가 그곳에서 봤던 사람이 핫 걸이 맞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핫 걸은 내내 한국에 있었다고 말하고 그동안 휴가였다고 했지만 나는 핫 걸의 말을 듣는 동안 핫 걸의 진실을 알았다.

핫 걸의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면서 나는 핫 걸의 눈을 통해 그날 있었던 일들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 온 사람은 핫 걸이었다.

하지만 핫 걸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내가 방치해두고 온 현장을 핫 걸이 치웠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키샤장이 내린 명령이라는 것도 알았다.

키샤장이 무슨 이유로 핫 걸에게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그리고 내가 그 시간에 그곳에 있을 거라는 것과 그곳에서 사바스들을 죽일 거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두 의문으로 남았다.

하지만 핫 걸 역시 그 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게 분명했고 핫 걸에게 질문을 해 봐야 괜한 의심을 사기만 할 거라는 걸 알고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핫 걸은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미안했는지, 말 수가 급격히 줄었고 김 경장에 대해서 말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했다.

그건 나대신 카린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었지만 우선 나는 카린을 대신해서 고맙다는 말을 챙겼다.

연우는 아버지와 회사 임원들과 함께 지점 투어에 나섰는데 그게 시기상으로 참 고마웠다.

내 기분이 우울하고 생각이 복잡할 때 연우가 옆에 있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한숨 쉬고 싶어도 마음대로 한숨을 쉬지도 못하고 끙끙거리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근도가 왜 나를 그렇게 밀어내지 못해서 안달이었는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근도에게서는 전화가 자주 걸려왔다.

아마도 내가 자기 때문에 걱정을 할 거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았다.

맨하탄의 리얼 그릴은 수석 셰프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매출이 크게 하락한다거나 예약률이 감소한다거나 하는 일은 겪지 않았다.

근도는 그게 다행스럽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웠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게 어떤 심정인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셰프라는 자리만 보고 달려온 근도가 앞으로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게 될지 걱정이 됐다.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을지 그것도 걱정이됐다.

하지만 나름대로 잘 버텨나가는지 근도의 목소리는 밝았다.

자기도 잘 견디고 있으니까 쓸데없는 일로 자책하지 말라고 근도는 오히려 나를 더 위로했다.

자기는 고마웠던 친구한테 밥 한 끼 먹이고 싶었던 것 뿐이었고 그 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오랫동안 자책감에 시달릴수록 자기는 더 힘들어질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는 녀석 때문에 나도 일부러라도 힘을 내야했다.

나는 시간이 있을 때 내가 얻은 하이드 스킬의 숙련도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했고 강의가 끝난 후에 이은형 교수님을 찾아갔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교수님을 찾아가 인사를 하기는 했지만 나하고 같이 있고 싶어하는 교수님에게, 친구가 미국에서 사고를 당해서 기분이 별로라고 말하고 헤어지고 나서 따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나는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언제 끝나는지 물었다.

교수님은 나한테 서운한 척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잘 안 되는 분위기.

“왜? 이제 내가 생각나니?”

“에이. 봐줘요. 우울할 수밖에 없었잖아요.”

“지금은 기분이 좀 풀렸어?”

“아뇨. 그러니까 교수님이 기분 풀어줘요.”

“어머. 내가 어떻게?”

“그러게요. 어떻게 하면 풀릴까요?”

“우리 집에 올래?”

“아뇨. 그런 거 말고. 뭔가 좀 화끈하게 놀고 싶어요.”

“너는 그런 거 싫어하는 줄 알았느데?”

“별로 안 좋아했는데 많이 굶주리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오늘은 그런 게 좀 땡기네요?”

“어떻게 할까? 어떤 식으로 하고 싶은데?”

벌써부터 의욕에 넘치는 교수님.

“그러게요? 좀 다크한 플레이를 해 보고 싶긴 한데.”

“어머. 무섭잖아.”

“자신있지 않아요?”

“하라고 하면 자신 있기는 하지.”

우리 교수님 어쩔 거야.

하지만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해서 내 머릿속에 무슨 계획이 들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내 눈에 고층 빌딩의 윗층 사무실을 임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린 게 보였다.

집기도 들어있지 않은 비어있는 사무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그거야 사정이 어떨지 잘 모르기는 하지만) 어두침침한 사무실이라는 컨셉이 내 구미를 쫙 당겼다.

“교수님!”

“응? 좋은 거 생각 났어?”

“제가 주소 찍어드릴 테니까 한 시간 후에 거기로 올 수 있어요?”

“그래.”

나는 전화를 끊고 현수막에 걸린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간단하게 얘기를 나눴고 나는 안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기가 건물 주인이라는 상대방은 지금 자기가 지방에 있어서 직접 오지는 못하고 관리실에 열쇠가 맡겨져 있다며 열쇠를 받아가서 천천히 둘러보고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일은 어려울 것 없이 척척 진행됐다.

나는 관리실에서 열쇠를 받아가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위치도 괜찮고 면적과 층수도 모두 마음에 들어서 그냥 그 건물 전체를 그대로 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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