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278화 (278/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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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한세영이 자기 곁으로 다가오는 것도 못하게 했고 손을 대는 건 아예 상상도 못 하도록 만들어버렸다.

한세영도 일찌감치 포기를 했다.

한세영은 자기가 은 과장님에게서 부탁받은 일은 전부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더 많은 의문만 갖게 됐지만.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내가 한세영에게 말하자 한세영이 고개를 저었다.

다시 암시를 걸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내가 할 테니까 물어봐주세요.”

내 말에 한세영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가 카린의 아래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을 만들어내고 카린이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듯이 비틀거리다 넘어졌을 때 한세영은 자신 역시 거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니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우리 아래의 바닥이 견고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샤장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어보세요. 키샤의 원장에 대해서 아느냐고요.”

내가 말했다.

“카린. 키샤장이 누굽니까?”

한세영이 물었다.

“몰라요. 나도 모릅니다.”

“사진 속의 그 남자가 키샤장인지 물어보세요.”

한세영은 다시 내 질문을 카린에게 물었다.

카린은 다시 한 번 모른다고 소리쳤다.

"사진 속의 그 사람이 키샤장인 것 같냐고 물어보세요. 카린이랑 같이 사진을 찍었던 그 사람 말입니다."

한세영은 카린에게 물었다.

내가 물어도 됐겠지만 나는 카린에게서 적당한 대답을 끌어내는 질문법을 한세영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세영이 그 후에도 몇 가지를 즉흥적으로 더 물었지만 카린은 내가 만들어 놓은 환상에 자신의 환상을 덧입혔다.

그리고 바닥에서 솟아오른 판판한 돌 몇 개를 차례로 밟고 오르며 균형을 잡고 위로 솟구쳤다.

카린은 착시 현상에서 겨우 빠져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카린은 나를 칠 듯이 노려보았다.

나는 멍한 기분이었다.

갑자기.

키샤장이라는 사람이 혹시 내 아버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한 번도 내 친부를 찾으려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가, 그게 나를 키워준 아버지에 대한 배신 행위처럼 생각돼서 그런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키샤장이 나를 만나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내 앞으로 나올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핫 걸을 내세워 내 일의 뒤처리를 하게만 하는 걸 보면 내 앞에 나타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키샤장을, 어쩌면 내 아버지를, 스스로 나서서 찾아야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바스가 다시 내 주위 사람들을 공격할 때를 대비해서 그 사람과 얘기를 해 보고 싶었다.

이제 와서 내 보호자가 되려는 생각은 하지 말고 당신이 누군지 내 앞에서 얼굴을 드러내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카린은 나에게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쳤다.

내가 자기를 바라보지도 않고 혼자, 가장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내 문제에 빠져들어 버려서 화를 낼 기회를 찾지 못한 것이다.

다음으로 화를 낼 상대는 한세영이었을 텐데 한세영은 완전히 기진해버려서 한세영과 카린 중에 오히려 한세영이 더 피해자처럼 보였다.

한세영이 카린에게 물을 수 있었던 기회는 모두 사라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린은, 방심해서였건 어째서였건 우리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지만 그 후로는 철벽 수비를 하고 우리가 자신의 정신을 감히 제어하지 못하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나는 한세영에게 고맙다고 말을 하고 악수를 했지만 카린은 한세영이 악수를 청했을 때도 본체만체 했다.

밖으로 나올 때도 내가 여전히 의기소침한 것 같아 보였는지 카린이 나에게 물었다.

아버지 소식을 알만한 사람이 있냐고.

“네.”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기억 속에 갇힌 엄마.

엄마라면 누가 나한테 생명을 줬는지는 알고 있겠지.

***

지랄맞은 놈의 사이트.

시공간 동결 해제 아이템이 없으면 엄마하고 대화를 할 수가 없다니.

카린한테는 그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카린이 몸캠 영상 사이트에 대해서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카린을 겁낼 필요가 전혀 없었고 카린과는 웬만하면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카린은 내가 엄마한테 시공간 동결 아이템을 써서 추락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했다는 말을 듣고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 같은 사람한테서 정죄당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나는 아예 미리부터 그렇게 말을 해 버렸다.

카린도 알았다고 했다.

나는 내가 몸캠 영상 사이트에서 아이템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말해 주었고 카린은, 그럼 어서 여자들을 먹어버리고 화장지를 구하라고 했다.

나도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시공간 동결 해제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고 장담을 할 수도 없기는 했다.

그동안의 규칙에 미루어보면 내가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먼저 나오고 내가 미션을 달성해야 아이템을 얻는 식이었다.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갖고 싶다고 해서 그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결국 나는 당분간은 해밀의 외교력을 믿고 사바스가 함부로 설치지 못하도록, 카린에게 사바스를 잘 주시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화장지를 계속 모으고 시공간 동결 해제 아이템이 뜨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엄마를 일단 시공간 동결 상황에서 꺼내주고 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것도 걱정이 되기는 했다.

나는 엄마를 믿지 않았다.

심정적으로는, 믿고 싶었다.

그러나 믿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 들곤 했다.

그건 엄마의 본성 문제였고 그걸 가지고 엄마를 따로 원망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한테도 평범한 엄마가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가끔 뜬금없이 하게 되는 때가 있었는데, 그건 뭐. 엄마도 똑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 자식은 왜 그렇게 이상한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마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가 다시 엄마에 대해서 생각해야 됐다는 것 때문에 불만족스러웠다.

내가 많이 날카로워 보였는지, 카린은 카린답지 나를 안심시켰다.

아직 해밀은 사바스에 영향력이 있고 사바스를 압박할 방법은 해밀 말고도 많이 있으니까 너무 서두르거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자기 생각에는, 몸캠 영상 사이트가 그동안 아이템을 준 걸 보면 나한테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나한테 시공간 동결 해제 아이템이 필요하다면 곧 몸캠 영상 사이트에서 그 아이템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나는 그냥 화장지를 모으는데만 주력을 하면 될 것 같다는 거였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카린의 말이 틀리다고 하더라도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했다.

카린은 사진에 대한 것을 알지 못했다.

한세영을 찾아갔을 때 말했던 사진에 대해서 얘기를 해 달라고 하자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다.

나는 카린의 기억이 누군가에 의해 억압당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 때문에 기분이 더 안 좋아졌다.

지금 내가 신경 써야 하는 건 사바스뿐만이 아닌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쾌했다.

이상한 건,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 아닌 불쾌함이라는 거였다.

카린과 근도가 돌아가고 나는 다시 내 생활로 돌아갔다.

연우는 연우가 없는 동안에 근도가 다녀갔다는 걸 알고 굉장히 아쉬워했다.

나도 아쉽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근도가 자기 팔 자랑을 연우한테 할까봐서 그게 좀 조심스럽기는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카린이 말한대로 화장지를 모으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은호 형의 소개로 잠시 이용하다가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던 만남 사이트를 이용해보려고 다시 기웃거렸다.

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팬션 하나를 빌리기로 하고 그곳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활기찬 하루입니다~

요즘 영,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입맛 당기는 걸 마구마구 챙겨서 싸놨는데 와서 꺼내려고 보니까 놓고 왔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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