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279화 (27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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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다방면의 사람들을 만나는 건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나는 대학생들만으로 한정을 했다.

나머지 조건은 사이트 가입 시기에 이미 조건을 충족시켰을 테니 내가 따로 걱정할 일은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쪽지를 보내는 대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렸다.

장소와 내가 원하는 조건.

밤새도록 술과 섹스에 몸을 담글 여자들을 구한다는 글이었고 최고급 술과 음식을 제공한다고 했다. 팬션이 여러 채라 한 채에 출장 요리사를 불러 뷔페를 준비할 예정이었다.

내가 어떻게 생긴 인간인지 조금은 인증을 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래야 더 많이 올 것 같다는 자신감에) 얼굴의 6분의 1과 몸 사진을 같이 올렸다.

그곳에 몇 명이나 올지 추측하기는 어려웠다.

그 만남 사이트가 지금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것도 잘 알지 못했다.

그냥 될대로 되라는 마음이 컸다.

강원도에 있는 팬션은 얼마 전에 은호 형이 구입해 놓은 곳이었다.

은호 형은 그곳을 수목원으로 조성하고 그 안에 방갈로 형식의 숙소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수목원 입구에는 여섯 채의 팬션을 지었다.

팬션은 공사가 끝나 있었지만 안 쪽의 공사는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갈 주말에는 아마 공사를 쉴 거였다.

원래대로라면 토요일 오전에 내려갈 생각이었지만, 직접 현장을 살피지 못하는 은호 형을 대신해서 미리 내려가 한 번 둘러보기나 하자는 생각으로 예정보다 일찍 내려갔다.

사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몸캠 영상 사이트에 방문해서 다운받은 영상 중에, 건축 현장에서 일을 하는 여자의 영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와의 만남은 아마도 수목원 공사 현장에서 이루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다.

얼굴과 옷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땀을 흘리는 모습이 은근하게 사람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었다.

먼지 묻은 카고 바지에 가려져 있던 몸매는, 샤워실로 향하면서 옷을 벗자 그 앞에서 완전히 드러났다.

그 여자는 잠시 후에 샤워를 하고 나와 몸에 남은 물기가 자연스럽게 마를 때까지 이것 저것 볼 일을 보더니 몸에 바디 로션과 스킨을 바르고 그게 스며들 때까지 기다리다 옷을 입었다.

특별히 자극적인 상황 같은 것은 없었지만 젊고 가냘프게 생긴 여자가 현장에서 남자들 사이에서 거친 일을 한다는 그 상황이 묘하게 나를 흥분시켰다.

실내에 고정된 카메라 앞에서만 찍은 영상이 아니었고 실외의 건축 현장과 실내에서 찍은 영상들이 편집돼 있었다.

이 영상도 본인이 모르게 찍힌 영상처럼 보였다.

내가 내려갔을 때 현장에서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트럭 여섯 대가 차례로 들어오면서 외국 어디에서 수입해 왔다는 자갈들을 바닥에 쏟아 붓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 데크를 까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었다.

나는 나를 소개하기 전에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몰래 보고 싶었다. 감독하는 사람이 없을 때 누가 성실하게 일하는지, 누가 요령을 부리는지 그런 것들을 미리 알아두면 나중에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할 때 성실한 사람들만 챙기면 될 것 같았다.

나는 그곳에서, 내가 몸캠 영상 사이트에서 봤던 여자를 만나게 될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그 여자는 현장 감독이었다.

이십대 중 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자가 현장 감독이라는 점이 이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수목원 공사를 맡은 K건설 대표의 막내딸이었다.

현장 경험을 쌓겠다면서 직접 현장으로 뛰어든 자세도 좋았고 자기가 나름대로 잘 나가는 중견 회사의 회장 딸이라는 타이틀을 일부러 숨기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 당시의 나를 사로잡은 건 유난히 짙고 검은 속눈썹이었다.

예쁜 여자에 대해서는 이제 내성이 생길만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현장 감독을 본 순간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추어 버렸다.

영상과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던 듯했다.

나는 그야말로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멍하니 몇 분을 그대로 서 있었다.

유재경.

그게 그 여자의 이름이었다.

사람들은 감독님이라고 유재경을 불렀지만 유재경은 그냥 재경이라고 이름을 부르라고 몇 번이나 사람들한테 간청을 했다.

현장감독 유재경은 다른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일을 하고 있었다.

가끔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작업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유재경이 바라봐주는 사람이 부러웠다.

유재경이 저 눈으로 나를 봐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재경을 본 순간 이후로 나는 급격히 말이 없어졌다.

저 사람을 내가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잠깐동안이긴 했지만 우울해지기도 했다.

나는 유재경이 연예인 중에 누구를 닮은 건지 생각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잘 나가는 톱 스타들의 얼굴을 떠올려도 한 두 군데의 부위는 마음에 차지 않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유재경은 그렇지 않았다.

설명을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화가 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얼굴이었다.

부드러운 인상은 아니고 강렬했다.

눈썹과 속눈썹이 짙고 검었고 코가 특별히 예뻤다.

그리고 그 눈은.

왜 예뻐 보이는지 생각해 보려고 해도 내가 가진 표현력으로는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쌍꺼풀이 있고 없고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깊은 쌍꺼풀이 있고 눈이 크고 눈동자가 맑았다.

하지만 단순히 그래서 예뻐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았고.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내 마음에 들고 좋아 보이는 건지.

유재경을 보고 서 있는 동안 내가 느낀 감정은 슬프고 우울하다는 거였다.

내가 유재경을 가질 수 있을까. 그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나라는 인간의 경험칙에 미루어 보면 그리 오래 가지 않을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유재경은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강렬하게 꿈틀거리게 만든 여자 중 하나였다.

“오늘은 이 정도 하고 마무리 할까요?”

유재경이 말했다.

실컷, 얼굴은 저렇게 예쁘게 생겨놓고 목소리가 깨면 어쩌나 걱정을 했지만 그런 걱정을 한 방에 날려주는 시원한 목소리였다.

뒷정리를 하는데도 빼지 않고 자기가 맡은 일을 하려고 애썼다.

그러면서도 체력적으로 부치는 것만큼은 유재경도 감출 수가 없었고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나는 유재경에게 다가가서 유재경이 든 포대를 들어주었다.

그때까지도 내 모습을 유재경의 앞에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유재경은 깜짝 놀라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내가 보이지 않는 게 확실했다.

유재경은 자기가 겪고 있는 일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해 보려고 하다가 마는 것 같았다.

말을 하려고 했을 때, 자기가 하려는 말이 굉장히 이상하게 들릴 거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가까이에서 본 얼굴에는 주근깨가 귀엽게 흩뿌려져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재경은 내가 포대를 들어주는지도 모르고 그게 오늘은 유난히 가볍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중에 유재경은 현장 동료에게, 자기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이제 저런 거 드는 건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고 자랑을 했다.

귀여웠다.

나는 내 모습을 보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유재경의 앞으로 나타났다. 유재경의 주위에서 다른 사람들이 사라지고 유재경이 혼자서 조립식 임시 사무실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였다.

유재경은 갑자기 나타난 나 때문에 놀라면서 누구냐고 물었고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거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세워두었던 차를 가리키면서 저걸 타고 왔다고 말했고 내 정체에 대해서는, 은호 형과 함께 정스 짐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임정우라고 소개했다.

유재경은 아아, 라고 하더니 나한테 손을 내밀었다.

거친 먼지 때문에 손이 많이 거칠어져 있었지만 기본적인 손 모양은 예뻤다.

“손이 많이 거칠죠?”

내가 자기 손을 잡고 손을 오래 바라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유재경이 머쓱해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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