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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아. 아뇨.”
나는 내가 유재경의 손을 너무 오래 잡고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유재경의 손을 놓았다.
아쉬웠다.
“팬션에는 내일 오신다고 들었는데."
유재경이 말했다.
"아. 네. 갑자기 나타나서 좀 불편하시려나요?"
나는 일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하러 왔다고 말은 못하고 그냥 대충 그렇게 말했다.
"아니예요. 준비는 이미 끝나 있을 거예요. 떨리네요. 마음에 들면 좋겠어요. 정식으로 개장한 게 아니라서 팬션에 외부인을 받고 평가를 들을 기회가 지금까지 없어서요.”
유재경이 말했다.
팬션도 유재경의 건설회사에서 맡아서 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시간 되면 구경 시켜 줄 수 있으세요?”
“아. 그럼요. 우선은 사람 몰골로 변신할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
유재경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좋은데요?”
나는 유재경의 머리에 붙어 있는 마른 나뭇잎들 두 개를 떼 주면서 말했다.
“엉망이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창피해 하는 것 같은 얼굴은 아니었다.
자기 일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에게서 풍겨나오는 자신감이 내 기분까지 즐겁게 해 주었다.
“지금 만드는 건 뭡니까?”
나는 유재경과 조금이라도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에 물었다.
"여기에는 수목원의 테마 파크 역사가 지어질 거예요. 역사에서 사람들이 내려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하려고 꾸미고 있는 거고요. 이렇게 언덕으로 이어져서 저 위쪽에는 조각이랑 분수대도 설치할 거고요."
“아아.”
아직은 훵한 곳이었지만 곧 그곳이 멋있게 변할 모양이다.
유재경의 눈에는 그것들이 이미 보이는 것처럼 눈빛이 빛났다.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 하늘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으으. 이럴 줄 알았어. 일을 일찍 끝내길 잘 한 것 같아요.”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팬션까지 뛸까요?”
유재경이 말했다.
“차 있는 데까지만 뛰면 될 것 같은데요? 두 사람 다 젖을 필요는 없으니까 여기에 계세요.”
유재경을 처마쪽으로 밀면서 내가 말했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어서 거기에서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쫄딱 젖게 될 것 같아 나는 차를 향해 달렸다.
유재경을 차에 태우고 팬션에 도착했지만 유재경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도 않았다.
자기 몸에서 먼지묻은 빗물이 떨어질 거라면서.
빗물이 떨어지면 내가 닦아도 되는 건데 유재경은 철벽 방어를 늦추지 않았다.
“그럼 음료수라도 마시고 가요. 힘들게 일했는데.”
그 순간 튀어나온 내 악마적인 본능.
최음제라도 먹이고서 유재경을 갖고 싶었다.
유재경은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그럼 그럴까요? 라는 듯한 표정을 귀엽게 지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컵에 따랐다.
컵에는 준영이 아버지를 통해서 특히 주문해 공수해 온 최음제가 들어 있었다.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아버지는 내가 고집이 너무 세서 탈이래요.”
유재경이 갑자기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옷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고서.
나는 마지막 순간에 자괴감이 너무 들어 컵에 들어있던 음료수를 싱크대에 버리고 새 컵을 꺼내는 중이었다.
“왜…. 버려요?”
어느새 내 옆까지 다가와 있던 유재경이 물었다.
아이쿠, 깜짝이야!
“어, 아니. 컵에 날파리 같은 게 빠져 있어서요.”
“건져내고 먹으면 되는데. 아깝게.”
“에에?”
“그게 뭐 대수예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깨나?”
“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
“내일은 무슨 모임이예요? 엠티 같은 거? 회사 워크샵요?”
유재경이 물었다.
“아…. 그게…. 좀 질펀하게 놀려고요.”
“아아.”
유재경이 뭔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웃었다.
“초대하고 싶지만. 아마 초대받으면 화낼 것 같아서 차마 초대를 못하겠네요.”
뭐래.
유재경은 말해줘서 고맙다면서 다시 웃었다.
땀에 젖은 검은 색 민소매와 카고 바지.
쇄골까지 그을린 몸에 땀이 맺혀 있었다.
멋져 보이려고 태닝을 한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얻은 노동의 흔적이었다.
이대로 돌아서게 놔두면 다시 유재경을 언제 또 보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애인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마 그럴 걸요?”
유재경이 웃으며 말했다.
눈에 띄게 시무룩해져 버린 나.
“즐겁게 놀다 가세요. 저는 이제 퇴근하니까 아마 못 보겠네요. 일요일에 올라가시죠?”
“네.”
이럴 수가.
쐐기를 박고 가네.
이게 우리 만남의 끝이라고.
나는 멍하니 유재경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유재경은 나를 한 번 돌아보고서 손을 흔들어 보이고 돌아갔다.
앉아 있었더니 하얀 색 포터가 지나가다가 창문이 내려갔고 거기에서 유재경의 모습이 한 번 더 보였다.
“잘 놀다가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나는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다.
닭 쫓던 개 포터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모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고 나는 오랜만에 핫 걸에게 연락을 했다.
핫 걸은 바쁘다고 일단 튕기더니 내가 팬션 얘기를 하자 어디에 있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곧 개장할 수목원 근처에 있는 곳이라고 말했고 핫 걸은 수목원 구조에 대해서 물었다.
아. 네에. 네에.
아직 개장을 안 했고 은호 형이 주인이라 그 안에서 뭘 하건 터치할 사람은 없을 거라는 말에 핫 걸은 당장 스케쥴을 조정해 보고 다시 전화를 걸어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 분도 되지 않아서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오겠다고.
나는 내일 아침부터는 여기에서 다른 모임이 있으니까 그 전에는 가야 한다고 말을 했고 핫 걸은 잠깐 놀러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린데? 라고 말했다.
그래서 안 올 줄 알고 잠깐 졸았더니.
차는 어디에 대면 되느냐고 전화가 걸려왔다.
"어딘데요?"
"다 왔어요."
하여간 추진력 하나는 당해낼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안으로 좀 더 들어오라고 알려주고 핫 걸을 기다렸다.
사바스의 그 일이 있고 나서 핫 걸을 대하는 게 괜히 불편해진 감이 없지 않았기에 핫 걸하고 한 번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오기는 하고 있었다.
핫 걸은 주위를 여유롭게 구경하면서 들어왔다.
“얼굴 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내가 핫 걸을 기다리고 있다가 말했다.
핫 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왔다.
“김 경장 일은 고마워요. 알려줘서.”
“…네.”
사실은 전혀 고맙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경장이라는 사람. 예뻐한 것 같던데. 많이 속상했겠어요.”
내가 말하자 핫 걸은 핫 걸답지 않게 고개를 숙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상이 컸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할래요? 배고파요? 아니면 주위 좀 걸을래요?”
“좀 걷죠.”
핫 걸이 말했다.
저런 표정의 핫 걸을 보는 건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낯설었다.
“혹시. 좋아했어요?”
내가 물었다.
“김 경장요? 아뇨. 그런 사이는 아니예요. 내 추종자였죠. 추종자였다고…. 믿었죠. 대체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모르는 건 아니예요. 알아봤더니 돈이 필요해서 그런 거였더라고요. 가족력인지 어머니랑 큰 누나, 셋째 누나가 모두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치료비도 감당이 안 됐을 텐데 줄줄이 수술을 앞두고 있었더라고요. 그런 걸 그렇게 늦게야 알게 됐다는 게 너무 화가 났어요.”
“…….”
“그래서 말씀을 드려 봤어요. 우리 대장님한테요.”
“키샤장요?”
“네. 키샤장."
핫 걸은 분위기가 자기 때문에 너무 가라앉았다고 생각했는지 억지로 웃어보였지만 웃음이 얼굴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임정우씨가 그렇게 부르니까 좀 이상하네요.”
핫 걸은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쉬었다.
“뭐라고 말했는데요?”
“김 경장을 내가 설득하면 안 되겠냐고요.”
“그 사람은 어디 있는데요?”
“경장이요? 양쪽 모두에서 버려진 상태인 거죠.”
“왜 도와주고 싶은 건데요?”
내가 묻자 핫 걸이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너는 이해 못할 거다 라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 작품 후기 ============================
조아라 몸캠 화면 모니터에 띄워놨더니 그런 거 보냐면서 변태취급 당함.
이거 스릴러라고 말함ㅠㅠ
제목 바꿔버려야 하나.
문서만 잽싸게 닫았더니... 소리나 내고 오지.쿠콰카카카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