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289화 (28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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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그렇지 않았다가는 팬션으로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 같아서 겁이 났다. 슬슬 최음제도 동이 나고 있었고 내 페니스도 천하무적인 것은 아니었기에 피부와 기둥이 조금씩 아파오는 것 같기도 했다.

거기에서 아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게 되는 일은 이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언니!

어머, 너!

이런 식의 동문회가 즉석에서 벌어질 판이었다.

나중에는 피곤해져서 그냥 늘어져 있었더니 최음제 때문에 흥분한 여자들이 얌전하게 다가와서 내 위에서 다리를 벌리고 자기들 비부에 내 귀두를 갖다 꽂고 슬그머니 내려 앉아서 앙앙거리며 내 위에서 방방 움직이다가 내 정액을 도둑질해갔다.

나로서는 땡큐 베리머치인 상황.

거기까지 왔을 때는 이미 섹스를 염두에 두고 온 거였고 거기에 최음제의 효과 때문에 더더욱 참을 수 없게 된 여자들은 출석 도장을 찍는 것처럼 질 깊은 곳에 내 도장을 받아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도 모두 지나갔다.

여자들은 하나 둘씩 그곳을 떠났다.

즐거웠고 좋은 시간이었다면서 나중에도 연락을 해서 만나자는 여자들이 많았다.

나는 성의없이 손을 흔들어주면서 여자들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곳에 혼자 남을 수 있게 되었다.

광란의 파티가 끝이 나고 혼자 남은 나는 몸캠 영상 사이트에 접속했고 화장지 아이콘을 전부 다 나타낼 수 없었는지 사이트에서는 화장지 아이콘대신 화장지 열 개가 들어있는 거라고 치자는 식으로 꾸러미 아이콘으로 화장지 개수를 표시 해놓았다.

나는 최신 업로드된 것 위주로 영상을 다운받았다.

다시 언제 또 화장지를 모으게 될지는 몰라서, 아무렇게나 받지는 않고 캡쳐 화면도 열심히 보면서 받았다.

그리고 시공간 동결 해제 아이템을 획득했고 카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카린은 비행기 안에서도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게 카린의 농담이라는 건 몇 초 있다가 알았다.

그때까지 멀쩡했었으면서도 아이템을 획득하고 나자 그때부터 몸이 떨려왔다.

엄마를 다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자 엄마로 인해서 겪었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고 별별짓을 다해도 심장의 울렁임을 멈출 수가 없어 결국 은 과장님을 찾아가 진정제까지 맞았다.

준비는 되어 있었다.

세영 누나에게 전화를 해서 다음날 보자고도 해 두었고 카린과 셋이서 엄마를 보러 가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도.

뭘 해야 할지 전부 다 알고 잘 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차는 연우의 회사로 향했다.

아버지의 일은 급격한 과도기를 맞고 있었고 사세 확장에 한창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아버지는 예멘으로 진출하고 싶어했고 그 일은 순풍 만난 배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서 결정할 일이 있어서 연우가 거기에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나는 괜히 사바스가 신경 쓰여서 연우 대신에 다른 사람을 보내라고 아버지를 몰래 만나 설득했다.

아버지는 내 부탁에 뜻을 꺾었다.

연우는 그 일에 크게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갑자기 담당자가 바뀌자 바로 나를 찾아왔다.

오빠가 그런 거냐고 하면서 화를 내는 연우를 보며 나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사실을 말해줄 수는 없었다.

사바스에 대해서.

그러나 연우가 혹시라도 모를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연우가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나한테 대드는 것 때문에 화가 났고 연우는 연우대로, 내가 자기를 과잉보호 하려 든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평상시에는 잘도 방치를 하면서 꼭 이럴 때만 그런다고 한 연우의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했을 거였다.

그 말을 하고 연우는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때라도 쫓아가서 연우를 잡았으면 좋았겠지만 나도 만만치 않게 화가 나서 연우가 화난 채로 가 버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말을 하거나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지낸 게 5일이었다.

기록을 벌써 갈아 치웠다.

전에는 싸우더라도 이틀을 가지 못했었는데.

하지만 엄마를 만나러 갈 일 때문에 진정을 할 수 없었던 나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연우의 회사에 찾아가 로비에서 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우는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말이 없었다.

아직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었다.

“봐야겠어. 지금.”

내가 말했다.

“…. 내려갈게요.”

연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내 표정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오던 연우는, 내 얼굴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마지막에 나한테 닿을 때쯤에는 뛰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아무 말도 듣지 않고 나를 안았다.

연우를 안은 채.

나는 왜 울었는지.

나를 터지게 한 것은 죄책감이었을까.

미워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미워할 수밖에 없게 된, 그리고 용서할 수 없게 된 나 자신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을까.

연우가 만약 그때 나에게, 왜 우는 거냐고 물었다면 나는 아마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연우는 그냥 내가 울도록 내버려 두었다.

몇 십 초를 울고나자 갑자기 눈물이 뚝 그쳤다.

딱 그만큼만 울면 되는 거였다는 것처럼.

정말로 소나기처럼 그렇게 펑펑 눈물이 쏟아지더니 뚝 그쳐버려서 괜히 민망해질 지경이었다.

“내가 운전할게요. 집에 가요, 오빠.”

연우가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연우는 모자란 오빠를 둔 똑똑한 여동생처럼 내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그리고 대여섯 걸음을 걸을 때마다 한 번씩 나를 돌아보았다.

그때는 나도 제정신이 들어서 창피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훌쩍) 그냥 가도 괜찮아?”

“네. 외근하고 바로 퇴근했다고 말하면 될 거예요.”

“가방은. 가방 가져와야 되잖아.”

“아….”

바보.

연우도 나 때문에 정신이 없는 듯했다.

“잠깐 기다릴 수 있겠어요?”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그렇게 말했지만 연우는 못 믿겠다는 듯이 내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올라가서 나를 복도에 세워놓고 사무실에 들어가 가방을 가지고 잽싸게 튀어나왔다.

누가 보면 도둑처럼 보일 정도로 서둘렀다.

나는 눈물을 다 닦았지만 유리창에 비친 눈은 여전히 붉었다.

그런데 그렇게 울어버리고 나니 개운했다.

연우는 나한테 다가오자마자 다시 또 손을 잡았다.

“오빠. 예멘에 간다고 고집 안 부릴게요.”

연우의 헛발질.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그렇게까지 걱정했는지 몰랐어요. 미안해요.”

연이은 실축.

나는 한 번 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연우가 내 차를 운전하고 나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혹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도 돼요.”

연우는, 내가 추궁받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고 이제 그런 식으로 말한다.

나는 한숨을 쉬었고, 엄마와 최면술사에 대해서 얘기했다.

연우에게는 아이템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순서를 조금 바꿔서 최면술사가 엄마를 깨어날 수 있게 해 줄지 모른다고 말했다.

연우는 놀란 얼굴이었다.

어느 정도는 연우도 겁이 났을 것이고 어느 정도는 걱정이 됐을 테지만 가장 큰 감정은 나에 대한 걱정인 것 같았다.

“괜찮아요. 오빠? 내가 같이 가 줄까요?”

“아니. 엄마가 너를 보는 건 별로 안 좋을 것 같아. 최면술사 누나한테 부탁해서 엄마가 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도록 최면을 걸어달라고 할 거야. 다시 너를 보고 너를 새로라도 알게 되는 건 싫어.”

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건 그 일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는데.

계속 그렇게 연우에게서 사과만 받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나도 심하게 군 것에 대해서 사과했다.

하지만 예멘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한 건 지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연우도 그러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 번은 아마 가야 할 거예요. 나만 가는 게 아니고 회사 임원들은 전부 다 가요.”

연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작품 후기 ============================

예약 걸고 우선 자네요.

쿠폰,추천,코멘트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몸살때문에 약으로 버티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상탠데 전개상 앞부분과 상충되는 게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금요일 씐나게 불태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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