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299화 (29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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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재미있겠네요.”

나는 그냥 아쉬워하는 척만 하면 되었다.

“그래도 내일 오후에는 다들 돌아가겠죠.”

재경이 말했다.

“그때 연락할게요.”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재경은 아쉬워하면서 일어섰다.

재경이 사라지고 나서 십분쯤 지나고, 내 인내심이 막 끝을 보였을 때 일무리의 사람들이 왔다.

나는 그 사람들과 딱히 같이 어울릴 생각은 없어서 내 자리에서 수영을 기다렸다.

수영은 내 자리에 와서 너무 늦어져 미안하다고 말하며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고 싶은지 물었다.

“그런 건 물어볼 필요 없잖아. 너는 나를 아니까.”

“으음. 그 말. 은근히 섹시하게 들린다.”

수영이 웃으며 내 앞에 앉으면서 말했다.

“이십 분 정도만 기다려줄 수 있어요? 그리고 같이 나가요.”

“그래. 근데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편하게 즐겨. 방금 전에 인내심이 방전됐는데 간발의 차이로 급속 충전 됐다.”

“고마워요. 오빠.”

수영이 정말 다행이라는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이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수영이 나에게 다가왔고 우리는 같이 그곳을 빠져나갔다.

“전에는 김수영을 만나고 싶으면 그냥 호출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별 복잡한 작전을 다 써야 되네. 내 차례가 될 때까지 줄도 오래 서야 되고.”

나는 수영의 어깨를 안고 걸으면서 말했다.

“키가…. 컸냐?”

“무슨 키가 컸겠어요. 힐의 힘이죠.”

“허리에 너무 무리 가는 거 아니야?”

“여자들이 이렇게 애 써요. 알아요?”

“어디로 갈까? 가고 싶은 데 있어?”

“가고 싶은 데는 다 데려다 줄 거예요?”

“당연하지. 오늘은 네가 원하는 건 다 해 줄 거야.”

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가 김수영의 머릿속에서 무슨 이상한 생각이 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뒷말을 덧붙였다.

“가능한 것만 말해야 된다. 정말로 가능한 것만. 오빠 엿 먹일 생각으로 이상한 거 말하면 안 돼.”

“그런 거 안 해요. 그냥. 가 보고 싶었던 데가 있었어요.”

“그래? 어딘데? 가 보고 싶으면 가 보지, 왜?”

“그게. 혼자 가면 그래서.”

“어딘데?”

“호텔요. 이번에 새로 생긴 데라는데 시설이 그렇게 좋대요. 옥상에서 하는 뷔페도 좋고.”

“그래?”

아무리 그래도 유재경이 말한 그 호텔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때까지도 웃고 있었다.

하지만 수영은 거리낌없이 그 호텔의 이름을 말했다.

나는 멍하니 수영을 바라보다가 꿀꺽 침을 삼켰다.

“거기 사우나도 그렇게 좋대요.”

“아아.”

너는 참 많은 걸 듣고 다니는구나, 수영아.

“가도…. 돼요?”

“그래. 뭐. 그래. 가자.”

그렇게 기대에 차 있는 녀석에게 안 된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재경을 거기에서 마주치지 않게 되기만을 바랐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재경이 멀리에서라도 나를 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재경에게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

그런 얘기를 톡으로 하는 건 미안했지만, 나한테 정기적으로 만나는 섹스 파트너들이 있다는 얘기는 미리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나한테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재경을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에는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답이 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재경은 답을 해 주었다.

말해줘서 고맙다는 말이었다.

우리가 다음날 만나게 되는 건지, 나에게 연락을 해 줄 건지 묻고 싶었지만 우선은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았다.

수영은 내가 불편해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내 표정을 자꾸 살폈다.

“뭘 그렇게 보냐? 봐도 봐도 너무 잘 생겼냐? 지구인 같다는 생각이 안 들고 나 같은 사람이 왜 너랑 같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되지?”

수영의 볼을 잡아 늘이면서 말하자 수영이 고개를 절레 절레 젓더니 오빠는 그렇게 재수없게 말해야 오빠답다고 말했다.

그리고 드디어 수영과 단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수영을 따라간 그곳은 생각보다 좋았다.

생각보다 좋았다고 말하는 걸로는 부족함이 느껴질 정도로 괜찮았다.

나는 호텔 큰에서 세세한 부분에서부터 전체의 큰 그림까지를 봐 온 사람이었고 호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그래봐야 나는 경력이 몇 달도 안 되는 풋내기고, 철학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는, 우연히 운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사람들을 자극해서 그들의 발걸음을 내 호텔로 향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을 뿐이었다.

좋은 호텔이라는 것.

수영이 나를 데려간 곳은 거기에 대해서 조용히 많은 생각을 해 주게 만든 곳이었다.

그래서 나를 거기에 데려가 준 수영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상대가 수영이라는 것도 좋았다.

나와 수영은 누워서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의 얘기를 했다.

별 의미없는 몇 개의 단어만으로 우리는 사건들을 기억해내고 웃었다.

오래된 친구나 가족같은 녀석이라는 생각에 나는 수영을 바라보았다.

“왜…. 봐요?”

수영이 물었다.

“신기하게 생겨서.”

“으이구!!”

한 대를 쥐어박히고 나는 수영의 몸에 다리를 얹었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잠에서 깨는 과정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꿈에서 뻥 걷어차여 굴러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욕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물기가 남은 머리에 수건을 얹고 나왔을 때까지도 수영은 자고 있었다.

나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창가로 다가가 어둠에 덮인 도시 풍경을 구경했다.

그제야 침대 위에 엎드려서 자고 있던 나체의 수영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깼어? 내가 시끄럽게 하고 다녀서 깬 거야?”

수영에게 다가가며 묻자 수영은 아직 일어난 거 아니라면서 베개를 끌어당겨 거기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자려고? 피곤해?”

“피곤하죠. 잘 거예요.”

나는 엎드린 수영의 위로 올라가면서 수영의 잘 익은 엉덩이를 살짝 베어 물었다.

수영이 웃으면서 허리를 튕겼다.

“간지러워요. 하지마요. 더 잘 거예요.”

“그래. 자. 어제 피곤했을 테니까. 그 무시무시한 하이힐을 계속 신고 다니느라고 힘들었겠다. 오빠가 마사지 해 줄게. 수영이 너는 그냥 계속 자.”

나는 뒤로 돌아서 수영의 엉덩이 위에 앉은 채 시원하게 쭉 뻗은 수영의 다리를 조물조물 해 주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큭. 오빠 왜 이렇게 웃겨졌어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사람이 난데?”

나는 수영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쓰다듬다가 발바닥을 꾹꾹 눌러주었다.

“너는 인마. 발바닥까지 섹시하면 어쩌자는 거냐?”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이 어제는 왜 그렇게 빨리 잠들어 버린 거래?”

“어제는 그냥. 좀 피곤했어. 그래도 한 번은 했잖아.”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 지난 밤의 흥분이 다시 되살아나서 나는 비스듬히 옆으로 누우며 한손으로 수영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다른 손으로는 발을 들어올렸다.

“으윽. 간지러워.”

수영이 발을 빼내려고 하면서 웃어댔다.

놓치지 않고 수영의 발바닥에 코를 박고 얼굴을 흔들어대자 수영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혹시라도 옆 방에 소리가 들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수영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나는 천천히 수영의 발가락을 입에 물고 혀와 입술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핥기 시작했다.

발가락이나 발에 대한 패티시는 없었지만 그 순간에는 왠지 그래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수영의 발이 달콤하게 느껴진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랑스러웠고 재미있었다.

발맛사지를 해 준다고 했던 것은 벌써 잊어버린지 오래였고 이제는 수영의 몸을 애무하는데만 정신이 팔렸다.

“아. 오빠. 잠깐요. 나 왜 아프지?”

수영이 돌아누우며 말했다.

그러다가 수영과 나는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수영의 음모에 정액이 말라 붙은 채 엉겨버려서 수영이 몸을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조금씩 느껴졌던 것이다.

요란하게 튀어버린 것 같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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