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00화 (3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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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민감한 부위에 난 털을 잡아 뜯는 고통이었으니 그 고통이 그냥 간단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수영이 씻고 오겠다는 걸, 그냥 그대로 자자고 붙들었더니 이런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그래도 애널에 털이 없어서 다행이다.”

“윽.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수영은 자기 애널에 정액이 쏴지고 그게 말라붙는 걸 상상했는지 얼굴을 찡그렸다.

“무슨 생각해?”

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일어나면서 수영의 가슴을 밀며 수영을 침대에 눕혔다.

입술을 덮치자 수영이 내 입술을 받아주었다.

“빨리 한 판만 하고 다시 자자. 새벽이 오려면 아직 멀었어.”

허리를 한 번 깊이 움직이면서 수영의 안으로 분신을 밀어넣으며 말했다.

입을 벌리고 소리를 지르려는 수영의 입에 내 손가락을 물려주면서.

수영은 열에 들뜬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허리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는 동안.

그리고 내가 자신의 몸 안에 파정을 할 때까지도.

콘돔을 벗기고 침대 밑으로 몸을 굴려 내려가자 수영이 침대 위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는 나를 구경했다.

“왜?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지, 이놈의 미모는?”

수영을 보면서 드립을 날려주었다.

“이렇게 보니까 오빠 진짜.”

“응?”

“얼굴 엄청 부었다. 먹고 자는데는 장사 없구나.”

그래놓고 수영이 돌아눕는 걸, 옆구리를 간질이고는 그대로 욕실로 데려다가 욕조에 담가놓고 씻겨 주었다.

술에 취해 있지는 않지만 지난 시절의 편린을 떠올리며 기분을 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

나는 수영과 헤어지자마자 핫 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핫 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자료를 미리 넘겨주면 좋겠냐고 그 말을 물어왔다.

“네.”

어차피 다 알고 있는데 미뤄서 뭘 하겠나 싶기도 했다.

자료를 받고 나는 아침 일찍 학교로 향했다.

김준위가 애들을 데리고 나타났다가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오빠. 오늘까지 조별과제 끝내야 되는 거 알죠?”

“어. 네가 다 잘 알아서 해 줄 거라는 것도 알고.”

“진짜 양심도 없지. 우리 조 애들 데리고 오늘 전부 오빠 집으로 갈 거예요.”

“왜?”

“미안하지도 않아요? 그렇게 혹사를 시켰으면 뭔가.”

“알았어. 알았어. 근데 오늘은 안돼. 이번주는 아마 다 안 될 거야. 그리고. 나한테 그런 협박은 안 통한다. 김준위. 너도 별로 한 건 없잖아. 애들한테 대충 잘 좀 말해줘. 대신에 다음주 정도에는 내가 초대해서 제대로 대접한다고 해.”

“네. 히힛.”

인생이 저렇게 즐거울까.

하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선밴가 하는 인간을 완전히 발라버리고 준위의 행복지수는 최고 점수에 바짝 붙어 있었다.

그놈의 SNS가 문제였다.

준위의 선배 와이프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 자기가 준위를 협박해서 돈을 받아낸 일을 여기 저기에 올렸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기가 너무 잘한 것 같고 준위한테 공갈을 쳐서 돈을 뜯어낸 게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워서 혼자 알고 지나가 버리는 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은 모를 수도 있었겠지만 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버린 그 글을 보면서 준위는 그게 자기 얘기라는 걸 알아차렸다.

사실 그 글을 한창 퍼질 때 나도 그 글을 봤고 준위 얘기랑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글쓴이의 남편이자 불륜의 주인공인 남자가, 대학 극회에서 연기를 가르쳐 주는 현역 배우라는 것도 그렇고 상대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소송을 걸겠다고 해서 돈을 받아낸 것 하며 받아낸 돈의 액수도 같았던 것이다.

자기는 자기 남편이랑 헤어질 의사도 없었고 자기 남편도 자신의 경제적인 지원이 없으면 연기활동을 계속 할 수 없는 형편이라 마지막에는 둘이 함께 작당을 한 듯 했다.

자기와 공모를 해서 준위에게 같이 돈을 뜯어내주면 없던 일로 해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동료와 선후배들을 찾아가서 모두다 까발리겠다는 말에 준위의 선배는 적극적으로 자기 아내를 도와서 준위에게 돈을 받아냈고 극회를 떠나게 했다.

그러고나서도 그 여자는 자기 남편 스마트폰을 가지고 심심할 때마다 준위에게 문자나 톡을 날렸다고 했다.

그때마다 준위는 갈등을 하는 것 같더니 요즘에는 시큰둥해진 것 같다며 자기가 일처리를 잘 한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언을 해 주고 싶은 마음에 글을 올리는 거라고 한 것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는 것 같으면 그냥 넋 놓고 있지 말고 그렇게 해서 잇속도 챙기고, 마음 고생한만큼 상대방에게도 그대로 당하게 해 주라면서.

한밤중이나 새벽에 온 뜬금없는 내용의 톡들이 그 여자의 장난질이었다는 걸 알고 준위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정황상 그렇다는 것일뿐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적어도 김준위에게는.

그러나 나한테는 믿고 쓰는 핫 걸이 있었고 나는 핫 걸에게 그 글을 올린 여자가 내가 생각하는 여자가 맞는지 그것만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핫 걸은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나는 준위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고 준위는 그 남자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는 나도 같이 따라가 주었다.

지켜야 할 사회적인 명예라면 준위의 것보다 어쩌면 그 남자의 것이 더 컸을 것이다.

와이프의 협박이 통할 정도로 그 남자에게는 자기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고, 꼭지가 돈 준위의 눈에는 이미 보이는 게 없었다.

무대에 올릴 연극 연습에 한창이던 그 남자를 찾아간 준위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연신 허리를 숙이면서 무례하게 굴게 된 점에 대해서 미리 사과했다.

언제 무례하게 굴었다고 그러는 거냐는 질문에 준위는 지금부터 그렇게 될 거라고 말을 했고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누군지에 대해서, 자기 선배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가 어떤 협박을 받고 극회를 그만두게 됐는지를 말했다.

선배의 와이프는 준위와 그 남자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고 확신했지만 자기는 그 남자가 자위를 하는 동안 그 남자의 요청에 의해 지켜본 것밖에는 없다고 말하면서 이미 그 남자의 물건을 봐버린 이상 성관계를 하고 싶은 생각은 생기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소변 보면서 그 사람 물건을 본 분들은 자기가 하는 말을 이해할 거라는 말에 몇몇 남자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여자들은 오호라,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씰룩이며 웃었다.

준위의 선배 혼자서만 전혀 다른 독자 노선을 거닐며 혼자서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준위에게 미친 거냐면서, 여기가 어딘줄 알고 떠들어대는 거냐고, 당장 나가라고 소리지르는 남자에게 그곳에서 가장 연장자처럼 보이던 사람이 가만히 있으라고 위엄있게 말했다.

이 친구도 극회 친구면 곧 이 바닥에 들어올 사람이고 언젠가 자기들의 후배가 될 수도 있는 친군데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들어보는 게 맞는 일일 거고 시시비비는 얘기를 다 듣고 나서 따질 수도 있을 거라고 한 것이다.

그러자 준위는 그 말에 힘을 얻고 감사하다고 말하고서 얘기를 이어나갔다.

합의금을 받으면서 완전히 덮기로 했던 얘기를, 익명성의 뒤에 숨어서 인터넷에 먼저 퍼뜨린 사람이 선배의 와이프라서 자기도 그냥 입을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어 얘기를 하기로 결정을 했고 오늘은 여기에 와서 얘기를 하지만 내일은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를 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위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일방에서 왜곡해 주장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 오해를 쌓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러면서 이 앙큼한 아가씨가 나를 가리키면서 나를 정스 짐의 공동 대표라고 갑자기 소개를 하더니 정스 짐에서 이번에 자신의 일에 관심을 가져주었고 소송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니. 저기요. 내가 그랬다고요?

당장이라도 김준위의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었지만 일제히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별 수 없게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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