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05화 (30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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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그리고 3층짜리 신축 단독 주택 하나를 발견했고 부동산 중개업자에게서 리모델링 업체도 소개를 받았다.

큰아버지의 일은 큰아버지가 원하는대로 도와드릴 생각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키우고 싶어하는 것 같으면 조금 더 크고 상권 좋은 곳에 가게를 내드리고, 다른 일을 해 보고 싶다고 하면 그것도 도울 생각이었다.

큰아버지는 나에게 연락을 해도 내가 불편하지 않을지 걱정을 하면서 연락을 했다.

내 전화 목소리를 듣고서 큰아버지는 엄청나게 어색해했다.

아마 지금쯤은 큰아버지도 내가 정스 짐의 대표라는 것 정도는 현을 통해 들어서 알 거라고 생각했다.

큰아버지는 내가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말하면서 잘 자라주고 잘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나버린 동생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서 얼마나 기뻤는지를 말하면서 큰아버지는 다시 울컥한 듯했고 나는 큰아버지를 달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보니 아빠가 사고를 당한 때가 거의 내 나이 즈음의 일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아버지 입장에서는 갑자기 사라진 동생을 대신해서 동생과 똑같이 생긴 조카가 찾아온 거나 다름없는 경험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리모델링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진해에 한 번 더 내려갔다.

그리고 내가 먼저 집을 둘러보고 큰아버지의 가게에 갔다.

그때는 내 차를 가져갔다.

큰어머니는 그 날도 일을 하러 나가 볼 수 없었다.

큰어머니를 보고 싶다는 마음은 딱히 들지 않았다.

감정이 나빠서가 아니다. 그냥. 굳이 찾아서 보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내가 막 잔정이 태평양처럼 넘치는 사람도 아니고.

나는 현까지 태우고서 내가 새로 산 집으로 향했다.

새 집을 보고 큰아버지는 의아해했다.

그러다가 큰아버지 나름대로 추측을 했다.

큰아버지는, 내가 그들을 찾아내고 너무 감격해서 이제 진해에 와서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핏줄이 땡겼던 건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다시 눈시울을 붉히는 큰아버지.

나는 큰아버지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도 모르고 멍하니 있다가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고 웃었다.

어쨌거나 나 때문에, 내가 엄마 뱃속에서 죽어버리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엄마의 농간에 끌려다니면서, 큰아버지와 현이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으니 내가 이 정도는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큰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면서 절대로 받을 수 없다고 했지만 그런 말에 흔들릴 내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현이도 여기에서 사는 걸로 생각을 하고 이만한 걸 샀는데요. 현이는 제가 데리고 올라가는 게 낫겠어요. 수술을 해 보고 안 되면 의족을 다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면 어떻겠어요?”

내가 그 얘기를 하자 현의 눈이 빛났다.

큰아버지는, 그것까지 거절을 하지는 못했다.

자기 다리로 일어서서 걷는 것을 현이 얼마나 소망해 왔는지, 아버지로서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큰아버지는 나한테 그런 짐을 지워도 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큰아버지의 과일 가게에 대해서도 말했다.

“아무리 네가 돈을 잘 벌고 정스 짐이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많이 해 주는 것 아니냐? 이 정도는 너한테도 부담이 될 텐데. 너도 이제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해야지.”

큰아버지는 미안해 하면서 말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큰아버지가 조금 크게 과일 가게를 하고 싶어해왔다는 것을 알고 나는 그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했다.

그리고 현을 데리고 올라갔다.

현은 자기가 서울에서 수술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침 서울에 와 있던 카린과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된 것이다.

다시 만날 때 현의 휠체어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라면서 카린은 나에게, 현의 휠체어와 인사를 하라고 말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더니 카린이 나에게 인간미가 없다고 말했다.

거기에서 왜 그런 말이 나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카린이 서울에 와 있었던 이유는 세영 누나 때문이었다.

세영 누나는 카린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는데 카린은 은근히 세영 누나가 마음에 쓰이는지 별 시덥잖은 이유를 다 대고 세영 누나를 보러 오곤 했다.

나는 세영 누나의 최면 능력을 습득했지만 카린은 그러지 못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에서는 최고였을지 모르지만 상대의 영역에 대해서는 거의 완전히 무지했다.

그런 이유로 세영 누나도 카린에게 관심을 갖기는 했다.

카린이 자기랑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희한하게 생긴 파충류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강도로 카린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세영 누나에게 카린은 지적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성적인 요소는 거의 결여된 상태로.

그래도 카린은 서울행을 반복했다.

어차피 카린도, 몇 번 그렇게 세영 누나를 보다보면 자기도 곧 질리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카린은 세영 누나에게 점점 빠져들기만 했고 나도 두 사람이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영 누나는 내가 상대하기에는 벅찬 구석이 있기도 했고 내가 어떻게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어느날 카린에게 은밀하게 내가 말했다.

내가 세영 누나에게 암시를 걸어줄 테니까 둘이 한 번 잘 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카린은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고 막 흥분을 하면서 화를 내더니 그 정도는 자기가 알아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가 자기 매력으로 사람 하나 유혹을 못해서 그런 일에 내 도움을 받을 줄 아냐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게 만약에 대답을 필요로 하는 질문이었다면 대답은 네, 였다.

카린은 결국 나를 찾아와서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단한 카린.

그리고 그 즈음에는 나한테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세영 누나가 시도 때도 없이 내 집에 찾아오거나 시간을 가리지도 않고 야한 차림의 사진을 찍어서 내 스마트폰으로 전송을 하기도 하는 바람에 연우가 굉장히 예민해져 버린 것이다.

만약에 내가 그런 상황을 즐기는 입장이었다고 한다면 억울한 마음이 덜 했겠지만, 사진을 볼 때마다 괜히 눈 버렸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런 사진을 억지로 보고 연우한테까지 쓰레기 취급을 당하게 되니 정말로 기분이 구려진 것이다.

어느 집에 들어가서 다른 건 다 훔치고 사소한 물건 하나는 안 가져간 도둑이, 그 물건을 가져가지 않았냐고 의심받았을 때 낼 수 있을만한 화를 나는 내고 있었다.

적어도 그 부분에서만큼은 떳떳했기 때문에 마구 화를 내면서 내 결백함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 카린과 세영 누나를 강제로라도 결합시켜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세영 누나는 자기가 내 최면에 걸릴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간단하게, 정말 너무나 간단해서 나까지도 진짜 누나가 최면에 걸린 게 맞는지 의심했을 정도로 간단하게 최면에 걸렸다.

나는 누나에게 몇 가지 암시를 걸었다.

카린이 자주 하는 습관들과 연결을 지어서, 카린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걸 보면 카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카린에게 안기고 싶어지게 된다, 카린과 키스하고 싶어지게 된다 하는 식의 구체적인 암시를 반복적으로 걸었다.

그리고 카린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 주었다.

팔뚝을 보여주는 거나 기타 등등의 특정 행위를 해보이면 누나가 그때마다 거기에 반응을 보일 테니 잘 리드를 하면 될 거라고 말하자 카린은 정말로 연기력 떨어지는 연기 지망생처럼 어색하게 굴었다.

하지만 그날 자정이 지난 시간에 손가락으로 회심의 브이자를 만들어 사진을 찍어 보낸 것이.

두 사람 사이에 한 단계 진척이 이루어진 것 같기는 했다.

카린의 기분이 좋고 나한테 빚진 기분을 갖고 있을 때 그 순간을 놓치는 건 진짜 엄청난 낭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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