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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The other side
카린은 울트라 수퍼 핵 산타 할아버지나 마찬가진데 카린이 줄 수 있는 선물을 전혀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나는 할 수 없는데 카린은 할 수 있는 영역에 남아있는 게 그런 거였다.
미국에 있는 요인들을 움직여서 일을 성사되게 하는 것.
그게 의료인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근도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다시 한 번 현을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카린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으하하하 하고 카린답지 않게 웃음까지 터뜨렸다.
내가 카린의 자존감을 굉장히 살려준 것 같아서 나도 우쭐해 질 정도로.
카린은 내가 보는 동안에도 현을 자주 훔쳐보았다.
나하고 비슷하게 생긴 녀석을 보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런 카린을 보면서 나는, 카린이 전에 같이 사진을 찍었다는 사진 속의 남자가 할아버지인 것 같다는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할 기회는 아직 많다고 생각하면서.
***
드디어.
아버지와 은 과장님의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두 분의 바쁜 일정 때문에 예식이 연기되는 일을 두 번을 겪다보니 이제는 감동이 많이 사라지고 흥분도 되지 않는 것 같기는 했지만 전날까지 예식이 취소되지 않고 정말로 식이 진행된다고 하니 갑자기 마음이 마구 분주해졌다.
근도는 일찍부터 한국으로 날아와서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모든 것들이 차근차근 준비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정말로 올 것 같지 않던 그 날, 두 분의 결혼식 날이 다가온 것이다.
은 과장님은 예식장에 수영의 그 구두를 신고 입장했다.
수영은 은 과장님과 아버지의 결혼 축하 선물로, 구두에 그려지는 그림을 손수 다시 그렸다.
수영은 원래의 디자인에 있던 남자 그림과 여자 그림을 없애고 누가 보더라도 아버지인 남자와, 누가 보더라도 은 과장님인 여자의 그림이 그려진 구두를 은 과장님에게 주었고 은 과장님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구두를 신었다.
나는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뒤를 돌아보고 앉아 있다가, 앞으로 나란히 입장을 하시는 두 분을 보면서 일어서서 박수를 쳐 드렸다.
아버지가 나를 보고 웃었고 손을 흔들었다.
나는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정말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은 과장님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나를 보고 웃어주었다.
“엄마. 엄청 예뻐요!”
나는 손을 입 주위에 동그랗게 모으고 말했다.
사람들이 주위에서 웃었다.
어떻게 보면 늦은 출발이었지만 나는 그런 건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다.
은 사장님도 와서 동생의 늦은 결혼을 축하해 주었고 은 사장님의 동생 결혼식은 자기가 꼭 축하해 줘야 했다면서 쓸데도 없이 은호 형과 머슬 퀸, 그리고 패키지로 류아까지 따라 왔다.
그리고 코야 리코도 그 자리에 나타났고 이재인과 정스 짐의 근육 깡패들도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진을 치고 있었다.
원래는 작은 규모로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작은 데서 하더라도 자기들은 꼭 올 거니까 그렇게 알고만 있으라고 말을 하는데 정말로 그럴 것 같아서 작은 데로 잡을 수가 없었다.
김준위는.
정말로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을 것 같았는데 거기까지 따라왔다가 류아를 보고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준위는 나를 보면서, 원룸 애들을 전부 다 데려오지 않은 걸 고마워하라고 했는데 그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까마득해지면서 정말로 고마워졌다.
내가 준위에게 류아와 머슬 퀸을 소개해 주자 두 사람은 관심있게 준위를 바라보았다.
머슬 퀸은 준위의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고 했고 우리가 얘기를 하는 동안 은호 형도 다가왔다.
준위는 은호 형이 아메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라는 걸 알고 제2의 위기를 겪었다. 다시 한 번 기절할 뻔 했던 것이다.
머슬 퀸은 아주 적극적이었다.
류아가 찍고 있는 드라마에서 류아의 한국인 친구로 나오는 여자가 있는데 류아와 불화를 겪는 모양이었다.
류아는 대형 스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거들먹거리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도 그 여자가 뒤에서 류아 얘기를 해 대면서 자꾸만 류아의 심기를 거스르는 모양이었다.
이번 시즌까지는 어떻게든 두고 보자고 류아를 달래고는 있지만 한국인으로 나오면서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연기자에게 계속해서 그 배역을 맡기는 건 그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오해만 불러 일으킬 것 같다는 게 머슬 퀸의 말이었다.
머슬 퀸과 류아, 은호 형까지 세 사람이 의기투합을 하더니 김준위가 제대로 준비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만 있으면 그 드라마에 김준위가 캐스팅되도록 로비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준위는, 거짓말 안 보태고 그대로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설마 정말로 쓰러질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안 잡아 줬더니 정말 쓰러져 버렸고, 준위가 쓰러지는데도 잡아주지 않았다며 비난의 화살이 나에게로 향했다.
식후 행사는 야외에 마련이 되었다.
근도와 은 사장님이 실력 발휘를 하면서 아버지와 새 엄마가 신혼 생활을 하게 될 집의 넓은 정원에 수 십 개의 테이블이 차려졌다.
나는 근사하게 차려입은 연우하고 같이 있었는데 내 시야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저 사람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의외의 방문객들이 있어서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 여자들은 나랑 같은 테이블에 자리가 마련이 되었다.
경찰서 정모의 확대판이라고 할 만한….
거기에 유재경은 왜 왔고 이은형 교수님은 왜 온 건지.
손해미가 온 건, 수영과 준영이가 와서 그런 거라고 이해하려고 하기는 했지만 심지어 베니타까지 보였다.
원래는 근도랑 같이 오고 싶었는데 미룰 수 없는 스케쥴이 있어서 그걸 처리하고 오느라고 조금 늦었다면서.
나는 어리둥절한 채로 근도가 있는 주방으로 갔다.
근도는 오른 손의 역량을 그대로 선보이고 있었다.
은 사장님이 뭔가 부탁을 하기만 하면 근도는 은 사장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준비해서 은 사장님의 앞에 내려놓곤 했고, 이제 익숙해져버렸는지 은 사장님도 특별히 놀라지도 않고 근도와 호흡을 맞춰서 요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혹시. 최근도.”
그림자처럼 스을쩍 근도의 오른쪽으로 가서 서서 내가 말했다.
“어.”
“여자들 부른 게 너냐?”
“무슨 헛소리? 지금 뒤지게 바쁘거든? 얘기는 있다가 하자. 메인 요리 나가야 돼.”
나는 떠밀리듯이 밖으로 나왔다.
내가 보지 못하고 있었을 뿐, 대대장님도 은수 형이랑 같이 와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대대장님은 나에게 다가와서, 초대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연우에게 돌아갔다.
연우는 자리에 앉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근데 뭘 나한테까지 초대장을 보내요? 어머님 아버님 결혼하시는 걸 내가 모를까봐.”
연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응? 초대장? 그거. 지금 가지고 있어?”
“톡으로 보내놓고서 무슨 말이예요? 보여줘요?”
연우가 스마트폰을 꺼내면서 말했다.
그리고 여러 번 터치를 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내가 지웠나? 지웠을 리가 없을 텐데?”
연우가 말했다.
나는 연우를 그 자리에 두고 수영에게 갔다.
“수영아. 혹시 너. 나한테서 초대장 받았냐?”
“네. 왜요. 우편도 아닌데 배달 사고라도 일어났을까봐서요?”
수영이 웃었다.
“너도 톡으로 받았어?”
“네.”
“그거 좀 보려줄 수 있어?”
“왜요? 오타 있었던 것 같아요?”
수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수영 역시 연우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나는 은호 형에게 달려갔다.
은호 형도 내가 몸캠 영상 사이트에서 영상을 받았던 주인공이었다.
“형.”
“어. 야. 오늘 진짜 좋다. 정말 멋있고 행복해 보이고. 모두들.”
형은 주위를 둘러보며 정말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형. 제가 톡으로 보낸 초대장 있잖아요. 그것 좀 보여주세요.”
“어? 응. 그래. 잠깐만?”
형은 스마트폰을 꺼냈지만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그걸 지웠나? 왜 지웠지?”
나는 천천히 주위를 돌아 보았다.
여기 저기에, 내 몸캠 영상 사이트의 인벤토리에 있던 사람들이 서 있었다.
4부 끝
============================ 작품 후기 ============================
몸캠의 휴재기를 가지면서 이북 퍼블리싱 작업(오마이헌터를 리메이크한 [블랙아웃])과 신작이 같이 들어갑니다.
몸캠 비축분 만드는 시간도 하루에 몇 시간씩은 꼭 정해 놓고 하겠습니다.
남겨주신 따뜻한 코멘트들, 쿠폰과 추천들. 모두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