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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웹 MK-309화 (30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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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사잇글

정민이가 돌아와서 카드를 돌려주자 오빠는 내 가방을 어깨에 메고 나를 안았다.

그러고는 화난 고릴라처럼 성큼성큼 걸어갔다.

“저, 저 사람. 진짜 해미 남자 친구야?”

선배들이 정민이한테 묻는 소리가 들렸고 정민이가 그렇다고 대답해 주었다.

“패턴을 얼마나 허술하게 걸어 놓으면 네 친구가 네 패턴을 단박에 풀어서 나한테 전화를 하냐?”

정우 오빠가 나에게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흥! 걸을 수 있으니까 내려놔요.”

“퍽이나.”

“걸을 수 있어요!”

“내려놓으면 더 귀찮아져. 그냥 조용히 짜져 있어.”

“나한테 왜 이래요?”

“손해미. 내가 잘못 들은 거냐? 나 요근래 너한테 잘못한 거 없다?”

오빠가 말했다.

오빠 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마 '요근래'라는 말일 거다.

“항상 그런 식이죠!”

내가 말했다.

오빠는 진짜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안다.

내가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걸.

그런데 사실대로 말을 할 수가 없으니 나도 어쩔 수가 없어서 이러는 거다.

아까 오빠가 여자들이랑 걸어가는 거 봤어요. 왜 나 안 봤어요? 왜 다른 여자들이랑 갔어요?

그렇게 솔직하게 따지고 들면 너무너무 이유가 유치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화난 이유가 조금은 고차원적인 거라는 인상을 주려고 이러는 건가보다.

오빠는 나를 차에 태우고 연우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우야. 오늘 집에 못 들어가. 해미가 꽐라 돼 가지고 쓰러져서. 응. 옷에 맥주 쏟고 막. 몰라, 이 자식. 속 상한 일 있었는지.”

오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술김을 빙자해서 오빠 어깨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더니 쿡, 웃으면서 내 머리를 더 당기면서 안아주었다.

“아니. 해미는 기숙사에 있는데 지금은 문 닫혔지 뭐. 같이 있던 놈들은 믿을 수가 없고. 개새끼들. 애가 맥주 뒤집어 쓰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옷 젖은 거 구경하기 바쁘더라. 두 놈은 아예 텐트치고 있고. 아니. 다친 것 같지는 않아. 모르겠다. 지금은 죽은 척 하고 있어서. 진짜 죽었나? 큭. 아니야. 농담이야. 진짜 죽었겠냐? 응. 알았어. 그래. 문단속 잘 하고 자. 아니. 있다가 한다고 하고 잊어버리지 말고 지금 일어나서 잠가. 전화 끊지 말고."

그리고 한동안의 침묵.

연우 언니가 문을 닫는 동안 기다리는 건가 보다.

"닫고 왔어? 그래. 잘 했어. 늦게까지 일하지 말고 일찍 자라. 응. 응. 으응.”

전화를 끊고는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근데 우리 손해미씨는 뭣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셨나?”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내 머리 위에 올려놓고 얼굴을 내 머리에 기대고 오빠가 말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가 화 안 내요?”

내가 물었다.

“응.”

“뭐라고 말했는데요?”

“다 들은 거 아니야?”

“근데도 화를 안 내요?”

“응. 화 낼 이유가 뭐가 있는데?”

오빠가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언니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연우 언니가 잘 이해되지 않아서 말했다.

“내가 너랑 있는 걸 알면서도 왜 화 안 내냐는 말이었던 거야? 연우가 걱정될 일이 뭐가 있겠냐? 내가 고구마같은 애랑 몇날 밤을 같이 지내건."

그런 도발에 넘어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막 서러운 건가.

툼벙툼벙 떨어지는 눈물은 진짜 내 의지로 나온 게 아니었다.

오빠는 내가 우는 걸 보고 당황한 것 같았다.

"해미야. 너 그렇게 우니까 진짜 못 생겼다. 못생긴 물고구마같아."

내 뺨을 로맨틱하게 감싸고서 한다는 말이 그 말이었다.

아, 진짜 이 인간을!

"오빠는 진짜 못 됐어요. 알아요?"

"일단 네가 물어본 거니까 진지하게 대답해 줄게. 애초에 나처럼 대단한 남자친구를 가지려면 그 정도는 자기가 포기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닐까?”

킥킥거리면서 말을 하는데 정말로 명치에 주먹을 꽂아주고 싶었다.

“아까 선배들 앞에서는 내 남자친구라고 하더니.”

“내가? 그랬냐? 술 안 취한 거야?”

오빠는 여전히 나를 어린애 취급만 하는 것 같고 나는 지금 이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했다.

감정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가 봐도 정민이가 나한테 더 좋은 애일 거다.

나만 바라봐줄 거고.

아마 정민이는 지금쯤 다른 선배들한테 왕창 깨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저지른 멍청한 짓 때문에.

그래서 화가 나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뻘짓을 하게 되는 걸까, 나는.

뻘짓을 한, 천 번 정도 하고 나면 어른이 되고 마음이 좀더 강해진다는 공식 같은 거라도 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할까? 어디로 가?”

오빠가 물었다.

“몰라요.”

오빠는 내 머리를 시트에 기대게 해 놓고 차를 출발시켰다.

나는 오빠가 모텔이나 호텔에 데려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차가 멈추고 눈을 떠보니 호수가 보이는 곳이었다.

오빠는 춥지 않냐고 물었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춥기는 추웠다.

“씻을 데가 있기는 해야 되겠다.”

오빠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있는 게 좋았다.

찝찝하기는 했지만 오빠 남방으로 돌돌 말려져 있는 그 상태가 좋았다.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 들면서 안락했다.

“감기 걸려, 너.”

“가더라도 여기에 조금만 있다가 가요.”

젖어있던 옷 위로 오빠 옷을 걸쳐서 오빠 옷도 젖어 있었다.

오빠는 난감해 하는 것 같았고 빨리 나를 실내로 데려다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팔을 빼내서 오빠 손을 잡았다.

오빠 손을 잡으려고 한 건데 오빠가 하필 손을 애매한 곳에 두고 있어서 내 손등에 오빠의 거기가 느껴졌다.

손이 시려워서 가랑이 사이에 끼워두고 있었던 건가?

“…….”

거길 만지려고 그런 건 아닌데 그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고.

어째 오늘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오빠는 내가 오빠를 유혹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하긴.

무작정 오빠의 그곳을 손등으로 만지는 것보다 더 직접적인 유혹의 방법을 찾기도 힘들 것 같았다.

“만지고 싶으면 만져.”

오빠가 말했다.

그러고는 친히 단추까지 풀어 주었다.

지퍼 대신 달려있는 단추 세 개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나는 지금이라도 손을 거둬야 한다는 말을 속으로 열 두 번도 더 했다.

하지만 내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빠의 그건 언제나처럼 우람했고 건강했고 뜨거웠다.

내가 우물쭈물하는 것을 보고 오빠가 내 손을 잡아서 오빠의 바지 속으로 넣었다.

나는 이제 뭘 해야 하는 건가 하면서 그냥 멍하니 있었다.

“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

오빠가 물었다.

아. 오빠가 제대로 오해했구나, 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손을 돌려서 오빠의 페니스를 만져 보았다.

맨들맨들한 귀두에서 미끌거리는 쿠퍼액이 나온 게 느껴졌다.

오빠가 갑자기 내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입술에 입을 맞추고 다시 앉았다.

“뒤로 자리 옮길까?”

오빠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뒤로 옮겨갔다.

눕지는 않았고 우리는 바짝 붙어서 나란히 앉았다.

오빠는 내가 만져주던 그 느낌이 좋았는지 다시 내 손을 오빠의 바지 안으로 넣었다.

페니스는 아까보다 더 부풀어 있었다.

나는 오빠의 페니스를 좀 더 편하게 만질 수 있도록 오빠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빠는 나를 안아 주었고 나는 오빠의 페니스를 조물거리면서 오빠의 턱 밑에 이마를 붙였다.

“오빠. 나 좋아해요?”

“응. 좋아하지도 않는 애한테 이렇게 위험하게 내 아들을 맡기지는 않아.”

“치. 오럴은 못 하게 하더니.”

“내가? 그랬나?”

“다른 언니들은 다 대단하죠. 그쵸? 멋있고. 예쁘고. 유명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도 했고요.”

내가 말했다.

“결혼식 때 본 언니들?”

“네.”

“그렇지. 멋진 사람들이지. 존경스럽기도 하고.”

“근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푸념조로 말이 나오더니 한숨까지 나와버렸다.

“모두가 특별하면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더 튈 수도 있지 않냐?”

오빠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애초에 이 오빠한테 뭔가를 기대한 내가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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