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14화 (31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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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running river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이재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순순히 포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오늘은 나하고 같이 하드 코어로 운동을 진행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인이 그렇게 말하는데 나도 그냥 설렁설렁 할 수는 없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려고 하자 이재인은 그냥 상의는 입지 않고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게 어려운 부탁도 아니라 그렇게 했다.

이재인은 계속해서 내 몸을 바라보았다.

나도 거울을 보고 있었다.

넓은 어깨는 이제 어느덧 내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 있었고 늘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 이두와 삼두는 선명하게 갈라져 있었다.

나는 내 모든 근육들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따로 더 발달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상태를 나는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이재인이 나를 보는 동안 내가 재배치해 놓은 머신을 돌면서 운동을 했다.

이재인은 그런 나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재인의 앞에서 하는 운동이라, 들어올리는 중량은 신경을 썼다.

내가 괴물같이 보이거나 믿기지 않을 정도의 괴력을 발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긴장을 했다.

이재인은 벤치프레스에 앉았다.

그러나 운동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체중감량을 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대회에서 요구하는 몸을 만드는데 더 이상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지 않아졌거든요.”

이재인이 말했다.

“왜요?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중요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그걸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하면서 나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이재인은 말이 없었다.

“그럼…. 달리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머슬쇼요.”

이번에도 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웬일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대답을 했다.

“머슬쇼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근육을 내가 원하는 만큼 계속 키워서 힘을 키우고 싶어요. 그러면 징그러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 알아요. 아마 대표님도 내가 그렇게 되면 내가 싫어지겠죠?”

이재인이 물었다.

이거야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어려운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체중을 늘리고 온몸에 선명한 근육을 달고서 괴력을 발휘하는 이재인을 상상했다.

“…….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물어도 될까요?”

내가 물었다.

“괴물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갖는 그런 생각 때문이겠죠.”

“괴물…요?”

“압도적인 극한의 힘을 갖고 싶어요. 한계가 있다는 건 알지만 할 수 있는데까지는 해보고 싶어요.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 근육을 좀 더 키워보고 싶어요.”

나는 말을 하기 전에 시간을 가져야 했다.

“내가 여기에서 근육을 더 만들면 어떨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재인이 물었다.

“그건. 생각을 해 봐야 되겠죠.”

그러다가 나는 갑자기 한 순간에 이재인의 모든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자 중에 가장 빠른 사람이 아니라 모든 제한을 털어내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과 비슷한 것을 이재인이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강함에 대한 이재인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다.

“내 몸이 매번 부딪치게 되는 한계가 정나미 떨어지게 싫어요. 만약에 내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면 정스 짐을 떠나야 되는 건지 알고 싶어요.”

이재인이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나는 의미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는 아직도 어느 정도는 미개척의 분야고, 그 길을 따라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을 거고요. 나는 이재인 선수 지지합니다. 필요하면 머슬 쇼에 찬조 출연도 할게요.”

“정말요?”

이재인의 얼굴은 그날 들어 처음으로 밝아보였다.

“그럼 앞으로 운동도 같이 해도 돼요?”

“네? 아니. 그건. 음.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왜요?”

“그냥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으니까요.”

“아. 왜 그래요.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잖아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울의 극을 달리던 사람이 이제는 장난을 걸어오기까지 했다.

그래도 나는 더이상 양보할 수가 없었고 이재인은 내가 한 번 타협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재고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마워요. 한편으로는 미안하고요.”

이재인이 말했다.

“많이 아쉽기는 하죠. 이재인 선수 덕에 정스 짐이 홍보가 많이 됐는데.”

“머슬 쇼도 성공시킬게요. 믿고 지지해 준 거 후회하지 않도록요. 근데 정은호 대표님한테는 어떻게 말할 거예요?”

“그러게요. 그게 문제긴 합니다.”

이재인은 잠깐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건 자기 몫의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듯이 활짝 웃었다.

"우리가 대회를 주관해도 될 것 같아요. 못할 것도 없잖아요. 아놀드 클래식처럼요."

들뜬 얼굴로 말하는 이재인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야말로 진짜 이재인인 것 같아서 나는 그제야 안심이 됐다.

“기왕 옷도 갈아입었는데 운동 좀 해도 되죠?”

아.

안 될 것 같은데.

저 팽팽한 허벅지가 유혹적으로 드러나면 게임 끝인데.

이재인은 모르는 척 내 앞에서 운동을 시작했고 내 연약한 육체는 자력에 딸려가는 쇠붙이처럼 이재인을 향해 일어서버렸다.

그 후에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이재인을 안고서 나는 내가 어떻게 그동안 이재인을 잊고 있었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이재인은 오랜 운동 경력으로 다져진 근력으로, 내 페니스를 몸 안에 받은 채 어떤 마찰도 없이 싸게 만들었다.

근도가 그랬나 누가 그랬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내 친구 중에 어떤 녀석이, 자기는 자위를 할 때 손으로 페니스를 훑어서 하지 않고 조물거리고 쥐면서 한다고 했는데 나는 그걸로 사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날 이재인과 관계를 하면서 깨달았다.

사정을 하고 기운을 잃은 채 늘어진 내 페니스를 손안에 넣고 조물거리던 이재인이 내 근육을 더듬어갔다.

이재인은 가끔 가다가 내 몸에 손을 댄 상태 그대로 한숨을 쉬었다.

여자가 내 몸을 부러움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보게 될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정말로 당황스러웠고, 웃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웃음이 나왔다.

“대표님 몸은 진짜 환상적이예요. 대표님이 대회 나가면 세계 보디빌딩계는 완전히 판도가 뒤집어지는 건데.”

“자잘한 사람들도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줘야죠. 나 혼자 다 해 먹으면 어떡합니까.”

이재인은 내 옆에서 엎드린 채 내 몸 구경을 한참이나 더 하더니 자기가 아까 했던 말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어떤 거요?”

“우리가 주관하는 대회요.”

“이재인 클래식 같은 걸 만들고 싶어요?”

내가 물었다.

“사실은 정말로 그래요. 정스 짐 클래식도 상관은 없어요.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진짜로요?”

“네. 그리고 그동안 여러 대회에서 정해놨던 제약을 파괴하는 거예요. 나는 여자 보디빌더가 아니라 '보디빌더'가 되고 싶은 거고요.”

나는 그게 그냥 즉흥적으로 나온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를 보는 이재인의 눈은 간식통으로 향한 주인이 간식을 꺼내 돌아서기를 기다리는 강아지의 눈 같았다.

“뭐. 일단 어려울 건 없을 것 같아 보이네요.”

“아싸아아!”

이재인은 정말로 즐거워했고 그대로 일어나서 통통 뛰어올랐다.

나는 이재인이 귀여운 근육 돼지가 된 걸 상상하면서 웃었다.

그냥 웃고만 있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기는 했다.

내 여자들은 왜 이렇게 스케일이 커서 놀 틈을 안 주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기뻤다.

나한테 원한 게 고작 명품 아이템 같은 거나 사 달라는 거였으면 나는 이 놀이에 몇 시간만에 질려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대회를 만들자니.

도대체 나를 얼마나 대단한 남자로 생각하면 저런 부탁을 겁 없이 저렇게 하는 거야, 하면서 좋아하는 나.

'몸캠 영상 사이트가 사실은 여왕 키우기 게임 같은 거 아니야? 나는 왕국의 하나밖에 없는 노예고? 인벤토리의 여자들은 각지에서 온 공주들이고 나는 그 여자들을 전부 여왕으로 만들어야 되고 그러는 막. 그런 그거?'

아는 게 없으니 망상은 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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