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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로, 출격
볼륨이 자체 조절되는 걸 봤을 때 아마 조교 형이 교수님을 안은 채 필드를 넓게 쓰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하으으으으, 하으으으으응!!”
교수님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후으으으읍!! 으으읏. 으으으으윽. 좋아. 더 세게. 더 거칠게 박아줘. 더 세게!”
“조용히 해. 밖에 들리겠다! 발정났냐? 박아주니까 좋아?”
조교 형의 목소리.
두 사람의 사이가 원래 그런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므로의 힘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소리가 밖에까지 원래 이렇게 잘 들리는 게 정상인가 하다가 이것도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내 신체 기능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보지에 얼마나 거미줄을 오래 치고 있었던 거야? 꽤 맛있네? 섹스 잘 안 해? 만나는 놈 없어? 더 조여봐. 존나 맛있어. 원래 나 좋아했어? 그래서 그렇게 괴롭혔던 거야?”
조교 형이 말했다.
추삽질을 멈추지 않고 하는 말인지 헐떡거림이 심했다.
저 형. 괴롭힘까지 당하고 있었어?
이래저래 잘 됐네, 하다가 나는 수업에 늦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곳을 떠났다.
다행히 수업에 늦지 않았고 내 충성스런 준위가 자리를 맡아 놔서 나는 명당 자리에 앉아서 본격적으로 졸 준비를 했다.
므로는 내가 다른 일을 하는 동안에는 내내 잠을 잤다.
어떤 때는 코까지 곤다는 게 문제였지만 사람들은 뭐지? 하고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 소리의 근원지가 내 가방이라고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졸고 있는데 므로 이 자식이 코를 골면 사람들이 심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코까지 골면서 졸면 어떡하냐는 듯이.
준위도 내 옆구리를 찍어대기 바쁘고.
므로 이 자식. 실험만 끝나면 학교에는 데려오지 말아야지.
앞으로 서 너 번만 실험을 더 해 보면 확실할 것 같았다.
실험 대상으로 누가 좋을까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감보가 떠올랐다.
그때까지는 그 여자에 대해서 생각할 일도 없었는데.
우리 학과 애들을 대거 기숙사에서 탈락시킨 주범으로 추정되고 있는 사감보라면 적당히 쌀쌀맞고 고지식하고, 딱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완전히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내가 원하는 조건에 대충 맞아들어갈 것 같았다.
준위는 강의 끝나고 뭘 할 거냐고 물었지만 나는 할 일이 있다는 말로 준위를 일찌감치 떼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므로를 꺼내 배가 고프냐고 물었지만 므로는 배가 고파 보이지 않았다.
진짜 생명체가 맞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녀석은 오줌도 안 싸고 대변도 보지 않고.
어딘가에 잘 싸뒀다면 냄새를 풍기거나 발견되기라도 할 텐데.
이 녀석이야말로 사이보그?
만약에 그렇다면 더 잘 된 거긴 하겠네.
연우가 이 녀석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나한테 소홀해지면 어쩌나 조금 걱정하기도 했는데.
“너. 그런 거냐? 조금 더 마음에 드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그르릉 소리를 냈다.
“너. 정말로 고양이이기는 한 거냐?”
므로는, 자기 입으로 자기가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는 듯이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잘 때 빼고는 눈을 감지도 않는다.
‘아 몰라. 사이보그든 뭐든. 연우가 키우기 편하기만 하면 됐지. 그리고 연우를 흥분시키지 않으면 되고.’
그러다가 퍼뜩 생각이 나서 므로의 겨드랑이를 두 손으로 잡고 므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 그 사이트에서 보내온 녀석이니까 내 인벤토리에 있는 여자들은 전부 알고 있는 거지? 그 여자들은 흥분시키면 안 돼. 나중에 몰랐다느니 하면서 눈에 눈물 맺고 그렁그렁한다고 해도 절대로 안 봐줘. 알았어?”
므로는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이 바둥거리더니 내 손에서 빠져나가 가방으로 폭 들어가버렸다.
고양이 주제에 섬유 유연제 냄새는 퍽이나 좋아해서 어제 준 양말에 코를 묻고 엎드려 있는 걸 좋아했다.
나는 기숙사로 향했다.
원룸 애들한테서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시간에는 기숙사에 있는 것 같다고 했으니까.
나는 기숙사에 가서 사감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곧 인터폰을 받고 사감보가 내려왔다.
사감보는 자기를 불러낸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좀 당황하는 것 같았다.
양심이 있으면 나를 보고 적어도 저 정도 표정을 지어주기는 해야겠지.
교수님한테는 적당히 할 얘기라도 있었지만 사감보하고는 나눌 얘기가 없었다.
고맙게도 므로가 또 재빠르게 출격을 해 주었다.
사감보는 무릎 위까지 오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므로가 발목을 핥아대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다정다감해 보이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주먹만한 새끼 고양이가 갸릉거리면서 핥아대는 것에는 꼼짝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므로를 대놓고 귀여워해주지는 못했다.
내 가방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봐서 그런 것 같았다.
“고양이…. 키우세요?”
사감보다 물었다.
“네.”
“근데 나는 왜 불렀어요?”
“그냥요.”
용건을 생각해내는 것도 귀찮아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므로가 충분히 핥아댈 때까지만 그 자리에 같이 있으면 되는 거였다.
므로는 발목을 핥더니 다리에 기대서 앞발로 사감보의 다리를 감쌌다.
자기를 안아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사감보는 자기가 그 녀석을 안아도 되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모르는 척 돌아서 주었다.
그러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므로를 귀여워해주기 시작했다.
“아응. 이러지 마앙. 그만해. 아이, 귀여워. 이 장난꾸러기야.”
등의, 사감보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상상되지 않았던 말들이 잔뜩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서 사감보의 목소리가 점점 에로틱해지는 게 느껴졌다.
나중에는 서 있는 것도 힘에 겨운 것처럼 사감보는 헐떡였고 자기가 갑자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비틀거렸다.
므로는 나한테 돌아왔고 나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놔 주었다.
임무를 완수한 므로는 양말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들어가 얼굴을 처박았다.
이놈도 변태다.
대단한 양말 성애자.
아니지. 므로가 정말로 좋아하는 건 그 냄새인 것 같기는 하다.
므로가 들어간 가방을 들춰메고 고개를 들었더니 사감보가 굉장히 노골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감보가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그럼.”
내가 사감보 앞에서 돌아서려고 하자 사감보가 저, 하고 나를 잡았다.
“예?”
“저기…. 커피라도 한 잔 하실래요?”
사감보가 물었다.
옆 동 지하에 기숙사 매점이 있기는 했지만 내가 사감보와 이 금쪽같은 시간을 그런 식으로 허비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커피 안 좋아합니다.”
“아….”
사감보는 아쉬워하면서도 나를 그대로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기숙사로 돌아가봐야 여자 기숙사에서 남자를 찾아낼 수도 없을 거고 성능 좋은 자위 기구를 세트로 갖추어 놓지 않은 이상 성욕을 풀어낼 마땅한 방법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기숙사다.
사감보한테는 방을 혼자 쓸 권리가 주어지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옆 방에는 다른 사생들이 있을 거고 방음이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닐 텐데.
사감보가 어떤 위험까지 감수하려 드는지를 보면 므로의 타액에 어느 정도의 강력한 최음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사감보가 이제부터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기숙사에. 와 본 적 있으세요?”
사감보가 물었다.
“아뇨.”
“오픈 하우스 때도 안 와 봤어요?”
“기숙사에 친한 애도 없고. 올 일도 없고요.”
말을 하고 보니까 기숙사에 해미가 있기는 했네.
하지만 해미도 나를 기숙사 오픈 하우스 때 초대하지 않았고 나도 그런 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는 얘기를 이어나갈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사감보는 더 애가 닳는 것 같았다.
우리는 처음에 꽤 거리를 두고 서 있었는데 어느새 사감보다 나한테 바짝 다가와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내 팔까지 잡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비틀거리다가 잠깐 잡는 것처럼 잡더니 나중에는 내 팔을 슬슬 쓰다듬기까지 했다.
“들어가… 볼래요?”
헐. 저건 기숙사에서 즉시 퇴사당할 정도의 사칙 위반일 텐데?
그런데도 사감보는 벌써 내 손을 잡아 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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