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26화 (326/402)

0326 ----------------------------------------------

므로, 출격

“무턱대고 하자고 하면 할 사람이 있겠어요? 다른 곳도 아니고 병원인데. 언제 문 열리고 다른 사람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테고. 그때 므로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연우가 말했다.

므로를 시켜서 흥분하게 만들고 그 다음에 천천히 관계를 하고 사정을 하라는 모양인가보다.

생불이 따로 없구나, 연우야.

“근데. 너는 므로가 흥분시킨다는 말 안 믿었잖아.”

“오빠가 하는 말은 일단 안 믿는 척 해 보는 거예요.”

헐.

이럴 때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아무튼 고마웠다.

나도 그 점을 걱정하고 있기는 했으니까.

“근데 몇 명이나. 아니. 아니다. 알아서 좋을 것도 없겠다.”

연우가 말했다.

내 고개는 바닥에 닿을 듯이 계속 숙여지기만 했다.

"그게 우리 몸에도 흡수가 된 거라면 좋겠다. 흡수됐던 게 자연스럽게 중화되거나 분해됐다는 게 밝혀지면 오빠 문제도 해결될 수 있잖아요. 우리 몸에서 어떤 식으로 분해된 건지 밝혀낼 수 있으면 그걸 오빠 몸에도 적용시킬 수 있지 않아요? 그럼 독한 약을 항상 먹지 않아도 될 거고."

"약이 독한 줄 어떻게 알아?"

"먹는 거 싫어했잖아요."

"귀찮아서 그런 거지."

"진짜요?"

연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말을 그렇게 하는 것뿐이지, 정말로 약을 끊을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기대하는 중이었다.

"근데 연우 네 생각에는 그럴 것 같아?"

"오빠는 아닐 것 같아요?"

"응. 그거랑은 상관 없는 것 같아."

"왜요?"

"요도로 배출된 게 질벽에 흡수될 것 같지는 않아. 그냥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연우는 내 말에 이렇다 저렇다 반박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둘 다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찍고만 있는 건데 그 말에 반박을 한다는 것도 의미없는 일이고.

“근데 오다보니까 밖에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던데. 복도에 있던 떡대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예요? 오빠도 아는 사람들이예요? 누가 봐도 단순히 병문안 온 사람들 같지는 않던데.”

연우가 물었다.

키샤의 요원들을 본 모양이었다.

“응?”

은 과장님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연우한테 말을 할 뻔 했지만 결국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카린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카린의 그림에 나타난 일은 전부 이루어졌고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는 말.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은 과장님의 곁에 함께 있지 말라는 말을 듣고 그 당시에는 화가 났었지만 그건 유익한 충고였다.

연우한테 그 얘기를 한다면 연우는 자기가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은 과장님 주변을 어슬렁거릴 게 분명했다.

은 과장님이 나한테 소중한 분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연우까지 위험하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연우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자. 그럼 우리는 할 일을 하자고."

그리고 일단은 간단히 서로 옷을 벗었다.

연우하고 해 보고서 연우의 검사 결과, 알파가 연우에게 흡수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지기만 하면 줄줄이 다른 사람들까지 불러들일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낯선 곳에서 연우와 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사정이 목적이기는 했지만 딱 거기에만 목적을 두고 하기에는 연우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리고 일단 연우를 안는 순간 흥분이 되기도 해서 일이 조금 거창해 졌다.

연우는 그냥 약식으로 빨리 끝내자고 말을 했지만 나는 여러 체위로 돌려가면서 하다가 마지막에는 꽤 많은 양을 쏟아냈다.

우리는 은 과장님이 시킨대로 바로 은 과장님을 호출했고, 나는 연우의 몸에 얇은 이불을 덮어주고서 그 옆에 서 있었다.

들어온 은 과장님은 나에게 계속 거기에 있을 거냐고 했고 나는 내가 거기에 있는 게 연우에게 안심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럴 거라고 말했다.

검사를 받은 연우는 결과를 듣지 못하고 먼저 회사로 돌아갔다.

나를 불러서 검사 결과를 말하는 은 과장님의 표정은 애매해 보였다.

알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알파가 연우에게 흡수되지 않은 거냐는 말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어쨌거나 몸에 남아있지 않으니까 위험하지는 않은 거죠? 라고 물었더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처음에는 시원하게 대답을 해 달라고 했지만 은 과장님도 확실히 알지 못해서 대답을 못해주는 거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냥 기다렸다.

핫 걸과 수영, 교수님과 이재인, 준위와 해미가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았지만 그들에게서도 알파는 발견되지 않았다.

(므로의 활약은 대단했다. 수영과 해미는 므로를 갖고 싶어 했고 므로를 주면 안 되냐고 통사정을 했다. 나는 므로가 연우의 고양이라서 안 된다고 했다. 연우의 고양인데 내가 오늘 하루만 데리고 나온 거라고.)

해미가 들어왔을 때 은 과장님은 나를 살짝 불러내더니 해미가 몇 살이냐고 물었다.

나는 해미가 확실히 성인이라고 말을 하고, 증명까지 해 보였다.

연우 외에 여섯 명이 온 걸로도 은 과장님이 충분히 놀라는 것 같아서 나는 거기에서 수를 더 늘리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은 과장님은 알파가 성관계를 통해 상대방에게 흡수되지 않는 것 같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연구를 계속 진행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나저나 저 분들은 언제까지 계시려나?”

키샤 요원들이 있을 복도쪽을 고갯짓으로 가리키고 은 과장님이 물었다.

“신경 쓰이세요?”

“미안하기도 하고. 응. 불편하다. 상당히. 화장실 가는 것도 혼자 마음 편하게 못 가고. 밖에서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대로 힘도 못 주겠고.”

“그래도 당분간은 참으세요. 곧 다 해결할 거예요.”

은 과장님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을 해 놓기는 했지만 나나 핫 걸도 아직 실마리를 잡지못하고 있었다.

은 과장님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싶어했던 생명공학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서 행적을 조사했지만 은 과장님의 뜻이 확고한 것을 알고 모두 포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카린에게 연락을 해서 그림 속 사건이 언제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을만한 정보가 없냐고 물었다.

카린은 모른다고 했다.

카린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알아본 모양이었지만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틀리면 좋겠네요. 카린의 그림이 하는 예고요.”

내가 말했다.

카린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리고 현이 돌아왔다.

공항에서 현은 그냥 걸어서 나한테 다가온 것 뿐이었는데 아무 말을 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모든 게 설명되었다.

나는 현을 안아 주었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도 같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현을 보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현도 울었다.

현의 뒤에는 근도가 서 있었다.

근도는 나한테 다가와서 자기가 은 과장님을 지켜드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왜? 누가 우리 엄마를 납치하려고 하면 거품기로 때리게?”

내가 말하자 근도는 그냥 피식 웃기만 할 뿐 달리 더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근도의 오른 팔이라면 키샤의 최정예 요원들보다도 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내 문제에 근도가 자기 삶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나서게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근도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것 같았고, 내가 준 기회 때문에 자기는 지금까지 살아보고 싶었던 삶들을 충분히 살아봤다면서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나는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근도는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나는 현과 오래 얘기를 나누지도 못하고 공항에서 헤어졌다.

근도와 함께 병원으로 가자 은 과장님은 근도를 반겼다.

그리고 근도가 은 과장님 옆에 있을 거라는 말에 반가워했다.

나는 두 사람의 코드가 그렇게 잘 맞는지 몰랐다가 오히려 당황했을 정도였다.

아무 일 없이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은 과장님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의 생활이 어정쩡한 상태로 삐거덕거리던 차에 우리가 예멘으로 가기로 한 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이 되었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키샤에서, 은 과장님에 대한 ‘현존하고 예측가능한 위험’이 없다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막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토대로 내린 최종 평가였기에 나는 그 결과를 신뢰했다.

근도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예멘으로 갈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예멘 내 자원 개발을 목표로 현지에 세워진 회사는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테이프 커팅식에는 대표인 아버지와 은 과장님도 참여할 예정이었고 나는 직원들이 도열해 있는 곳에 연우와 함께 서서 화려한 오픈을 축하해 줄 계획이었다.

모든 각본이 완벽했다.

그때까지는.

누구도 변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나도, 카린도, 키샤도 마찬가지였다.

위험은 모두가 평안한 잠에 빠져 있는 그 순간에 조용히 틈탄다는 것을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그때, 소리없는 어둠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오래 전 자신들의 동료를 잃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가만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내일은 폭참으로 빠른 전개를 노리는데 집중력이 받쳐줄지가 관건입니다.

이거 쓰면서도 졸다가 노트북에 머리 찧고 안 되겠다 싶어 두 시간 자다가 와서 다시 쓰는데 그래도 교정,윤문이 잘 안되고 이상함. 오늘은 뭐가 잘 안 되는 날인듯해서 우선은 자려고요~~^^

편한 밤 되세요~

쿠폰,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