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34화 (33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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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트라

카린은 뭐하는 짓이냐면서 근도만 안에 놔둘 수는 없다면서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걸요?”

카린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그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소리를 듣고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는 듯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으으으으윽!!”

살을 베는 소리대신 옷을 찢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므로는 내 품에서 버둥거리고 바닥으로 톡 떨어지더니 그대로 연우를 찾아 냅다 도망쳤다.

“크아아아아악!!!”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카린의 이마에 땀이 맺히는 듯 하더니 카린도 큼큼거리면서 곧 발걸음을 돌렸다.

므로가 발라놓은 타액의 양으로 봤을 때, 그 문은 몇 시간은 지나야 다시 열릴 것 같았다.

나는 므로를 따라서 달려갔고 거기에는 연우와 아버지, 은 과장님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전히 겁에 질린 얼굴로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연우는 나를 보고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나 나를 안았다.

나는 연우를 안아주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살폈다.

모두들 무사한 듯 보여 안심이 되었다.

“다친 사람은 없는 거죠?”

내 말에 모두들 그렇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오다가 몇 사람이 차에서 끌려 내려갔다고 말을 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이미 구조됐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내내 그 사람들을 걱정한 듯 하더니 그제야 얼굴이 밝아졌다.

“우리는 거의 다치지 않았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서 치료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큰 일을 겪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원망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그런 뉘앙스의 말을 꺼냈을 때는, 이쪽 정세가 위험하다는 걸 모르고 이곳에 지원한 사람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냐. 정우야.”

아버지는 이제 완전히 안심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아버지."

내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연우는 근도를 찾았다.

왜 근도씨만 안 보이냐는 거면서.

나는 마땅히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먼 산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 사람들은 뭐고 말입니다. IS인 겁니까?”

아버지 회사의 전무님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해서 밝힐 수 있는 게 어느 선까지인지 알 수가 없어서 그 정도에서 입을 다물었다.

은 과장님은, ‘우리가 잘못 짚었던 거지?’ 라고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용히 말했다.

카린의 그림을 두고 한 말 같았다.

괜히 생명공학 기업들을 의심했던 것에 대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쪽을 의심했어야 했어요."

"그래도 다 잘 됐잖아."

은 과장님이 내 팔을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일단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서 치료를 받으시죠.”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 여러 대의 차량이 이동해 오는 것이 보였다.

핫 걸이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것 같았다.

이쪽 상황이 정리됐다는 걸 알지 못한 채 핫 걸을 따라온 사람들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따라나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에 따라 교전을 치를 마음까지 먹은 거라고 봐야했다.

선두 차량이 멈추고 거기에서 핫 걸과 김 경장이 뛰어내려 달려왔다.

두 사람은 곧바로 우리에게 달려와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인질들이 모두 무사하게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의아했을 것이다.

"근도씨는요?"

핫 걸 역시 근도를 찾았다.

나 대신 상황을 설명해 준 사람은 카린이었다.

카린은 사바스 용병들이 무슨 일로 다투기 시작했는지 결국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였고, 살아남은 사람은 두 명 뿐이며 지금은 근도가 두 사람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실히 제압이 된 거냐고 핫 걸이 묻자 더할나위없이 확실한 방법으로 제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던 핫 걸은 자기가 거기에 가 봐야겠다고 말했다.

“안돼요!”

내가 핫 걸을 붙잡으면서 말하자 핫 걸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 근도한테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 같으니까 우선은 그냥 놔두라고요.”

핫 걸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내 말을 따라주었고 김 경장을 시켜서 거기에 있던 사람들을 병원으로 옮기게 했다.

연우가 갑자기 므로를 보더니 너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다그쳤고 므로는 죽은 척을 해 버렸다.

“세상에! 므로가 근도씨를 핥았어요?”

연우가 내 귀에 대고 물었다.

“응. 근도 얼굴을 아주 물광 피부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아주 싹싹도 핥아대더라.”

“그럼…. 근도씨는 지금 어떤 상탠데요?”

연우는 기겁을 하고 물었다.

“모르지. 용병들이랑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전쟁터에서 다져진 근육질 몸들이라 근도도 아주 만족스러울 걸?”

연우가 내 팔을 툭 때렸다.

"그걸 그냥 보고만 있으면 어떡해요! 므로 이 자식! 너 미쳤어?!"

연우가 므로를 마구 흔들어댔지만 므로는 여전히 죽은 척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당분간은 그러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송되고 마지막 차에 아버지와 은 과장님까지 올랐다.

연우는 나하고 함께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고마웠다고 말하면서 나를 안아주었다.

“왠지 네가 와 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늦지 않게 와서 우리를 구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너는 오늘 우리 영웅이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가 엄마 지켜주신 거 알아요. 총구가 겨눠졌을 때요.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어요. 엄마도요. 그리고 연우도."

내가 말하자 세 사람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 없었던 내가 그 일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그때. 거기에 있었던 거냐?"

아버지가 물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해되지 않는 일을 이해하겠다고 너무 많은 혼란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는 듯한 태도였다.

나는 다시 한 번 아버지를 안아주고 아버지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제가 지켜드린다고 했죠?”

나는 은 과장님을 보며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고 은 과장님은 나를 와락 안아주었다.

은 과장님답지 않은 모습에 괜히 울컥해졌다.

담담한 척 하기는 했지만 무서우셨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된다고 무서움이 확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한 건데도 나는 어느 순간 너무 쉽게, 엄마고 아빠니까 잘 견뎌낼 거라고 믿어버린 것 같았다.

“잘 견디셨어요. 지금부터는 두 번째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행복해져요.”

“그래. 그러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은 과장님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두 분이 차에 오르는 것을 보며 나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카린은 연우가 나에 대해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연우가,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에 대해서 모른다면 연우를 그 차로 먼저 보내는 게 좋지 않냐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우리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카린은 내가 제대로 결정을 내려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나는 연우와 나 사이에 비밀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해주었다.

카린은 내 말 뜻을 이해했고 연우가 있는 자리에서, 앞으로 사바스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다.

지금쯤은 폴 콜드먼에게 연락을 해 줘야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카린은 이제 슬슬 근도를 끌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나는 욕구 불만족 상태의 근도 앞에 얼쩡거리고 싶지 않은데요. 시간이 좀 필요하기는 할 거예요.”

“아…. 뭐. 그럼 워싱턴에 있는 놈들한테 좀 더 기다리라고 하죠. 어차피 이렇게 빨리 끝낼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좀 더 똥줄타게 하다가 알려주면 더 좋아하겠죠.”

카린은 그렇게 말하고 잘 생각했다는 듯이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근도가 왔고 근도는 연우에게 안겨있는 므로를 보자마자 기겁을 하면서 멀리 떨어졌다.

므로가 왜 그랬던 건지는 나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잔인한 녀석은 므로인 건지도 모른다.

근도의 얼굴은 아직 좀 홍조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흥분감은 가신 듯했다.

나와 카린은 살아남은 용병들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고 현장을 본 후에는, 므로 이 자식을 확실히 교육시켜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돌아왔다.

두 용병들을 데리고 사나로 돌아온 후에 카린은 폴과 화상회의를 시작했다.

카린은 사바스 용병들이 사람들을 납치하고 미국인과 일본인 인질 두 사람을 죽이고 다른 몇 명의 인질들을 나무에 묶어 죽이려고 했으며, 남아있던 인질들을 다시 감금하고 그들도 하나씩 죽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일을 IS의 소행으로 덮어씌워 전쟁의 명분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일을 정치적으로 잘 활용하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카린의 말에 폴 콜드먼은 기뻐했다.

사바스 용병들을 제압하고 인질을 구해낸 사람들은 카린과 나였지만 카린은 그것을 한국 비밀 특수부대의 공헌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차후에 폴의 정부가 세워졌을 때 폴이 그 일을 갚아야 할 거라고 폴에게 말했다.

폴은 당연히 그렇게 할 거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해밀이라는 패를 버리는 것에도 합의를 했다.

해밀을 끌어안고 가기에는 해밀과 사바스의 유착 관계가 너무 깊어서 해밀을 포기하지 않으면 사바스가 폴 콜드먼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게 된다는 판단이었다.

“그래도 해밀이 우아하게 은퇴를 하게 해줄 수는 있겠죠. 이 모든 일을 해밀이 스스로 밝히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해밀을 오래된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겠죠.”

카린의 말에 폴은 즉각 일을 시행에 옮겼다.

이로써 폴이 대통령이 되고 카린이 폴의 브레인이 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 되어가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예멘과 미국 정부, 그리고 키샤 사이에는 아직 풀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내가 거기에 더 남아있을 필요는 없었다.

나는 핫 걸과 김 경장에게 부탁을 해서 아버지와 은 과장님, 그리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 날아왔던 사람들이 한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부탁했다.

같이 가지 않냐는 질문에 나는 내가 들러야 할 곳이 있다고 말했다.

연우조차도 내가 가려는 곳을 알지 못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소코트라에 가야지.”

내 말에 연우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어요.”

연우가 말했다.

“어떻게 잊냐? 네가 나한테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한 게 몇 개나 된다고 그걸 잊어.”

연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그 모든 일이 일어나는데 만 하루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나는 눈을 감고 연우의 체취를 맡았다.

사라지지 않았고 잃지도 않았다.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거였다.

연우는 두 팔로 내 허리를 안았다.

“이제 너도 할 말 없지? 나랑 같이 아버지 설득하는 거다. 예멘은 안 돼. 너무 위험해.”

연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연우가 꿈꾸었던 바다를 같이 보았다.

"어떻게 저런 색이 나올 수 있지?"

사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이름을 갖지 못한 색깔.

이름을 얻지 못한 색깔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오빠랑 와 보고 싶었는데. 그러면서도 정말로 같이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연우는 내가 약속을 기억해 준 것이 두고두고 고마운듯,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몇 번이나 그 말을 했다.

"이렇게 예쁜 바단데도 이연우보다는 못 생겼네."

"바다. 의문의 1패?"

연우가 내 손에 머리를 맡긴 채 품안에서 키득거렸다.

그 웃음소리를 잃게될까봐 걱정하고 조마조마했던 모든 순간이 보상받는 것 같았다.

연우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웃으며 말해 주었다.

"응. 회복못할 의문의 1패."

============================ 작품 후기 ============================

오늘은 이것으로 일찍 퇴근.

수고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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