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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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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소식에 이렇게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을까.
폴 콜드먼이 대통령이 됐다는 소식을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근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 소식을 빠르게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해밀은 어떻게 됐어?”
나는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양심 선언을 한 것 같은 분위기가 돼서 해밀로서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어. 해밀이 선택한 건 아니고 강요된 거긴 했지만. 해밀이 폴을 위해서 십자가를 져 준 거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을 정도야. 이 일만 아니었으면 해밀이 부통령이 될 게 거의 확실했거든. 해밀이 끝까지 폴을 지지해준 게 확실히 폴한테 도움이 되기도 했어. 해밀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해밀이 사바스랑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계속 해밀을 지지했거든.”
“결과적으로 다 잘 된 거지?”
“확실히 잘 된 거지. 이제 폴은 카린의 손아귀에 있는 거나 마찬가진데. 폴이 처음 방문하기로 한 나라를 한국으로 정한 것만 봐도 알만하잖아. 일본은 충격을 받은 것 같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가서 일본에는 들르지도 않으려고 한다고 말이야. 일본 정부는 폴이 일정을 조정해서 일본에도 들러줬으면 하고 딜을 넣어오는 것 같은데 폴은 한국을 여유있게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어. 나한테 같이 가 달라고 했는데 아직 거절을 못한 상태야.”
근도가 말했다.
“너 이 자식! 처음부터 그 자랑을 하고 싶어서 전화를 한 거지?”
“너는 이 새끼야. 어째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냐?”
걀걀걀 웃어대는 근도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일이 참 희한하게도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근도는 자기가 백악관의 요리사가 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고 폴로부터 제안을 받은 모양이었다.
“너는 그러고 싶어?”
내가 물었더니 근도는 별로 안 땡긴다고 말했다.
“나라고 해도. 그다지 땡길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 일정에 맞추는 게 네 적성에 맞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지? 그래. 잠깐 갈등을 하기는 했는데. 그래. 확실하게 거절해야겠다.”
근도는 어쨌든 폴이 카린이랑 같이 한국을 방문할 때는 자기도 같이 올 거라고 말했고 나는 네 일정을 나한테 자세히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근도가 한참을 우물쭈물하더니 자기가 한국에 있는 동안 므로를 하루 정도만 빌릴 수 있을지 연우한테 말해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그건…. 상관없겠지만…. 근데 므로는 왜?”
어? 혹시? 아니. 이 자식?! 사바스 용병놈들과 즐거웠던 건가?
“연우씨가 안 된다고 하면 구차하게 너무 막 그러지는 말고.”
근도는 소극적으로 덧붙였다.
“알았어. 그럼 그냥 말 안 할게.”
“아니. 그렇다고 또 그렇게까지 그러지도 말고. 나는 상관없지만 네가 하나밖에 없는 네 친구를 위해서 꼭 연우씨한테 말해주고 싶으면 말해줘도 돼.”
아, 또 뭐래.
"나. 너 말고도 친구 있거든?"
기가 차서 당장에 톡 쏘아버렸다.
"구라치지 말고. 아무튼. 나는 상관없으니까 연우씨한테 말해보고 싶으면 부담없이 말해봐."
이 자식 보게?
그러는 근도를 보니 므로 녀석의 정체에 다시 관심이 쏠렸다.
므로를 통해서 한 번 흥분상태에 빠졌던 사람들은 다시 므로를 보고 싶어하는 경향이 컸다. 므로가 연우 고양이라는 걸 알고는 연우한테 직접 부탁을 하는 건 어려워서 나한테만 몇 번 부탁을 하다 말기는 했지만 부탁하는 것도 꼭 근도 같았다.
꼭 빌려달라는 건 아닌데, 라는 식.
그러면서도 나를 만날 때마다 잊지도 않고 그 부탁을 다시 하는 것이다.
‘므로 타액에 중독 성향이라도 있나?’
다행인 건, 므로는 내가 핥으면 안 된다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혀를 내밀지 않았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혀를 뽑아버리겠다고 한 협박이 그냥 공언이 아니라는 걸 저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예멘에서 그 일이 있고 한국에 돌아와서 은 과장님과 상담을 한 일이 있었다.
내가 예멘에 같이 갈 수 없었던 게 사실은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거였다고 말하자 은 과장님은 나를 검사하더니 내 알파 수치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꾸준히 성관계와 사정을 해 오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비해서 수치가 높았다.
“부담감 때문에 그게 잘 안 되는 건 아니야? 사정을 해서 알파를 배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강박적으로 자위를 하거나 사정을 하다보면. 그게 잘 안 되는 때도 있지 않나?”
발기나 사정이 되는 건 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았지만 확실히 외부의 자극에 점점 내성이 생기는 것 같기는 했다.
전에는 연우 엉덩이를 봤을 때 똘똘이가 먼저 일어섰다면 이제는 아빠 미소가 나오면서 아, 귀여워 라는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하나.
연우만이 아니었다.
교수님도, 수영도, 핫 걸과 준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은 과장님은 내 알파 수치가 갑자기 오른 것이 내가 예멘에서 능력을 사용한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은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 과장님은 눈 앞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계속해서 혼자 분석을 해 왔었던 듯했다.
그리고 사바스 용병들을 죽게 만든 게 나와 카린의 인식 제어 능력이었다고 추측을 한 것 같았다.
은 과장님의 얘기를 듣고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을 사용하고 나서 그 자리에서 몸이 힘들다는 것을 느낄 정신은 없었다.
나한테는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어서 아마 쓰러질 수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소코트라에 연우와 둘만 남게 됐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피로감을 느꼈다.
그게 지속적으로 알파 수치의 증가라는 문제를 일으키게 될 줄은 몰랐고, 감정적으로 너무 지치고 놀라서 그런 거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은 과장님의 얘기를 듣고 보니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 과장님은 내가 당분간은 알파 수치를 정상치로 유지하는 것에 몰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전처럼 쓰러지거나 아니면 장기 입원을 해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을 하는 걸 듣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효과적으로 흥분하고 효과적으로 사정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잘 알지 못하는 여자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알지 못하는 여자에 대해서는 모든 자극을 신선하게 느끼게 되고 발기와 사정도 쉬웠다.
은 과장님은, 살기 위해서 하는 일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있겠냐고 했다.
강간이나, 사회적인 통념에 반하는 섹스가 아니라면 내 경우에는 정절이니 지조니 하는 건 사치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나는 결국 그 일을 두고 연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매번 연우에게 이해를 구하고 양보해 달라고 부탁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는 했지만 내가 전과 달라진 게 연우에 대한 내 마음이 달라져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연우는 내 몸의 알파 물질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알파 수치가 높아진 상태라는 말을 듣고 걱정을 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분간은 잦은 사정이 필요하다는 말에 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연우는 말 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런 말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 좋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연우에게 말할 수 없이 미안했다.
그 후로 연우가 우리 집을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연우를 보고 싶으면 내가 연우의 집으로 갔다.
하지만 연우는 웬만해서 우리 집으로 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있는 나를 보게 될까봐 겁이 났을 것이다.
연우에게 미안했고, 연우에게 므로가 있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캠 영상 사이트에 들락거리는 횟수도 다시 늘었다.
사춘기 남자애도 아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사이트를 드나들면서 쌔끈한 영상이 올라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물을 빼는데만 집중하는 것 같은 내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덕분에 내 레벨은 계속해서 높아지기만 했다.
이러다가는 내 사이트 방문 횟수가 사이트 운영자를 앞지를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작품 후기 ============================
소제목과 달리 다크한 내용은 아닙니다.
저 닥이 그 닥이 아니어서.
소제목의 이유는 아마 담편이나 다담편에서 밝혀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