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36화 (33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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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Dark

그러는 동안에도 빈혈 증세처럼 바닥에 쓰러지는 일이 있었는데 은 과장님에게 얘기를 했더니 내가 알파 지수를 수시로 측정할 수 있는 기계를 주문해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알파 지수가 위험선을 넘어가면 모든 일을 중단하고 사정을 하라고 했다.

그동안에는 집에서 쓰러지거나, 내가 쓰러지는 동안 내 옆에 준위나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큰 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운전을 하다가 쓰러지면 큰 일 아니냐면서 신신당부하는 말에 나도 수긍을 했다.

나는 내가 바로 사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보기 위해서 몸캠 영상 사이트에서 따끈한 영상을 늘 다운받아 두었고, 말할 것도 없이 내가 본 영상 속의 여자들은 현실에서도 만나게 되었다.

은 과장님은 알파 측정기를 만들어준 걸로 멈추지 않고 수치가 위험 수준에 이르면 진동이 울리게 하는 장치까지 만들어 주었다.

그것으로 나는.

아니. 말 안 할란다.

아무튼 그렇게 되어버렸다.

설마 내 몸의 알파 물질이라는 것까지 몸캠 영상 사이트와 관계되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도 혹시 키샤장이라면 거기에 대해서 뭔가를 알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핫 걸에게 키샤장을 만나게 해 줄 수 없냐는 부탁을 해 보았다.

그럴 때 나를 보는 핫 걸의 표정은 굉장히 애매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라고 해야 할지.

핫 걸이 나를 그렇게 보는 걸 봤을 때 나는 그 표정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핫 걸이 나를 그런 표정으로 본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난 것이다.

그러다가, 예멘으로 같이 가기 위해서 핫 걸이 나를 데리러 왔을 때 보인 표정이 그런 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멘에서 일어난 소식을 전하면서 핫 걸이 그때도 그런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그 생각이 나서 나는 핫 걸에게, 혹시 나한테 말하지 못하고 있는 얘기가 있냐고 물었다.

핫 걸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정말로 그런 것 같지 않았다.

내가 몇 번 더 추궁을 하자 핫 걸이 체념을 한 듯 한숨을 쉬었다.

“내가 하는 말. 굉장히 이상하게 들릴 거예요. 믿기 어려울 거고. 무엇보다 내 생각 자체가 아직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예요.”

핫 걸이 말했다.

핫 걸이 그런 식으로 장황하게 말하는 건 뭔가 엄청난 얘기가 나올 거라는 예고 같아서 나는 은근히 긴장을 하게 됐다.

“무슨 말인데 그래요? 그냥 편하게 말해봐요.”

핫 걸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보스는 평소에 회사 메신저로 나를 불렀어요. 화상 회의를 할 때도 있기는 했지만 회사 메신저로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그 날은, 워낙 급박한 상황이어서 그러기는 했겠지만….”

나는 핫 걸이 뜸을 들이는 걸 답답하게 여기면서 핫 걸을 바라보았다.

“그 날은 집으로 찾아왔어요.”

“집으로요?”

핫 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잖아요. 너무 급한 일이라서 전화로 할 수 없어서 집으로 왔다는데. 급했으면 전화를 하는 게 훨씬 더 빠르잖아요.”

“그렇긴 하네요.”

“보스는 골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내려가자마자 얘기를 시작했어요. 보스는 계속해서 어두운 곳에 서 있었고요. 보스를 직접 본 건 처음이었지만 사안이 너무 급박하고 중대해서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어요. 나는 보스가 가는 걸 보지 못하고 보스 앞에서 돌아서서 바로 정우씨한테 연락을 했어요. 그러다가 내가 돌아봤을 때 보스는 없었어요. 주위에 차도 없었고요.”

나는 대수롭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핫 걸이 왜 그렇게 이상하게 구는지 알 수 없었다.

핫 걸은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에 보스를 보고 놀라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왜요?”

“정우씬 줄 알았거든요.”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생각했던 게 맞았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로 확실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샤장이 우리 할아버지고 우리 할아버지가 키샤장인 것이다.

내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핫 걸이 나를 바라보았다.

핫 걸은 할아버지라고 하기에 너무 젊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나도 할아버지를 봤고, 할아버지와 큰아버지가 형제로 보일 정도로 할아버지가 젊어보였다고 했다.

핫 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그럼 뭔데요?”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핫 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기까지 찾아오느니 전화를 하는 게 빨랐을 거라는 건 알겠지만 그 분이 만약에 우리 할아버지라면 그렇게 서두른 것도 이해가 되잖아요. 서두르다보니까 오히려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걸 수도 있지만. 우리 가족들이 납치됐다는 걸 알았을 때 할아버지가 얼마나 놀랐을지 생각해 봐요. 할아버지는 나 때문에 우리 가족한테 늘 빚을 진 기분이었을 거예요. 특히 아버지한테요.”

나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어디라는 건지,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다.

아무리 냉철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주위 사람들이 일에 관련되면 어처구니없게 모순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핫 걸을 직접 보고서 말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그 일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을 때 할아버지가 그 근처에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면서, 나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채워넣기 위해서 내 스스로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냈다.

나는 핫 걸의 얘기를 들은 후에 할아버지가 키샤장이라는 사실에 더욱 확신을 가졌고 할아버지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럴 줄 알았다는 거였다.

왠지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제는 내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부지런히 알파 수치를 다운시켰다.

다운받을 새 영상을 찾기 위해서 몸캠 영상 사이트에 방문해서 영상들을 보는 건 내 일과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발견했다.

그 영상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희한한 분위기라고 생각을 하면서 캡쳐 사진을 먼저 살폈다.

여자의 눈이 붕대로 감겨있는 사진을 보고 나는 그게 SM 플레이를 하는 건 줄 알고 무심결에 그냥 넘겨버리려고 했다.

그러다가 영상 소개글을 우연히 읽었다.

[수술후 방치]

뭐야, 이건.

이렇게 무거운 내용의 것을 봤다가는 가까스로 세워놓은 똘똘이도 죽어버리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스킵을 하려는데 다른 영상들을 구경한다고 몇 페이지나 넘어갔다가 내 손가락은 기어이 다시 그 영상을 찾아내고 있었다.

다른 영상 소개를 보고 캡쳐 사진을 봐도 내 머릿속에서는 온통 그 영상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영상을 찾았고 캡쳐 사진을 한 장씩 다시 보다가 마침내 영상을 다운받았다.

영상은.

굉장히 건전했다.

노출이라고 할 것도 없고,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병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여자의 모습이 여러 각도에서 찍혀 있었다.

이게 대체 뭘까 하면서 나는 영상을 봤고 영상을 다 봤을 때는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에, 영상 속의 여자를 현실에서 만날 거라는 기대감이 없었다면 그 영상을 다운받느라고 화장지 두 개를 써 버린 것 때문에 진심으로 빡쳐버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냥.

그게 다였다.

눈에 붕대를 감은 채 벽에 기대 앉아있는 여자.

여자는 가끔 침대에서 내려가 보려고 손으로 침대를 더듬어 두 다리를 침대 밑으로 내려보기도 하지만 겁이 나는지 곧 다리를 거두어 올렸다.

누군가를 불러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 여자가 찾는 사람은 영상에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를 불러서 얘기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했다.

간호사는 환자에게, 그런 일들은 간호사들이 일일이 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니 간병인에게 말을 해야 한다면서 바쁘게 나가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눈에 붕대를 감고, 자기 몸보다 조금 큰 칫수의 환의를 헐렁하게 입고 무력하게 앉아있는 그 모습이 은근하게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나는 내 아랫도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자극에만 너무 열중해 왔다는 생각도 들면서 그 영상속의 여자에게 인간적인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그 반듯하고 단정한 이미지의 여자를 보면서 성적인 흥분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바닥에 닿는 다리가 세 개인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 작품 후기 ============================

우와...선작 7천이 코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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