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41화 (34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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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Dark

소이의 아버지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소이에게 그게 정말이냐고 물었다.

“소이한테 물으셔도 소이야 모르죠, 아버님.”

내가 말했다.

“문도 활짝 열려있었고 말입니다. 지나가면서 제가 볼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던 거긴 한데 이렇게 추운 날 문도 제대로 안 닫고 다니고 말입니다.”

링거대와 문 모두 내가 처리를 해 주기는 했지만 내가 인과관계를 중단시키지 않았으면 모두 유소이에게 안 좋게 영향을 미쳤을 요소들이었다.

내가 링거대를 치워주고 문을 닫아준 게 간병을 맡기로 한 여자를 위해서 한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열심히 보고를 하는 중이었다.

“그게 정말….”

소이의 아버지는 이번에도 그게 정말이냐고 물으려다가 자기 질문이 어리석다는 걸 깨닫고 그만두는 듯했다.

“그게 왜 그런….”

이번에도 질문을 마치지 못했다.

“마지막에 나간 사람이 그래 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내가 말했다.

“그 사람이 왜 그랬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유소이의 아버지가 심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저는. 아버님이 오셨으니까 가 보겠습니다. 저도 동생이 입원해서 옆에 있어줘야 해서요.”

내가 일어서자 유소이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자식. 벌써 내 마성에 굴복해버렸군.

“봐서 애들 있으면 밥 시켜주고 또 놀러오거나 할게.”

나는 유소이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작게 말해 주었고 유소이는 곧 얼굴이 밝아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나가려고 할 때, 간병을 맡았던 여자가 들어왔다.

그 여자는 소이의 아버지가 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어딜 갔다 오는 건가.”

소이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노여움이 깃들어 있었다.

“소…, 소이가 병원 밥을 잘 못 먹는 것 같아서요. 입맛 돌 만한 걸 사볼까 하고….”

여자가 말했다.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말이 어디까지 갈까해서 나는 차분히 구경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왜 빈 손인가.”

소이의 아버지가 다시 다그쳤다.

여자는 소이 아버지의 태도가 왠지 적대적인 것 같다고 느꼈을 것이다.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려고 눈을 굴리던 여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소이가 뭘 먹고 싶을지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전화를 걸어보지 않고 왜?”

“그게…. 소이가 갑자기 전화를 받으려고 허둥거리다가 다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나갈 때 문은 제대로 닫고 나갔나?”

소이의 아버지가 기습적으로 물었다.

“네?”

여자는 왜 그걸 묻나 하는 표정으로 전무를 바라보았다.

“링거대는 어디에 두고 갔나.”

“여, 옆으로, 침대 옆으로 치웠습니다. 아마 그랬을 겁니다. 서두르느라고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랬을 겁니다.”

여자는 되는대로 지껄였다.

"뭐가 그렇게 급한 일이라고 링거대 확인도 안 하나. 사람이 일을 맡기로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닌가? 현 비서가 없는 동안에 소이가 혼자 내려오려고 하다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뻔 했느냐 말이야. 사람이 그렇게.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고 설치고 돌아다니나?!"

"그건. 저는 소이양한테 뭐라도 먹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현 비서라는 여자는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끙끙거렸다.

"소이 간병을 내가 먼저 부탁했나? 현 비서가 먼저 나서서 하겠다고 한 게 아니냔 말이야. 나는 현 비서가 전문 간병인은 아니라도 우리 소이가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는 현 비서한테 의지하는 게 편할 것 같아서 현 비서 말에 따른 건데. 이렇게 사람을 실망시키나?"

한 번 시작한 말은 끝날 듯 끝날 듯 하면서도 쉽게 끝나질 않고 이어졌다.

"전무님."

“알았으니까 돌아가지.”

“…네?”

“집으로 돌아가라고. 오늘은 내가 여기에 있을 테니까.”

소이의 아버지가 강수를 두었다.

“저, 전무님. 피곤하실 텐데 제가 있겠습니다.”

현 비서가 말했다.

“나는 내 딸을, 믿을 수 있는 사람한테 맡겨야겠다. 알았어? 그래서 그런 거니까 돌아가.”

“전무님.”

“더 할 말 있나? 방금 내뱉은 그 멍청한 말들 말이다. 그게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면 자네는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을 전혀 못하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되는 거니까.”

“전무님…!”

여자는 항변 하려고 했지만 소이의 아버지는 가방과 외투를 가져다 안기고 문을 열었다.

여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나갔다.

그렇게 나가는가 했더니 나를 향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왜 봅니까?”

내가 물었다.

“아까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던 분 같은데 여기에는 웬 일이세요?”

여자가 희한한 일이라는 듯이 물었다.

그 와중에 자기 호기심이나 채우려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고 꼬투리를 잡아볼 생각인 것이다.

그냥 갈 길이나 가시지 상관할 일도 많으셔?

“엘리베이터에서는 소이가 눈에 붕대 감고 있어서 몰라봤는데 지나가다 보니까 이름이 써 있어서 이름 보고 소이인 걸 알았습니다. 우리는 원래 아는 사이였고요. 지나가는데 문은 열려있고 소이가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는데 링거대에 걸려 넘어질 것 같더군요. 그래서 들어왔습니다.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은데 이것도 얘기해줄까요? 지나가다가 그쪽이 전화 통화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내가 여기에서 얘기하면 굉장히 안 좋을 내용 말입니다.”

여자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소이의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았다.

심상치 않은 내용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뭔데 그럽니까.”

소이의 아버지가 나에게 말했다.

“전무님이 퇴근하자마자 여기로 오시고 자기한테 고마워한다고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

내가 그 말을 하자 여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면서 이제는 손과 턱을 바들바들 떨기까지 하더니 고개를 격렬하게 저었다.

내가 그 말을 들었다면 그 뒤의 말도 들었을 거라고 깨달은 듯했다.

소이의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 말이 뭐가 대단하다고 그러는 거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아직 말하고 있지 않은 얘기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뭔가!”

소이의 아버지가 여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전무님…. 그게….”

여자가 순순히 말을 하지 않을 것 같았는지 소이의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뒤에 있는 소이를 가리켰다.

소이가 듣고 있는 곳에서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고 소이의 아버지는 내 말 뜻을 알아들었다.

“잠깐 나가죠.”

여자는 갑자기 그 자리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깨졌겠다고 예상될 만큼 심하고 갑작스럽게 꿇었다.

소리도 요란했고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을 텐데도 여자는 그런 건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전무님.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친한 언니랑 통화하면서 경솔하게 말했습니다.”

“뭐라고 말한 건지나 말하면 될 텐데.”

“전무님….”

소이의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소이의 아버지를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갔다.

여자도 어쩔 수 없게 됐다는 듯 병실 밖으로 나왔다.

여자는 절뚝거렸고 무릎에서는 피가 났다.

우리를 따라오려고 하는 것 같더니 마지막에는 제대로 걷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았네요?”

내가 말했다.

여자는 나를 잡아 죽이고 싶다는 듯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소이 퇴원하고 나서도 한동안 여기 있어야 될 것 같네요? 간병인이 아니라 환자로요. 그때 간병인은 좀 제대로 된 사람을 구하게 되기를 바라줄게요.”

나는 그 여자가 유소이에게 한 짓이 용서가 되지 않아 한껏 괴롭혀 주었다.

그 여자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나한테 희망을 걸어보려는 것 같았다.

내가 설마 정말로 그 말을 해 버리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여자를 보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여자는 안심을 하고 웃어보였다.

나는 입을 열었다.

“소이를 밀어버리면 소이가 다쳐서 더 오랫동안 자기가 소이와 전무님 곁에 머물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런 요지였습니다.”

내가 말했을 때 여자와 소이 아버지 중에 누구의 표정이 더 나빴는지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 작품 후기 ============================

아.. 이 챕터 빨리 끝내고 49금짜리 외전이나 하나 쓰고 싶다...

보는 순간 절대로 이전과 같아질 수 없게.

애덜트의 기준을 새로 만들어버리는.

아... 내 일은 언제 끝나. 집에 가고 싶다. 스트뤠에에에에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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