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43화 (34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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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Dark

“그래서 그런 거 아닌데요? 얼핏 봤던 얼굴이 못 생기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라면 모를까.”

유소이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꼭 장난만은 아닌 것 같았다.

“헐. 돈보다는 얼굴인 거야?”

“확실히 그렇죠. 처음 만났는데 자기 돈 많다고 어떻게 어필을 할 건데요. 몇 억짜리 시계 차고 슈퍼카 키 갖고 있어도 상대방이 못 알아보면 끝인데. 근데 얼굴은 안 그렇잖아요.”

“내 얼굴 모르는 사람이랑 썸 타는 거 호기심 생겨서 수작걸어본 건데 재미가 급떨어져버렸다.”

내가 푸념조로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썸을 타요? 목소리로?”

“나는 내 목소리에 뻑 간 줄 알았지.”

“크크크크. 아니. 근데. 동생 얘기도 거짓말이었던 거예요?”

소이가 뒤늦게 물었다.

“응. 학교 후배가 입원했다기에 왔다가 본 거야.”

“근데 여긴 왜 들어왔어요?”

“정말로 링거대가 네 침대 앞에 있었어. 그거 치워주러 온 거였어. 거기에 눈이라도 찍혔으면 너 죽었어, 인마.”

소이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언니가 그런 거예요? 그 언니가 왜요? 실수한 거예요?”

“네가 더 다치면 너희 아빠랑 가까워질까봐서 그런 거지. 작업하려고 너를 몸빵시킨 거고.”

방어력도 떨어진 애한테 돌직구를 날려서 미안하기는 했지만 돌려말하는 건 너무 복잡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세상 진짜 무섭네요.”

“야. 근데 병원도 좀 괜찮다.”

“뭐가요?”

“아니. 이렇게 누워서 보니까 편해서. 내가 환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좋겠네요. 나는 답답해 죽겠어요.”

소이가 말했다.

나는 엎드려서 소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뭐하세요?”

“네 얼굴 보고 있어.”

“왜요?”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잖아. 모레 푼다고?”

“네. 풀면 눈 막 충혈돼 있고 부어있고 그럴 텐데.”

“그래? 그럼 그 날은 보지 말까?”

“근데 왜 여기에 있어요? 후배 병문안 왔다가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내가 다칠까봐서 들어왔다가 내 머리 감겨주고 계속 여기 있는 거잖아요.”

“응. 명쾌하게 정리도 잘 하네.”

“할 일 없어요? 내 말은. 안 가도 되냐고요.”

“응. 지금도 완전히 놀고 있는 건 아니야.”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데요?”

소이가 웃으며 물었다.

“작업중이잖아. 작업중.”

소이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친구 없어?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

내가 물었다.

“…….”

“응?”

“없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

“됐다. 없네, 뭐.”

“어떻게 알. 아니. 왜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확실히 없네. 그거 프로파일링 기법에 나와.”

“어떻게 아는 건데요?”

소이는 신기한 듯이 물었다.

프로파일링 기법은 무슨.

정신없이 묻다가 어느 대목에서 신기하게 생각하고 놀라는지 그걸 보는 거지.

“유소이.”

“왜요?”

“너 화장실 어떻게 갈래?”

“안 가도 돼요.”

“가야 될 때는?”

“간호사 언니한테 부탁해야죠. 퇴원할 때 아빠한테 말해서 선물이라도 해 주고.”

“응. 그래.”

“왜요?”

“아니. 그러라고.”

뒹굴거리고 있는데 식사 시간이 됐다.

다 큰 애한테 밥을 먹여주는 일은 재미있었다.

소이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작은 입을 벌리기를 기다렸다가 거기에 뭔가를 넣어주고, 소이가 그 입을 다물고 오물거리면서 씹는 걸 보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새 발기해버렸다.

“잘 받네.”

“네?”

“잘 먹는다고.”

소이의 입이 잠시 멈췄다.

저 입 안에 다른 걸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아, 라고 말하고 소이의 입을 벌리게 했다.

“소이야.”

“네?”

소이는 대답을 하려고 몇 번 씹지도 않은 밥을 꼴깍 삼켰다.

바보. 입에 물고 대답해도 될 텐데.

네, 라는 말을 발음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오빠. 네 입 보고 있으려니까 꼴려.”

“……!”

“다른 거 넣어보고 싶다.”

소이의 목구멍으로 침이 꼴깍 넘어가는 게 보였다.

소이는 그런 자기 얼굴을 내가 빤히 볼 거라는 게 신경 쓰였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마구 비벼댔다.

“하지마. 식판에 각질 떨어져, 인마.”

소이의 손을 잡아서 내려놨더니 소이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먹어. 장난한 거야. 헛소리 안 할게. 먹어.”

그런데도 이제 유소이는 제대로 입을 벌리지도 못했다.

그 행위를 내가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 건지,아니면 내가 빤히 보고 있어서 그런 건지.

두 가지 다 이유가 됐을지도 모른다.

“입에 묻었다.”

일부러 입가에 묻도록 넣어주고는 느긋하게 소이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문지르며 닦았다.

묻은 건 입술 가쪽인데 손가락은 입술 전체를 천천히 쓸어온다.

“……!”

소이는 움찔하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려고 했고 나는, 가만 있어봐, 라고 하면서 아예 윗입술까지 천천히 문질렀다.

입술은 어떻게 자극을 하느냐에 따라서 극도로 흥분을 하기도 하고 그냥 밍숭맹숭하게 넘어가버리기도 한다.

나는 소이가 어떻게 느끼는지 예의주시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소이의 입에서 더운 숨이 나왔다.

나는 손을 내리고 소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소이는 헉, 소리를 냈고 나는 소이의 이를 혀로 핥았다.

“자, 잠까, 잠깐, 오빠…!”

“왜? 이 닦고 오고 싶어?”

내 말에 소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혼자서는 못 닦잖아. 맞지? 오빠가 닦아줘?”

소이는 미치겠다는 얼굴이었다.

“배는 이제 충분히 부르지? 밥은 그만 먹자. 이제 재미없다.”

소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식판을 내다놓고 병실로 들어갔다.

회진도 일찍 돌고 갔고 이제 다음날 아침까지는 우리밖에 이곳에 없을 거라는 게 거의 확실했다.

간병인이 올 수도 있겠지만 안에서 문을 잠그고 잠들었었다고 말해도 될 테고.

소이는 화장실에 나와 같이 가는 것을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이를 안 닦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마지 못해 따라간다는 듯이 순순히 내 손에 붙잡힌 채로 따라왔다.

소이는 내가 안내하는대로 들어가서 서 있었고 나는 소이의 칫솔에 치약을 짰다.

“이이.”

소이는 불편한 표정을 짓더니 양치질은 자기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짜? 아닐 것 같은데.”

“그건 당연히 할 수 있죠.”

소이는 자기가 혼자 이를 닦을 수 있다고 했고 나는 안 될 거라고 우겼지만 말을 하다가 소이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잠이 덜 깬 상태로 눈을 감고 이를 닦는 적이 많았으니까.

결국 소이가 원한대로 소이 혼자서 이를 닦게 했고 나는 그동안 옆에 서 있었다.

내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으면 그건 또 그것대로 신경이 쓰이는지 소이가 나를 불렀다.

그래서 대답을 하면 뭐하고 있냐고 물었다.

별 걸 다 상관해요.

“그냥 네 얼굴 보고 있어. 정말로 얌전히 그냥 서 있기만 하는 중이야. 참고로. 내 다리 하나도 독자적으로 섰어.”

“풉!”

소이가 치약 거품을 한가득 물고 있다가 세면대에 품었다.

품어도, 딱 떨어질 곳으로 잘 맞춰서 품네?

나는 소이의 등짝을 살짝 때리고 일만 만든다고 타박을 하고서 소이의 턱과 얼굴을 닦아주었다.

여기저기에 많이도 튀어서 옷을 갈아 입혀야 할 것 같았다.

“환의 새로 달라고 해서 받아올게.”

“그건 캐비넷에 있고 제가 갈아입을 수 있어요.”

소이가 말했다.

“절대로 못 할 걸?”

나는 장담했다.

“할 수 있어요.”

“이건 어쩔 건데?”

주사 바늘이 꽂힌 곳을 살짝 건들자 소이가 아, 라고 짧게 탄식처럼 말했다.

주사바늘은 어차피 옆으로 바짝 누운 채로 반창고에 붙어 있어서 아플 것은 없겠지만 그 주렁주렁 달린 줄을 소매에 넣었다 빼기를 몇 차례를 해야 할 텐데 유소이에게 그 미션은 수행이 불가능해 보였다.

“간호사 언니한테 말해보면 돼요.”

소이가 말했다.

“너는 참. 애가. 못 됐다. 왜 그 분들을 나뿐 분들로 만드냐? 네가 부탁을 안 하면 그 분들은 나쁜 분들이 되지 않아도 되잖아. 너 아니어도 해야 될 업무가 많을 텐데 어쩔 수 없이 거절하면서 마음이 얼마나 안 좋으시겠냐. 응? 해 주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런데다 이런 거가 묻히고.”

소이의 표정을 보니 내가 이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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