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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딥 웹
6부. 딥 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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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이 한국에 방문하면서 덩달아 바빠진 녀석 중 하나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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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로였다.
근도의 부탁을 연우한테 전해줬더니 연우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푸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생각난 김에 므로를 붙잡고 근도한테 그런 식으로 마구 침을 발라대면 안 된다고 확실히 교육을 시켰다.
므로는 내가 자기를 잡고 얘기를 시작하면 막 불편해하고 회피하느라고 바빴다.
그래도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는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므로의 조그만 혀가 부리는 마법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건 정말로 막강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딱 한 번만 핥아. 딱 한 번만. 알았어?”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연우는 아마 한 번만 핥는 것도 강력할 거라고 말했다.
“기분 좋을 정도로만 흥분이 되게 하면 좋을 텐데 므로는 아주 고문시키는 수준으로 핥아대서 그게 문제예요.”
연우가 고자질을 하듯이 말하자 므로가 저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이 딴청을 피웠다.
“므로. 근도 괴롭히지 말고 정말로 적정한 선에서 멈춰야 돼. 알았어?”
므로는, 거 참 말 많네, 하는 표정으로 나를 한 번 위 아래로 보고는 휙 도망쳐 버렸다.
알아듣기는 했겠지? 하고 연우를 봤더니 므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폴 콜드먼이 한국에 방문한다고 하자 여기저기가 동시에 들썩였다.
거기까지 온 김에 자기들도 봐 주고 어디도 방문해주고 해 줬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다.
하지만 폴은 개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두었고 꼭 필요한 일정 외의 시간에는 다른 계획을 잡지 않았다.
폴은 은 과장님의 병원에 방문해서 은 과장님을 만났다.
그게 폴의 중요한 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는 우리 새엄마가 역시 보통 분은 아닌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폴은 생명공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면서 은 과장님을 마구 치켜세웠고 자기네 나라의 생명공학 기업과 같이 연구를 해 보면 어떻겠는지 적극적으로 권해왔다.
은 과장님은 입술을 양 옆으로 길게 늘이며 웃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게 도대체 어떤 답변이 됐다는 건지 알 수 없었는데 기사는 대단하게 나왔다.
‘긍정적인 의미로’, ‘그런 제안을 해 준 것을 고마워하며’ 라는 온갖 자의적인 수식어들이 붙으면서 마음대로 해석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은 과장님은 다른 사람들이 그걸 뭐라고 해석하는지 관심도 갖지 않았다.
폴 콜드먼과 같이 온 카린은 은 과장님에게 붙잡혀서 카린에게도 알파 물질이 있는지 검사를 했고 심지어 카린은 우리 새엄마 때문에 강제로 자위까지 하고 나와야했다.
알파 물질이 있을 경우에 그 수치가 사정 전후에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당연한 거긴 하지만 우리 새엄마 앞에만 서면 왠지 괜히 작아지는 카린은 대꾸도 못하고 딸을 치고 나와서 검사를 받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카린에게는 알파 물질 같은 게 없다는 것만 밝혀지고 끝이 났다.
근도는 무슨 잘못인지.
카린이 새엄마의 명령으로 사정을 하러 들어갔다는 걸 알지 못한 채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화장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하고 밖으로 도망쳐 나온 근도는 밖에 나와서 벽에 딱 붙어 숨어 있다가 거기에서 나오는 사람이 누군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게 카린이라는 걸 알고는 그 후로 카린을 변태 보듯이 보곤했다.
카린은 근도가 왜 갑자기 자기를 이상하게 보는지도 몰랐고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근도는 한국에 와 있는 동안 므로를 알차게 잘도 써먹었다.
므로가 근도에게 끌려다니다가 과로로 쓰러지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카린이 나를 찾아왔다.
할 말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나는 카린이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내기를 기다렸다.
“최근에 우리가 몇 가지 일을 진행을 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전부 이 일에 대해서 임정우씨가 알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카린이 말했다.
“우리라는 게 누굽니까?”
왠지 뭔가 굉장히 은밀하고 비밀스럽고 거기다가 부도덕적이기까지 할 것 같은 냄새가 풀풀 풍겼다.
“정은호, 정은수, 이지도, 최근도와 민현입니다.”
“예?”
그 이름들의 조합으로 내가 어떤 그림을 그려내야 할지 어리둥절해서 나는 카린을 바라보았다.
대대장님과 은수 형까지?
그 분들은, 친하다고는 해도 그래도 아직까지도 거리감이 많이 느껴지는 분들인데?
“속 시원하게 말해주면 좋겠군요.”
내가 말하자 카린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사바스는 자진해체를 했고 사바스에 소속돼 있던 용병들은 다른 민간군사기업으로 많이들 옮겨간 상탭니다. 사바스는 해체됐지만 사바스의 계약자들은 여전히 사바스가 해 줬던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고.”
카린이 얘기를 계속할수록 나는 카린이 하는 말에 집중을 하는 게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 카린이 하는 말이 꼭 내 주의력을 분산시키려고 하는 것 같아서였다.
“사바스 대신 새 계약자가 돼서 계약을 유지하고 싶다는 말로 들리네요.”
적당하게 카린의 말을 자르고 치고 들어가며 내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한 이름들이 왜 거기에서 튀어나옵니까?”
나는 그야말로 의구심이 들어 물었다.
“이지도 대대장과 정은수는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고 최근도와 민현은 그들 자체로 훌륭한 병기죠. 어렵고 위험한 일들은 아닙니다. 수송대열에 합류해서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요인 경호 같은 일들을 짧은 계약 기간 동안 하는 겁니다.”
“민현요? 우리 현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대답을 하면서 내 시선을 회피하는 카린.
어째 므로가 빙의된 것 같은 모습이다.
나는 카린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이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라고 했는데.
그냥 현이가 휠 체어에서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게만 해 주면 된다고 했는데도 카린은 내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민현 모르게 몰래 한 건 아닙니다. 민현은 최근도의 몸을 봤고 자기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뭐.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조금 설득을 하기는 했지만. 일단 그렇게 만들어 놓은 다음에 사용을 하건 안 하건 그건 나중에 가서 결정을 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건 일종의 보험이죠. 아주아주 비싼 보험이지만 어차피 민현이 보험료를 내는 것도 아닌데 그런 기회를 날린다면 바보인 거죠.”
카린은 거리낄 것 없다는 태도로 말했다.
“은호 형은요? 근도랑 현이는 그렇다치고. 그리고 대대장님이랑 은수 형도 그렇다고 치고. 은호 형이 거기에서 뭘 하는데요?”
“그런 회사에도 사장은 필요하니까요. 용병들만 둔다고 저절로 일이 굴러들어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카린은 슬쩍슬쩍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은호 형은 그런 일에 대해서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요?"
"그런 시장에 대해서 몰랐으니까 당연히 그랬겠죠. 그래서 내가 도와준 겁니다. 정은호가 하려는 일은 그냥 소소한 것들이잖아요. 이건 크게 돈이 될 사업입니다. 깨가 백 번 굴러서 뭘 합니까? 수박이 한 번 구르면 돼요."
카린이 자신있게 말했다.
"폴 콜드먼이 우리를 비호해 줄 거고 말입니다. 힘들게 폴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놨는데 써먹어야죠. 우리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면 폴이 얼마나 미안하겠습니까? 나한테 은혜를 어떻게 갚을지 밤낮으로 그 생각을 할 텐데."
카린이 말했다.
저 사람이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
“이미 시작을 한 겁니까?”
내가 물었다.
“전반적인 모든 부분에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단, 모든 사람들이 내세운 전제조건이 임정우씨의 합류 내지는 승인입니다.”
나는 카린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 사람들은 그 일을 임정우씨가 인정해 주기를 바랍니다."
카린이 말했다. 그거야말로 중요한 부분이라는 듯이, 그때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서 말했다.
“그 사람들로 충분한 겁니까? 그 사람들만으로 안전이 보장되냐는 겁니다.”
나는 그것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충분하지 않은 일은 맡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회사를 크게 키울 생각도 없습니다. 이미. 충분하니까요.”
카린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므로만 사고치고 다니는 게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