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56화 (35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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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가 그 사람을 만나봐야 할 것 같구나. 거의 다 왔고 손에 뭔가가 잡히고는 있는데 그게 뭔지를 몰라서 답답해 죽겠는 그런 느낌이거든. 내가 그 사람을 만날 방법이 없겠니?”

새엄마가 말했다.

말하는 새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흐른 자국이 있었고 새로운 눈물이 계속 솟아나고 있었다.

새엄마는 눈 앞에 내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정우 형의 형체가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새엄마는 울었다.

내가 죽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있다는 것.

그 두 가지 상충되는 사실이 모두 진실이었다.

그리고 새엄마는 내 죽음을 애도해 주었다.

나는 새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그래. 그러니까 임정우지.”

내가 정우 형의 회귀에 대해서 말을 했을 때 새엄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팔을 쓸어주기도 했다.

새엄마는 우리를 동일시해야 할 때 동일시했고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때 분리해서 생각했다.

정우 형을 보고 싶다는 새엄마의 말에 나는 정우 형을 불렀고 정우 형은 우리가 있는 곳에 나타나 주었다.

정우 형이 은 과장님을 본 것은 처음이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내 새엄마가 돼 있는 은 과장님을 본 것은 어쨌거나 정우 형에게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정우 형은 신기해하는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나는 그게 어떤 표정인지 이해했다.

은 과장님을 헬퍼로 선택한 자신의 지혜로움을 찬양하라고 막 주위 사람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무언으로.

나와 새엄마는 정우 형이 뭘 원하는지 알았지만 쌩까주었다.

각자에게는 자기다움이라는 게 있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우리다운 행동이니까.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 하지 않는가.

정우 형과 새 엄마, 두 사람은 본론에 들어가 진지한 토론을 나눴고 정우 형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말해주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내 npc들의 안전입니다. 그런데 아마 싸움이 시작되면 그 녀석들도 공격을 받게 될 곳 같아요. 나는 그 해결책을 찾으려고 오랫동안 고심해 왔는데 아무래도 알파 물질이라는 게 해결책이 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알파 물질은 여러 능력을 흡수하면서 생겨난 물질이고 독소를 생산하는데 그게 정우한테만 위험한 물질은 아닌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능력자들한테도 위험할 것 같거든요. 나는 내 npc들이 정우와의 성관계를 통해서 독소를 흡수해서 땀구멍을 통해 독소를 자연스럽게 배출할 방법에 대해서 은 과장님이 연구를 해 주었으면 합니다. 비용은 얘가 낼 거예요. 그럴 거지?”

형이 물었다.

어찌나 자연스럽게 말하는지 집중하지 않고 넋놓고 들었으면 비용은 ‘내가’ 낼 거예요, 라고 말한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나는 형이 하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빠르게 굴려야 했다.

내 여자들이 내 독소를 흡수해서 그걸 땀구멍으로 배출하는 방법으로 능력자들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건가?

“자연계에도 그런 식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개체가 존재하기는 하죠.”

새엄마가 말했다.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선행되지 않으면 딥 웹에 접속할 수 없어요. 내 npc들을 위험에 빠뜨릴 일이라면, 내가 여기로 돌아온 것도 다 소용이 없게 됩니다.”

형이 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절박한 목소리라고 해야겠다.

“그럼, 거기에 접속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새엄마가 물었다.

새엄마도 걱정하고 있었다.

형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새엄마도 전부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 불 속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고 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싶은 것 같았다.

“헤드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정우를 찾아올 겁니다. 그리고 평화롭게 대화하는 방법은 잘 모르는 인간이고요. 헤드가 정우를 찾아온다면 그때부터 희생이, 그것도 엄청난 희생이 생길 겁니다.”

형이 말했다.

“시급한 문제긴 하네요.”

“정우가 내 npc들을 일시적으로 보호해 주거나 정우 능력으로 커버를 해 줄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가는 저한테 생겼던 문제가 반복될 겁니다. 정우가 동력원이 되게 하면 안 돼요. 아무리 정우라고 하더라도 스킬과 아이템을 사용하는데는 제한이 있는 거고 그렇게 되면 정작 싸워야 할 때 정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나도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보호해 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그러다가 형이 하는 말을 듣고 이해가 되었다.

그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말이다.

“연우를 다시 검사해 볼 필요가 있겠군요. 정우가 의도하지 않는 동안에 그 일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요. 한 번 확인을 해 봐야겠어요.”

새엄마가 말했다.

만약 새엄마의 말대로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우의 몸에서 이미 그 물질이 배출되고 있고 그게 능력자들의 접근을 막거나 아니면 능력자들에게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정말로 하이드 스킬이 필요한 녀석들은 내가 아니라 내 여자들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서 숨을 필요는 없었다.

능력자들.

그들의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형과 내 눈이 마주쳤다.

“다시 잃게 하지 마라.”

형이 말했다.

형은 부탁한다는 듯이 내 어깨를 손으로 짚으려고 했다.

아, 진짜 저 형.

붕어도 아니고 나를 만질 수 없다는 걸 언제쯤 깨닫게 될까.

***

유소이는 볼에 바람을 넣고 나를 슬쩍슬쩍 바라보고 있었다.

보자고 해서 불러내놓고서 내가 말이 없으니 이상했던 모양이다.

나는 새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새엄마가 손쉽게 검사를 해 볼 수 있었던 연우와 수영, 그리고 핫 걸에게서 특별한 페로몬이 발견된 이후에 새엄마는 그것들을 계속해서 연구했다.

정우 형은 그게 능력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봐야겠다고 하면서도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대화를 계속하던 중에 새엄마는, 그게 적대감을 없애는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적대감을 없애고 호감을 주는 화학물질에 대해 연구를 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하면서 새엄마는 그쪽으로도 알아보았다.

정우 형은, 그거라면 가능성이 있겠다고 수긍했다.

새엄마는 거기에 대해서 연구를 계속하기로 했고 나와 최근에 만난 여자들을 검사해 보고 싶어했다. 그 여자들에게서는 나와 관계가 오래된 여자들한테서 발견된 페로몬이 발견되지 않았고 나한테는 특명이 떨어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짧게 만나고 잊었던 여자들의 페로몬 분비량을 높이라고.

그게 하이드 스킬처럼 강력하게 몸을 은폐시켜주지는 못하더라도 존재의 노출을 회피시켜 줄 수만 있어도 1차적인 방어막은 형성되는 거라면서 정우 형은 기대를 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었다.

나는 소이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자고 말했다.

오랜만에 소이를 다시 만난 것이다.

수술이 끝나고 병원에서 헤어진 후로 정말 긴 시간이 지나 있었다.

소이의 눈은 더 이상 충혈되고 부은 눈이 아니었다.

내가 처음에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소이의 눈은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고 소이가 수술 전에 찍었던 사진에서 보이던 묘한 매력도 다시 소이에게서 나타나고 있었다.

그것은 눈에 초점이 정확하게 잡히냐 아니냐의 문제라기보다 소이 자신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이는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 섭섭했다고 말했다.

네가 먼저 하지 그랬냐고 했더니 그러기에는 아직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늘은 갑자기 왜 연락한 거예요?”

소이가 물었다.

“너랑 자려고.”

소이의 목으로 침이 꼴깍 넘어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보여서 나는 소이의 머리를 헝클었다.

“야한 생각 했냐? 그냥 자려고 그런 건데? 이 자식. 음탕하네?”

“내, 낵, 내가 뭘요?”

소이는 속내를 들킨 게 분했는지 바락바락 대들었다.

귀여운 녀석.

“으이이이이그. 다 보여, 인마. 알았어. 그렇게 원한다면 오빠가 한 번 줘야지, 뭐. 그대신 이번 한 번만이다?”

“뭐, 뭐가요!!”

발끈하는 녀석이 귀여워서 헤드락을 걸었다.

버둥대던 소이가 칵칵거렸다.

“눈은 이제 좀 어때?”

“뭐. 적응되는 것 같아요. 어때요, 보기에? 표시 나요?”

소이가 나한테 곧바로 되물어 왔다.

“아니. 근데 나는 그 전도 괜찮았던 것 같아.”

“사실은 과교정이 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간헐성 외사시일 때는 막상 표시가 잘 안 나고 알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과교정이 돼 버려서 사람들이 다들 한 번씩 더 쳐다본다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소이 너는 완전 잘 된 것 같아. 평범해 보여.”

내 말에 소이가 웃었다.

“그 말 웃기죠? 평범해 보인다는 말. 그게 내가 그렇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거든요. 그냥 눈에 초점이 바르게 잡힌다는 것만 가지고도 나한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좋은 걸 수도 있겠다. 그걸로도 감사할 수 있잖아. 내 친구 중에 손을 잃은 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도 아마 그런 생각을 했겠다. 내 사촌동생은 오랫동안 걸을 수가 없었는데 그 녀석도 평범하게 되기를 바랐을 거고.”

소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래요, 라고 말을 하면서.

우리가 만난 시간은 점심도 되지 않은, 좀 이른 시간이었고 나는 오랜만에 만난 소이와 뭔가 특별한 것을 해 보고 싶었다.

“소이야. 우리 산에 갈래? 산행 좋아하냐?”

“산행요? 그럴 것 같아 보여서 물어요?”

“아니.”

“완전 싫어해요, 걷는 거. 움직이는 거.”

“불공평하네. 그런 사람이 그렇게 날씬한 거냐?”

그러면서 나는 소이를 차에 태웠고 등산복 매장으로 향했다.

소이는 산에 안 갈 거라고 우기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내가 골라주는 옷과 신발을 받아들고 꼭 나한테 불만 많을 때의 므로랑 비슷한 표정을 짓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녹색이 눈에 좋다잖아. 오빠가 다 너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이렇게 너 생각해 주는 사람이 어디 있냐?”

나는 되는대로 입에 담아 주워섬겼고 소이는 내 고집을 꺾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높은 데는 안 올라갈 거야. 그냥 적당히 땀 날 정도로만 올라가자. 도중에 힘들면 오빠가 업어줄게.”

“산에서 어떻게 업어요?”

“너. 이 근육이 괜히 달려있는 건 줄 알아?”

소이는 한숨을 푸욱 쉬고 따라나섰다.

어디로 갈 거냐고 해서 북한산에 가자고 하고.

나도 산에 대해서는 개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소이는 나보다 더 모른다는 걸 알고 아는 척을 시작했다.

소이는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고 오오, 아아 하면서 나의 껍데기뿐인 지식에 감탄하는 눈치였다.

“나는 뭐 가져가야 돼요?”

소이가 물었다.

“뭘 가져가. 그냥 올라가는 시늉만 하다가 다시 내려올 건데. 다음에 제대로 갖추고 정식으로 한 번 올라가자.”

“근데 오늘은 왜 가는 건데요?”

“야외 플레이가 급 땡겨서.”

“으휴.”

소이가 나를 노려보았다.

임수향이라는 탤런트하고 가끔 가다 분위기가 겹친다.

눈빛이 그냥 작살이다.

소이와 함께 올라가면서 나는 사람들의 잘 가지 않는 길만 찾았다.

소이도 내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 다음에는 나에게 협조를 해 주었다.

“그런데. 올라가면 땀 나고 씻을 데도 없잖아요.”

“야외플은 그 맛이지.”

“냄새나잖아요. 땀냄새.”

“응. 그러려고 가는 거라니까?”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나는 두 사람이 같이 걷기에 좁은 곳을 빼고는 소이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다.

소이에게도 적당히 상황을 알려주고 소이가 미리 준비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지만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능력자니 뭐니 하는 얘기를 하면 나를 미친 사람으로나 생각하고 말 것 같아서 계속 머뭇거리게 됐다.

“혹시 주위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귀찮게 하거나 그런 일은 없지?”

나중에는 앞 뒤 재지 않고 그냥 물어버렸다.

“네?”

소이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오빠한테 연락해야 된다? 어떻게든 너한테 갈 테니까.”

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이는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80퍼센트도 알아듣지 못한 것 같기는 했지만 일단 감격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소이는 내가 감동을 주려고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소이의 두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게 했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라고?”

“오빠한테 연락하라고요.”

“그러면?”

“그러면 오빠가 올 거예요.”

“그래. 정말이야.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줘. 내가 너한테 갈 거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소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때의 표정은 달랐다.

조금 겁먹은 표정 같기도 했다.

소이는 얘기가 끝난 후에 내 손을 꽉 잡았고 자주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나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그래요?”

소이가 물었다.

“아니. 그래서 그런 건 아니야. 그냥. 꼭 말해주고 싶었던 거라.”

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는 사람에게서 추천받은 인적없는 등산로를 따라 걸었다.

어째 걸을수록 길을 제대로 들었다는 확신이 점점 사라졌다.

소이는 이렇게 계속 가면 길이 나오는 거냐고 물었다.

“상관없어. 가다가 길이 사라지면 그대로 돌아가면 되잖아. 그리고 우리가 길을 잃은 거라면 더 좋은 거고.”

우리가 가는 동안 몇 십 분 동안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기에 나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소이야.”

내가 갑자기 목소리를 내리깔고 소이를 바라보자 소이가 나를 마주바라보았다.

“오빠, 소이랑 하고 싶은데.”

소이는 고개를 숙였다.

소이의 옷을 전부 벗기고 싶었지만 세상에는 정말 많은 별종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에 꼭 그런 곳을 찾아오는 인간이 하나쯤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최소한의 것만 벗기기로 했다.

소이의 등산화를 벗기고 소이의 바지를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날씬한 다리에서 바지가 쉽게 벗겨졌다.

소이의 부드러운 다리를 쓰다듬기만 했는데 나는 벌써부터 잔뜩 일어서 있었고 흥분한 그 녀석을 소이의 몸에 문질렀다.

소이는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소이를 돌려 세워놓고 뒤에서 소이의 가슴을 움켜 쥐었다.

“흐윽!”

“아파?”

“네. 방금 아팠어요.”

“아, 미안.”

미안하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강도가 약해지지는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벗겨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속상한 마음을 담아 소이의 부드러운 가슴을 움켜쥐며 마음을 달랬다.

소이를 뒤에서부터 꽉 끌어안은 채 가슴을 움켜쥐고 젖꼭지를 비비며 유린하고 있으려니 내 단단해진 페니스는 소이의 등허리에 닿은 채 머리에서 줄줄 물을 흘려댔다.

나는 소이를 다시 돌려 세우고 소이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어 소이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소이는 다리가 벌어진 채로 제 비부가 다 드러나자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고 나는 소이의 얼굴에 키스를 퍼부었다.

쉽게 기지를 찾지 못하고 몇 번 소이의 몸을 위아래로 들썩인 후에야 내 귀두가 소이의 그곳에 닿았다.

“하아아!”

소이의 입술이 벌어지며 달뜬 신음소리가 나왔다.

처음에 귀두만 닿았을 때는 그럭저럭 여유가 넘치는 것 같더니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자 소이의 몸이 경직되는 게 느껴졌고 점점 더 깊어질수록 손톱을 박아 넣을 듯이 하며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파고들었다.

“아흐으으으응!!”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고는 했지만 신음성이 꽤 크게 나왔다.

그 바람에 나는 더 흥분이 되었고 내 물건은 한 번 더 단단해지며 더 굵어졌다.

“하으으윽. 오빠!”

소이는 그게 다 들어간 건지 보고 싶은 듯 나한테 안긴 채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려고 했다.

소이가 팔을 뒤로 돌려서 삽입중인 내 페니스를 만졌다.

그 느낌이 좋았다.

“더 만져줘.”

나는 소이의 손길이 좋아서 삽입을 잠시 멈추고 소이의 손길을 느꼈다.

그러다가 다시 천천히 밀어 넣으며 소이의 안에 있는 비밀스런 길을 지나갔다.

소이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소이야. 옷 좀 위로 올려봐. 네 가슴 빨고 싶어.”

소이는 옷을 말아 올렸다.

그리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듯이 내 입에 제 가슴을 가져다 댔다.

나는 부드러운 그곳을 베어물었다.

“흐으으응!!”

뿌리까지 다 넣기 전에 몇 번을 얕게 파면서 들락거렸더니 어느새 찌걱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소이의 안에서 애액이 흥건하게 흘러나왔다.

“아, 오빠!”

내 허벅지와 음모를 느끼면서 소이는 내 물건이 뿌리까지 들어간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때부터는 내 목을 더욱 감싸면서 자기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려고 했다.

내가 움직여서 느끼는 기분도 좋지만 소이가 스스로 움직이는 동안 밀려드는 쾌감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나한테 중요한 건 쾌감을 느끼는 것보다 소이에게 내 흔적과 내 냄새를 오래도록 남기는 거였다.

“하아, 오빠아아!”

소이는 내 위에서 쿵쿵거리면서 널을 뛰었고 자기가 먼저 절정에 오르려고 했다.

“흐으으으읏!! 아흐응. 오빠아아. 나 할 것 같아요. 조금만 더 해 주세요!”

그런 야한 말을 들은 내 똘똘이가 얼마나 잘하고 싶었을지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소이에게 박아대는 동안 소이가 우는 소리를 내면서 몸을 부르르르 떨었고 소이에게서 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소이의 안에 정액을 불컥불컥 쏟아냈다.

소이는 축 늘어진 채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소이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왜?”

내가 물었지만 소이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던 거야?”

아직 내려주지도 않고 오히려 더 추어 올리면서 소이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소이가 한 손으로 내 어깨를 때렸다.

이제는 한 손 정도는 놔도 되겠다고 생각될만큼 그 위에서 안정적으로 폼이 유지가 되는 모양이었다.

소이한테 겁을 주려고 소이를 떨어뜨릴 것처럼 소이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팔에서 힘을 뺐다가 나는 아직 내 똘똘이 녀석이 소이의 안에 박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머리에서 땀을 쏟았다.

소이는 내 얼굴이 질린 걸 보고 무슨 일인지 알아차리고 나를 놀리며 웃어댔다.

“아휴. 레알 호러다.”

나는 소이의 턱에 입을 맞춰주고는 소이를 내려 주었다.

미리 준비해온 물티슈로 음부를 닦아주자 소이가 웃음을 지었다.

“오빠는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다정다감해요.”

“그렇지. 내가 한 다정다감하지.”

소이에게 옷을 입혀주고 느긋해져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제 볼 장도 다 봤겠다, 여기에 더 있을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서둘러 산을 내려갔다.

“이제부터는 더 자주 연락할게.”

“다음에도 등산해야 돼요?”

“싫었어?”

“등산 빼고는 다 좋았어요. 근데 등산은 별로였어요.”

“그르쿤. 그래. 그럼 다른 데서 보자.”

“등산 빼고는 정말로 다 좋았어요.”

소이가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웃었다.

“알아. 그렇게까지 해 줬는데 좋을 수밖에 없지.”

“야멸차게 반박을 하고 싶은데 반박할 말이 없네요.”

“응. 안해도 돼. 반박. 아. 그리고. 조만간 우리 어머니랑 같이 한 번 보지 않을래?”

“어머니요?”

소이는 긴장하는 것 같았다.

시월드라는 단어가 주는 그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나에게도 느껴졌다.

“어렵게 생각할 건 없고. 어머니가 연구하시는 게 있는데 표본이 필요해서.”

“아아. 그런 거라면 상관없어요. 근데 뭐 입고 가야 돼요? 정장 입을까요?”

“그건 신경 안 써도 돼. 편하게 입는 게 더 좋을 거야.”

잘 보이고 싶어서 긴장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소이를 살짝 안아주고 소이를 집에 들여보냈다.

몇 번이나 돌아보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소이를 보면서, 다음에 소이를 만나게 되면 정우 형의 얘기를 천천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이가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면 그냥 지나가는 얘기로라도.

그 얘기를 어떻게 꺼낼까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소이를 만나 검사를 해 본 새엄마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인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주기적으로 만나서 자주 관계를 가지면 내 여자들은 더 안전해진다.

정우 형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내 사명이 아주 막중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새로운 npc를 찾아내는 일도 멈추지 말아야 했다.

몸캠 사이트를 통해서 찾아내는 번거로운 방법을 통하지 않고 그냥 정우 형이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우 형은 아마도 자기가, 우리가 사는 곳으로 넘어오면서 기억의 일부를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고 말했다.

그게, 나를 도와주고 싶지 않아서 엿 먹어봐라 하고 하는 말 같지는 않았고 (그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형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몸캠 사이트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형은 나에게, 하기 싫은 일을 자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 같은 표정 짓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나는 형을 위해서 헌신하는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그런 코스프레를 하고 싶은데 형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형은 한 번 나였던 사람인데 형을 속일 수는 없겠지.

근도는 정우 형의 얘기를 나와 같이 듣고 난 후 내 가까운 곳에 머물면서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근도는 자기도 자기 나름대로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니까 신경쓰지 말라고만 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눈가림용이었고 나나 내 주위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는 상태로 만반의 준비를 마쳐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근도는 정우 형한테 크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면서 이제는 자기가 빚을 갚을 차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만약 나에게만 국한되는 문제였다면 억지로라도 근도를 미국으로 돌려보냈겠지만 근도가 옆에 있어준다면 내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 훨씬 덜어질 거라는 생각에 나도 그냥 입에 발린 소리로만 근도를 설득하고 말았다.

근도는 자주 우리 집에 놀러왔다.

그리고.

근도와 연우의 ‘므로 전쟁’은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쟁의 양상은 늘 비슷했다.

근도가 놀러온다.

그리고 계속 므로를 데리고 논다.

근도는 남의 집에 놀러왔다가 그 집에 있는 인형이 마음에 들어서 슬쩍 들고 가 버리는 사촌 동생처럼 므로를 그런 식으로 데리고 가려고 하고 연우는 므로를 부른다.

므로는 이제 두 사람 사이에서 자기도 지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발 너희 둘이 어떻게든 결정을 봐라 라는 듯한 얼굴이다.

나는 웬만하면 연우의 편을 들어줬겠지만 정우 형을 만난 후에 근도를 대할 때는 마음이 전 같지 않고 왠지 장애 가진 동생 보는 것 같은 울적함 같은 게 있어서 근도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공정하게 말했다.

“둘 중에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므로를 포기해 줘.”

내가 말하자 근도는 당당하게 므로를 안아들고 우리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가 두 사람의 애정 전선에 금이 가게 할 수는 없지. 나는 너를 무지하게 사랑하지만 연우씨를 이길 마음은 전혀 없다.”

신이 나 죽겠다는 표정의 근도와, 나도 이제 좀 살겠다는 표정의 므로.

연우는 어떤 말로도 반박하지 못했다.

연우가 므로를 갖겠다고 하는 순간 나는 바닥에 드러누워서 미친 놈처럼 삐칠 거니까.

그렇게 므로는 연우와 헤어졌다.

그다지 안타까워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연우는 므로가 떠난 날 밤부터 시작해서 므로가 생각날 때마다 우는 것 같았다.

내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면서 주먹으로 내 어깨를 때리기도 했다.

그만하면 됐다고 말하면서 내가 이제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연우의 구타는 계속 되었다.

“나중에 내가 더 좋은 거 줄게.”

그렇게 말을 했지만 연우는 그게 뭔지도 묻지 않았다.

“그런 녀석을 뭐하러 그렇게 좋아하냐? 너를 좋아하지도 않는 놈을.”

“버릇됐나보죠!”

연우가 나 들으라는 듯이 빽 소리를 질렀다.

아,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

간만에 은호 형과 통화를 했다.

할 이야기가 정말로 많았다.

카린에게서 대충 들었던 얘기도 있었는데 우리는 아직 거기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형은, 그런 얘기는 급한 게 아니라는 듯이 나에게 인생 상담 좀 해 달라고 했다.

“무슨 일인데요?”

“여기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때 사귀던 여자애를 만났다?”

“에에? 그런 일이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데요?”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 생각에 그건 100퍼센트 사기예요.”

“사기?”

“네. 형이 거기에서 잘 나간다는 얘기를 듣고 형 전 여자 친구가 일부러 거기에 간 거죠. 우연인 것처럼 하고요.”

“너는 우연히 그렇게 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해?”

“네.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아요.”

“왜? 여행을 왔다가 여기에 오는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애도 그렇게 왔다고 했고.”

“만약에 정말로 그렇다고 믿었으면 형이 그런 어투로 저한테 전화를 해서 그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겠죠.”

“징한 새끼!”

형이 화를 냈다.

“그 여자가 뭐라고 했는데요?”

“그게. 자기 남편은 일 중독이고 애는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이제 자기 인생이 뭔지도 모르겠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나를 보니까 옛날 생각이 난다는 거지. 우리는 헤어지면 안 되는 사이였다고 말하면서.”

“그래서요?”

“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는 거야.”

“형한테요?”

“응. 어떻게 생각하냐?”

“그 여자가 형을 병신 호구로 보는 거죠.”

“그런 거지? 맞는 거지?”

형은 한숨을 푸우우욱 쉬면서 말했다.

“조금이라도 형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걱정하는 마음이 있는 여자라면 그 따위 제안을 하면 안 되는 거죠. 누구 인생 망칠 일 있대요? 자기 남편이랑 짜고 그러는 거 아니래요?”

내가 마구 소리를 지르자 은호 형은, 내 인생이 그렇지 뭐, 라고 기가 죽은 채 말했다.

다 지나간 인연의 과거의 여자가 왜 갑자기 나타나는 건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 일도 아닌데 화가 났다.

“그래. 뭔 놈의 여행이야.”

“아이미하고는 문제 없이 지내고 있는 거죠?”

“어. 응. 응.”

“아이미 괜찮은 애잖아요. 형.”

“그래. 알았어. 잠깐 흔들렸는데 네 소리 들으니까 내가 미쳤었다는 생각이 든다.”

네. 제 생각도 그래요, 라고는 차마 못하고 몇 마디를 더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세상에는 진짜 별별 인간들이 다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기분전환겸 몸캠 영상 사이트에 들어가서 영상을 봤고 거기에 나오는 여자가 왠지 낯이 익다는 생각을 했다.

누굴까, 누굴까 하면서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그것은 마치, 십여년 전에 왕성하게 활동을 하다가 홀연히 은퇴하고 사라져버린 스타의 이름이 기억날 듯 말 듯한 것과 비슷했다.

결국 나는 그 여자를 내가 어디에서 봤는지 알아내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영상을 다운받았다.

그렇게 세기말적이고 염세적인 영상은 최근에 본 일이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영상은 그런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런 쪽으로 유명한 감독이 아예 작정을 하고 만들려고 해도 그보다 더 잘 만들기는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풍길 정도였다.

그 암울한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은 그 여자의 왼쪽 손목에 선명하게 난 서 너 줄기의 자상 자국이었다.

다크 써클이 짙은 얼굴에 화장기는 없었다.

깡마른 몸매에 영양실조에 걸린 것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잘 나가는 모델들과 비슷한 체형 같기도 했다.

‘유명한 모델인가? 얼굴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

체념한 듯한 커다란 눈에는 소녀 같은 위험이 내포되어 있었다.

소녀.

섣불리 다가가면 좆된다는 생각을 짙게 심어주는 단어.

심장이 철렁이 아니라 손목이 철컹철컹할 것 같고.

차갑고 가녀린 턱선 아래, 어깨에서 떨어지는 팔은 한없이 가늘었지만 허리에서 엉덩이로 내려오는 라인은 제법 볼륨감이 넘쳤다.

저 정도면 가슴도 한 손으로 다 누르지 못할 만큼 탄력감 넘치게 차오를 것 같고 막.

그래도 다리를 벌렸을 때 완충제 역할을 해 줄 살이 충분하지 않아서 뼈가 닿고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나흘 후였다.

그 애는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한동안 같은 버스를 타고 다녔던 여자 아이였다.

한동안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보다는 좀 더 긴 기간이다.

족히 일 년은 넘었을 테니까.

여자에 대한 환상으로 부풀어 있을 그 때, 버스에서 보는 그 아이는 나를 많은 망상에 빠지게 했었다.

신비로워 보이는 눈.

가늘고 부드러운 선.

무엇보다 내 호기심을 자극한, 타인성이라는 요소.

우리가 그 오랜 시간을 넘어서서 다시 마주쳤을 때 그 아이는 나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그 아이가 먼저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에게 한 말.

“야! 너 이성민 맞지!”

저기요.

이 상황에 딱 맞는 이모티콘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고.

“아닌데. 나 임정운데.”

“어…. 너 혹시 XX교회 다녔어?”

“나는 이날 이태껏 교회에는 나가본 적이 없다.”

“어머. 그래? 절 다니니?”

이 아이의 실축이 계속되다보니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종교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중학교 다닐 때 통학버스에서 너를 봤던 것 같은데.”

“아아아아아아!! 그렇지? 맞지! 나 정유나.”

“어.”

무슨 소개의 순서가 이러나.

안녕. 우리 중학교때 버스에서 자주 보지 않았어? 나 정유나.

이런 식으로 돼야 할 것 같은데 웬 초면에 교회에 다니냐 절에 다니냐 드립을 하다가 한참만에 자기는 정유나라고.

기승전 정유나를 시전하는 정유나.

이름을 안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정유나를 만난 것이 반가웠으면서도 마음 속에서 뭔가 계속 불편했는데 정유나의 손목에 나 있던 자해의 흔적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정유나는 줄이 굵은 시계를 차고 있었다.

내 시선이 그곳에 자꾸 닿는 것을 알아차렸을 텐데도 정유나는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정유나는 급히 갈 곳이 있는 것처럼 조급하게 굴었고 나는 그대로 정유나와 헤어지면 안 될 것 같다고 느꼈다.

뭔가, 정유나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특별했다.

몸캠 영상 사이트를 통해서 만나게 됐던 다른 여자들과 달랐다.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생각은 확실하게 들었지만 그러면서 한편으로, 내가 만져서는 안 되는, 다가가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정유나에 대해서 정우 형과 얘기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우 형에게 얘기하기 전에 나 스스로 정유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대단한 운명인 것 같은데 밥이나 같이 먹자. 안 바쁘면.”

나는 굉장히 젠틀하게 정유나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바빠.”

“아. 그래도 먹자, 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정유나는 내가 말을 하는 동안에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이 왠지, 어딘가로 빨리 가야 해서 그러는 거라기보다는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인 것처럼 보였다.

“차에 탈래? 우선 이동하면서 다음 계획을 세울까?”

내가 말하자 정유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꼭 알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유나가 다른 능력자에게 벌써 정체를 들켰고 공격이 이미 시작된 건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무 준비도 되지 않았고 딥웹에도 접속하지 않았고 헤드들의 전쟁에 관여도 하지 않았는데?

“어디로 갈까?”

나는 머릿속에 복잡하게 떠오르는 의구심을 꾹 누르고서 물었다.

유나는 여전히 두리번거렸다.

희한한 것은, 유나가 두리번거리면서 주위를 살필 때 땅 위의 곳만 한정해서 보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유나는 건물 위나, 하다못해 허공도 살피는 것 같았다.

“뭘 그렇게 봐?”

내가 물었지만 유나는 나를 한 번 바라보기만 했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 괜찮아?”

나는 유나의 손을 잡아주며 물었다.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손을 잡았다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따뜻하네.”

유나가 말했다.

“응?”

“네 손.”

“계속 잡아줘?”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가 npc라면 유나는 어떻게 그렇게 일찍 나와 만나게 됐던 걸까.

그때에는 어떤 접점도 없어서 서로를 알게 될 계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긴 기간 동안 같은 공간에 있었다.

다른 npc들과는 그렇지 않았다.

정유나는 왜 다른 걸까 하면서 나는 정유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혹시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 있어?”

유나에게 물었다.

“어?”

유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남한테 하기 힘든 얘기 있으면. 나한테는 해도 된다고.”

“그런 게. 있겠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해도 내가 너한테 말을 할 리도 없잖아.”

유나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유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갈등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어디로 갈까?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살게.”

유나는 두리번거리는 것을 한참 동안 멈추지 않다가 어느 시점이 되자 그때는 두리번거리는 것을 멈추었다.

유나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처럼 이제 내려도 되겠다고 말했다.

유나는 먹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단지 환경이 문제였던 것 같았다.

마음을 놓을 수 없고 긴장 상태가 계속 되고 편하게 잠을 자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나는 잠을 자기만 하면 악몽을 꾸느라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했다.

눈 아래에 새겨진 저승사자의 발자국 같은 다크 서클은 그 지침의 흔적이었다.

"악몽이라면 어떤 거?"

"공격을 당하는 꿈. 나 때문에, 나한테 아주 중요한 사람이 위험해지는 꿈. 무서운 사람들한테 자꾸 쫓기는 그런 꿈이야."

"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건 그 사람들이 현실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야?"

내가 물었지만 유나는 내 질문을 무시하기로 작정한 듯, 아예 듣지 못한 척했다.

나는 유나가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너무 훅 치고 들어간 것 같다고 생각해서 후회했다.

“뭐하고 지내?”

한참만에 메뉴를 고른 유나에게 물었다.

“그냥 집에 있어.”

“아.”

괜한 걸 물어서 자존심을 상하게 했나, 하고 있는데 유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새로 시작을 해 보고 싶기는 한데 시간을 오래 두고 뭘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

“왜? 혹시 건강이 안 좋아?”

“응.”

유나가 웃었다.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정신병원에 좀 자주 들락거리고 있어.”

“아. 그래.”

유나가 한숨을 쉬었다.

“혹시 무슨 문젠지 물어도 돼?”

내가 물었다.

유나가 어떻게 생각을 하더라도 일단은 물어야 할 것 같았다.

“모르겠어. 정확히. 그냥 나는. 나한테 보이고 들리는 걸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좀 늦게 깨달은 것 같아.”

“다른 사람한테 보이지 않는 게 보여?”

“모르겠어. 정확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나도 내가 이상하다는 건 아는데. 뭐가 겹쳐. 동시간에 같이 발생할 수 없는 일이 같이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고. 이상하지?”

“아니. 계속 말해줄래?”

“이상할 거야. 근데. 기억이 겹쳐. 열 여덟 살 때쯤의 기억이. 내가 그 시간을 두 번 살았을 리는 없는 거잖아. 그런데 그때의 기억이 다른 게 또 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게 혹시. 어떤 기억인지 말해줄 수 있어?”

유나는 나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말하면 나를 되게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싫어. 말 안 할래. 오랜만에 나를 제대로 된 눈으로 바라봐주는 친구를 만났는데. 안 망칠래.”

“그럼 내가 말해봐도 돼?”

“뭘?”

“네 기억.”

“말해봐.”

유나는 재미있어 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혹시. 너. 네가 npc였다고 생각해?”

“……!”

유나가 나를 노려보았다.

굉장히 기분 나빠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하면서 이 일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유나는 점점 더 화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들고 있던 숟가락을 소리가 나게 바닥에 탁 내려놓았다.

“너!”

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하더니. 내 뒤를 쫓아다녔니?”

“어?”

“왜? 왜 그런 거야? 언제부터 그런 거야? 그러고는 가증스럽게 내 앞에 나타나서 우연인 것처럼 지금까지 나를 놀린 거니?”

그 말이야말로 놀라웠다.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정유나. 내가 한 말이 맞는 거야?”

“너. 지금 그거 굉장히 가증스럽게 보인다는 거 알아?”

유나는 화를 참을 수 없는 표정으로 나에게 쏘아붙였다.

“헐!”

그 말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었을까.

“유나야. 너. 나하고 지금 어디로 좀 가야겠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너하고 같이 갈 거 같니?”

“응. 가야 돼. 네 또다른 기억 속의 네 모습이 npc가 맞다면.”

유나는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자기를 놀리는 건지 아닌지 판단하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혹시 말이야. 그 기억 속에 나도 있지 않아?”

내가 물었다.

“네가 왜?”

유나가 말했다.

하도 당당하게 말해서 나는 그대로 포기를 할 뻔했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네가 npc였다면 너는 유저를 도와주는 거 아니었어?”

“너 지금 나 가지고 장난하려고 그러는 거야?”

유나가 말했다.

유나는 나를 믿지 못했다.

믿을 수 없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유나는 간절히,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싶었을 테지만 의심없이 그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자기 앞에 내밀어진 손이 혹시 호의를 가장한 악당의 손은 아닌지 불안했을 것이다.

나는 유나의 갈등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네가 만난 유저. 기억해?”

나는 유나에게 물었다.

“…….”

유나의 눈썹이 비맞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하게 휘었다.

“기억, 안 나?”

“안 나…….”

유나가 말했다.

“안 나? 유저에 대해서 아무 것도?”

“응. 안 나. 나는……. 너. 내가 이런 말 해도 아무렇지 않아? 내가 미친 사람 같지 않아?”

유나가 물었다.

“좋아. 이렇게 하면 좀 공정해지겠지. 나도 그래. 그런 기억이 있어.”

나는 유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약간의 거짓말을 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건 꼭 거짓말인 건 아니었다.

정우 형의 기억이 내 기억일 수도 있는 거니까.

유나는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언제부턴가 나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꿔.”

나는 그럴듯하게 들리도록 각색을 했다.

표정도 그럴듯하게 꾸몄다.

유나를 속이려는 게 아니었다.

유나가 나를 믿고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했을 뿐이었다.

나는 정우 형에게서 들었던 얘기를 해 주었다.

능력자들의 이야기.

딥웹.

헤드들의 전쟁.

나를 보는 유나의 눈이 점점 커졌다.

식탁 위에 올려진 유나의 몸이 내 앞으로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는 어디까지 얘기를 할까 하다가 아직 유나의 입에서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정보를 풀어볼 생각을 했다.

그러면 유나가 나에 대해서 경계심을 거둘 것 같았다.

나는 정우 형의, 아니, ‘나의’ (그때는 그렇게 말해야 했다) npc들이 홀로그램이 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그들이 스스로 사라진 것도 말해주었다.

유나가 갑자기 고통스럽게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왜 그래? 혹시 네가 꾸는 꿈도 그거랑 비슷해?”

내가 묻자 유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우 형을 기억하고 있는 npc가 있다니.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왜 유나만 그러는 건지 그것도 알 수가 없었다.

“나랑 나가자. 정유나. 네가 꼭 만나야 될 사람이 있어.”

내가 말하자 유나는 더 이상 버티지 않고 일어섰다.

더이상 버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쿠폰과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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