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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스페이스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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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겠지만 영상을 전부 다운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화장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사이트를 만든 사람을 이미 알고 있고 사이트 관리자인 정우 형이라면 많은 권한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 사이트 안에서만큼은 형이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겠는가.
자기가 만들었으니까 자기가 바꿀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나는 형에게 그걸 없애달라고 부탁했다.
화장지가 없어도 영상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모든 제한을 풀어달라고 한 것이다.
아니면 하다못해, 내가 한 번 관계를 가졌던 여자와 다시 관계를 갖고 정액을 배출하는 것으로도 화장지를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해 달라고 했다. 그거야말로 이상적인 구조였다. 그러면 나는 내 여자 친구들에게 더 많은 회피 아이템을 주는 것이고 내 여자 친구들은 그만큼 안전해질 테니까.
그런데 형은 그걸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사이트를 만드는 작업은 전부 끝이 났고 그걸 만들 때의 자기랑 지금의 자기를 완전히 동일시하면 안 된다고 난해하게 말했다.
헷갈리기는 했지만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형이 그 사이트의 관리에 완전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스페이스 아이템이 생겨난 것만 봐도 그렇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우 형이 만들었다가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헤드가 나서서 직접 심어놓은 게 분명한 것 같았다.
그런 아티팩트를 만드는 건 아이템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텐데 내가 조건을 갖추기만 하면 그 아티팩트를 한없이 주려는 것 같으니 말이다.
어찌됐든 그런 이유들로 인해서 나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첫째로, 앞으로 아티팩트를 받게 될 내 여자친구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쓸데없이 걱정을 끼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기들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야 대비도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해서 감추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빨리 내 여자친구들이 정우 형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정우 형은 그런 자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정우 형은 내 여자 친구들을 죽음에서 구하기 위해서 불 타는 집에 홀로 뛰어 들어서 내 여자친구들을 전부 구하고 홀로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영웅이나 마찬가지였다.
형이 한없이 이 세계에 머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더 조급하게 했다.
형은 돌아가야 했다.
자기가 주인인 세계로.
그곳에 가면 다시 헤드를 위해 싸우겠지만 적어도 혼자가 아닐 것이고 우리가 잘 준비되는 만큼 형은 안전하고 강할 것이다.
내가 그 얘기를 근도와 은호 형에게 말하자 은호 형은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근도는 두 말할 것도 없었다.
은호 형과 근도는 정우 형에게 의미있는 날을 만들어주자고 했고 은호 형이 나서서 그 일을 준비했다.
그 일이 진행되는 동안 나도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한테는 화장지를 모아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
여자들과 가볍게 만남을 가질 방법을 생각하다가 나는 예전에 내가 이용하던 만남 사이트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 사이트를 다시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선뜻 들지 않았다.
보안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좋았지만 나는 그 사이트에 가입돼 있는 여자들의 허세가 너무 싫었다.
그리고 그 사이트는 일단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사이트다보니 풀이 적었던 것이다.
나는 많은 여자들을 가볍게 만나는 게 중요했다.
질 좋은 소수만 모여있는 곳보다는 폭넓은 만남이 가능한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곳이 질이 좋은 곳이라고 할 수도 없는 거였고.
그래서 은호 형과 상의를 해서 가벼운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자기들이 마음이 맞으면 만나는 거고 다른 모든 활동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성범죄 경력을 갖고 있거나 사회를 살아가는 동안 심각한 폭력 성향을 드러낸 적이 있던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를 막론하고 가입을 금지했다.
혹시라도 우리 사이트를 통해서 만남을 가졌다가 원치 않는 일을 강제로 당한 경우에는 우리가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해 주기로 했다. 성관계를 원인으로 해서 사후에 협박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손해를 배상해 주고나서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했고 우리의 영업을 위태롭게 한 것에 대해서도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돈을 못 받을까봐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수중에 당장 돈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기저기에 알아보면 얼마 정도씩은 융통을 할 수가 있기 마련이니까.
근도가 나서거나, 근도로도 안 되면 내가 나섰다.
대부분은 근도의 선에서 해결이 됐다.
하지만 근도가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그러면 그때는 자연스럽게 내가 나섰다.
하이드 스킬을 쓸 때도 있었고 끔찍한 환상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잠들지 않은 채로 악몽을 꾸도록 나는 친히 그들을 인도했다.
그것은 내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낸 사이트지만 동시에 나와 은호형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기도 했다.
일종의 섹스 보험이라는 개념일 것이다.
나쁜 놈들을 잡아서 삥을 뜯는 것.
그게 우리의 주된 수입원이다.
우리는 그것을 세이프 랑데뷰라고 불렀다.
샴푸 이름 같지만 샴푸는 아니다.
우리 사이트를 이용해 만남을 가졌다가 폭행을 당했을 때 받게 되는 보험금이 3천만원 가량이 되다보니 그 돈을 노리는 사람이 생겨났다. 그것도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둘이서 서로 짜고 그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심심치않게 나타났다.
그들은 자기들이 우리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나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하지만 나와 대화를 하다가 몇 초간 정신을 잃고 나면 불가항력적으로 자기들의 기억을 나에게 내보인다.
잠깐의 면담 시간을 가지고 나면 나는 그들이 섹스를 하는 동안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것처럼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알게 되었다.
그러면 그들은 내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해서 자기들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지랄을 해댄다.
나는 거리낄 게 없으니 찾아보라고 말하고, 설치했다가 뗀 것 아니냐는 추궁을 받는다.
그럼 뗀 자국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인간 군상이 생각하는 것은 그다지 다양하지 않다.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나올지 유형이 있다.
그리고 거의 그 틀 안에서 움직이지, 유니크한 건 별로 없다.
여차하면 세영 누나가 나서주기도 했다.
세영 누나의 최면에 한 번 걸리고 나면 보험 사기를 노린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들의 자백이 녹음된 파일을 선물로 받게 된다.
우리 사업은 점점 성공을 거두었다.
이성을 만나고 싶은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잠깐의 일탈 때문에 자신의 안정된 생활이 파괴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이 해소되면서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충분한 보상이 따르니 어느 정도 상쇄가 된다고 봤을 때)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었다.
여자들의 수준이 어떤지는 내가 직접 알아본다.
음하하하하하.
그러려고 만든 사이튼데 내가 왜 사양하겠는가.
그리고 내가 직접 나서 주는 것이 우리 사이트의 홍보도 되고 수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동서양 포함, 마성의 매력 랭킹 0순위'라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도 들어봤다.
나를 만났던 여자가 올린 후기를 통해서였다.
그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남사스럽게 그런 걸 올리고 그래. 당사자 부끄럽게.
만날 때는 내가 먼저 호텔 객실에 들어가 눈만 가리는 가면을 쓰고서 기다린다.
그러면 여자가 들어오고 일이 끝나면 여자는 나간다.
그리고 몸캠 영상 사이트에 접속해서 화장지가 생겨난 것을 확인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노 러브, 저스트 스펌.
나는 그것을 가면파티라고 불렀다.
여자도 자기가 원하면 가면을 써도 되지만 내가 만난 여자들은 가면을 잘 쓰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만난 여자들은 한결같이 미모가 수준급이었고 그런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게 당연할 것 같기도 하다.
신분이 노출되면 까짓것 신고하고 보상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고.
내가 이만큼 갖췄다는 걸 어필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될만큼 예쁜 얼굴들이다.
세상에는 점점, 예쁜 얼굴이 아주 흔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에는 정말, 안 예쁜 애들이 별로 없는 느낌이다.
내 의견에 반박이라도 하려는 듯이 자신의 얼굴을 증거삼아 나타나는 사람들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그런 이유로 나의 화장지 획득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내가 처음 만났던 여자는 자기를 희라고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그냥 한 번 만나서 그것만 하다가 헤어질 텐데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실. 그런 만남에서 이름 부를 일이 있나?
윽. 읏. 아윽.
그러다가 쏴아아아아,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씻고 각자 갈 길을 가면 되는 거지.
즉석 만남에서 내 이름은?
팬텀이다.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유령.
나는 나를 팬텀이라고 소개했지만 정말로 나를 팬텀이라고 부를 줄은 몰랐다.
진짜 오그라들지 않나.
그러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는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나는 언제나 호텔 한 곳을 정해놓았고 그때그때 예약된 객실 번호만 달리해서 글을 올렸다.
라인을 등록해 놓으면 연락이 왔다.
나는 사진을 보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내 프로필 사진에는 내 목부터 그 아래의 몸이 찍힌 사진이 등록돼 있었다.
보면 안 넘어오는 사람이 없다고 그냥 습관적으로 말하려고 했더니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고 시도를 포기하는 사람들. ( ..)
돌 집어드는 사람들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은 이 현상은 그냥 기분 탓이겠지.
어쨌거나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호텔에 객실을 예약하고 만남 글을 올려놓고 화장지 사냥을 하러 나갔다.
연락은 늘 많이 왔고 나로서는 꼭 한 사람만 만나야 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 삼십 분 간격을 두고 약속을 겹쳐서 하기도 했다.
만남글에 아예 그 내용을 적어두기도 했다.
그냥 굶주려서 그러는 거니까 딱 서로 성욕 해소만 할 수 있는 만남을 원한다고.
그렇게 미리 써 놓으면 구질구질하게 들러붙는 사람들도 없다.
돈을 주지는 않는다.
대가를 받고 어쨌네 하는 순간 성매매 드립이 난무하게 되고 막 그러니까.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도록 모든 시스템과 백업을 철저하게 갖추기는 했지만 그래도 애초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좋다.
솔직히 이런 얘기까지 하는 건 그렇지만, 섹스를 하다보면 둘 중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사람은 상대방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자기는 그냥 누워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
힘든 일은 내가 다 하는 거고.
얼굴에서 땀방울 흘려가면서 허리 움직여 대야 되고, 한 체위로는 만족 못할까봐 바로 싸지도 못하고 이쪽 저쪽으로 체위 바꿔 가면서 운동을 해야 되는 거고.
나만 좋은 거면 모르지만 여자도 똑같이 좋고 끝날 때쯤에는 자지러지면서 조금만 더 해 달라고, 더 세게 해 달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울어대는데.
아무튼, 인류 역사를 통해 처음에 돈을 준 놈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놈이 습관을 잘못 들여놓은 거야.
개소리는 이쯤 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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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짜증나~~
오늘 뻘짓해서 15만원 날림.
너무 불쌍해 보였는지 한 사람이 5만원 메어줌. (훌쩍)
아!!!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