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82화 (38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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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스페이스 아이템

그러면서도 내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고, 내가 실없는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이 가장 잘 알 거라고 말했다.

정말로 그들이 내 말을 믿었는지 어땠는지는 상관 없었다.

이제 공은 그들의 코트로 날아간 것이다.

나는 정우 형이 왜 홀로그램이 됐는지 설명했다.

이미 영화를 봤기에 그들은 어느 정도 그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었다.

정말로 내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거기에 대해서 아직 결정이 유보됐을 그들에게 나는 정우 형을 소개했다.

정우 형은 홀로그램의 모습 그대로 무대 위에 나타났다.

대부분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정우 형을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다.

정우 형은 자기 자신도 놀라고 긴장됐을 테지만 그 자리에서 드디어 자신의 npc들을 만나게 됐다는 사실에 감격한 듯했고 자신의 기분을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정우 형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전부 다 기억 난다는 듯이 웃었다.

각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추억을 얘기하기도 했다.

몇 사람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아무렇지 않다고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우 형은 나와 정말 닮아 있었기에 내 여자들은 결국 우리가 한 얘기를 믿기로 한 것 같았다.

나와 정우 형은 그 일을 마치고, 그 뒤에 남은 더 중대한 얘기를 했다.

나는 그 설명을 정우 형이 직접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가끔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핫 걸이 정우 형을 도왔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고 호흡은 아주 잘 맞았다.

정우 형은 헤드들 간의 전쟁에 대해서 말했다.

내 여자들은 그게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닐 거라는 것을 깨달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정우 형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얘기도 해 주었다.

내 여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만약 원한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이 섬에 계속 남아도 됩니다. 모든 편의가 제공될 것이고 이곳에 상주하는 직원들이 보호해 줄 겁니다.”

카린이 말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힘들게 올라간 곳에서 내려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얼마나 애써왔는지 잘 아는 우리들은 그 질문을 하기 전부터 이미 답을 알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형의 옆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한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각자의 생활을 위해 돌아가더라도 우리는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거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는 근도와 현, 그리고 카린을 무대 위로 불렀다.

각사람이 그 세 사람을 잘 알고 있어야 했다.

위험이 닥쳤을 때 이들의 지시를 따르라고 말해주었다.

"정말로 위험한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 그래도 만반의 대비를 미리 해 두자는 차원이예요."

나는 스페이스 아이템에 대해서 말했다.

설명이 거기에 이르자 조금씩 안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제 여자들은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기들끼리 얘기를 주고 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서로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스페이스 아이템은 지금까지 몇 개가 모아졌어요?"

그렇게 물은 사람은 준위였다.

"없어."

그렇게 말하는 내가 그렇게 처량맞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동안 일도 안 하고 뭘 한 거냐는 것 같은 정죄의 눈초리.

'흥! 나도 힘들었다고!'

문제는 이승희까지가 전부 정우 형의 npc였다는 거였다.

정우 형의 말대로라면 정우 형의 npc는 전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럼 이제부터 나올 사람들로 스페이스 아이템을 구하면 되는 것이다.

몸캠 영상 사이트를 통해서 여자 세 명을 만나면 화장지 세 개와 스페이스 아이템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나만 잘하면 내 여자들은 안전하다.

내가 스페이스 아이템에 대해서 얘기를 했지만 먼저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고 싶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샤리프 섬은 지상낙원과 마찬가지였다.

개개인이 작은 풀장이 딸린 빌라 독채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그 빌라는 완벽하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독립된 공간이었고 풀을 중심으로 사방이 커다란 나무로 가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조그만 건물 네 개가 ‘ㅁ’자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건물에는 커다란 방이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화려한 침대와 가구들이 줄지어 있었다.

누구나 꿈꿀만한 휴양지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계속해서 사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꺼려지는 모양이었다.

코야 리코는 자기가 책을 쓰고 싶을 때 여기에 와서 써도 되느냐고 했고 카린은, 코야한테도 좋은 휴양지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다른 사람들도 특별히 휴가를 즐기거나 단기간동안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그 곳을 탐냈지만 그것으로 다였다.

행복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발 하나는 지상에, 지상의 그 고생스러움에 닿아 있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나와 카린은 그게 특별히 의외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정우 형은 흐뭇해하기까지 했다.

자기 npc들 답다면서.

정우 형을 소개하고 나서 나는 어려운 과제를 마친 것처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모두에게 정우 형을 소개하는 것은 끝이 났기에 나는 개별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과 정우 형이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했다.

정우 형은 무대에서 얘기를 할 때보다 더 긴장한 것 같았다.

자신의 npc들을 보는 정우 형의 눈을 보면 딸도 아니고 손녀를 보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사랑스러워 죽을 것 같다는 표정.

그들을 위해서는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옆에서 보는 사람의 머릿속에 저절로 들었다.

나는 도중에 빠지는 사람이 생겨날까봐 내가 몸캠 영상 사이트를 보면서 만났던 순서대로 정우 형에게 소개를 했다.

“그럼 수영이지.”

정우 형이 말했다.

“수영이가 가장 처음이었던 이유가 있어요?”

내가 물었다.

“그건 헤드가 관여한 거라. 전부 다 내 뜻대로 한 건 아니야. 헤드도 특별히 이유를 가지고 한 것 같지는 않고. 그건 잘 모르겠다.”

형의 대답을 들으면서 나는 수영을 손짓으로 불렀다.

장거리 비행으로 힘들어 하는 기색들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쉬러 가기 전에 잠깐 대기를 하고 있으라고 내가 말을 해 두어서 모두들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하면서 순서가 되기를 기다렸다.

먼저 다가온 수영은 정우 형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동안 정우 형을 만나고 나와 근도가 번갈아가면서 했던 뻘짓을 수영 역시 했다.

형을 안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 뻘쭘함이란.

수영은 정우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했지만 하고 싶은 말만 많았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두를 디자인 해 주겠다고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수영은 정우 형의 구두를 계속해서 보고 있기는 했다.

홀로그램인 형이 신을 구두를 만들 방법이 없다는 것 때문에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알았어. 가.”

내가 말했더니 수영이는 괜히 주먹으로 나를 때렸다.

“하하하하. 아프겠다.”

정우 형은 굉장히 흡족해하면서 말했다.

다음은 머슬 퀸이었고 머슬 퀸 역시 수영과 거의 비슷한 반응이었다.

정우 형은 머슬 퀸을 보자 생각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음을 지었다.

“저에 대해서 특별히 기억나는 건 없어요? 특별히 제가 뭘 도와줬다거나.”

머슬 퀸이 말했다.

“전혀. 응.”

정우 형은 자기 기억이 틀림없다는 듯이 ‘응’이라는 말까지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해미.

정우 형이 약간 갸우뚱하는 것 같아서 내가 재빨리 해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준영이 사촌이잖아요.”

“아아. 맞다. 그렇지.”

다행히 우리가 소곤거리는 것을 해미는 듣지 못했다.

“보니까 이제 다 생각난다. 내 npc였을 때의 모습은 다 생각나. 여기에서 누군지 그건 조금씩 헷갈리지만.”

정우 형이 말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소개를 받으면서 인사를 하는 동안 정우 형의 얼굴에서는 흐뭇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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