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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스페이스 아이템
“에에에이. 왜 그래요. 그냥 장난한 거지.”
그러면서 나는 핫 걸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핫 걸에게 다가가서 핫 걸을 빠르게 안아 들었다.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핫 걸.
“아, 또 왜요! 뭐 이상한 요구 할 생각 하지 말고.”
“이상한 요구 하려는 거 아니예요. 내가 뭐. 항상 그런 말만 하는 사람인가?”
그 말이 왠지. 그 말에서 집중해서 들어야 할 부분은 ‘항상’이라는 부분인 것처럼 들렸다.
항상 그런 사람인 것은 아니다 라는 의미.
“응?”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빨리 말을 해 버리라는 표정으로 핫 걸을 바라보자 핫 걸이 비시시 웃었다.
“아니. 또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러자 핫 걸은 더 이상 요조 숙녀 흉내 같은 걸 내는 건 재미가 없어졌다는 듯이 과감해졌다.
“우리 오랜만에 만났고 다시 또 언제 만날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니까 한 번 봤을 때 찐하게 해 봐요. 하고 싶었던 것도 하고.”
“누가 하고 싶었던 거요?”
“누구겠어요? 당연히 나지.”
왜 아니겠나.
“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요?”
뭔가 또 상황극을 원하는 모양이다.
“별로 어려운 건 아니고. 내가 바람을 피운 거예요. 근데 그걸 다른 사람이 보고 나를 협박하는 거예요. 내가 정우씨 여자라는 걸 알고. 자기랑 하지 않으면 정우씨한테 말해버리겠다고. 정우씨를 잃어도 상관없느냐고. 그러면서.”
“하!! 그만하죠.”
핫 걸의 뇌는 어떻게 생긴 건가.
말만 듣는데도 짜증이 났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건지 진짜.”
“뭘 그래요? 나는 그냥 그걸 상상만 하는 거고. 아니. 그러겠다는 상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우씨랑 그런 상황극을 해 보면 재밌겠다고 상상하는 거고 실제로 열 명도 넘는 파트너랑 번갈아가면서 만나는 사람은 정우씨거든요?!!”
핫 걸은 조목 조목 짚어가면서 반박했다.
‘그런, 건가?’
하긴.
핫 걸은 굉장히 오픈 마인드인 것 같고 자유분방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까지 그렇게 개방적인 것은 아니었다.
핫 걸의 마음과 몸은 언제나 나에게만 집중돼 있다.
그걸 내가 모를 수는 없다.
때로는, 내가 다른 사람의 비밀을 보는 눈을 갖지 않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 여자들과 같은 생활 반경에서 일을 하고 생활을 하는 남자들을 볼 때 특히 그랬다.
나는, 내가 내 여자친구들 정도 클라스의 여자들과 만나는 남자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내 여자친구들이 자신이 속한 그룹 내에서 가장 인기가 있고 동성에게는 시기의 대상이 되고 남자들에게는 찬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 여자친구들에게서 소개받은 남자들이 내 여자친구들을 좋아하는 걸 알게 될 때는 뭔가 복잡한 심경이 든다.
부럽다는 것도 알고 좋아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것도 아는데.
내 여자친구들을 보는 게 싫고.
뭐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복잡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핫 걸만 해도 그렇다.
키샤에서 핫 걸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나는 키샤의 많은 남자들이 핫 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냥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서 정말로 많이 애닳아 하고 짝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핫 걸은 늘 나에게만 향해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 또 다른 출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순간 나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화를 냈던 게 갑자기 미안해졌다.
어디서 또 이상한 동영상 보고 갑자기 해 보고 싶었나보지.
“알았어요.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내가 말했다.
핫 걸은 조금 더 화를 내려고 하던 얼굴이었다가 내가 의외로 순순히 나온다고 생각했는지 내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일단 내 마음이 돌아섰을 때 후다닥 끝내버리자는 심정이었는지 아주 콘티까지 짜줄 것 같은 열성으로 나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막는 거죠. 그대로 나갔다가는 정우씨가 그 일을 알게 될 텐데 그래도 상관없냐고.”
“하. 거참. 진짜 몰입 안 되네. 내가 정운데.”
“아, 똑바로 잘 해야 돼요! 집중 안 돼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그래도 나는 그냥 가려고 해요. 그건 한 순간의 불장난이었다. 나는 정우씨를 사랑한다. 제발 나를 이해해 달라. 나를 망가뜨려서 얻는 게 뭐냐. 나는 정우씨한테 돌아가야 한다.”
“참나. 그래서. 그 불장난은 누구랑 한 건데요?”
“어어. 그건 생각 안 해 봤다. 누구라고 할. 어! 근도씨라고 하죠?”
“근도요? 근도는. 아.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렇다고 해요.”
근도랑 나는 수비영역이 안 겹치니까 근도가 낫겠다.
핫 걸의 시나리오에 자기가 그런 식으로 등장했다는 걸 알면 엄청 짜증나겠지만.
그래서 최종적으로 내려진 결론은, 핫 걸은 임정우를 사랑하면서 근도와 바람을 폈고 그걸 임정우한테 걸려서 지금 임정우한테 협박을 받고 있다는 거?
하. 복잡해.
어쨌거나 스탠바이, 큐 사인이 다 떨어졌다.
핫 걸은 류아 뺨치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오히려 류아보다 더한 연기력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거야말로 당연했다.
류아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류아를 통해서 보고 싶어하는 모습은 현실에 있는 모습이 아니라 판타지 속의 모습이다.
류아는 예쁘게 울고 우아하게 웃고 매력적으로 웃음을 짓는 그런 모습들 말고는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핫 걸은 완전히 달랐다.
핫 걸은 생활속 판박이가 돼서 연기를 해야 했다.
신분을 위장하고 잠입을 해서 현실 속에서 보호색을 입고 자신의 개성을 완전히 지운 채 일상에 스며들어야 했다.
의심 받지 않도록 말이다.
나는 핫 걸과 상황극이 시작되면 웃음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핫 걸은 완전히 몰입했고 나는 좀 당황하다가 그대로 핫 걸에게 동화되었다.
웃음이 터질 틈이 없었다.
핫 걸이 나한테 바라는 대사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라 두 문장으로 압축했다.
“임정우한테 알려지는 게 싫으면 입 다물어. 이 말은 한 번만 한다.”
핫 걸은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꾹 다물었다.
생각할수록 아, 진짜.
이 무슨 시츄에이션.
나는 이제 강간범 역할을 한다.
그러는 척 해 달라는, 이상한 판타지를 갖고 있는 내 여자친구한테.
게다가 이 여자는 법집행기관의 수장 대행이고 나는 그곳의 수장인데.
미치겠네, 진짜.
어쨌든 우리는 그러고 있었다.
핫 걸은 이제 파들파들 떠는 가녀린 사냥감이 돼서 내 앞에 서 있다.
“거칠게 하고 싶지는 않아. 억지로 갖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러니까 알아서 움직여줘.”
몰입한 채로 내가 말했다.
핫 걸은 한숨을 쉬었다.
아니. 왜 한숨?
아. 자기가 희생자라는 거지?
핫 걸의 입술이 나에게 다가왔다.
'웃으면 안 돼. 웃으면 안 돼.'
핫 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저절로 내 눈은 감겨져 있었다.
역시나 달콤하고, 핫 걸과 하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지 모르는 여자랑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 ..)
핫 걸은 내 가슴을 손에 쥐고 타액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는 혀를 내 입 속에 밀어넣는다.
타액이 없을 때가 있겠냐마는 일부러 더 흠뻑 침을 만들어 축축하게 한 것처럼 여느 때보다도 더 젖어있는 느낌이었다.
단번에 반응이 왔다.
나는 핫 걸의 어깨를 잡아 안고 핫 걸의 목구멍으로 내 침을 흘려 넣었다.
핫 걸은 고개를 꺾은 채 남김없이 받아 먹는다.
순간 핫 걸의 목구멍을 지금 당장 내 정액으로 콱콱 막히게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 빨아봐.”
내가 주문하자 핫 걸이 내 혀를 빨아대기 시작했다.
나는 핫 걸의 엉덩이를 세게 쥐었다. 핫 걸의 벗은 몸이 내 몸에 비벼졌다.
나는 핫 걸의 음모를 만지다가 그대로 손을 뒤로 돌려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핫 걸은 헉헉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핫 걸의 음모를 조금 더 만졌다.
베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게 없으면 수치스러울 거라는 생각이 들고, 핫 걸을 수치스럽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