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88화 (388/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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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스페이스 아이템

재경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손등을 내려 재경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재경의 가슴 아래에서 여린 심장의 고동이 느껴졌다.

재경을 돌려세우고 재경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재경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흐으으으.”

재경의 벌어진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만족스런 소리였다.

나는 재경의 몸을 천천히 더듬었다.

서둘러서 벗기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점자를 판독하는 것처럼 그렇게 더듬으며 내려갔다.

내 것이 되었었던 가슴.

부드럽고 매끈한 아랫배.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입술의 부딪힘에 그 말을 새겨 넣었다.

어느새 재경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목에, 귓가에, 관자놀이에 입술을 찍었다.

그때마다 재경은 내쪽으로 몸을 맡겼다.

나는 재경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브래지어만 벗겨냈다.

어깨끈이 없는 걸로 입어달라고 부탁하는 건, 대개 한 번 나와 같이 섹스를 하는 여자들한테 잊지 않고 하는 말이다.

브래지어의 어깨끈을 잡아 끌어 내리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옷에서 팔을 빼게 하지 않고 브래지어만 벗겨내고 싶을 때가 더 많았다.

가슴을 만지고 싶다고 브래지어를 위로 들춰 올려놓는 것은 별로였다.

형상 기억인지, 브래지어는 위로 올라간 채로도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서 마치 가슴 네 개가 달린 괴물처럼 되어버리기도 했다.

나는 재경을 안고 기다란 대리석 책상이 있는 서재로 걸어갔다.

재경은 나한테 안긴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재경을 보고 웃어주었다.

재경은 그런 내 웃음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차가운 대리석 위에 재경의 몸을 내려 놓았다.

재경은 서늘한 감각이 등에 느껴지자 움찔했다.

몸을 떼려고 하고 있었는데 재경은 그 서늘한 기운 속에서 위로를 찾으려고 내 몸을 잡아 당긴다.

나는 재경의 팔을 떼놓고 몸을 뗀다.

재경이 원망스럽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서재에 있던 냉장고에서 적당한 것을 찾으려고 했다.

실패.

젠장. 마음에 드는 게 없네.

플레이에 적당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요거트 하나가 처박혀 있는 게 보였다.

유통기한이 언제일까 걱정을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시간이 남아있었다.

나는 요거트를 들고 당당하게 돌아왔다.

재경은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 쪽 무릎을 접은 채로.

그야말로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치명적인 모습이었다.

내가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당장 재경의 모습을 그려서 화폭에 담아 숨겼을 텐데.

아무도 가져가지 못하도록.

나만 볼 수 있도록.

나는 잠시 망상에 잠겨 있다가, 딥웹의 헤드 밑에서 능력자들이 싸운다는 그 미래 세계에서는 그런 능력자도 있지 않을까 하고 잠깐 생각이 미끄러졌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응?”

나는 재경을 바라보았다.

내가 헤드고 내가 내 여자들한테 마음껏 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재경한테 어떤 능력을 주고 싶을까.

일단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자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물었다.

재경은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건물을 지어 올려 자신의 성과물을 확인하는 사람이다.

어떤 영화에서 그런 대사가 나왔었다.

건물은 벽돌의 꿈이라고.

맞나?

야한 장면만 찾아서 스킵을 해서 본 영화라서 잘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망할.

자기 펜을 가진 재경이 종이 위에 슥슥 건축물을 그려 넣는 모습을 상상했다.

창문도, 문도 없는 건물.

그 안에 사람을 가두는 거다.

뚜껑을 덮어 버리는 것처럼 창문도, 문도 없는 건물을 사람 위에 탁 씌워서 그대로 가두고 그렇게 영원의 시간을 지나게 한다.

으으으. 생각이 너무 나갔나? 무서워라.

정신을 차리고 봤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보는 재경이 있었다.

“아! 미안. 미안.”

젠틀하게 사과를 해 주고 재경의 몸에 요거트를 부었다.

재경은 몸을 다시 한 번 움찔했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듯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재경의 가슴 골과 탄탄한 아랫배, 음모와 그 아래에 이르기까지 요거트를 붓고 허벅지를 따라서도 가느다란 줄기가 나오게 해서 천천히 쏟았다.

재경의 입에서 벌써부터 달뜬 신음 소리가 흘렀다.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줄 거긴 했지만 재경의 엉덩이를 보고 싶기도 했다.

그 귀여운 엉덩이 골을 타고 요거트가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안돼. 앞판이나 뒤판 중에 한 판만 가질 수 있어.’

나는 나를 달랬다.

그래도 아쉬웠다.

빨리 앞판을 먹고 그 다음에 뒷판을 먹어야지!

계획을 변경하고 나는 서둘렀다.

그러면서 나는 재경의 몸을 찬찬히 살폈다.

얼굴부터 천천히.

“눈가에 주름 없는 거 봐. 좀 웃고 살아.”

눈가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더니 재경이 치이,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했다.

계속해서 더듬어 탄력있는 여체를 탐닉했다.

질리지 않는 일.

내가 쓸고 가면 어떤 흔적들이 남을지.

넘어졌다 일어선 털들은 내 손길을 기억할까?

파르르 떨렸을까?

다시 나를 느끼기를 바랄까?

꿈꾸는 솜털에 요거트를 다시 한 번 진하고 두껍게 부었다.

으으읏. 미스테이크.

굴곡이 받쳐주질 못했는지 요거트가 흘러내렸다.

나는 잽싸게 테이블 위로 올라가며 흘러내리는 요거트를 핥아 올렸다.

막상 그러고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내가 과도하게 오버한 것이다.

그냥 테이블 아래에서 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을 텐데.

그러나 재경이 바들거리며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흥분이 됐다.

나는 재경의 옆에 엎드려서 재경의 몸을 핥아 주었다.

서 너 번은 먹었지만 계속 삼키려니까 별 것도 아닌 게 배가 불러서 이제는 혀로 핥아서 입 안에 모아 두었다가 재경의 입을 벌리고 재경의 입 안에 넣어 주었다.

재경은 내가 넣어주는 것을 저항없이 받아삼켰다.

“맛있지?”

재경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나는 웃는 재경의 얼굴에 입술을 한 번 맞춰주고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부위에 있는 요거트를 먼저 치워주었다.

나머지는.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아래로 내려가서 정액이 튄 것처럼 음모를 적시고 있는 요거트를 핥았다.

재경의 몸이 조금씩 크게 움직였다.

나는 재경의 허벅지에 묻어있던 것들을 핥아서 삼키고 재경의 다리를 구부리게 했다.

재경의 입에서 달뜬 신음 소리가 나왔다.

나는 재경의 비부가 열리도록, 세워진 다리를 옆으로 밀어 벌렸다.

“흐으으윽!”

재경은 다음 순간에 자신을 찾아올 감각에 미리부터 몸을 떨고 있었다.

재경의 안에 혀를 먼저 삽입해 재경을 달구면서 나는 재경과 마지막으로 나눴던 섹스를 떠올렸다.

‘그때 우리 어땠었지?’

미안하게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구분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다 나한테 소중한 존재들인데도.

‘어느덧 그렇게 생각하고 있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동생이 생길 거라는 것도 내 생각과 감정의 변화에 한 몫을 한 것 같았다.

관계가 소중하다는 것을 요즘에는 새삼스럽게 문득, 문득 깨닫게 된다.

============================ 작품 후기 ============================

추천, 쿠폰, 코멘트 감사합니다.^^

표지 때문에 글 올릴 때마다 기분이 좋네요. 오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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