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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스페이스 아이템
“얼마나 참았는데.”
재경이 말했다.
“응?”
“보고 싶었어요.”
나는 고개를 들고 재경을 바라보았다.
그런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내가 소홀해서 마음이 상했었구나.
“그랬으면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그래도 되는 사람이예요. 나?”
재경은 그 말을 하면서도 겨우 그런 말에 자기가 울먹거리게 될 거라는 걸 몰랐던 것 같았다.
얼마나 상처가 깊어진 줄 모른 채로 툭 건드려 버린 것처럼 재경은 당혹스러워했다.
“미안해. 신경써주지 못해서.”
재경의 말에 나는 새삼스럽게 그 많은 것들이 한 번에 깨달아졌다.
“미안해. 생각 못했어.”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한 남자를 만나서 오롯한 사랑을 받았을 텐데.
이제는 더 신경 써줘야지.
더 많이 시간을 내주고 더 많이 같이 있어줘야지.
정우 형의 npc가 그나마 이 정도 숫자에서 끝난 걸 진짜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재경의 아래로 내려가 재경의 은밀한 부위를 적셨다.
재경은 움찔움찔하면서 나를 안고 싶어했다.
나는 재경에게 안기면서 재경의 그곳을 손가락으로 찔러 휘저었다.
요거트가 들어가 그 안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분 어때?”
“몰라요. 이상해요.”
“소리봐.”
적적거리는 소리가 굉장히 에로틱하게 들렸다.
“넣어줘요. 아프게 해 줘요.”
재경이 말했다.
“아프면 안 되지.”
“그래야 내 걱정을 해 줄 것 같단 말이예요.”
“아. 자꾸 왜 그런 소릴 해.”
자책감 무지 드네.
그래도 재경이나 하니까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한 번 하는 거다.
다른 여자 같았다면 지금까지 수 천 번도 더 그런 소리를 했을 것이고 그런 소리를 듣는 게 마땅했다.
“내가 왜 널 아프게 하겠어.”
그러면서 재경의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아아!!”
재경은 엑소시스트 영화에 나오는 귀신 들린 사람처럼 몸을 휘었다.
나는 너를 아프게 하지 않겠지만 이 녀석이 어떻게 할지는 나도 장담을 못해.
또 한 번 미안.
페니스가 자신의 몸을 뚫고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재경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욕정으로 가득해지며 빛이 혼탁해졌다.
벌어진 입술은 다물어지지 않았고 그 안에서 맑은 물이 흘렀다.
“더 해 줘요. 더 깊이요. 더 세게.”
나는 그야말로 재경을 관통할 것처럼 찔러 넣었다.
재경의 허리가 팽팽해졌다.
내 허리를 조이는 재경의 다리는 탐욕스럽게 나를 묶었다.
“하으으응. 더. 더요. 더!”
다 들어갔는데도 더 넣어달라고 하면 뭘 어떻게 해줘?
나는 문득 재경의 구멍이 보고 싶어져서 페니스를 빼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속이 들여다 보였다.
잠깐동안이기는 했지만.
내가 빼고나서 그곳은 빠르게 다시 오므려졌다.
그러나 내가 다시 밀어넣었을 때는 저항없이 수렁처럼 나를 받아들였다.
“안 아파?”
“아픈데 좋아요. 아픈데. 너무 좋아요!”
재경이 흐느끼며 말했다.
재경의 몸에서는 열심히 액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재경은 고개를 들어서 우리의 접합 부위를 보려고 했다.
나는 추삽질을 멈추고 재경의 손을 잡아 끌었다.
“만져봐. 다 들어갔어.”
재경은 손으로 더듬어 우리의 접합 부위를 만지고 만족스러워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나는 귀두만 남기고 페니스를 빼서 걸치고 있다가 빠르지만 충격이 가지는 않게 재경의 안으로 들어갔다.
미안하게도 페니스는 더 굵어지고 있었다.
다시 또 나갔다가 삽입을 하고, 또 그렇게. 또 그렇게.
재경은 규칙적으로 신음 소리를 흘렸지만 나중에는 규칙이 무너졌다.
절정의 순간이 가까워진 것 같았다.
“하으으으읏!!”
참기 힘든 수축.
머릿속에서 하얀 폭죽이 터지는 듯, 거대한 하얀 섬광, 버섯구름이 눈 앞을 가리는 듯 일시에 시야가 사라졌다.
내 입에서도 짧은 신음이 터졌다.
몇 번의 규칙적인 움직임 끝에 마지막 한 방울을 쥐어짜내려는 행위까지, 그것은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쉼없이 이어졌다.
내 안에서 정액이 토해질 때마다 재경은 그것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몸을 튕겼다.
“하아아아아.”
나는 지독한 쾌감에 현기증마저 느낄 것 같았다.
내가 재경의 옆으로 굴러내리려고 하자 재경이 내 허리를 안았다.
“잠시 이러고 있어요. 이러고 있어도 되죠?”
재경이 물었다.
“응.”
나는 발기가 완전히 풀릴 때까지 그렇게 재경을 위에서 안아 주었다.
무겁지 않도록 내 팔로 지탱을 하면서.
그러면서 그 상태로 재경의 얼굴과 목과 가슴에 입을 맞췄다.
결국 내 페니스가 녹아내린 치즈처럼 힘없이 굴었다.
그리고 스웨터를 머리 위로 벗는 것처럼 재경의 그곳에서 빠져 나왔다.
“내가 빨아줘도 돼요?”
재경이 내 쪽으로 돌아누우며 일어날 준비를 하면서 물었다.
“아니. 지금 너무 예민해.”
재경은 아쉬워하면서 내 젖꼭지를 빨고 노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시간을 많이 까먹어서 오늘도 늦게까지 일해야 되겠는데?”
재경은 내 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 겁나는 소리가 아닌 모양이었다.
***
우리는 건축 자재를 보러 프랑스에 같이 가기로 했다.
그러나 은호 형이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은호 형이 새로 시작한 일이 경쟁업체의 공격적 마케팅 때문에 위기에 빠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가끔 시장에 새로 진입을 하면서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덤벼드는 놈들이 있었다.
노마진을 넘어서 출혈 경쟁을 하며 먼저 들어와있던 사업자를 고사시키고 자기가 그 영역의 생존자가 되어 고객을 접수하겠다는 생각 말이다.
은호 형도 그 일을 해결할 수 있었을 테지만 혼자서 많은 일들을 감당하느라고 이미 과포화상태였다.
집 지을 건축 자재를 보러 가야 해서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결국 프랑스에는 재경을 혼자 보냈고 나는 형을 돕기 위해 투입됐다.
어려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내 구역에 발을 들인 뉴비가, 자기가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까지 흠씬 두들겨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뉴비의 목을 조르고 발로 밟아버리는 건 유쾌한 일이니까.
그게 나를 향해서 먼저 선빵을 날린 놈이라면 말이다.
나는 기꺼이 그 일을 해 주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그렇지만 이 녀석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혼자 죽지는 않겠다는 듯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과 조금 지저분한 관행에 대해서 폭로를 해 버렸다.
양심 선언이라는 미명하에 한 행위였지만 남아있는 밥그릇이 지 차지가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밥그릇을 발로 밟아버린 것과 마찬가지의 행위였다.
그 일로 인해서 우리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생긴 상황이었다.
전문적인 영역이라서 용어자체도 생경할 텐데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기는 힘들고 그냥 이해하기 편한 수준으로 비유를 들어서 설명을 하자면, 자기가 육가공업을 포기하고 나가면서 그것을 많이 섭취하면 몸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가에 대해 안 좋은 점만 들어 열거를 하고 나간 것과 마찬가지였다.
근성 하나는 대단한 놈이었다.
그렇게 하는데도 돈이 들었을 텐데 그 지출을 아까워하지 않고 기꺼이 비용을 집행하는 거다.
순전히 우리한테 엿먹이겠다는 생각만으로 말이다.
진짜 쫓아가서 처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우선은 신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간만에 우리 선배를 찾아가서 소송을 진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내 대학 선배인 유진 선배를 말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