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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웹 MK-397화 (외전) (397/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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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므로가 웬수지.

근도가 갑자기 들이닥쳐서 뭐라고 뭐라고 떠들어 대는 동안에도 준영은 세상 모르고 잠을 잤다.

비몽사몽간이었다고 해야 하려나?

준영은 자기가 얼마나 잠이 부족한 상태인지 근도에게 설명을 하고 싶어했다.

방도 많고 자기는 집에 들어오는 날도 별로 안 되니까 서울에 올 때는 자기 집에 와서 편히 쉬라는 근도의 말을 듣고 혹시 이 형이 나를 좋아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가 눈이 튀어나오도록 얻어맞고 자기가 근도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 어찌나 안심이 돼 버리던지.

그날 이후로 준영은 틈만 나면 근도의 집에서 신세를 졌다.

가려고만 하면 여기저기 갈 곳은 많았지만 모두에게 사생활이 있는 처지라 불쑥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근도는 준영이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걸 아주 다행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근도가 대단한 휴머니스트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근도에게도 근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므로를 자기 동생처럼 아끼는 근도였지만 요며칠 열애에 빠지는 것 같더니 므로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난감해진 모양이었다.

므로는 므로대로, 자기를 귀여워해주던 근도가 자기를 데리고 나가지 않고 텅빈 커다란 집에 방치를 해버리니 화가 나서 투정을 부렸다.

그냥 투정이라고 하기에는 정도가 심하기는 했다.

소파와 침대 위에 소변을 갈겨 놓고 화장지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쿠션을 물어 뜯어놓고 스탠드를 넘어뜨리고.

아무튼 자기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열심히 어필하고 돌아다닌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그 꼴을 본 근도는 빡쳐서 처음에는 므로를 혼냈지만 나중에는 므로가 안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 된 건 안 된거고, 자기도 언제 다시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는데 지금의 연애 사업에는 열중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나름대로 고민을 하다가 준영을 유혹한 것이다.

혹시 있을 곳이 필요하지 않냐며.

준영은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냉큼 들어와 버렸다.

살림살이를 바리바리 싸 가지고 들어온 건 아니었다.

준영도 그것을 그저 잠정적인 체류 정도로만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이제 준영의 인생도 슬슬 안정적인 정착기로 접어들려는 찰나였다.

그 시기에는 왜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은가.

일이 풀릴 듯 풀릴 듯 하면서 정작 풀리지 않고 될 듯 될 듯 하면서 안 되고 다 된 것 같은데 마침내는 삐그러지는.

준영은 지금 딱 그런 상태였다.

그래서 준영의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준영이 지금 자리를 잘 잡아서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놈의 성질머리 때문이라고 해야할지.

꼭 준영의 잘못이라고 할 수만은 없었다.

어떻게 돼 먹은 놈의 회사가 10명이 해야 할 일을 덜컥덜컥 맡아오면서 사람은 6명에서 더 이상 충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늘 야근의 연속이었고 휴일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불러내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쩌다 하루를 쉬게 됐는데 저녁쯤에 바로 직속 상사가 불러내면서, 심심한데 나와서 술이나 같이 마시자고 하는 그 한 마디 말에 준영은 폭발해 버렸다.

그렇게 직장 생활에 안녕을 고하고 지금은 자기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며 집을 뒹구는 중이었다.

어째 잠만 계속해서 늘었다.

자도 자도 졸렸다.

준영이 이 집으로 들어오고 나서 므로는 준영에게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므로는 원래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저 사람한테 엿을 먹이겠다라는 특별한 사명감에 불타지 않으면 애써 친한 척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 구역에 새로 들어온, 자기보다 늦게 들어온 이 신입이 자기보다 서열이 낮다고 마음대로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했다.

준영은 잠을 자다가 왠지 가슴이 답답한 것 같은 느낌에 눈을 떴다.

그러면 이 므로 자식이 준영의 가슴 위에 올라와서 준영의 얼굴을 싹싹 핥아대다가 쌩하니 도망가는 것이다.

“하. 드러워. 저 개새끼!!”

근도가 있었으면 므로는 고양이 새끼라고 정정을 해 줬겠지만 지금은 근도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잠결에 근도가 뭐라고 말을 하고 간 것 같긴 한데.

“야. 너네 아빠 어디 갔어?”

준영이 묻자 므로가, ‘나는 모르오!’ 라는 표정을 짓고 휭 하니 사라져버렸다.

준영은 배를 긁으면서 일어났다가 얼굴이 축축한 걸 느끼면서 얼굴을 닦았다.

“아, 드러! 저 새끼! 침을 얼마나 발라놓은 거야!!”

준영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물을 뺀지 너무 오래 됐나?

아래가 묵근하다.

준영은 팬티 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녀석을 보다가 귀찮아하면서 욕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대충 해결하는 것으로 잦아들지를 않았다.

“이건 손으로 될 문제가 아닌데?”

준영은 멍하니 생각을 하다가 긴급 구조 요청을 했다.

준영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을 때 준영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준영의 주위에 얼마나 버라이어티한 사람들이 모여있는지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유유상종인지 어째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준영의 주위에는 그런 사람들이 참 끊임도 없이 모여들었고 준영이 아는 후배놈도 더하면 더했지, 준영이 알던 괴짜들보다 덜한 놈은 아니었다.

자기가 부리는 노예가 있다는 말을 하면서 나중에 관심 생기면 같이 쓰리썸이나 한 번 하자고 하던 녀석이었는데 그동안 군대에서 잘 짱박혀 있다가 휴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 게 기억났다.

준영도 임자있는 몸이긴 했지만 므로의 침으로 얼굴을 한 번 씻김 받고 나면 정조 관념은 마이너스로 치닫게 되는 걸 뭐라 할 수 없는 일이다.

준영의 후배가 휴가 나왔다면서 놀아달라고 전화를 했을 때는 자야 된다면서 야멸차게 전화를 끊었지만 지금은 그 녀석 생각이 제법 간절해졌다.

쓰리썸이라는 게.

생각해 보면 굉장히 효율적인 플레이 아닌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다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콘돔 끼고 하면 위생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고 후배가 파파파파팍 어려운 일을 다 해 놓고 여자를 흥분시켜 놓으면 자기는 무임승차를 해서 사정만 하고 빼면 될 것 같고.

‘그래. 이거다!’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라고 생각을 하고 준영은 곧바로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잠은 다 주무셨습니까?”

너는 군대간 놈이 어째 맨날 휴가만 나오냐고 했더니 그 말에 삐친 게 안 풀렸는지, 후배가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됐고. 오늘 셋이 뭉치자.”

“예?”

“한 번 해 보자며. 네가 그렇게 부탁을 하는데 그동안 너무 매몰차게 굴었던 것 같아서.”

“제 섭 빌려달라는 말씀이세요?”

“뭘 빌려줘. 한 번 같이 하자고 지가 먼저 그래놓고는. 빌려달라는 말은 구차하잖아.”

“아. 형. 그렇긴 한데 제가 지금 복귀해야 되는데.”

“그래? 오늘이 마지막이야?”

“네.”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잘 하고 나와. 그때는 같이 술 한 잔 마시자.”

“네. 형. 죄송해요.”

“뭘 네가 죄송해.”

전화를 끊고 이놈을 어쩔까 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형.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걔한테 연락을 해 놓을게요. 저도 좀 궁금하기는 하거든요. 제가 복귀하고 나면 걔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걱정도 되고요. 그러니까 형이 가서 만나보시는 거예요.”

“내가 너 없이? 너없이 어떻게? 걔가 나를 알아?”

“형을 어떻게 알아요, 걔가.”

우리가 할 일 없이 형 따위의 얘기를 했겠냐는 듯이 후배가 당당하게 말했다.

거기다 웃기까지?

빠직!!

후배는 몇 초간 더 웃다가 상황 파악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기승전결 없이 그냥 지 기분대로 화를 내고, 한 번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다는 준영을 잘못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형. 제가 걔를 불러놓을 테니까 형은 그냥 거기에 가서 즐기기만 하면 돼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도 네 여친이잖아.”

“여친 같은 거 아니에요. 걔도 저를 남친이라고 생각하고 만나는 거 아니고요. 걔도 남친 따로 있고 저도 여친 따로 있어요. 근데 자기 애인들한테는 부탁 못하는 그럼 저질스럽고 변태적인 욕구 같은 걸 해소하려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서 만나는 거예요. 어떡하실 거예요? 만나실 거예요?”

들을수록 솔깃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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