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천 만물수리점-34화 (34/218)

세 번째 부적(2)

어서 오세요. 만물수리점입니다.

이쪽으로 달려들던 사내들이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멈칫거렸다.

작업장 어두운 구석에 서있던 내가 잘 안 보였던 건지 이런 짓은 못할 별 볼일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여러 명이 한꺼번에 쏟아지는데도 일사불란 하던 움직임이 다소 흐트러졌다.

창고로 뛰어든 소년을 등지고 내가 문 앞을 가로막자 그들은 나와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기세로 봐서는 밀고 지나갈 것 같았는데 의외로 경계한다.

대충 보니 안에는 열다섯 명, 건물 밖에도 비슷한 수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들어온 사람들 중 절반 정도가 조금씩 다친 상태다. 얼굴이나 손에 약간 긁힌 흔적이 있다든가 옷이 조금 탔다든가.

이 사람들도 편안하게 소년을 쫓고 있지는 않았다는 증거였다. 뭐, 아까 안개 속에서 바윗덩이를 날리던 걸 생각하니 저 정도 부상은 애교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구나.’

사내들이 경계하며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여기까지 오며 소년에게 당한 게 있으니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는 거다. 게다가 내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를 테고.

사내들은 둥글게 앞을 둘러싸고 나를 노려보았다. 지시를 기다리는지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시를 내려줄 사람이 있어야 할 텐데.

출입문 밖에서 안을 힐끗거리며 누군가 나직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꼬마를 쫓아갔더니 이상한 남자가 가로막더라고 보고라도 하나 보다. 그렇다고 내 쪽에서는 별로 기다려줄 이유도 없었다.

“오늘 장사 안 해요. 내일도 안 하고.”

눈앞의 사내들을 훑어보며 내가 말했다. 남자들은 말도 없고 표정도 변하지 않지만 눈동자가 조금씩 움직였다.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 같다.

“내 가게에서 나가라고요.”

아직까지 별 해를 끼치지 않은 이 사람들보다 바윗덩어리로 나를 죽이려고 했던 소년을 편들고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녀석이 나를 ‘아저씨’라고 부를 만큼 아직 어리다는 거다.

정장 입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은 어쩐지 체질적으로 싫다든가 일대 다수의 싸움은 일단 한 명 쪽이 좋은 놈 같다든가 그런 이유일 수도 있다. 명령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명령을 받으면 좋건 싫건 움직인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지시를 기다리며 잠자코 있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냥 맘에 안 든다. 쟤들 어쩐지 싫다. 이쪽이 진심인 것도 같고.

사내들은 대꾸도 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다들 빈손이지만 재킷의 한쪽이나 소매나 바짓부리가 조금씩 불룩한 것이 보인다. 아예 손가락에 너클을 끼고 있는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점잖게 빼입고 있어도 필요하면 언제든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 없는 사내들의 눈빛이 한 순간 번득였다. 이어마이크에서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에 보인 반응이었다. 나야 안 들리지만 내용을 짐작 못할 것도 없었다. 밖에 있던 누군가가 출입문을 닫은 것만으로 충분했다.

작업장이 갑자기 어두컴컴해지는 것과 함께 가장 앞줄에 있던 사내들이 움직였다. 네 명이 동시에 달려들자 난전의 경험이 없는 나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쳐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문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오기 힘든 위치상의 이점을 포기할 리 없다.

물러서자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네 명 중 두 명이 팔을 뻗어 나를 잡으려고 했다. 사실 잠시지만 잡혔고, 팔과 어깨를 단숨에 낚아채며 관절을 꺾으려고 하는 쪽과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는 쪽의 합이 감탄할 정도로 좋아서 앗 하는 순간 제압당할 뻔하기는 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들과 내 힘의 차이는 질적으로 달랐다. 팔과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자 체격 건장한 두 남자의 근력이라는 것은 세 살짜리 꼬맹이가 용쓰는 정도의 저항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당황한 얼굴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팔을 돌려 빼고 가슴을 밀어젖히는 것만으로 둘은 나가떨어져 버렸다. 그들과 부딪친 사람들이 함께 나뒹굴고 나머지 사내들은 각자 옷 안에서 무기를 꺼내들었다.

놀라는 목소리도 없고 욕설을 하는 사람도 없다. 나름대로는 상당히 각오를 하고 있던 모양인데다, 무기를 잡았을 때 바뀐 표정들이 예리했다. 위험과 폭력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긴장한 사람은 있어도 겁먹은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무기에 날이 있다. 둔기나 소형의 활 종류를 꺼내드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날붙이를 들고 있었다. 파르스름하게 벼려진 날 끝을 보자 신경이 예민해졌다. 날카로운 것에 베인 경험이 많았다.

수련이랍시고 백은호와 함께 지낼 때, 가끔 그는 사람인 채로 무기를 들고 공격하고는 했었다. 파르스름하니 날선 칼날이 날아들던 기억은 늘 섬뜩했다. 좀처럼 다치지 않는 내 몸도 날카로운 것에는 가끔 베였다. 상처는 금세 아물었지만 살을 저미며 번득 지나가는 차가운 날붙이의 감각은 오싹하도록 싫었다.

그것도 그거고. 곤란한 문제는 3층에 있을 유하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미처 생각 못하고 있었지만 아까 소년이 부적을 썼을 때도 그렇고, 아래층이 시끄러워지면 유하가 내려올지도 몰랐다. 혹은 반대로 저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 볼 수도 있다. 그러면 난감해진다. 유하까지 휘말리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도망치랬더니…”

무기를 잡고 다가오는 사내들이 보이는지 창고 안쪽에서 소년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거 정말 정이 안 가는 놈이네. 지금 너 때문에 이 고생이거든?

창고 안에서 삽살개가 왈왈 짖어댔다. 저 녀석은 이 와중에 강아지도 챙겨서 도망간 모양이다. 녀석이 착한 건지 내가 강아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고민할 틈은 없었다. 무기를 잡은 사내들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영감! 이 문 좀 막아 줘!”

외치는 것과 함께 창고 밖으로 튀어나가자 손도 안 댄 문이 등 뒤에서 쾅 닫혔다. 영감 도깨비가 내 말을 들어준 것이다. 일단 창고 안의 녀석들은 괜찮겠다고 생각하자 한결 여유가 생겼다.

내가 안전한 문 앞을 버리고 밖으로 뛰어나오자 놀랐는지 사내들의 눈이 조금 커졌다. 상대는 다수다. 생각할 틈 따위는 줄 수 없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어깨나 다리를 노려 공격했다. 힘을 조절했지만 두 사람인가는 근육 밑에서 뼈가 우둑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불쌍해도 할 수 없었다. 유하가 내려오기 전에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잠깐 사이에 다섯 명이 널브러지자 남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한층 더 신중해졌다. 하지만 신중해진다고 실력차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아무리 빨라도 요괴와 비등한 수준인 내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들이 아무리 강해도 내 힘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

‘백은호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겠네.’

싸우는 와중에도 쓴웃음이 났다. 그의 얕보는 듯한 태도는 사실 정말로 얕보고 있던 게 맞는지도 모른다. 그와 나 사이에는 그만큼의 실력차가 있었다.

그렇다고 사내들을 어린아이 제압하듯이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두셋씩 짝을 지어 둘러싸고 시간차 공격을 해온다든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무기를 휘둘러 오면 아무리 잘 피해도 한 두 번은 맞았다. 뿐만 아니라 팀웍도 상당히 좋았다. 여러 번 해본 솜씨였다.

뭐야, 이 사람들은. 운동 좀 했고 험하게 살아왔다고 해도 요괴와 여러 번 싸워봤을 리는 없잖아. 딱히 내가 요괴라는 건 아니지만.

게다가 내 쪽에서는 급소를 피해 공격해야 했으니 여러모로 불리하다.

절반쯤 쓰러뜨리고 나서야 계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계단은 좁으니 싸우기도 편했고 내가 위에 있어 내려다보기도 좋았다. 창고 앞에서는 문을 열려고 두어 명이 끙끙대고 있었다. 잘 안 되는 걸 보니 안에서 도깨비들이 부탁대로 문을 막고 있는 모양이다.

수리점의 출입문이 열리고 스무 명 정도의 사내들이 더 쏟아져 들어오자 기왕이면 나와서 나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이렇게 몰려오는 거지. 수리점 근처에 나이더스 커널이라도 세웠어요?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쓰러진 동료들을 보고 놀라는 기색도 없이-게다가 도우려는 기색도 없이- 내게 달려왔다.

수가 많아도 달라지는 것은 정리하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나는 정도다. 싸우느라 밀려난 자리를 도로 찾으려고 계단을 한 발 내려가는데 뭔가 기묘한 느낌이 발에서 느껴졌다. 아니, 발이 아닌가.

그 느낌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앞에서 칼날이 날아들었다. 안 피했다면 목이 찔렸을 공격을 망설이지도 않고 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은 정말로 나를 죽일 셈인가. 물론 내 경우는 찔려도 칼끝만 조금 박힐 정도겠지만.

그 단단한 피부를 믿고 낮은 발차기로 앞사람을 밀어내려는데 갑작스러운 저항이 느껴졌다. 발이었다. 두 발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발이 움직일 거라 생각하고 무게중심을 옮겼던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당황한 내 몸 위로 사내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요가라도 하듯 몸을 휘어 피하며 팔로 공격을 막았지만 더 곤란한 일이 생겼다. 휜 몸을 지탱하기 위해 잠시 바닥에 짚었던 손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붙어버렸다. 양발과 한 손이 바닥에 딱 붙은 채로 나는 자유로운 한 손만 가지고서 내려치는 칼날과 죽도 따위의 무기를 받아내야 했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상처가 하나 둘 생기는 느낌이 있었다. 무기의 길이를 이용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공격해오자 몸이 바닥에 붙은 나는 막거나 손으로 쳐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때마다 손등과 팔에 붉은 선이 늘어났다.

몸이 바닥에 붙게 만든다. 이것과 비슷한 주술을 백은호가 쓴 적이 있었다. 그가 부적이나 주술을 쓰는 일은 별로 없었고 스스로도 주술이 특기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습니다만.”이라며 보여주었었다.

주술에서 벗어나려면 술사를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격하는 사내들 사이로 출입문 앞에 서 있는 술사가 보였다.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옷차림 때문이다. 어두운 정장인 사내들 가운데 그만 혼자서 흰 옷을 입고 있었다.

한복이라고 할 수도 없고 양복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묘한 디자인의 옷을 입은 남자다. 30대 중반쯤으로 보였으나 어려 보이려고 애쓴 헤어스타일에 양쪽 귀마다 다섯 개씩 피어싱을 하고 귀밑의 목덜미에는 헤나 문신도 보였다. 손에는 뱀처럼 구불거리는 단검을 들고 칼끝을 내 쪽으로 가리키며 서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눈을 가늘게 좁히며 웃는 것이 기분 나빴다. 그런 표정으로 웃는 놈은 백은호 하나로 충분하거든.

이를 으득 물었지만 술사를 공격할 방법이 없었다. 사내들의 무기를 뺏어보려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들은 내가 칼날을 잡아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것 같았다.

물론 몇 번이나 무기에 맞아도 제대로 다치지 않는 것을 봤으니 예상할 수는 있겠지만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 아닌가? 어떻게 당연하다는 듯이 그 사실을 인정해 버리고 싸움에 응용할 수 있는 거지? 마치 전에도 몇 번이나 그런 상대와 싸워본 적 있다는 듯이.

아니….

어쩌면 그런 적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어버려서 이제는 전설이나 신화가 되어버렸는지 몰라도 내가 아는 한 이 괴이한 것들은 현실이며, 그렇다면 어디엔가는 이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 역시 있을 터였다.

무기를 막고 쳐내는 오른팔이 점점 얼얼해졌다. 빈틈을 노려 몇 번이나 얼굴과 목에도 칼끝이 닿았고 아예 방어를 포기하고 있는 다리나 옆구리 쪽은 옷이 너덜너덜 해져 있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창고 안의 도깨비들을 불러야 할까? 하지만 그 녀석들은 도와달라면 창고 문을 활짝 열고 와서 “김서방, 씨름 하자.” 이런 소리나 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 말 했다가는 곧바로 도깨비라는 게 들킬 테고 도깨비를 물리치는 방법은 비밀도 아니다.

도깨비들을 끌어들이면 안 돼. 도깨비란 상대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나 무서운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분명 뭔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궁지에 몰려 있는 내 눈에 뭔가가 얼핏 보였다. 선반 위에 놓인 푸르스름한 것. 본래는 창고에 있었지만 요새 늘 선반에서 내가 사용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녀석. 대금 도깨비다. 녀석은 작업장의 난투나 내가 두들겨 맞고 있는 게 재미난 놀이라도 되는 듯이, 이리 데굴 저리 데굴 슬슬 구르며 한가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이봐! 연주다!”

들으라고 큰 소리로 외치자 데굴거리던 대금 도깨비가 폴짝 뛰어 오르더니 그대로 내 손안에 날아들었다. 연주한다니까 신난 모양이었다. 미안하지만 거짓말이다.

손에 들어온 대금을 그대로 술사를 향해 집어던졌다. 손에 든 단검을 노려 있는 힘껏 던진 것이다. 술사가 칼로 대금을 쳐냈다. 쨍 소리를 내며 단검의 날이 부러져 나갔다. 놀랐는지 술사의 눈이 커졌다.

대금 도깨비가 화를 내며 먼지를 확 뿜었다. 미안하게 됐다만, 내 몸은 자유를 되찾았다. 계단이 텅 하고 울릴 정도로 바닥을 차자 내 몸이 사내들을 뛰어넘어 단번에 술사의 머리 위에 닿았다.

놀란 것도 잠시인지 이미 부적을 꺼내 들고 있던 술사가 그것을 흔들어 허공에 저었다. 위에서부터 술사를 향해 떨어지던 내 몸이 허공에 우뚝 굳었다. 또 이러네. 이번에는 바닥이 아니라 허공에 붙은 셈이지만.

대금 도깨비를 힐끗 보자 삐쳤는지 데굴데굴 굴러서 구석으로 가버렸다. 두 번 도움받기는 틀렸다.

“귀찮게 하는 요괴로군.”

허공에 묶인 나를 올려다보며 술사가 중얼거렸다. 요괴취급 받은 것보다 그 깔보는 듯한 태도가 기분 나빴다.

“내가 아까도 말했는데 말이지.”

소리 내서 말한 건 아니다만.

“그런 표정 짓는 놈은…”

우득 하고, 몸 안에서 뭔가 꿈틀거렸다. 주술도 어차피 힘이다. 그런 류의 힘과 관련이 없는 보통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무슨 힘을 가졌는지 몰라도 일단은 보통 사람이 아닌 내 쪽에서는 결국 힘의 대결일 뿐이었다.

그렇게 말한 건 다름 아닌 백은호다.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단정한 얼굴이 떠오르자 짜증과 힘이 동시에 치솟았다.

“백은호 한 놈으로 충분하거든!”

힘껏 휘두른 주먹이 허공에 부딪쳤다.

퍽 - !

보이지 않는 힘과 힘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보이지 않지만 충돌한 곳으로부터 물결처럼 퍼진 힘의 파문이 전신을 치며 지나갔다. 내 몸은 허공에서 조금 뒤로 물러난 것에 불과했지만 술사는 누가 밀친 것처럼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동시에 허공에 몸을 묶고 있던 주술이 풀렸다.

술사는 기절해버린 것 같다. 사내들을 돌아보자 긴장한 것은 물론 몇 명이 움찔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술사가 당한 걸 보고 충격 받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싱긋 웃었다.

원래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이고, 우리나라 인심이 되로 주면 말로 받게 되는 거 아닌가? 응?

도대체 뭐하는 녀석들이고 무슨 용건인지 모르겠다만, 일단 되로 받은 매타작, 말로 갚아주마.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