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2)
어서 오세요. 만물수리점입니다.
난 지금 꿈에서 깨어났다고 생각하는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날아다니질 않나 달나라에 가질 않나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뭐든 이뤄지는 그런 게 현실일 리가 없잖아. 응? 그렇다고 해줘……
“네 땅을 엉망으로 만드는 거야 네 자유다만 멋대로 문을 열어 내 땅에 혼들을 보내다니. 이는 양이천왕인 나의 권위를 침해하고, 삼계 십이천을 다스리는 지엄한 율법을 어긴 것이다. 그 응보를 어떻게 감당할 셈이냐.”
말하고서 양이천왕이 찌푸린 얼굴로 혀를 찼다. 아까보다는 화가 좀 누그러진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무서웠다. 게다가 응보라는 건 뭐지. 내가 한 일에 대한 대가인가.
땅 속 세상에 다녀온 정도로도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응보를 받았는데 내가 어젯밤 한 일들은 도대체 무슨 대가를 치르게 되는 걸까. 상상만 해도 오싹했다.
양이천왕이 뒤처리를 해야겠다며 어디론가 가버린 덕분에 더 야단을 맞지 않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가 가자마자 백은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항상 차려준 밥만 드시니 모르는 모양인데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겁니다. 즐기신 건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만 뒤처리를 전혀 안 하셨더군요. 덕분에 산신들이 바빠졌습니다.”
왜? 고양이 밥그릇 때문에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나 공무원들이 좀 고생했을 것 같기는 한데 산신들은 또 왜?
영문을 몰라서 묻는 내게 백은호는 한숨을 섞어 설명했다.
“밤새 무슨 일을 얼마나 벌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새벽에 놀라서 저에게 전화를 걸어 온 무당과 도사들만 스무 명이 넘습니다. 그 중에는 태령 윤문…어쨌든 환의 전성기 수준에 필적한 도사들 수백 명이 동시에 가진 힘을 다 써야 가능할 법한 변동이 느껴졌으니 그에 따라오는 대가를 계산해 보십시오. 일을 벌인 장본인은 도령이지만 보응의 일부는 혜택을 받은 대상에게도 돌아가게 됩니다. 산신들이 그것을 최소화 하려고 필사적으로 일하는 중입니다. 도령 때문에 애꿎은 대가를 지불할 수는 없잖습니까.”
양이천왕이 말했던 응보에 관한 이야기 같다.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러고 보면 내가 지하 세계로 갔을 때도 도술을 쓴 사람은 환이었지만 도술을 이용한 나 역시 사소한 응보를 받게 된다고 들었지. 같은 원리로 내가 바란 것 때문에 도움을 받은 사람들 역시 조금씩은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것 같다.
“애초에 응보도 고려하여 힘을 사용하셨다면…아닙니다. 양이천왕께서 함께 계신다고 방심하고 있던 제 탓이 크군요. 하지만 왜 아기님까지…”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뭔가 불평하려던 백은호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말을 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아기님은 또 누구야?
백은호와 통화를 끝낸 뒤에도 창밖에서는 참새들이 “난리 났네. 난리 났네.” “도령 땜에 난리 났네.”하면서 파닥파닥 날아다니고 작업장으로 내려가자 도깨비들이 웅성거리며 내 눈치를 보고 수리점 밖에서는 여느 때라면 수다 떨고 있었을 목신들이 조용했다. 심지어 나비 요괴 녀석도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다들 분위기가 묘했다. 정말…나 간밤에 뭔 짓을 해버린 거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걱정이 됐지만 안절부절 하며 티브이와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는 것밖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때에 유하는 한낮이 되도록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물론 마주치면 유하에게도 뭐라고 한 소리 들을 것 같아 방에 틀어박혀 있기는 했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그제야 아침도 거른 채 벌써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유하가 밥을 안 줬어? 늦은 적은 있어도 거른 적은 없었는데? 만나면 야단맞을까 무서운 것보다 이쯤 되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3층으로 가서 문 앞에서 슬쩍 귀를 기울여 봐도 뭔가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유하, 안에 있어?”
문을 두드리고 이름을 불러봤지만 대답은 없다. 혹시나 하고 문손잡이를 돌려 보아도 역시나 잠겨 있다. 밖에 나갔을까? 하지만 나도 꽤 일찍 일어났는데 그녀의 기척은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어딘가 갔다면 미리 말을 했을 것이다. 말하지 않고 갔다면 금방 돌아와야 했다.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혹시 아픈 게 아닐까?
기운을 읽어보자 방 안에서 약하게 그녀가 느껴졌다. 안에 있기는 한데, 어딘지 이상했다. 아니 잠깐. 누군가 더 있었다. 요기…나비가 아닌 다른…
‘요괴가 있어.’
라고 느낀 순간 내 팔이 문을 밀쳤다.
이 문은 잠겨있었다든가, 밀어서 여는 문이 아니라 당겨야 한다든가, 합판을 사이에 두고 2미리 철판을 이중으로 짠 완강한 철문이라든가 하는 생각은 없었다.
마치 밀치면 당연히 열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밀어냈고, 실제로 문은 잠금장치 부분이 부서지고 문 가장자리가 우그러들며 방 안쪽으로 밀려났다. 거꾸로 꺾인 경첩이 함께 부서지면서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내 손으로 밀친 부분이 움푹 들어간 것이나 문틀 사방이 긁히고 휘어져 부서진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는가에도 생각이 닿지 않았다. 내 신경은 모조리 방안의 기운, 유하와 정체불명의 요괴에게로 쏠려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그들의 기운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침대가 있는 위층이었다. 거기에 유하와 함께 누군가 있었다. 계단을 반쯤 올라갔을 때 침대 가장자리에서 너울거리는 푸른 것이 보였다.
‘뭐야, 저건.’
단숨에 남은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침대 옆에서 너울거리던 푸른 것은 내가 다가가자 순식간에 반대편 벽으로 날아갔다. 연기 같기도 하고 얇은 비단 천 같기도 한 기묘한 모습이었다. 그보다 유하는?
침대를 확인하자 그녀가 잠든 것처럼 누워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하긴, 정상적인 상태라면 내가 문을 부수고 들어올 때 이미 깨어있어야 했다.
“너……무슨 짓을 한 거냐.”
맞은편 벽 앞에서 흔들흔들, 바람에 휘날리는 스카프처럼 펄럭이는 푸르스름한 것에게 물었다. 내 질문에 답하듯이, 바람소리 같은 웃음이 쉬잇 쉬잇 새어나왔다.
[도와준 거야.]
속삭이는 목소리로 푸르스름한 요괴가 대답했다.
“도와 줘? 뭘?”
[무서워하고 있어서. 내가 무섭지 않게 도와줬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요괴가. 유하가 뭘 무서워한다는 거지?
[네가 그랬다면서. 예전에, 네 잘못으로 여자는 요괴가 되고 너는 태양 앞에서 먼지가 될 몸이라는 것을 알고 괴로워했다면서. 네가 괴로워하니까 여자가 울었다면서. 여자가 우니까 네가 세상을 뒤집어서, 땅 밑의 세상을 위로 끄집어 올리고 땅 위의 세상을 땅 밑으로 끌어내리려고 했다면서?]
뭐…?
[그런 무서운 일을 하려는 너를 막으려고 온 땅의 산신령들이 모두 모여야 했다고. 그래서 겨우 막았다며? 세상이 뒤집어지고 하늘과 땅이 뒤바뀔 뻔한 그런 일이 다시 생길지도 모른다고 무서워하며 울고 있었어.]
뭐…?
무슨 말인지 모른다. 모르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산신인 무진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다.
- 다만 제가 아는 것은 도령이 어떤 요괴를 위해 뭔가를 하려고 했고 그 때문에 이곳, 열두 번째 하늘이 어그러질 수도 있을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정도입니다.
무진은 말을 아끼면서 12년 전에 일어났다는 일을 알려주었다.
땅 밑의 세상을 땅 위로 끄집어 올리고 땅 위의 세상을 땅 밑으로 끌어내리려고 했다고? 내가? 땅 밑의 세상이란 바로 얼마 전 백은호와 함께 다녀왔던 그곳일까? 과연 거기라면 땅 위의 세상과 다를 바가 없으면서 밖을 나돌아 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설마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한 걸까? 세상을 뒤집어, 땅 위를 땅 밑으로 끌어 내려서, 이곳과 다를 바 없으면서 자유롭게 바깥에 나갈 수도 있는 그런 곳을 만들려고 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울면서 무서워하기에, 내가 도와준 거야.]
요괴가 속삭였다.
“뭘 어떻게 도와줬다는 거지?”
[아무 걱정 없이 깊이 잠들게 해줬지. 보라고. 이렇게 우리들이 이야기하는데도, 어젯밤에 세상의 규칙이 몇 번이나 흔들렸는데도 편안히 잠들어 있잖아.]
과연 유하는 세상모르는 얼굴로 그야말로 아기처럼 자고 있었다.
“그렇다면 고마운데. 이제 괜찮으니까 깨어나게 해줘.”
그녀를 도와줬다는데 불평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들었다. 게다가 저 요괴의 말을 믿을 수도 없었다. 감정이 담겨 딱딱한 말투로 요구하자 요괴의 푸르스름하고 연기 같은 몸이 너울거리며 쓱 움직였다. 벽을 따라 창가로 가더니 다시 흔들흔들, 가만히 서서는 펄럭인다.
[왜?]
요괴가 속삭이듯 물었다.
[자고 있으니 편안해 보이지 않아? 왜 깨워야 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언제까지나 자게 둘 수는 없잖아. 깨워줘.”
[언제까지나 자게 해도 괜찮아. 깨어나면 다시 무서워하지 않을까?]
요괴가 물었다. 잠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정말 언제까지나 자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됐으니까 깨워줘.”
[무서워하면? 무서워하면?]
요괴가 너울거리며 자꾸만 물었다.
아 됐어. 그냥 내가 깨울 테니까.
“유하. 일어나. 유하.”
어깨를 흔들어 그녀를 깨워봤지만 눈을 뜨지 않는다.
“어떻게 재운 거야? 어떻게 하면 깨어나는 거지?”
요괴에게 묻자 푸르스름하고 연기 같은 몸이 펄럭 펄럭 흔들리며 허공을 한 바퀴 돌았다.
[시끄러워서 깨면 안 되니까 아무 소리도 못 듣게 했어. 혹시 누가 깨우면 곤란하니까 아파도 모르고 배고파도 모르게 했어.]
뭐? 그건 좀 아니지 않냐? 재워준 것까지는 고마운데 거기까지는 오버잖아. 웬 오지랖이야? 그거.
[괜찮아. 괜찮아. 꿈속에서는 잘 들리니까. 꿈으로 찾아가서 말이야, 먼저…런 다음에…를 …주면…거야.]
오지라퍼 요괴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소곤소곤. 그녀를 깨우는 방법을 알려준 다음 바람 소리 같은 웃음을 휘이 휘이 뿌렸다.
“뭐? 자, 잠깐…지금 뭐라고…? 그게 무슨…”
요괴에게 유하를 깨우는 방법을 들은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이봐, 아무리 꿈이라지만…”
[그럼 꿈속으로 보내줄게.]
“뭐? 이봐! 잠깐! 야! 기다려!”
그러나 기다리고 뭐고 오지라퍼 요괴가 펄럭, 푸르스름한 몸을 확 펼치는 순간 내 의식은 강한 인력에 휩쓸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어디론가…라고 해도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유하가 있는 것이 보인다.
여기가 꿈속이라는 것을 광고라도 하듯이 동화풍의 공주님 드레스를 입고 기둥과 휘장이 있는 소녀취향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스핀들이라고 부르는, 끝이 바늘처럼 뾰족한 간이 물레가 하나. 어라, 이 소품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
오지라퍼 요괴 녀석, 꿈속에 가면 먼저 그녀에게 키스하라고 하던 건 이걸 말한 거야?
- 괜찮아. 괜찮아. 꿈속에서는 잘 들리니까. 꿈으로 찾아가서 말이야, 먼저 여자에게 키스를 해. 그래야 깨어나거든. 그런 다음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왕자의 키스로 깨어난다든가 하는 동화는 알고 있지만, 그렇지만 아무리 꿈이라도…본인 허락도 없이 그…키, 키스 같은 거…그건 좀…그게…고, 곤란하지 않냐? 멋대로…오지라퍼 요괴가…아니 그러니까…싫다는 게 아니고…내가 아니라 유하가 싫어하지 않을까…그야 당연히 싫어하겠지만…그런데 잠들어 있으니까 모를지도 몰…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내 머릿속이 오지라퍼 요괴의 목소리와 싸우는 내 목소리로 아수라장이 되어있는 것도 모르는 채, 유하는 참으로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잠든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평소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늘 이렇게 단잠을 자는 것은 아니겠지. 홍화빛의 입술 사이로 쌕쌕 내쉬는 감미로운 숨소리가 뺨을 간질였다. 아니…소리가 아니라 숨결이.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고 말았다.
너는 말이야. 그렇게 예쁜 얼굴로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지 모르지?
네 입술이 얼마나 부드럽고 촉촉하게 눌리는지, 얼마나 달콤한지, 얼마나 따뜻한지, 그래서 나를 얼마나 괴롭게 만드는지 조금도 모르지?
잘못하고 있는 주제에 어쩐지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뜨자, 조금 생겨나던 그런 마음도 금세 사라져버렸다.
사실 따귀라든가 비명이라든가 오해라든가 약간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유하는 아무렇지 않았다. 꿈이라서 그런가?
어쨌든 꿈에서 나가려면 하나가 더 남았다. 그녀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걸까? 여기가 꿈이기는 하지만…하지만…오지라퍼 요괴가 그렇게 하면 나갈 수 있다고 했으니까.
“저기, 유하. 보여줄 게 있는데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참아줘.”
일단 말해둔 다음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될 거야. 여기는 꿈이니까. 꿈이니까. 꿈이니까.
“자 그럼…하나.”
툭…유하의 앞으로 노란 쇳조각이 떨어졌다. 오, 정말 되는데?
“둘, 셋, 넷…”
숫자를 헤아릴 때마다 툭 툭 떨어진다.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툭 툭 툭. 마침내 노란 쇳조각이 열아홉 개.
“이게 뭐죠?”
유하가 그것과 나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19금. 이걸 보여주면 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아니야아아아! 이 멍청아!]
어디선가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펄럭 펄럭, 오지라퍼 요괴의 푸르스름한 몸이 허공에서 몸부림쳤다.
[어째서 모르는 체하는 거야! 여긴 꿈이라니까! 수위 따윈 한번쯤 무시해 버리라고! 저 수많은 열망과 원망과 갈망과 갈구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 거야? 응?]
뭐야…설마…
- 꿈으로 찾아가서 말이야, 먼저 여자에게 키스를 해. 그래야 깨어나거든. 그런 다음에, 여자에게 19금을 보여주면 꿈에서 나갈 수 있어.
그런 말을 진심으로 한 거냐?
[자리를 깔아줘도 안 되는 이 바보 멍청아아아아!]
오지라퍼 요괴가 절규하며 하늘 저 멀리 펄럭 펄럭 날아갔다.
“풋…”
참지 못한 웃음이 짧게 새어나오는 소리가, 고개를 숙인 유하에게서 들려왔다. 그녀는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이윽고 어깨를 흔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맑은 웃음소리였다.
눈을 가늘게 뜨며 소리 내서 웃는 유하의 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표정할 때도 화를 낼 때도 잠들었을 때도 예쁘지만, 웃을 때는 가슴이 저릴 정도로 아름답다.
“잠들어 있는 공주를 깨우고, 금덩이 열아홉 개를 주고, 그런 다음 동화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웃음이 남은 얼굴로 유하가 물었다. 옛날이야기에 금덩이를 주는 내용은 없지만…
“동화는 끝이 뻔하지.”
내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공주와 왕자가 결혼해서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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