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천 만물수리점-218화 (218/218)

서천 만물수리점 - 요괴백서(3)

어서 오세요. 만물수리점입니다.

그러나 한번 알아보겠다고 했던 마니마니는 사실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소파에서 쿠션을 안고 드러누워 티브이를 보는 동생을 발견한 순간 떠오른 것이다.

“마니마니. 그거 네 아이디였잖아?”

수호는 드라마에 푹 빠져있는 수영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빠, 비켜. 안 보여.”

“너냐? 조요경에 글 올리고 있는 거.”

“뭐래? 옆으로 비켜봐, 좀. 티비 다 가리잖아.”

수호는 짜증내는 수영의 손에서 리모컨은 휙 뺏었다.

“조요경 요게에 글 올리는 사람, 너냐고.”

수영이 얼굴을 확 찌푸리며 발딱 일어났다.

“뭔 소리래? 진짜.”

“너 중학생 때 오컬트 사이트 들락거리면서 마니마니란 별명으로 글 올리고 그랬잖아. 그때 거기가 조요경 아니었어?”

수호의 말에 수영은 얼굴을 찌푸린 채로 생각하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맞는데. 왜? 나 요새는 거기 안 들어가. 안 들어간지 5년도 넘었다. 그리고 그때 그 계정, 원래 엄마 거였어.”

뜻밖의 말에 수호가 눈을 깜박였다.

“엄마?”

“내가 아이디랑 비번 자꾸 잊어버려서 맨날 복구하기 귀찮다고 그냥 엄마 계정 쓰라고 하셨던 거야. 조요경 처음 시작할 때 나 초등학생이었잖아.”

설마 라고 생각했지만 수호는 곧장 엄마에게 가서 조요경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아, 그거 내가 올린 글이야.”라는 태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수호가 아연해서 물었다.

“그런 걸 엄마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예요?”

“들었지, 뭐. 신기한 이야기라서 인터넷에 올려도 되냐고 물으니까 괜찮다고 해서.”

“누가요? 누가 이야기해줬는데요?”

“리코더 선생님.”

“예…?”

“가끔 천변에 산책 나오는 사람인데, 리코더를 정말 잘 불거든. 그래서 배우고 있잖아. 공짜로. 젊은 사람답지 않게 옛날이야기도 많이 알고, 얼마나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는지 몰라.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참하고. 그런데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안 해줘서 그게 좀 걸린단 말이야. 집안만 웬만하면 너한테 소개시켜줘도 될 것 같은데. 너 아직 여자 친구 없지?”

“엄마, 좀…”

수호는 이상한 데로 흐르려는 대화를 바로잡은 다음 리코더 선생님이라는 여자에 대해 캐물었다.

“여자한테 관심 없다면서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엄마가 투덜거리면서 질문에 대답해줬다.

그녀가 천변에 나오는 날은 딱히 정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매일 운동 삼아 천변을 걷다 보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보게 된다고 했다. 긴 생머리에 예쁜 얼굴이며 몸집은 작은 편에 늘 원피스를 입고 있다는 것이 엄마의 설명이었다.

“리코더를 가지고 있으니까 얼굴을 몰라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걸?”

천변에 산책 나오는 사람 중에는 악기를 가져오는 사람도 가끔 있었다. 옆집과의 거리가 벽 하나뿐인 도시에서 악기를 연습할만한 장소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리코더를 가지고 나오는 사람은 없다. 리코더라는 것은 초등학교에서 음악시간에 한 번 써보고 나면 다시 볼 일이 없는 물건인 것이다.

엄마에게는 그동안 올렸던 글을 지워달라고 부탁하자 난색을 보이며 거절했지만, 수리점에 몰래 들어오려고 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주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수긍했다.

“거기 사장님한테는 늘 신세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게시판에서 글을 지우는 정도로는 이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 올려진 자료라는 건 얼마든지 복제되어 어딘지 모를 곳에서 수없이 포자를 퍼뜨리며 번식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것도 그렇고, 수호는 엄마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다는 여자 역시 만나볼 필요를 느꼈다. 젊고 예쁜 여자가 옛날이야기와 요괴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인간이라면 말이 안 되는 조합이었다. 엄마가 요괴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문제고, 그녀로부터 나온 정보가 정확한 것도 문제였다.

그녀가 요괴라면, 무엇 때문에 요괴에 대한 정보를 인간에게 알려주는 걸까. 생각해 보면 이것도 말이 안 된다. 뭔지 말이 안 되는 이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그녀를 만나야 했다.

그렇다고 엄마에게 부탁할 마음은 없었다.

‘분명히 오해하실 거야.’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엄마를 지켜보다가 리코더 선생님이라는 여자를 만났을 때 확인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감시용 부적을 엄마의 신발에 숨겨두었다.

부적이 반응을 보인 것은 그로부터 나흘 후의 일이었다.

마침 학교에서 돌아오고 있었던 수호는 엄마의 신발에 숨긴 부적과 한 쌍인 제웅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서둘러 차를 몰았다. 요괴가 근접하면 반응을 보이도록 만들어진 부적이었다. 그것이 움직인 것이다.

천변과 나란히 이어진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수리점에서 400m쯤 떨어진 곳에서 엄마의 모습을 발견했다. 천변의 산책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원피스 차림의 젊은 여성과 함께 있었다.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수호는 그들을 몰래 뒤따라갔다.

둘은 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벤치에 앉아 함께 리코더를 연주했다. 엄마의 말대로 여자의 연주는 훌륭했다. 겉보기에 전혀 특별한 데라고는 없는, 문구사에서 파는 것 같은 리코더로 그녀는 놀랄 만큼 투명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

수호는 그녀가 요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듣고 있다가 그들이 일어나서 작별인사를 할 때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엄마가 손을 흔들고 집이 있는 방향으로 가는 동안, 여자는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도로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손에 든 리코더를 만지작거리더니 문득 생각난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수호에게 곧장 이어졌다.

‘들켰었네.’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 깨달았다. 수호는 숨어있던 나무 뒤에서 나와 여자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기색 없이 다가오는 수호를 바라보았다.

부적이 반응했으니 요괴는 분명한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였다. 악의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위협적인 기운도 없다. 그렇다고 안심해도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수호는 어쩐지 부주의하게, 방비도 없이 그녀 가까운 곳까지 가서 멈춰 섰다.

세 걸음 정도의 거리였지만 저쪽은 요괴니까 이 정도 거리는 의미가 없을지도 몰랐다. 돌연 공격해 온다면 평범한 인간인 수호는 피할 길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가가자 여자가 천천히 일어났다.

과연 체구가 자그마해서 머리가 어깨에 닿을락말락했다. 그녀가 빈틈없이 야무진 얼굴로 수호를 올려다보았다. 겉보기에는 스무 살을 좀 넘은 것 같은 처녀지만 실제로는 몇 살일까. 수호는 궁금했다.

“요괴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면서…? 아까 그분한테.”

어쨌든 겉모습은 자신보다 훨씬 어려보이니까 그것을 핑계로 수호는 편하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분은 당신의 어머니죠?”

여자가 당돌하게 물었다. 그리고 수호의 표정이 굳는 것을 보고 덧붙였다.

“가끔 아들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눈매가 닮아서 알았어요. 냄새도 같고요.”

덧붙인 말에는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스스로 요괴라는 것을 밝힌 셈이다. 수호는 굳은 얼굴인 채로 물었다.

“어째서 요괴가 요괴들에 대한 정보를 인간에게 알려주는 거지?”

“이야기를 좋아하셔서요.”

여자의 대답에 수호는 얼굴을 찡그렸다. 엄마가 요괴라든가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책도 영화도 즐겨 보는 장르는 판타지 쪽이었다.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라는 것은 물론 말이 안 되었다.

여자는 수호가 얼굴을 찡그리자 눈을 깜박이며 올려다보더니 이어서 말했다.

“위험한 요괴도 많으니까 조심하라는 뜻으로 알려드린 거예요.”

“수리점 도깨비가 위험한 건 아닐 텐데?”

수호가 대꾸했다. 그리고 그녀의 변명을 기다렸으나 뜻밖에 여자가 조금 웃었다.

“그 이야기는 예외였어요. 그곳과 나비는…”

“뭐가 예외라는 거지?”

수호가 다시 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노래니까, 말할 수 없어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여자가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이제 떠날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물러난 만큼 수호가 다가갔다.

“무슨 뜻인지 말해줘.”

여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휙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수호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가려던 여자의 몸이 멈칫 당겨졌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수호를 쳐다보았다. 까맣고 큰 눈에 조용한 질책이 담겨 있었다.

그래도 수호는 손을 놓지 않았다. 상대가 사람이라면 위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안 했을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그녀는 요괴다. 게다가 엄마와 해명이 관련된 일이기도 했다. 그냥 넘어갈 마음은 없었다.

“그 이야기가 노래라는 게 무슨 뜻이지?”

“손을 놔주세요.”

여자가 말했다. 말할 뿐 비틀어 빼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요괴의 힘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터였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없었다. 그녀는 평범한 인간인 것처럼 굴고 있었다. 보는 눈이 있는 바깥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다른 손에 부적을 꺼내 쥐고 약간은 긴장하고 있던 수호는 그녀의 반응에 망설였다.

이대로 좀 더 위협하면 말해 줄까? 하지만 보는 눈이라는 것은 요괴인 그녀뿐 아니라 인간인 수호에게도 해당된다. 왕래하는 사람이 있는 이런 곳에서 요괴와 드잡이질을 벌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수호는 여자의 가는 손목을 더욱 꽉 잡고 제 쪽으로 당겼다. 여자의 아담한 몸이 당기는 대로 끌려왔다. 저항하는 힘이 느껴졌지만 가련할 정도로 약했다. 여자가 눈을 크게 뜨고 수호를 올려다보았다. 겁먹은 눈이었다.

‘무슨 요괴가…’

수호는 당황해서 당기던 손을 놓았다.

‘뭐 이리 약해?’

손이 놓인 틈에 그녀가 재빨리 뒤로 물러나더니 휙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지만 수호가 뒤늦게라도 따라가면 금세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그러나 그는 따라가지 않았다.

────────────────────────────────────

────────────────────────────────────

서천 만물수리점 - 요괴백서(4)fin

어서 오세요. 만물수리점입니다.

“리코더를 잘 부는 젊은 여자?”

수호의 이야기를 들은 해명이 되묻더니 이내 놀란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정말이야? 진짜? 뭐야. 그렇게 오래 전부터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서 왜 여기는 찾아오지 않은 건데!”

마니마니가 엄마였다는 이야기는 조금도 아랑곳 않고 해명이 외쳤다. 그의 반응에 수호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아는 요괴였어요?”

“응? 넌 몰랐어? 아, 모르겠구나. 잠깐, 먼저 대금 녀석한테 말하고.”

그리고는 해명은 곧장 창고로 달려가서 “대금아~ 너네 누나 왔다며? 너 몰랐어? 나도 방금 들었어.”라고 시끌벅적하게 잠들어 있을 대금 도깨비를 깨웠다. 주변의 다른 도깨비들까지 깨어서 “이른 저녁부터 웬 소란이냐.”고 나무랐지만 어쩐지 신난 해명에게 무시당했다.

수호는 얼떨결에 그를 뒤따라갔다가 ‘대금 도깨비의 누나인 리코더 요괴’라는 정보를 얻고 한층 깊은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대금의 누나가 리코더일 수 있는지, 그렇다면 부모는 일단 관악기인가 같은 쓸데없는 의문 속에서 헤매는 동안 해명은 사람 모습으로 변한 대금 도깨비와 함께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따금 도깨비 연회에서 해명이 놀 때마다 대금을 부는 것은 봤지만, 그 대금이 사람으로 변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물건의 모습인 채로 움직이는 도깨비도 많으니까 대금도 그런 종류이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가끔 도깨비들 사이에서 놀았던 수영이도 다른 모습을 봤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사람이 된 대금 도깨비는 삼국시대에나 입었을 것 같은 복장을 한 젊은 남자였다. 유순한 인상에 눈꼬리를 떨어뜨리며 웃는 모습이 다정했다. 야무지게 보이는 누나와는 좀 안 닮은 것도 같고.

수호는 둘의 대화를 듣고 그들이 귀수산 남매이며 동생인 대금 도깨비는 오래 전부터 해명에게 맡겨져 도깨비들과 함께 산 것을 알게 되었다.

‘귀수산이라니.’

전설로만 들어본 요괴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자, 그것도 도깨비라고 생각했던 대금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수호는 새삼 자신이 해명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10여년을 들락거리며 가족과 스승 외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라는 것은 길가다 잠시 마주쳐 이야기를 나눈 사람 정도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야기가 노래라는 건 무슨 소리인지 나도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넌 알겠어?”

대금 도깨비와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리코더인 누나가 한 말이 나오자 해명이 물었다. 대금 도깨비는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나가 한 말의 의미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예전에 여기로 누나가 찾아왔을 때,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누나는 우리가 가진 힘 때문에 노려지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그것을 버리고 저 역시 그렇게 살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약해졌을망정 여전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노래와 음률에 기원을 담아 부르는 힘이잖아요. 그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거라 변하지 않는다고요.”

기억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러니 언젠가 노래하고 싶어지는 때가 오면, 그것은 내가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어쩌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말해줬어요. 그러니까 그 때가 오면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노래하라고요. 그런데 실은, 요즘 어쩐지 노래하고 싶어서 엉망이지만 조금씩 부르고 있거든요.”

말하고 그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해명이 픽 웃으며 놀려댔다.

“정말? 먼지만 뿜는 그런 연주 아냐?”

“조금은 소리…비슷한 게 나고 있어요!”

결국 대금 도깨비에게도 리코더 요괴가 말한 노래에 관한 힌트는 얻을 수 없었다. 수호는 그래도 안심했다. 귀수산이라면 인간에게 해로운 요괴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인간 때문에 해를 입는 쪽에 가까운 요괴라 뭔가 위험한 일을 꾸미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말해주지 않은 ‘노래’라는 것이 궁금한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 해명은 “모르겠다. 요게의 글도 지워졌다고 하니 이제 같은 일은 안 생기겠지. 뭐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라며 느긋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수호도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언제나 바라는 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며칠 후 그것을 알게 되는 일이 생겼다.

시각은 자정에 가까워서였다. 수호는 수리점에서 작업 선반을 책상으로 삼아 한창 공부하는 중이었다. 슬슬 기사 자격증 시험 날짜가 다가왔던 것이다. 그래서 도서관 대신 수리점 작업장을 공부 장소로 삼고 있었다.

해명은 밤만 되면 도깨비가 나돌아 다니는 곳에서 어떻게 공부가 되느냐고 했지만 그런 게 수호에게 보일 리 없고, 어딘지 서늘해서 졸리지도 않고 어쩐지 아무리 공부해도 지치지도 않는 게 딱 좋은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손님이라고는 하루에 한 명 보기도 힘든 지경이니까 가끔 왔다 갔다 하는 해명 말고는 방해도 없다.

모처럼 집중해서 서브 노트를 작성하는 중인데 문득 공기가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약한 진동이어서 무시하려고 했으나, 위층에서 창문이 세게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호는 볼펜을 멈추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다고 위층이 보일 리는 없지만 귀를 기울이는 그에게 해명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뭔가 부르짖는 목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창문 밖으로 울린 다음 벽을 지나서 되돌아온 소리니 또렷할 리가 없다. 수호는 2층으로 올라가보는 대신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인도에서 고개를 꺾고 위를 올려다보자 불빛이 환한 2층에 열어젖혀진 창이 보였다. 해명은 보이지 않았다. 창으로 보는 것은 그만두고 계단으로 내려오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한 번 더,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강한 진동이 대기를 쩌엉 울렸다.

한순간 귀가 먹먹해졌다.

‘나무가 있는 쪽이다!’

수호는 뛰기 시작했다. 진동이 온 곳은 분명 나비 요괴가 붙어있는 버드나무 자리였다. 수리점에서 얼마 멀지 않았다. 달려가는 그의 눈에 해명의 모습이 보였다. 해명뿐만이 아니다. 발치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둘, 그리고 해명의 맞은편에는 나비 날개를 펼치고 있는 요괴가 있었다.

“진정하라니까. 저 사람들은 이미 기절했잖아. 혼났으니까 다시는 안 올 거야.”

해명이 요괴와 쓰러진 사람들 사이에 서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자들이 오겠지. 이자들을 본보기로 삼겠다.]

나비 요괴가 차갑게 대꾸했다. 목소리는 서늘한데도 전신에서 물결치는 기운이 두렵게 뜨거웠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지금도 다쳐서…”

[이 나무를 지키라고, 바로 네가 내게 말했었다.]

나비 요괴가 나직이 쏘아붙였다. 나비 요괴를 만류하던 해명이 멈칫 입을 다물었다. 그가 할 말을 찾는 것처럼 눈동자를 굴렸다.

[한 때 유하였던 소중한 나무니까,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될 때까지 다치지 않게 보호해 달라고 했었다.]

“그건…”

[왜 너는 화내지 않는 거지? 이 자들은 유하를…]

“그 나무는 유하가 아니야.”

해명이 말했다.

“한 때 유하의 일부였지만, 그래서 내게는 중요하지만 유하가 아니야.”

캄캄하고 서늘한 대기 위로 해명의 목소리가 무겁게 흘렀다.

“유하의 기억이지만 유하는 아니야. 나비 네게 부탁했던 건…네가 괴로워해서, 나를 볼 때마다 미안해하면서 견디기 힘들어 하니까, 네가 자꾸만 보상하고 싶어하니까 그랬던 거야. 하지만 몇 번이나 말했잖아. 유하가 떠난 건 윤병완의 일과 아무 관계없어. 그건 그녀와 나의 문제야. 내 잘못이고.”

[틀렸어! 틀렸어!]

나비 요괴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목소리와 함께 그의 주변에서 숨 막힐 정도의 기운이 요동했다. 수호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발 뒷걸음치고 말았다.

[틀렸어! 해명이 틀려! 이 나무는 유하야! 유하야! 왜 모르는 거야!]

“진정해!”

그러나 나비 요괴는 진정하기커녕 날개를 흔들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와 함께 짓누르는 듯한 압력이 수호에게까지 느껴졌다. 공기를 무거운 돌로 꾹 누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안에서 함께 짓눌리는 기분이 들어 수호는 허리를 구부리며 가쁜 숨을 쉬었다.

압력을 느끼는 것은 주변의 나무나 풀도 마찬가지 같았다. 울타리 나무가 양쪽으로 휘어지며 나뭇잎을 우수수 떨어뜨리고 풀은 땅위로 납작 붙었다.

‘부적이…없어.’

주머니를 뒤졌지만 공부하다 갑자기 나온 그에게 부적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수리점으로 가려고 했지만 발이 무쇠로 변한 것처럼 무거웠다. 좀처럼 뗄 수가 없었다.

[왜! 왜!]

나비 요괴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메아리쳤다. 울부짖는 것 같은 외침이었다. 요괴의 주변에서 뭉클뭉클 타오르는 기운이 이제는 공기까지 데우는 것 같았다. 수호는 무거운 대기가 열기로 달궈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달궈지는 정도가 아니다.

“나비야!”

해명이 아연해서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호는 가까스로 고개를 들고 허공에 떠 있는 나비 요괴가 불길에 둘러싸인 것을 봤다.

‘설마? 심화(心火)?’

강한 번민, 집착, 그런 감정이 불길이 되어 스스로의 몸을 태우는 심화에 나비 요괴가 휩싸여 있었다. 아니 그에게 그치지 않고 버드나무까지 함께 태울 것만 같았다.

수호의 심장이 욱신거렸다. 꽉 눌린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가슴을 친 것 같기도 했다. 뭔가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것은 심화에 휩싸인 나비 때문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두려운, 그러나 오감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느낀 어떤 변화 때문이었다.

‘불길이…움직이지 않아?’

문득 수호는 나비 요괴를 태울 듯이 솟구친 불꽃이 흔들리거나 일렁이지 않고 그림처럼 멎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뿐이 아니다. 산책로 옆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흐르던 물도 멈춘 것 같았다. 주변이 조용했다. 아니, 세상이 고요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수호의 시선이 나비요괴에서 그 아래의 해명에게로 옮겨갔다.

‘아저씨…아니야. 저 사람은…’

어딘지 다른 해명이었다. 겉모습은 같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느끼는, 아니, 다른 것조차도 아닌데, 같은 해명일 텐데, 그런데도 다를 수밖에 없는…

‘제 십이천 심장천왕…’

수호의 낯빛이 노랗게 질렸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천왕의 권위가, 그 힘이 가감 없이 드러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코앞에서 지켜보기에는 터무니없이 평범한 몸이었다.

‘말도 안 돼. 아니, 일어나서는 안 돼. 천왕이 현신하는 일 따위가 있을 수는…’

우우우우우 -

멀리서 산의 울음소리와 같은 것이 들려왔다. 멈춘 세상에서 아직 움직이는 누군가 있었다. 그러나 소리밖에 다가오지 못한다. 일체의 간섭을 막는 천왕의 의지가 베일처럼 둘러쳐진 가운데 나비 요괴를 태우려고 했던 불꽃이 조각조각 부서져 떨어졌다. 아니, 부서지는 것은 불꽃뿐만이 아니다. 해명의 주변에 있던 풀과 나무가 하얗게 얼어붙었다가 가루가 되어 바스스 흩어졌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수호는 꼼짝 못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다른 존재가 되어 자신으로부터 천천히 주변을 파괴하는 광경이었다. 그것이 천왕의 의지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의 힘에 노출된 결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나비 요괴도 무사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서 더 진행된다면 수호 자신도…

갑자기 두려워졌다. 커다란 벽이 밀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막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 바라보는 것밖에…

짤랑…

소리는 그때 들려왔다. 두려워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때, 적막한 세상을 가로질러 울리는 맑은 소리였다.

갑자기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휘어져 짓눌렸던 나무가 휙 펴지고 풀잎이 흔들렸다. 멈췄던 물이 다시 소리를 내며 흘렀다. 바람이 불고 멀리서 찻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수호는 짓눌렸던 몸이 편해진 것을 느꼈다. 숨을 들이쉬며 내려다보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해명이 보였다.

보통 때의 해명이다. 그러나 그 얼굴은 어둠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창백했다.

[아프잖니. 그러니까 화내지 마.]

창백한 얼굴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고 있었다.

[날개 끝이 타버렸어. 큰일이네.]

나비 요괴를 감싸 안고 등을 쓰다듬어 주는 여자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수호는 멍하니 그 목소리의 주인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있는 곳에서는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아프니? 괜찮아? 날개는 시간이 지나면 새로 나는 걸까? 나뭇잎이나 꽃처럼.]

그녀는 나비 요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위로하면서 지저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비 요괴는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점점 작아지더니 이윽고 손바닥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나비가 되어서 버드나무 위로 포르르 날아갔다.

나비가 나무속으로 숨어버리자 그제야 여자가 고개를 들어서 해명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해명이 움찔 떨었다.

[당신은 신령인가요?]

여자가 물었다. 조금 전 일어난 무서운 일들이 모두 거짓말인 것처럼 밝은 목소리였다.

[사람인 줄 알았는데. 조금 전에는 조금 무서웠어요. 다들 무서워했다고요.]

그녀가 나무라는 듯이 말했다.

“미안.”

해명이 겨우 대답했다. 숨소리에 가까운 작은 목소리였다.

[어머? 그렇게 정색을 하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나비가 불타버리게 되어서, 그걸 막으려고 했던 거죠? 고마웠어요. 나도 깜짝 놀라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거든요.]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그녀가 대꾸했다. 그리고 한 걸음, 해명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움직이자 목에 걸린 작은 방울에서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리 조금만 와주면 안 될까요? 난 아직 나무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어요.]

해명은 그녀의 요구대로 몇 걸음을 다가갔다. 여자는 자기보다 머리 하나쯤 큰 그를 올려다보더니 눈을 휘며 웃었다.

[당신, 알아요. 날마다 이 앞으로 지나갔죠? 저쪽으로 갔다가, 한참 뒤에 다시 저쪽에서 이쪽으로. 올 때는 가끔 뭔가 사서 들고. 아, 그리고 용신님과 이야기하는 것도 본 적 있어요. 맞다. 작년 겨울에 눈이 많이 왔을 때 짚으로 옷을 만들어줘서 고마웠어요. 그때 정말 추웠거든요. 뿌리까지 꽁꽁 얼어버리는 줄 알았어요. 난 그때 잠들어 있어서 몰랐는데 나비가 알려줬어요. 그리고…]

그녀는 나무에 앉은 작은 새처럼 끝없이 지저귀었고 해명은 세상에 단 한 마리만 남은 새를 보는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 새처럼 종알거리던 그녀가 문득 물었다.

[아, 이런 이야기. 재미없죠? 난 아직 어린 버드나무라 새들이 잘 안 오거든요. 나비 말고는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요. 나도 모르게 수다를 떨어버렸네. 이제 그만할게요.]

“아냐. 그만두지 마. 부탁할게.”

해명이 말했다. 가슴 아플 정도로 간절한 목소리였다. 그녀가 눈을 깜박였다.

[그래요? 하지만 굉장히 슬픈 얼굴인데. 내 이야기가 슬펐어요?]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있잖아요. 며칠 전에 어떤 남자가 커다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달리기를 하는데 그 개가 맞은편에서 다른 사람이 데리고 오던 작은 강아지를 보고 컹컹 짖었어요. 그러니까 강아지가 무서워서 도망가려고 하잖아요. 그걸 보고 강아지 주인이 큰 개에게 ‘왕!’하고 짖는 소리를 내더라고요. 그러니까 큰 개가 놀라서 도망가고…어어…이건 슬픈 이야기가 아닌데. 저, 이봐요. 혹시 아픈 거예요?]

“아니…”

해명이 고개를 저으며 손바닥으로 눈물을 쓸었다. 젖어서 반짝이는 눈을 감듯이 휘며 그가 웃었다.

“난 반쯤 사람이라서 그래. 사람은 슬프거나 아프지 않아도 가끔 울어. 다른 이야기도 더 해줄래?”

[정말요? 그럼 오늘 말고 내일 와줘요. 오늘은 나비를 재워야 하니까요. 내일, 아니면 그 다음 날, 언제든요.]

“언제든.”

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가 맑은 웃음소리를 냈다.

[이봐요, 당신 이름이 뭐예요? 울보 도령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

“해명.”

그가 대답하자 그녀는 눈을 두어 번 깜박인 다음 따라하듯 말했다.

[해명.]

그리고 웃으며 덧붙였다.

[내 이름은 유하예요.]

────────────────────────────────────

────────────────────────────────────

<하늘에서는 꽃도 내린다.>

어서 오세요. 만물수리점입니다.

거짓말이라고 하고 싶지만, 자고 일어났더니 온 세상의 나무란 나무가 모조리 꽃을 피우고 있다면 이 꽃은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묻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수호는 생각했다. 어떤 하늘인지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짓을 하고 되돌아오는 응보는 어쩔 셈이지, 그 아저씨는.”

때 아닌 벚꽃과 이팝나무와 장미와 동백과 국화를 보며 수호는 혀를 찼다. 그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이렇게 쓸데없는 방법으로 자축할 필요는 없잖아. 제 철을 무시하고 꽃이 피게 만들다니.

그러나 그날 오후 천변을 서성이다 리코더 요괴를 만난 수호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어제 무례했던 것을 사과한 다음의 일이었다. 그녀는 수호의 사과를 선선히 받아들인 다음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었다. 마치 본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저씨가 한 거 아니라고?”

“산신들이라고 들었어요. 선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천왕에게 보내는 예물 같은 거예요.”

“산신이 보내는 화환 같은 건가. 뭐랄까 대단하네. 온 세상을 뒤덮는 화환이라니.”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으며 수호가 대꾸했다.

“하지만 모처럼 아름답잖아요. 꽃으로 세상이 덮이는 광경이라니 제 평생이라도 다시는 못 볼 거예요.”

그 말에 수호는 그녀가 귀수산이며 별 탈이 없다면 수백 년을 살게 되리라는 것을 새삼 떠올렸다.

“그 이야기는 아직도 해줄 수 없는 건가? 노래…”

약간 머뭇거리며 수호가 물었다. 여자가 눈을 깜박이며 그를 돌아보았다.

“노래라면, 이제 끝났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어제 그곳에 있었잖아요.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봤으면서 아직도 뭔가 궁금한 거예요?”

“아니, 난 그 노래라는 게 도대체 뭔지도 아직 감을 못 잡고 있는데.”

수호의 말에 그녀는 허공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지었다. 머릿속으로 해야 할 말을 정리하고 나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음률에 소망을 실어 노래해요. 힘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저도 그렇고, 제 동생도 그렇지요. 동생은 제 부탁으로 오랫동안 노래하지 않고 살아왔어요. 하지만 우리는 귀수산이니까, 언젠가는 노래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그 때가 와서 동생이 노래했을 때 저는 그것을 들은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리코더 소리처럼 맑았다.

“동생의 노래에 실린 소망을 들었어요. 그 아이는, 늘 다른 이들의 소원을 이뤄주지만 정작 자신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는 한 사람을 위해서 노래했어요. 귀수산의 노래는 소망을 이루어주죠. 음률은 중요하지 않아요. 소망을 담은 마음이 우리의 힘이니까요.”

그리고 그의 소망은 이루어진 것이다.

“사람들이 자꾸만 와서 나무를 위험하게 만든 건 그것 때문이야?”

“제가 의도한 건 아니에요. 전 다만 가락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었을 뿐이지요. 나무 안에 잠들어 있던 유하 부인을 깨운 것도 노래가 한 일이고, 서로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 나비와 해명장자의 묵은 감정을 터뜨린 것도 노래가 한 일인 걸요.”

수호는 그녀가 해명에 대해 이상한 호칭을 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는 이제 도령이 아니다. 아니, 전부터 아니었다. 혼례를 올렸던 10년 전부터 이미 그랬다.

“해명장자라니…이렇게 새로운 전설이 또 하나 생기는 건가. 옛날이야기라는 건 끝나지 않은 채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네.”

피식 웃으며 수호는 중얼거렸다.

────────────────────────────────────

<완결 후기>

어서 오세요. 만물수리점입니다.

우아아아아. 드디어 끝났습니다.

봄에 시작해서 겨울에 끝을 맺게 되네요. 거의 10달 동안 일요일 빼고 매일연재……시작할 때 41화로 기획은 했지만 이걸 언제 다 쓰냐고 생각했던 그걸 결국 하기는 했군요.

완결하면 늘 그렇지만 기분은 시원섭섭. 그래도 섭섭보다 시원이 좀 많아요. 이제 놀 수 있다! 눈도장만 찍어놓았던 글들을 읽을 수 있다! 12시가 다가와도 두렵지 않다!

라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전작을 연재할 때 전 하던 게임 다 끊고 피와 살을 말려가며 글을 썼던 것 같은데, 동만을 연재하면서는 끊었던 게임 다시 하며 꽤 즐겁게 썼답니다. 마음가짐이 바뀐 것도 있지만 그보다 독자님들의 댓글이 큰 힘이 되어주셨던 거예요. 어찌나 좋은 분들만 오셔서 읽어주시는지 전 진짜 독자복이 있달까. 이건 막 자랑해도 될 것 같은뎈ㅋㅋㅋ

즐거운 글을 써야지. 읽는 분들이 막 웃게 만들어야지.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동만입니다만 쓰는 내내 제가 제일 즐거웠던 것 같군요. 음…즐거운 글이 되었는가 라는 부분에서는 뭔가 즉시 대답하기가 힘듭니다만 그, 조금은 즐거운 부분도 있지 않았나요? ㅎㅎㅎ

뭔가 할 말이 더 많을 것 같았는데 막상 떠오르지는 않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할말 많을 때 완결 후기를 미리 써 놓을 걸……농담입니다. 물론 아무도 안 웃으시겠지. (왜 내 개그는 조금도 나아진 것 같지가 않지…)

10달 동안 감사했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왔어요.

여러분 덕분입니다.♡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