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동방무적 제1권 (전3권)
지은이: 유소백 김능하
서장(序章)
하늘을 가를 무쌍신검(無雙神劍).
녹슨 폐품(廢品)처럼 버려져 있는 곳을 아는가?
천하를 뒤흔들 광고기보(曠古奇寶).
잡초 속에 돌멩이처럼 뒹구는 곳을 아는가?
유혼(幽魂)처럼 떠도는 미녀(美女)들의 탄식 소리 들리고, 영걸(英傑)들의 붉은 선혈(鮮血) 풀잎 위에 이슬처럼 맺혀 있다.
무서운 악령(惡靈)의 신음 소리, 바람처럼 울려 가는 곳.
천하무림사(天下武林史)의 거대한 비밀이 잊혀진 전설처럼 버려진 바로 그곳을 아는가?
일찍이 천하무림사는 그곳에서 휘황한 서장(序章)을 기록했으나 천기(天機)는 망각 속에 묻혀지고, 번쩍이는 시공(時空)의 청동마차(靑銅馬車)는 굉음을 울리며 피이슬 내린 혈겁(血劫)의 숲을 관통하여 스쳐 갔다.
일천 년 천하무림사의 거대한 수수께끼를 망각 속에 버려 둔 채…….
머나먼 동방(東方)의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환단무극경(桓檀無極境)을 아는가?
이 세상 최고의 현기(玄氣)와 최대의 비밀(秘密)을 품고 있는 그 하늘 밑의 제일비역(第一秘域) 환단무극경을!
삼백 년 전 중원에는 한 위대한 효웅이(梟雄)이 출현했으니, 그에 의해 중원무림사는 가장 굵고 깊은 일 획(劃)이 그어졌다.
<원세무황(元世武皇) 상관무륭(上官武隆)>
그는 무림사상 최초로 정도(正道), 마도(魔道), 사도(邪道)를 통합하여 중원의 칠백 개 대소문파를 원세무황부(元世武皇府) 아래 일통시켰다.
천하일통(天下一統)!
사해팔황(四海八荒)에 무적천하를 이룩한 상관무륭은 돌연 머나먼 동방으로 야망을 뻗쳤다.
그는 십만(十萬)의 정예를 거느리고 동방대장정(東方大長征)에 올랐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까?
일 년 만에 동방대장정에서 돌아온 상관무륭은 즉시 원세무황부를 해체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밀전(密殿)을 건립한 뒤 은거해 버렸다.
<밀비천전(密秘天殿)>
그 밀전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이 이름뿐이었다.
밀비천전은 완전한 신비에 싸인 금역(禁域)이 되었다.
한데, 그 뒤 무림에는 밀비천전에서 발송한 배첩(拜牒)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배첩을 받은 사람은 무상(無上)의 무공을 지닌 무림사적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배첩을 받고 밀비천전으로 떠났다.
지난 삼백 년 동안 밀비천전의 배첩을 받고 사라진 고수는 아홉 명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일컬어졌다.
<밀비구대무신(密秘九大武神)>
밀비구대무신은 지난 삼백 년 간 중원이 배출한 최강고수였다.
중원무학의 최고정화를 지닌 아홉 명의 신인(神人)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무슨 일로 밀비천전의 배첩을 받고 사라졌는가?
어렴풋이 그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현금(現今)에 이르러서였다.
그 비밀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삼백 년 전에 원세무황 상관무륭이 동방대장정을 떠난 것은 환단무극경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환단무극경을 찾지 못하고 하나의 무서운 천죄(天罪)만을 범했으니, 중원에 돌아온 뒤에도 그는 한 존재의 출현을 두려워했다.
동방에서 올 응징자(膺懲者)!
상관무륭은 자신의 천죄를 심판할 응징자의 출현을 두려워한 것이다.
그가 밀비천전을 건립하고 밀비구대무신을 초대한 것은 그 응징자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 비밀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환단무극경은 이 세상에 정말로 존재하는가?
원세무황 상관무륭은 동방에서 어떤 천죄를 범했는가?
그는 동방에서 올 응징자를 얼마나 두려워했기에 밀비천전을 건립하고 몸을 숨겼는가?
그런데 이어서 떠도는 소문은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동방의 응징자는 곧 밀비천전에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밀비구대무신도 동방의 응징자를 막을 수 없으니, 중원에는 결국 고금미증유의 암흑기가 도래한다.
천년멸절천하(千年滅絶天下)!
중원은 이 무서운 천년대운명(千年大運命)의 장(章)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소문인가?
그 소문은 종말(終末)적인 대변겁(大變劫)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진정 천하가 경악할 일이었다.
그러나 계속 떠도는 풍문은 더욱 공포스런 것이었다.
곧 세상이 두려워하는 모든 것이 출현한다.
<유계제일미녀(幽界第一美女)>
<유계이대공포(幽界二大恐怖)>
<유계삼대마병(幽界三大魔兵)>
그들이 모두 출현할 것이다.
그리하여 중원의 성승(聖僧)들은 스스로 가슴을 찢고, 무적의 십만 정예는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무림천자(武林天子)는 혈단(血檀) 아래 무릎을 꿇고 제국(帝國)의 여왕(女王)은 피의 축제를 벌이고, 찬란한 천년영화의 돌기둥은 흙벽처럼 무너지고 일천 년 중원무림사는 한낱 휴지조각으로 변하리라.
아아! 차라리 꿈 같은 이야기였다.
아무도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어떤 사람은 미친 듯 부르짖었다.
- 그것은 미치광이가 퍼뜨린 헛소문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은 분노하여 소리쳤다.
- 그것은 중원을 혼란시키려는 자들의 음모다!
그러나 중원 도처에 나붙은 그 괴방문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중원에 밀어닥칠 대변겁의 예고(豫告)요, 대종말(大終末)을 노래하는 처절한 만가(輓歌)요, 지옥에서 울려 오는 무시무시한 조종(弔鐘) 소리였다.
분명 중원은 거대한 천년대운명의 장(章)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