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장 (3/14)

3장.

시우와 일을 시작한 김 비서는 다른 의미로 시우를 예뻐하기 시작했다.

제 보스가 특별히 예뻐하는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예뻐할 수밖에 없는 애였다. 시우는 생각보다 일을 너무 잘했다. 솔직히 처음엔 괜히 일만 두 번 하는 꼴이 될 거라 예상해 시우와 일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처음부터 제가 하면 빠를 걸 다른 사람이 제 일에 손을 대 실수로 잘못 해놓기라도 하면, 그 일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게 더 귀찮았다. 그래서 일을 시키기 시작한 첫 날엔 그냥 가만히 앉아 시간이나 때워라 하는 심정이었는데 시우는 생각보다 꽤나 도움이 되는 꼬맹이였다.

도재에게는 세계 각지에서 보내오는 파티나 행사의 초대장들이 수도 없이 쌓였다. 우편으로 뿐만 아니라 이메일로도 참석 여부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수십, 수백 통이었다. 시우가 검색창에 도재의 이름을 쳐보고 괜히 셀럽이라 일컬은 게 아니다. 너무 많아 일일이 다 보고를 올리지 않고 김 비서 선에서 추려내 중요한 것 몇 개만 도재에게 최종 컨펌을 받는 식이었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날짜, 시간, 장소, 행사 주최와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주기만 해도 김 비서는 훨씬 수월하게 추려낼 수 있었다.

시우는 아직 고려의 가치도 없는 곳에서 와 주면 고맙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찔러 넣은 초대장이 무언지는 구분 못했지만, 스팸 수준인 메일은 김 비서에게 추려 달라 넘기지도 않을 정도로 눈치껏 알아서 잘 구분해냈다. 또한 회화는 몰라도 독해는 자신 있었기에 초대장 정도 해석하는 건 껌이어서 영어든 한국어든 정리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보조 시우가 일을 잘해 둘은 손발이 꽤나 잘 맞았다. 돈을 처바른 듯한 금가루 뿌린 초대장이 오기도 했는데 초대장에 돈을 많이 쓰면 참석해주는 거냐며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시급을 백만 원씩 주려는 제 미친 상사에 시우가 기겁을 해서 뜯어말리는 모양새도 웃겼고, 한국의 최저임금을 말해주자 이번엔 반대로 제 상사가 기겁을 하는 모양새도 웃겼다. 김 비서는 시우 덕분에 요즘 일하는 게 좀 즐거웠다.

결국 하루에 2-3시간 정도 일을 하고 10만 원을 받아 가는 것으로 극적 타협을 보았다. 돈은 제 상사가 주는 것인데 일당을 줄 때마다 감사하다고 총총 받아가는 모습이 귀여움 받을 만 했다. 시우는 도재가 마련해준 제 책상 서랍에 그 소중한 일당들을 고이 모셔 두었다. 제가 뻔히 보는 앞에서 그 안에 넣어 두는데, 쟤는 나를 더럽게 믿는구나 싶어 김 비서는 웃음이 났다. 하긴 이 집 안에서 어린애 코 묻은 돈을 가져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일 잘하는 제 보조를 위해 자물쇠나 하나 선물해줘야겠다 생각했다.

그즈음 2층에 박혀 찌그러져 지내던 시원이 자체적으로 반성의 시간을 중단했다.

‘이쯤 하면 됐잖아.’

여전히 도재 눈치는 보였기에 배 집사에게 슬쩍 물어 도재의 부재를 확인하고 나면, 방 밖을 활보했다. 도재 눈에 띄지 말라는 거였지 아주 갇혀 있으라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마주치지만 않게 조심하면 되겠지, 뭐.

처음엔 다소 소심하게 티 룸에서 차나 한 잔 마시고 바로 방으로 들어오곤 했는데 사람이라는 게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고 지나가면 점점 긴장을 놓아가기 마련이었다.

지난번에 회초리까지 맞아가며 혼난 게 있으니 전처럼 도재의 고용인들을 제 종 부리듯 하진 못했지만 눌려 있던 기가 슬슬 되돌아온 시원은 저에게 내오는 식사에 고나리를 하기도 하고 생활비를 아끼라며 이래라 저래라 군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집안 사전에 일생 ‘절약’ 이라는 단어 따윈 없었는데 별 웃기지도 않는 걸로 갈군다 생각하는 고용인들이었다.

고용인들은 하루 이틀 짬밥이 아니기에 이 집 실세는 집주인이 끼고 사는 시우라는 걸 깨닫고 전처럼 시원에게 깍듯이 대하지 않았다. 그냥 ‘네네’ 하면서 무시하는 식이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그 꼴을 당해놓고 아주 낯짝도 두껍다 생각하며 다른 의미로 시원을 대단하다 생각했다.

시원은 저에게 토 달지 않고 ‘네네’ 해주기만 하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투명한 뇌를 가지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저를 무시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래 내가 임신만 하면 게임 오버지. 암, 알아서들 기어야지.’

오메가는 히트 사이클이 오면 알파를 발정케 하는 강한 페로몬을 뿌리기에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고 뭐고 그딴 거 없이도 시원은 도재를 제게 달려들게 만들 수 있었다. 다른 의미로 원치 않는 강간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기간이기 때문에, 이제까진 독한 억제제를 먹으며 환자처럼 집에만 박혀 있어야 했다. 오메가 인생 최대의 제약이라 싫기만 했던 히트 사이클을 이번만큼은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원이었다.

***

시원이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방에서 조금 뒹굴다가 슬슬 1층으로 내려가 볼까 하여 배 집사를 불렀다.

배 집사가 인간 알람도 아니건만 시원은 도재가 있는지 없는지나 물어보려고 요새 툭 하면 바쁜 배 집사를 2층으로 불러댔다. 시원의 시중을 드는 것은 배 집사의 고용 계약 속 직무 사항에 없는 일인데 말이다.

김 비서 외에 도재가 자택에 있을 때 가장 지척에서 도재를 보필하는 사람이 배 집사였다. 그는 도재에게 시원이란 사람이 가지는 가치가 전혀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도재는 밥도 다 떠먹여 줄 기세로 시우만 끼고 살았고, 2층 쪽방에 박아 놓은 뒤로 시원은 눈앞에 얼쩡거리지도 않으니 아예 존재감을 상실해 그런 애가 있었나 하는 수준인 듯 보였다.

시우는 필요한 일이 있어도 배 집사를 통 부르는 법이 없는데 별 같지도 않은 시원이 자꾸 나대니 배 집사는 오늘, 일을 좀 못하기로 했다. 하긴 사실 시원이 시키는 일은 원래 배 집사가 해야 할 일도 아니라 정확히 잘 해낼 필요도 없었다.

2층에서는 줄기차게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시원은 그 시끄러운 소리에 짜증이 잔뜩 쌓여 있었다. 배 집사는 시원의 부름에 도재가 나가고 없다 일러주었다. 배 집사에겐 신경질을 부릴 수 없으니 시원은 애꿎은 계단에 쾅쾅 신경질을 내며 1층으로 내려갔다. 시발, 저 놈의 좆같은 공사!

그러고 1층에 내려가니 마침 시원의 짜증받이가 다이닝룸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오후부터 수업이 있는 시우는 학교에 가기 전 아주머니들이 차려준 점심을 먹는 중이었다.

“야! 네가 뭔데 이러고 독상을 받아?! 아주 상전이다?”

시원은 시우의 머리를 툭툭 검지손가락으로 밀며 ‘너 잘 걸렸다’ 하고 본격 시비를 털기 시작했다.

“너 내가 아줌마들 먹을 때 같이 먹으라고 했어, 안했어? 이게 누구 덕분에 이 집에 들어와 앉아 있는데 네가 뭐라고 상을 따로 받아. 얻어먹는 것만도 감사한 줄 알아야지, 새끼야!”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시원은 아무리 똥강아지 같아도 엄연히 사람인 시우를 내내 건드렸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형이 보자마자 하는 게 저딴 소리였지만 시우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다만 그 익숙한 일에 오늘은 반응이 좀 달랐다. 평소엔 시원이 지랄하면 지랄하는 대로 다 받아주는 시우지만, 오늘은 시원의 행패에 눈에 띄게 당황했다.

‘대표님 아직 안 나가셨는데 이 형이 미쳤나….’

큰 소리를 내는 시원에게 언성 좀 낮추라고 아무리 눈빛을 쏘아도 눈칫밥을 안 먹고 살아 그런지 눈치가 더럽게 없는 시원이었다.

점심 약속이 있어 나가야 하는 도재는 지금 드레스 룸에서 나갈 채비를 하는 중이었고 아주머니들에게 소처럼 일하는 거 좋아하는 우리 애기 소고기나 좀 구워주라며 특별히 시우의 점심 밥상을 주문해준 터였다. 고로 지금 시원이 떠는 지랄은 도재에게 떠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다.

시우는 저와 제 형 때문에 혹여 도재의 심기가 불편해질까 안절부절 못하는데 시원은 아주 물 만난 듯 활개를 쳤다. 온갖 폭언을 퍼붓다 국그릇을 시우에게 엎어버리려는 순간, 도재에게 손목이 잡혔다.

일부러 기척을 내지 않았을 뿐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도재는 더 보고 있다간 시우가 뜨거운 국에 델 듯해 급히 다이닝 룸 안으로 들어섰다.

시원은 안주인 오디션에 탈락하고 싶어 환장이라도 한 애 마냥 어째 이런 모습만 내리 걸렸다. 이번엔 배 집사가 걸리도록 유도한 것도 있지만 말이다.

시원은 나가고 없는 줄로만 안 도재의 등장에 귀신이라도 본 듯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어! 어…! 엄마야!

“너 잠깐 그대로 대기.”

도재는 주저앉은 시원에게 대기하라 명한 뒤 시우를 다이닝 룸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죄, 죄송해요….”

시우도 갑자기 팍 튀어나오듯 등장한 도재에 너무 놀라 있었다.

‘이것도 형제간이라고. 이런 콩가루 같은 집구석 나 같아도 싫겠다. 뭘 보고 배웠겠나 싶겠지.’

시우는 또 잘못한 것 없이 혼자 풀이 죽었다. 가족들 중 유일하게 수치를 알고 사람 된 도리를 아는 애는 정신병자들 사이에서 혼자 정상인으로 살기가 퍽 고달팠다. 하긴 마음의 병은 저도 있으니 다 같이 정상은 아닌 집구석이라 자조했다.

도재는 놀란 시우를 안아주었다. 시원이 국그릇을 집어 던지려는 데도 가만있었던 것에 대해 시우의 엉덩이를 아프지 않게 팡팡 때리며 잔소리를 했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고 멀뚱히 있냐며 다음부터 그럴 땐 머리에 뚝배기를 깨버리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 말고는 죄송할 일 한 거 없어.”

시우는 도재가 저를 걱정한 거지 저에게 화난 게 아니란 걸 알자 안심하여 도재의 품에서 놀란 가슴을 조금 진정시켰다.

밥을 먹다 말고 웬 날벼락을 맞은 시우라 도재는 점심 약속 전까지 남은 시간을 이용해 시우가 잘 먹는 아보카도 들어간 치즈버거를 사 먹이고 학교를 보냈다. 학교 앞에 내려주자 제 볼에 쪽, 뽀뽀를 해주곤 교문으로 뛰어가는 시우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애들은 딱 질색인데 다 큰 애기는 키울 맛이 좀 나네.

시우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빠 미소 비슷한 걸 짓고 있던 도재가 이내 차갑게 표정을 굳히곤 김 비서에게 제 점심 일정이 끝날 때까지 시원을 어떻게 처리해둘지 나직하게 일러주었다.

도재는 아빠 미소의 정반대 그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이코 같은 미소를 지으며 예약된 레스토랑으로 떠났다.

***

짜악!

“숫자 안 세시면 맞은 걸로 안 칩니다.”

“아흐윽…! 하으… 하나….”

메인 수행비서인 김 비서는 회사 비서실에서 사무를 보고 있던 제 아래 정 비서를 불러 도재가 점심 식사 중인 레스토랑 앞에 대신 대기하게 했다. 여전히 다이닝 룸에 그대로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는 시원을 도재가 이른 대로 처리해 두기 위함이었다.

경호팀 중 두 명을 불러 시원을 마당으로 끌어냈다. ‘벗길까요, 알아서 벗으실래요?’ 무슨 인공지능로봇이 말하는 것처럼 감정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김 비서의 음성이 시원에게 와 꽂혔다.

지난번엔 거실이더니 이번엔 아예 야외인 마당이었다. 외부 고용인들에게도 특별히 좋은 구경을 선사하라는 도재의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에도 보안을 담당하는 경비 및 경호팀과 정원을 관리하는 정원사, 외부 청소 담당 등 고용인들이 꽤나 많았다.

벗겨서 열 대만 때리고 도재가 올 때까지 그 상태로 대기 시켜 놓으라는 심플한 지시였다. 맞는데 숫자를 안 세면 카운트는 다시 리셋이었다. 물론 견디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김 비서는 나가려면 언제든 나가라고 했다.

스스로 벗는 쪽을 택한 시원은 비서가 시키는 대로 엎드려뻗친 뒤 이제야 한 대를 맞았다. 이미 눈물과 콧물로 온 얼굴이 범벅이었다. 연이어 짝! 떨어지는 매질에 간신히 둘을 셌다.

시발, 이걸 어떻게 열 대까지 맞지. 차라리 정신 줄을 놓고 싶은데 정신 줄을 놓으면 숫자를 못 셀 거고, 그럼 다시 맞아야 했다. 한도재는 지독한 새끼라 융통성을 발휘해주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도재가 직접 오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변명이라도 해볼 텐데. 아님 싹싹 빌어라도 볼 텐데. 시원은 이 순간 차라리 도재의 귀가를 바랐다. 도재의 비서는 도재 아닌 다른 이의 말에는 귀를 열지 않는, 영 말이 안 통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시우는 신나게 수업을 듣고 있었고, 도재는 형질 연구소 소장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식사 중이었다. 둘의 시간은 빠르게만 지나가는데 시원은 한참을 엉덩이가 터지도록 맞은 것 같아도 세어보면 이제 세 대였다. 시간을 빨리 감기 해 열 대를 다 맞은 미래에 도착하고 싶었다.

시우가 개조해준 도재의 인간성은 시우에게만 한정된 개조였음을 뼈저리게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김 비서에게 회초리로 열 대를 다 맞고 엉덩이에 벌건 줄이 간 채로 마당에 널브러져 있던 시원은 점심 약속을 마친 도재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고용인들은 대다수 베타였지만 경호팀 중에는 경호팀장과 그의 동생, 이렇게 두 명의 알파가 있었다. 야외에서 발가벗고 엉덩이를 맞고 있는 그 귀하다는 남자 우성 오메가의 모습은 SM플레이를 연상케 하는 장관이었고 알파들은 의도치 않게 페로몬을 흘렸다.

으윽…! 이렇게 엉덩이를 맞으며 열성 알파들에 의해 뒤까지 젖어든 꼴을 도재에게 보였다간 맞은 보람도 없이 끝장이라는 생각에 시원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시원은 우성이기에 그래도 열성 보다는 페로몬이나 성적인 욕구에 대한 컨트롤이 좀 더 잘 되는 편이었다. 그리하여 간신히 더 험한 꼴은 면할 수 있었다. 마당에서 발정난 개들처럼 서로 박고 박히는 꼴까지 연출되었다면 아주 진풍경이었을 텐데 말이다.

제 앞에 꿇어 앉혀 놓은 시원을 보니 도재는 시원이 시우에게 했던 폭언들이 다시금 새록새록 떠올랐다. 형제 사이가 안 좋다는 것과 시우가 집에서 구박데기로 자랐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어느 지경인지 본 것은 처음이었다. 제 얘기를 먼저 잘 꺼내지 않는 시우이기에 도재는 지금까지 대충 추측만 해왔다.

드라마에 나오는 신데렐라 캐릭터 비슷한 걸 상상했는데 실제로 당하고 있는 꼴을 보니 역시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했다. 시우가 가진 상처의 민낯을 본 기분이었다. 물론 오늘 본 그 개 같은 꼴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이십 년이 넘게 쌓여온 상처일 테니 말이다.

“시발, 너는 대가리가 그렇게 멍청해서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저번에 덜 맞았다 그치?”

“아, 아니…! 흑…! 그게 아니고, 전 그냥… 제 동생이 이 집에 민폐 끼치는 게 싫어서….”

“네가 집주인이야? 네가 뭔데 주제도 모르고 설쳐. 내 말이 말 같지 않지? 눈에 띄지 말고 박혀 있으라고 했어, 안했어. 머리가 나빠서 가만히 박혀 있는 것도 못해? 그냥 다리를 부러뜨릴까?”

“… 잘, 잘못, 잘못했습니다.”

도재는 얼굴만 보면 덕담이라도 하고 있는 듯 차분하고 평온한 표정이었다. 화끈화끈 매질을 당한 엉덩이의 아픔은 다 잊어버릴 정도로 시원은 도재의 언사가 훨씬 더 무섭고 두려웠다.

“시발, 뭐 하나 가진 게 없는데 인성까지 개차반인 걸 나한테 팔려고 한 거야, 너네 부모는? 네 돈으로 사 먹이는 것도 아니면서 동생 밥 한 끼 편히 먹는 꼴을 못 보는 이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어디다 쓰라는 건데. 걸레로도 못 쓰겠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뭐 이런 좆같은 게 집구석에 굴러들어와 가지고.”

“……끄흑… 정말…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생각이 흑…! 생각이 짧았습니다.”

“일단 네 처분은 조만간 너네 부모 만나서 내릴 테니까 그 때까지 내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티도 안 나게 해. 1층에 내려오는 건 그대로 짐 싸들고 나간다는 걸로 생각할게. 알아들어?”

“…흐윽… 흑… 네에… 알겠습니다….”

도재는 시원이 시우에게 그러했듯 말로 시원을 난도질 했다. 죽으라고 찌른 거라 죽어도 상관은 없었는데 뇌가 순수해서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자괴감 같은 건 들지 않는 시원이었다. 그냥 분하고 억울할 뿐. 이게 다 배 집사와 서시우 때문이지 제 잘못은 없다고 생각했다.

시원은 제 방까지 올라가는 데에 그 누구의 부축도 받지 못했다. 고용인들의 고용주인 도재가 걸어가든 기어가든 알아서 하게 놔두라고 했기 때문이다. 도재는 너무 굼뜨게 움직이는 시원에게 친절하게 한마디 해줄 뿐이었다.

“빨리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도재는 주방을 담당하는 고용인들을 불러 앞으로 시원에겐 9시, 12시, 6시에 시간 맞춰 밥을 넣어주고 그 시간에 퍼질러 자고 있거나 하여 식사를 못 받으면 가차 없이 주지 말라 일렀다. 자신이 집을 비운 시간 동안 시우가 고용인 아주머니들이 식사하는 시간에 맞춰 밥그릇만 하나 더 놓은 수준으로 밥을 얻어먹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된 도재는 시원의 식사를 직원식의 절반 수준 되게 하여 단출하게 차려내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거나 주는 밥에 가타부타 말이 많으면 김 비서에게 보고하고 김 비서는 그런 시원의 징벌을 담당하기로 했다. 감옥살이 비슷하지만 그래도 감옥 치고는 꽤나 프리미엄 감옥이었다.

‘애가 맨날 그러고 눈칫밥이나 얻어먹고 살았으니 기를 못 펴지. 나 없으면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고 다니는 우리 똥강아지, 집 나가기 싫겠네.’

시우가 제 부모가 있는 집보다 도재의 집을 더 좋아할 거란 확신은 도재의 기분을 좀 나아지게 했다.

그렇게 시우를 생각하던 중 마침 시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액정에 떠오른 시우의 이름에 도재의 표정이 사르르 풀어졌다. 도재는 순간 다른 인격체라도 들어온 듯 다정히도 전화를 받았다. 시우가 먼저 전화하는 일은 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먼저 전화가 오면 더 따듯하게 맞아주었다. 전화해도 괜찮으니 자주 하라고. 바쁜 도재를 방해할까 전화도 한 통 편히 못 거는 쭈그리라 별 걸 다 신경 써줘야 했다. 손이 많이 가는 애지만 이만큼 손 가는 재미가 있는 애도 없었다.

“어 시우야.”

-저, 저기 대표님… 저 오늘 좀 늦을 것 같은데 괜찮아요?

“허락 안 해주면 일찍 올 거야?”

-음… 그룹과제가 있어서요… 안 될까요?

“우리 똥강아지 오는 것만 기다렸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시우는 저를 기다렸다는 도재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도재의 애정은 받아도, 받아도 늘 고마웠고 받아도, 받아도 늘 고팠다. 아무래도 도재를 실망시키는 일은 할 수 없는 시우였다.

-그… 그럼 안 된다고 할까요?

“몇 시까지 해야 되는데?”

-어… 한 아홉시요.

“저녁은?”

-친구들이랑 먹을 것 같아요.

“그럼 친구들 데리고 집에 와서 해. 박 기사 보낼게. 몇 명이야?”

-네?

“놀라긴. 나 안 보이는 데서 놀라지마. 너 놀란 얼굴 존나 귀여워.”

-어… 그건 좀 너무 민폐예요… 대표님 쉬시는데 시끄럽구.

“민폐 좀 끼쳐. 애인이 어리면 민폐를 좀 끼쳐야 내가 불안하지 않은 법이야. 너 그리고 대표님 호칭부터 고치는 게 좋을 걸. 네 친구들이 무슨 스폰 받는 줄 알겠다.”

-그럼 뭐라고 불러요….

언젠가부터 장난처럼 부르던 매형, 처남 호칭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금단의 관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호칭이었기에 성욕이 끓어올라 처음엔 내버려 뒀지만, 나날이 마음이 깊어지며 자연히 그리 부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부르지 말자는 말을 따로 꺼내지 않았지만, 그 호칭이 성립되기 위한 성립 조건이 너무 끔찍하게 좆같았기 때문이다.

“한 이불 덮고 같이 사는데 여보지. 여보라 그래.”

-…… 네? 그, 그냥 형이라고 하면 안 될까요?

웬만하면 자기 의견을 내지 않는 시우가 애원조로 간신히 도재에게 허락을 구했다. 오늘부터 당장 여보는 조금… . 부르는 상상만 해도 너무 부끄러웠다.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가 보다 하고 그냥 여보라 부를 시우지만, 도재는 시우가 하고 싶다는 대로 맞춰 주기로 했다. ‘형’도 시우가 부른다면 꽤나 꼴릿할 것 같았고 사실 여보 호칭도 언제든 듣고 싶을 때 시키면 들려줄 시우이기에 그냥 져주었다.

‘그래, 시우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도재의 따듯한 목소리는 시우로 하여금 주인 말을 더 잘 듣는 충성스런 강아지가 되고 싶게 만들었다. 그러니 사실 져주는 게 도리어 도재에겐 이득이었다.

초등학교 때도 친구들을 불러놓고 생일 파티 한 번 못 열어본 시우는 어쩌다 보니 대학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게 되어 그저 얼떨떨했다. 시원이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면 김밥, 떡볶이, 피자 같은 딱 애들 좋아하는 간식을 차려주던 화영이지만, 시우는 친구들에게 제가 집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보여줄 수 없어 친구들을 데려갈 수 없었다. 아마 데려가도 화영이 쫓아냈을 것이다.

도재에게 너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오늘은 집에 가면 뽀뽀도 많이 해주고 더 맛있게 굴어야지 하는 야하고 깜찍한 생각을 했다. 소심해서 용기도 없으면서, 그래도 일단 다짐은 하고 보는 시우였다.

***

K 대학교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명문대였고 특히 인문, 예술 계열이 유명했다. 그냥 평범한데 공부를 잘해서 들어온 학생들도 있지만 과외비를 달에 5백 이상 투자하며 공부시킨 유복한 집 자제들이 많이 다녔다.

도재의 친가는 미국에 터를 잡고 전 세계를 돌며 부를 축적했지만 외가는 순수 국내파로 도재의 어머니와 외할머니 역시 K 대학교를 나왔다. 시원도 지원하였었지만 떨어진 학교였다. 지금은 그렇게까진 아니지만 도재의 어머니 시절엔 특히나 더 집에 돈 꽤나 있다하는 애들만 다녔었다. 도재의 기억 속 어머니가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던 학교였기에 도재는 시우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시우와 친구들을 픽업하라고 리무진을 보냈다.

최상류층의 상류층이라 사람들이 일컫는 유복함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저랬다. 김 비서는 그런 제 상사의 모습을 보며 시우가 기겁할 표정이 떠올라 티 나지 않게 작은 웃음을 지었다.

***

시우와 함께 그룹 과제를 하기로 한 재민과 한 학번 선배 상미, 동기지만 한 살 어린 지은까지 도재가 맞이해 주는 집에 도착했다. 친구들은 리무진을 보고 떡 벌어진 입을 대문을 지나 현관 문턱을 넘을 때까지 다물지 못한 상태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도재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오늘은 자신이 초대한 거나 다름없으니 그래도 손님 대접을 해주는 도재였다. 시우 친구들의 인사를 받아주면서도, 역시 시우만한 인물이 없다는 심히 팔불출스러운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지난날 재민을 만났을 때처럼 개무시를 하진 않았다.

과제를 핑계로 치킨이나 시켜먹고 맥주나 딸 생각이었던 친구들은 다이닝 룸에 차려진 식탁에 말을 잃었다. 집안 어르신 중 누가 칠순이시냐는 재민의 질문을 실없는 농담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었다. 웬 잔칫상이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우는 이십년 어치 못 받은 생일상을 오늘 한 번에 받는 것만 같아 아이처럼 눈물이 날 뻔했다. 친구들 앞에서 쪽팔릴 줄 알았는데 도재가 친구들이 보지 않을 때 뒤로 은밀하게 시우의 엉덩이를 그러쥐어 다행히 눈물은 쏙 들어가고 얼굴만 불타올랐다. 아무 날도 아니지만 시우의 마음속에 저만의 기념일이 되었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일류 요리와 함께 즐기는, 좋은 건지 어떤 건지 맛도 모르지만 어쨌든 비싼 건 확실해 보이는 와인. 대한민국 땅에서 난데없이 유럽 귀족 체험을 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래도 색다른 경험을 하는 건 늘 즐거운 대학생들이기에 왁자지껄 화기애애하게 식사는 이어졌다.

시우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듣기만 하지 종알종알 떠드는 성격이 아니었다. 시우를 대신해 상미와 지은이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다며 열심히 떠들어 주어서 저녁 식탁엔 한순간도 고요함이 머무르지 않았다.

“시우오빠 애인 있는 거 알면 우리 과 애들 여럿 울겠네요.”

“우리 과 애들만 우냐? 전교가 울지.”

시우의 친구들이 떠들든 말든 별로 집중하지 않던 도재가 시우의 스테이크를 썰어주다 말고 고개를 들어 상미와 지은을 쳐다보았다. ‘시우오빠’ 라는 굉장히 이질적인 호칭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시우의 인기를 암시하는 말이 들려오는데 가만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우가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가 봐.”

“네! 시우오빠 완전 잘생겼잖아요! 우리 영문과 아이돌인데.”

“야야, 누가 시우 진짜 연습생이라고 소문내서 아직도 그렇게 아는 애들 있더라.”

“그렇구나. 우리 시우가 인기가 많았구나.”

도재가 시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시우는 눈치가 빨라 도재의 못마땅함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제발 이제 그만 입을 다물어주라 얘들아.’

제 딴에 열심히 텔레파시를 보냈지만 상미와 지은은 친구의 애인 앞에서 친구를 띄워주는 건 매너이자 의리라고 생각했기에 멈추지 않았다.

아름다운 오메가들이 많은 예술 계열 학과의 그 누구보다도 시우가 가장 빛나긴 했다. 웬 베타 남자애 하나가 알파들의 시선까지 빼앗았다 하여 시우가 수업을 듣는 강의실에 음대 여신으로 불린다는 우성 오메가와 그녀를 따르는 시녀들이 다함께 구경을 올 정도였다. 하지만 시우가 워낙 학교와 집만 오가며 재미없게 굴어서 들이대는 애들이 많아도 이렇다 할 염문은 퍼지지 않았다.

도재는 제 안목이니 당연히 그 정도는 할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생생한 현장감을 담은 상미와 지은의 드라마틱한 상황 묘사를 들으니 열이 올랐다. 시우는 그 흉흉한 기색을 보고 옆에서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낑낑댈 뿐이었다.

시우의 그만하란 눈치를 이제야 알아챈 친구들은 황급히 시우 자랑을 마무리하고 도재를 띄워주기 시작했다. 문제는 베타들 눈에 도재는 그냥 너무 다른 세상 사람 같아서 어떻게 띄워줘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탁월한 체형과 외모를 지녔는데 ‘잘생겼어요’라는 당연한 소리를 칭찬이라고 하면 기분이나 좋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상미와 지은은 일단 최선을 다해보자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시우오빠 철벽이 철옹성 같던 이유가 있었네.”

“그러게. 시우가 아깝지 않을 만한 분이 계시다니 진짜 짱 멋있으세요!”

상미와 지은은 아무래도 이다음에 사회생활 하나는 기똥차게 해낼 것 같았다. 잘생겼다는 상투적인 칭찬 말고 도재의 기분을 좋게 할 만한 소리를 잘도 골라 했다. 도재가 보기에도 더럽게 재미없는 대학생인 시우는 애가 철벽을 치는지 안치는지 감시할 대상도 못 되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플러팅을 아주 잘 막아내고 있다는 소리를 확인 받으니 기특했다. 도재가 시우를 밤새 괴롭힐 거라는 사실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당장 시우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 안는 일은 막아주었으니 꽤나 선방한 친구들이었다.

밥을 너무 많이 먹어 바로 과제를 시작하면 잠이 올 것 같다는 친구들은 시우에게 정원을 산책해도 되냐 물었다. 선선한 봄 날씨는 저녁 산책을 하기에 딱 좋기도 했다. 시우는 제가 허락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기에 난감했다. 도재에게 묻기도 미안해 우물쭈물 하는 새에 도재가 배 집사에게 정원 산책로에 조명을 켜주라 일렀다. 인공적인 조명보다 자연 달빛 아래 어둑어둑한 것을 선호하기에 평소엔 잘 켜지 않는 조명인데 그런 운치를 시우의 친구들이 시우와 누리는 건 안 되었기 때문에 켜라 말한 것이다. 친구들과 시우 눈에는 그저 세상 스윗한 배려로만 보였다.

쪽! 먼저 현관을 나서는 친구들을 확인하고 시우가 잽싸게 도재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미어캣처럼 친구들 눈치를 보는 게 귀여워 피식 웃는 도재였다.

“이게 끝이야?”

“이…이따가.”

“이따가 뭐? 더 진한 거?”

시우는 부끄러운지 도재의 시선을 피했지만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도재는 벌써부터 아래로 피가 몰렸지만 이따가 진한 거 해주겠다는 시우를 기대하며 시우의 엉덩이를 툭툭 쳐 친구들에게 보내주었다.

“시우 재밌게 놀고 와.”

***

“하응…! 아아! 아! 너무…! 너무 깊어요, 흐읏!”

“깊으면 좋은 거지. 그렇지?”

“하읏… 네… 좋아… 하아… 좋아요.”

제 위에 올라 앉아 스스로 허리를 돌리는 시우의 모습은 한 폭의 예술작품 같았다. 친구들을 보낸 후 아주 오늘 작정했다는 듯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주고 있는 시우였다.

친구들을 데려오게 해준 것만 해도 시우에겐 고마운 일이었는데 도재는 시우가 부탁하기도 전에 알아서 모든 편의를 다 봐주었다. 한 명, 한 명 전부 집으로 데려다 주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시우는 친구들을 데려와 폐를 끼친 저를 미워하지 않고 여전히 예뻐해 주는 도재에게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충성을 다하는 중이었다.

샤워를 하러 들어가서는 제 몸에 비누칠을 해주는 도재를 따라 저도 해주겠다며 거품이 잔뜩 묻은 손으로 도재의 좆을 살살 문지르지 않나, 다 씻고 침대로 와서는 ‘제가 빨아도 돼요? 제가 빨게 해주세요.’ 라고 당연히 되는 걸 부탁씩이나 하며 펠라를 해주지 않나 아무튼 별 골 때리는 짓으로 도재의 눈을 여러 번 돌게 만들었다.

도재는 제 아래에 얼굴을 박고 귀두를 할짝이던 시우를 그대로 끌어올려 직접 넣어보라 했고 시우는 못 한다 빼지도 않고 제가 열심히 빨아 세워놓은 좆 기둥을 잡고 구멍에 맞춘 뒤 조심스레 내려앉았다. 예쁘게도 꽉 물어오는 내벽에 도재가 이를 악물고 ‘씹’ 이란 험한 소리를 뱉었는데 시우는 마치 응원이라도 받은 것 같았다. 화난 게 아니라 좋다는 뜻인 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씨발… 존나 꼴리고, 존나 맛있다 애기야.”

도재는 시우의 엉덩이를 툭툭 쳐주며 잘한다, 맛있다 북돋아주었고 시우는 도재의 위에서 깊어서 좋다는 깜찍한 소리를 하며 허리를 돌리다 이제는 위아래로 내려찍기 시작했다.

박히는 쪽의 체력 소모가 큰 체위라 도재가 평소에 잘 시키지 않는 자세인데 오늘 시우는 도재가 말리지도 못하게 너무 열심이라 그냥 놔두었다. 작정하고 재롱을 떠는데 잘한다, 잘한다 해줘야 자꾸 하고 싶겠지. 그리고 저러다 제 풀에 지쳐 ‘해주세요’ 하며 안겨오는 모습도 미치게 예쁠 것이다.

도재가 제 엄지손가락을 시우의 입에 물렸다. 시우는 사탕이라도 빨듯 추릅추릅 맛있게 빨아 먹었고 도재는 침이 잔뜩 묻은 엄지손가락을 시우의 입에서 빼내어 시우의 귀두 끝을 둥글게 굴려주었다. 하앙…! 자지러지는 소리가 퍽 듣기 좋았다.

도재가 제 페니스를 만져주자 자꾸 힘이 풀려 내려찍는 속도가 점점 둔해지는 시우였다.

“우리 애기 힘들어?”

“앞에…! 하… 앞에 자꾸… 하읏…! 만지니까.”

“애기 이제 아래로 갈까?”

도재는 귀두를 자극하던 손을 기둥으로 내려 죽죽 뽑아내듯 흔들어주었고 다른 손으로는 귀엽게 달려있는 젖꼭지를 꾹꾹 만져주었다. 정신을 못 차리겠는 애무를 퍼부으면서 도재는 능글맞고 여유만만하게 물었다. ‘애기 이제 아래에서 얌전히 박힐래요? 해줄까요?’ 유치원생 다루는 듯한 말투에 시우는 허벅지를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해야지, 여보.”

도재는 제가 먼저 여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시우 또한 여보라고 부를 것을 종용했다. 시우는 이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도재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을 신음 사이에 간신히 내뱉었다.

“하읏…! 핫…! 해! 해주세요…! 읏! 해주세요. 여보.”

시우의 대답에 이성이 훼까닥 돌아버린 도재가 시우를 안고 휙 몸을 굴렸다. 순식간에 아래에 깔린 시우는 예쁘게 앙앙 울어대며 쏟아지는 도재의 사랑을 받았다. 아래는 사납게 박히는데 제 머리를 손으로 감싸주는 도재는 시우를 행복하게 했다.

더 해주세요 여보, 더 박아주세요 여보.

행복한 시우는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도재를 위해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응용된 버전의 예쁜 말을 했다. 덕분에 새벽 내내 흔들려야 했지만 그만큼 행복은 쌓여만 갔다.

***

도재는 새벽 내내 제 아래에서 흔들리다 제 팔을 베고 까무룩 잠이 든 시우를 다독이며 점심 때 만난 형질 연구소 소장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도재네 집안에서 연구비를 전폭 지원해주는 그 연구소는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서 베타가 태어나는 경우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곳이다.

시우가 미약하게나마 제 페로몬을 느끼는 것 같아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도재가 자문을 구하기 위해 컨택을 하려던 차에 연구소장이 먼저 도재에게 점심 식사 겸 미팅을 제안해왔다. 그간 투자해준 돈에 비해 미비한 성과를 거둬 도재에게 연락할 면목이 없던 소장이 전할 좋은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발표해도 될 만큼 확실하다며 소장은 자신감을 보였다.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서는 베타가 태어나지 않습니다.”

소장이 뱉은 첫 마디에 도재는 바로 시우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시우도 알파 아니면 오메가라는 소린데, 알파와는 지독히도 어울리지 않는 시우였기에 도재의 얼굴엔 절로 미소가 걸렸다.

사람들 인식에 베타는 평범함으로 치부되고 알파와 오메가는 특별함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연구소장은 진화론을 들며 베타가 이성적으로 더 진화된 형태이기 때문에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 자꾸 베타가 나오는 것이라 했다. 실제로는 베타가 아니지만 말이다.

알파와 오메가처럼 페로몬을 뿜어내고 인간의 이성이 사라진 채 번식 본능만 남는 발정기를 갖는 것은 짐승에 가까운 특성이다. 인간으로 살아가기엔 굳이 필요도 없고 불편하기만 한 특성이라 인류는 이를 점점 도태시키기 위한 과정 중에 있었다.

현재 시행되는 유아 형질검사로는 베타라고 나올 수 있지만,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그 시기를 종잡을 수 없을 뿐 사실 언젠가는 발현하게 되어 있다. 다만 자신들이 베타인 줄로만 알고 있는 아이들은 형질 구분이 꽤나 뚜렷한 이 사회에서 자연히 베타스럽게 길러질 거고 성년이 되면 다른 베타와 짝을 지어 또 다시 베타를 낳을 것이다. 인류는 스스로 진화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알파와 오메가를 점점 도태시켜 나가는 중이었다.

처음부터 바로 알파나 오메가로 판정 받은 아이들은 대체로 열넷에서 열여섯 사이에 발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서 나왔는데 베타라 판정 받은 아이들은 평생 발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애매하게 서른쯤 발현할 수도 있다.

연구소장은 이를 도재에게 설명하며 새로운 형질검사법을 발명했다고 자신들의 성과를 브리핑했다. 지금까지의 형질검사가 단순 몸무게만 알려주는 체중계였다면 새로운 검사는 체성분분석기 수준이었다.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 나온 베타가 우성인지 열성인지, 알파인지 오메가인지 구별해낼 수 있는 검사법이었기 때문이다.

발현을 앞당기는 약물은 아직 개발 중이지만 오메가라면 알파, 알파라면 오메가의 강한 페로몬에 많이 노출되었을 때 발현이 촉진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냈다. 베타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베타와 짝을 맺는 게 보통인데 우연치 않게 이삼십 대쯤 늦은 발현을 한 이들을 찾아 특징을 조사해보니 베타임에도 알파나 오메가와 사랑에 빠져 지속적인 관계를 맺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표본이 워낙 적어 신빙성 있는 주장이라 일컫기는 좀 그래서 공표할 수준은 안 되지만 그래도 도재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정보였다. 도재는 점심 밥상머리에서 페로몬 덩어리인 제 정액을 시우의 안에 가득가득 싸주어 제 오메가의 발현을 북돋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재는 연구소장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일단 약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현재 나온 연구 성과에 대한 발표는 잠시 미루어 달라 말했다.

엿 먹여야 할 집구석이 하나 있어서 말이다.

***

연구소장과의 대화를 떠올리는 내내 도재는 새근새근 잠이 든 시우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계속 제 페로몬을 뿜어대고 있었다. 페로몬으로 시우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러다 시우의 구멍을 짚어 보았다. 알파가 이렇게 페로몬을 뿌려대면 오메가는 애액이 나와 뒤가 젖기 마련인데 시우는 당연히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제가 뿌려놓은 씨가 시우의 안을 가득 메우고 있을 것이기에 꽤나 흡족스러웠다.

배앓이를 할까 하여 늘 손수 뒤처리를 해주던 도재인데 오메가는 안으로 정액을 받아도 배탈이 나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번엔 그냥 둬 보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프지 말라고 아랫배를 살살 쓸어주는 도재의 손길엔 사랑이 묻어 있었다.

뽀송하게 드러난 시우의 이마에 촉- 뽀뽀를 해주니 시우는 도재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시우는 도재의 인생에 찾아온 운명 같은 오메가였다. 시우가 베타여도 평생 끼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서야 오메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시우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기 위한 하늘의 장난이 아니었을까, 도재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느 때처럼 시우보다 일찍 일어났다. 시우는 알파의 미쳐버린 체력이 항상 부러웠는데 요즘은 부럽지 않았다. 도재와 한 방에서 생활한 후로 저보다 일찍 일어나는 도재가 깨워주는 아침을 맞는 게 너무 간지럽고 설레었기 때문이다.

도재는 일어나자마자 눈도 못 뜨고 머리엔 까치집을 지은 시우에게 다짜고짜 아- 해보라며 입을 벌리게 했다. 시우는 왜 그러느냐 묻지도 않고 입을 벌렸다. 도재는 면봉으로 시우의 입 안쪽 벽면을 긁어냈다.

아침 댓바람부터 어디다 쓸 건지 설명도 없이 시우의 구강세포를 채취하는 도재나 이에 ‘하고 싶으면 하세요’ 모드로 얌전히 구는 시우나 퍽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섹스의 여파로 근육통이 밀려온 시우의 등교 준비는 도재가 책임졌다.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때아닌 육아를 하는 제 상사를 보며 김 비서가 생각했다. 이제는 떡 친 만큼 책임지는 어른이 되셨구나.

‘제가 할게요, 제가 해도 되는데….’ 도재의 손길이 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안해서 제가 한다 소리만 아침 내내 오십 번은 한 것 같은 시우가 우여곡절 끝에 등굣길에 올랐다.

도재는 자신이 직접 차에까지 태워 놓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우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시우, 학교 하루 안 빠질래?”

“아니에요! 갈 수 있어요.”

“아프면 어떡하려고.”

“가고 싶은데… 저 진짜 괜찮은데….”

학교를 가라는 것도 아니고 가지 말라는 게 시무룩할 일이냐며 도재는 혀를 찼지만 억지로 못 가게 했다간 앞으로 평일 섹스는 절대 기피할 것 같다는 계산이 서 꼬시는 건 이만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래 시우 가고 싶으면 가.’ 도재의 허락에 헤헤 예쁘게도 웃는 시우였다.

“김 비서, 얘 용돈은 잘 쓰고 있어?”

도재가 좋다고 웃는 시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불시 검문을 시작했다. 앞좌석에 앉아 있던 김 비서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거짓말 못하는 꼬맹이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김 비서는 시우의 아르바이트 일당과 매일 아침 등굣길에 오만 원씩 용돈 주는 일을 관리하고 있었다. 참 별 걸 다한다 싶긴 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직무였다.

김 비서는 시우가 등굣길에 받아가는 용돈을 아끼지 않고 당일에 전부 쓰고 돌아오는지 검사를 하는데 시우는 사실 남기는 일이 태반이었다. 돈을 못 쓴 거 가지고 죄인인 양 죄송하다 그러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니 김 비서는 그럼 내일 다시 받는 오만 원에 붙여서 다 쓰고 오라며 종종 융통성을 발휘해주었다.

필요하든 필요 없든 웬만한 물건은 도재가 다 사주니 용돈으로는 학교 가서 밥 한 끼 사먹고 커피 마시는 게 다였다. 아끼느라 못 쓰는 게 아니고 그냥 쓰는데도 다 못 쓰는 거라 김 비서는 이 점을 십분 이해해주었다.

그런데 ‘내일 붙여서 다 쓰세요.’ 하며 김 비서가 매일 조금씩 눈감아 준 돈이 쌓여 어느덧 50만 원 정도 모였다. 참 티끌을 잘 모으는 시우였다. 시우는 도재의 불시 검문에 거짓말이라는 배신을 할 수 없어 자진납세 하기로 결정했다.

“제가 김 비서님한테 다 썼다고 했는데… 사실 저 50만 원 있어요… 오늘 무조건 다 쓰고 올게요! 죄송합니다….”

시우는 혹시나 저를 눈감아 준 김 비서가 도재에게 혼이 날까 봐 모두 제 탓으로 돌렸다. 의리 있는 꼬맹이를 보며 김 비서는 시우의 상황을 제 상사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대학생들은 거의 술 마시는데 돈을 많이 쓰는데 시우 군은 술자리를 갖지 않으니까요.’ 했다. 참 유능한 비서였다.

도재는 시우가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고 들어오는 꼴은 썩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죄송하다는 시우에게 죄송할 일은 아니라며 따듯하게 달래주었다. 사실 50만 원 있다고 쓸데없이 아련하게 말하는 것도 귀여워 죽겠기에 도재는 잔뜩 긴장한 시우를 농담으로 풀어주었다. ‘시우 50만 원이나 있어? 어이구 부자네, 좋겠네.’

“아무데나라도 다 쓰고 와. 넌 돈 쓰는 연습 좀 해야 돼. 근데 술은 안 돼.”

“네.”

“용서해줘서 고마우면 뽀뽀.”

시우는 도재에게 뽀뽀를 해주다 그대로 입술이 먹혀 진한 키스를 나눈 뒤에야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앞에 탄 사람의 기분 따위는 배려해주지 않는 달달한 현장이었다.

시우가 떠난 차 안에서 도재와 비서가 대화를 나누었다.

“김 비서, 내가 아침에 넘긴 거 연구소로 잘 들어갔어?”

“네, 내일 중이면 결과 나온다고 합니다.”

“서시원 힛싸는?”

“올 때가 된 것 같긴 합니다. 이번 주말 안으론 오지 않을까요?”

***

시원의 히트 사이클을 기다리는 건 시원 본인 뿐만은 아니었다. 도재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시원을 빨리 치워버리고 싶었다.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할 만큼 아주 확실하고 제대로 된 구실을 잡아 시원은 쫓아내고 시우는 그 집과 완전히 연을 끊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도재가 임신으로 제 발을 묶어 보려는 시원의 얄팍한 수를 읽지 못했을 리 없다. 진작 알고 있었지만 시원 스스로도 하도 떠벌리고 다녀 모르는 게 더 어려웠다. 감옥 생활 초반, 시원은 제 방에 식사를 넣어주러 간 고용인들에게 종종 임신을 운운하며 제 감옥 생활과 제공되는 식사에 대한 컴플레인을 했다. 이는 징벌을 담당하기로 한 김 비서에게 보고가 들어갔고, 시원은 회초리를 맞았다. 입 다물고 있으면 안 맞을 걸 꼭 매를 벌었다.

곧 히트 사이클이 오는데 후회들 하지 말라고 패악을 부리다가 한 번 맞고 나니 요즘은 잠잠했다. 속으로는 임신만 하면 아주 다 뒤집어엎어 버릴 거라고 벼르는 중이었지만 말이다.

히트 사이클 때 오메가가 뿜어내는 페로몬은 알파를 유혹하고 알파는 이를 거부하기 힘들다. 거부하는 건 거의 불가능이었다. 우성 알파는 조금 더 참을 수 있을지 몰라도 참아 봤자 시간의 차이이지 결국은 오메가를 덮치게 되어 있다. 이에 시원은 히트 사이클이 오는 것에 대한 긴장을 완전히 늦추고 있었다. 당연히 도재가 자신을 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이 집에 알파가 도재 하나도 아닌데 말이다.

시원의 식사를 건네러 간 메이드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끙끙 앓고 있는 시원을 발견했다. 시원의 파자마 바지는 발정으로 쏟아져 나오는 애액에 오줌이라도 싼 듯 축축이 젖어있었다.

“어머나! 괜찮아요?”

“하윽…! 도재… 도재 씨…! 흣…! 언제 들어와요.”

베타라 히트 사이클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대충 무슨 상황인지 인지한 메이드는 곧바로 김 비서에게 연락을 넣었다. ‘김 비서님, 서시원 씨 상태가 이상한데요!’

마침 제 상사와 시원의 히트 사이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차에 받은 연락이었다. 김 비서는 이 사실을 즉각 도재에게 알렸다.

“대표님, 서시원 씨 히트 사이클 온 것 같은데요.”

“그래? 양반은 못 되네. 감옥에서 이만 출소 시켜 준다고 해. 열 꽤나 오를 텐데 마당으로 나가서 신선한 공기 좀 쐬라고.”

***

도재는 학교가 끝난 시우를 픽업해 함께 호텔로 들어갔다. 집으로 안 가고 왜 호텔로 온 건지 궁금해 하는 시우에게 ‘이 호텔 스위트룸 야경이 끝내주거든, 우리 시우 보여주고 싶어서.’라는 멋들어진 대답을 들려주었다. 하여간 어린애 꾀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야경을 보며 창가에서 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여 좋다고 헥헥 거리는 똥강아지의 얼굴을 불타게 만들었다.

‘사실 지금 집에 발정난 애 하나가 마당에서 포르노를 찍고 있거든.’

불편한 사실은 속으로만 삼키는 도재였다. 어린애는 고운 것만 보고 자라야지 그런 꼴은 영 지지였기 때문이다.

“왜 부끄러워? 어제는 내거 많이 박아달라고 꼬시더니 오늘은 왜 또 새색시 모드야. 귀엽게.”

“…….”

도재가 빨개진 시우의 볼을 잡아 늘리며 짓궂게 놀렸다. 많이 해달라고 그런 건 사실이라 시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재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는 시우의 뺨을 붙잡아 저를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시우야, 너 섹스 많이 해야 돼.”

“……네?”

“그냥, 많이 해야 된다고 나랑. 많이 하기 싫어?”

“싫은 건 아니구….”

“싫은 거 아니면 좋은 거잖아.”

도재는 말도 안 되는 흑백논리를 펼치며 시우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젖꼭지를 돌렸다. 양쪽으로 귀엽게 달려있는 것이 제 손길에 의해 바짝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하응…! 저, 저 좀…! 씻구… 먼저 씻구요! 흣….”

“안 씻어도 달고 맛있어.”

오메가가 되어 도재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젖이 부풀고 모유가 나올 것이다. 남자 베타로만 자라온 시우에게는 경악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도재는 훗날 제 아이가 시우의 젖을 물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니 있지도 않은 아기에게 질투 비슷한 게 솟아 시우의 티셔츠를 올려 제가 세워놓은 유두를 한 입에 감쳐물었다.

도재가 쪼옥쪼옥 노골적인 소리를 내며 빨아대자 시우에겐 씻고 해야 한다는 이성적인 사고가 더 이상 들어먹지 않았다. 시우의 아래는 속절없이 서버렸다. 하앗…!

어젯밤 내내 시달려서 아직도 삭신이 안 쑤신 데가 없었지만 어쩌겠나, 주인님이 섹스 많이 해야 된다는데, 저에게 야경도 보여주고 싶은 멋진 도재인데 다 깊은 뜻이 있겠지 생각하며 시우는 도재가 이끄는 대로 몸을 맡겼다.

그래도 이제 시우에게만은 양심이란 게 생긴 도재는 딱 한 번만 하고 시우를 놔주었다. 물론 그 한 번이 끝나기까지 시우는 여러 번 가야했지만 말이다.

“시우 어떻게 해주는 게 좋아? 시우 좋은 자세로 박아 줄게.”

도재의 물음에 시우가 ‘그냥 다 좋아요’라고 대답하여 도재는 시우에게 이렇게도 해주고 저렇게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쫀득하게 물어오는 내벽에 제 좆을 이리도 물렸다 저리도 물렸다 하던 도재는 마무리로 시우가 통유리 창에 손을 짚고 서도록 했다. 도재는 시우의 눈앞에 화려한 서울의 야경이 펼쳐지게 만든 뒤 후배위로 퍽퍽 강하게 쳐올렸다.

어흑…! 도재가 이를 까득 물며 오늘도 시우의 안에 한가득 제 씨들을 뿌려 놓았다.

개운하게 씻고 나온 둘은 침대 머리맡에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시우의 이마에 잘게 뽀뽀를 내려주며 도재가 물었다.

“오늘 배 안 아팠어?”

“배요? 안 아팠어요.”

“다행이네.”

어제도 오늘도 안에 가득 싸고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은 정액인데 다행히 시우는 배앓이를 하지 않았다. 도재는 부러 강하게 제 페로몬을 흘려보았다. 시우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찡긋 인상을 썼다. 그 모습에 도재는 정체 모를 강한 확신이 들었다.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발현을 앞당기는 약물이 굳이 개발되지 않아도 시우는 곧 발현을 할 것 같다는 그런 확신이었다. 예쁜 짓만 골라하는 애니까.

“우리 애기 왜 인상 써.”

“네? 아니 그냥 잠깐 어지러워서요.”

“시우야.”

“네.”

“결혼하자.”

도재는 놀란 토끼 눈이 된 시우에 놀라면 꼴리니까 놀라지 말라고 차분히 등허리를 토닥여주었다. 도재는 어둠이 내린 방 안, 창밖으론 끝내주는 야경이 펼쳐진 둘만의 침대에서 그렇게 담백한 프로포즈를 했다.

“이, 이, 이렇게 갑자기요?”

“어. 네가 너무 예뻐서.”

“근데… 저는 베타인데….”

아직 어리지만 다른 사람도 좀 만나보고 싶다는 아쉬움 따위는 들지 않았다. 도재에게 충성을 다하는 시우는 반지도 안 주며 결혼하자는 도재인데도 ‘네 할래요.’하고 당장 수락하고 싶었다. 하지만 베타인 남자애가 면목도 없이 도재와 결혼을 어떻게 하나, 사랑하는 사람이 가진 페로몬이 어떤 향인지 느끼지도 못하고 아이도 못 갖는 걸.

시우는 형질 때문에 가족들에게 외면 받아온 평생의 세월 중 그 어떤 때보다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간절했다. 오메가이고 싶다.

끝까지 저를 괴롭히는 베타라는 형질이 너무 서러워진 시우는 울지 않기 위해 도재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도재는 그런 시우를 꽉 안아주며 놀라지 않게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시우야, 너 베타 아니야.’로 운을 뗐다.

연구소장이 했던 말들 대부분을 들려주었는데 특히나 강조한 부분은 알파의 강한 페로몬에 자주 노출되고 알파와 지속적인 성관계를 맺어야 발현이 당겨진다는 소리였다. 시우는 뜬금없이 저에게 섹스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던 도재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도재는 또한 시우에게 허락을 구했다, 시우의 가족들에 대한 허락이었다. ‘너랑은 완전히 연을 끊게 하고 싶어.’

도재와 함께함으로서 가진 게 많아질 시우를 악용해먹고도 남을 치들이니 미리 선수를 쳐서 아주 상관없는 사람들로 지내게 하고 싶은 도재였다. 하지만 그래도 핏줄이고 부모이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 하면 시우의 의견을 존중해 줄 예정이었다.

시우는 씁쓸해 보이지만 냉정하게 말했다.

“연을 끊고 할 것도 없어요… 그쪽에서 저는 이미 가족이 아닌걸요. 그런지 오래됐어요.”

도재네 집에 들어간 뒤로 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대학은 잘 다니는지, 연락 한 번 없는 부모였다.

도재가 시우의 결핍을 채워주지 않았다면 아마 시우는 아직도 제 부모가 언젠가는 제게 사랑을 주지 않을까, 헛된 희망에 사로잡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다 커서 그런 거 상관없어.’ 라고 말해도 속으로는 늘 바라왔으니까, 시우는 나이만 성인이지 마음엔 아무도 물을 주지 않아 자라지 못한 아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마음에 자꾸 물을 주는 도재가 있으니 아무렴 상관없었다. 문득문득 떠오를 때마다 계속 아플 상처이지만 그래도 아파하는 시우를 안아줄 도재가 있으니 시우는 이제야 비로소 부모에 대한 바보 같은 미련을 놓아버릴 수 있었다.

도재는 시우의 선택을 격려하듯 시우의 얼굴에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간지러워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가 퍽 행복하게 들려왔다.

‘그럼, 넌 나만 있으면 되지.’

도재는 슬슬 얼굴에 잠이 붙는 시우에게 이제 자자며 토닥토닥 재워주었는데 시우는 졸려 보이면서도 뭔가 생각이 많은지 자꾸만 뒤척였다. 도재가 시우에게 내일 중으로 형질검사 결과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해주어서였다.

도재는 시우를 당연히 오메가라 여기는 듯 했지만 시우는 조금 불안했다. 팔자 한번 사납게 자라왔으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우는 한참을 혼자 끙끙대다 조심스레 도재에게 물었다.

“저 근데… 알파면 어떡해요?”

도재가 아닌 밤중에 큰 웃음이 터져 푸하하 웃었다.

“아, 미안, 미안. 무시한 거 아니야. 풉…! 아니 근데 시우야, 너처럼 비실비실한 알파가 어딨어? 어? 엉덩이가 이렇게 깜찍한 알파가 어딨냐고.”

도재는 시우가 너무 진지해 보여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도재는 시우를 토닥이던 손을 내려 빵실한 엉덩이를 주물렀다. 이렇게 보드랍고 말랑한 엉덩이와 ‘선이 곱다’ 로 표현될 만한 몸을 가진 알파는 장담컨대, 없다.

말도 안 되는 걱정으로 잠을 설치는 시우가 귀여워 도재는 한참을 혼자 피식피식 웃으며 걱정 말라 시우를 달랬다.

“그럼… 저 열성이면 어떡해요….”

“그건 더 상관없어 시우야. 걱정 말고 자도 돼.”

도재의 부모님은 상관이 있겠지만 도재는 이제 시우라면 정말 상관없었다. 베타였어도 상관없었던 마당에 오메가이면 되었지 열성, 우성까지 따질 건 아니었다. 결혼을 부모가 하나 내가 하지, 도재는 패륜 같은 거에 크게 개의치 않는 성격이었기에 시우가 하는 걱정은 정말 하등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너 안 자면 확 그냥 잡아먹는다.”

“저… 하고 싶어요. 하면 발현 빨리 한다면서요….”

“…서시우.”

“…네.”

“넌 내일 학교 못 가는 줄 알아.”

도재는 시우가 학교는 가고 싶다고 또 불쌍한 눈을 하기 전에 냉큼 시우의 입술을 덮었다.

골 때리는 시우는 졸음이 덕지덕지 붙은 애기 같은 얼굴로 섹스가 하고 싶다 말해 간신히 누르고 있던 도재의 성욕에 불을 질렀고, 다음날 대학생 된 이래 처음으로 자체 휴강이라는 것을 해야 했다.

***

도재는 제 옆에 잠들어 있는 시우가 깰까 조심조심 방에서 나왔다. 애는 실신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저는 기어코 매일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 운동을 갔다.

호텔에서 잔 터라 조깅 대신 수영을 하고 돌아왔다. 도재가 오면 통으로 비워 두는 호텔의 VIP 전용 수영장이 까다로운 도재 눈에도 꽤나 쓸만해 나중에 시우도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들은 대체로 물놀이를 좋아하니 말이다. 요즘 일상이 늘 시우 생각인 도재는 시우를 끼고 사느라 전보다 단조로운 삶을 사는데도 사는 게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애를 키우는 구나.’

시원하게 풀린 몸으로 다시 룸으로 들어온 도재는 시우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내려간 이불을 다시 잘 추켜 올려주며 이마에 쪽 뽀뽀를 해주곤 거실로 나왔다. 태블릿을 들고 스위트룸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응접실로 가 비서가 보내온 영상을 재생해보았다.

정원 곳곳에 설치된 CCTV에 아주 여러 각도로 시원의 섹스 비디오가 녹화되었다. 어제 히트 사이클로 몸이 불덩이같이 들끓었던 시원은 고용인들의 도움을 받아 갇혀 있던 방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활짝 열린 현관문을 맞닥뜨릴 수 있었다. 도재가 맡으라던 신선한 공기보다도 본능적으로 먼저 찾은 건 알파의 냄새였다.

시원은 끈적한 페로몬을 풀풀 풍기며 뭔가에 홀린 듯 활짝 열린 현관문을 지나 정원으로 나섰고 알파들도 이미 시원에게 홀린 듯 다가오고 있었다.

경호팀장 형과 그 밑에 경호원으로 있는 동생, 열성 알파 형제와 시원의 낯 뜨거운 쓰리섬 현장을 영상으로 확인한 도재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화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이미 시원에게 상황을 전달 받은 터였다. 도재가 사형 선고라도 내리기 위해 전화한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화영의 예상과 달리 도재는 차분했다. 도재가 할 얘기가 있으니 점심을 함께 하자 제안했다.

‘그래, 힛싸 때 그런 건 고의는 아니잖아….’

화영은 재수 없는 우성 알파 집안에서 절대 용서할 리 없는 사안이란 걸 알면서도 애써 정신 승리를 해보았다.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겠다며 도재가 마련해 준 집에 도재를 초대했다. 사위가 오니 씨암탉이라도 잡아 대접해보자 하는 말도 안 되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시원은 히트 사이클을 가시게 하는 최고의 치유제인 알파의 정액을 한 명도 아닌 두 명으로부터 많이도 받아내 몸은 가뿐해졌는데 마음이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화영에게 이 사태를 전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사이 배 집사가 들어와 짐 가방을 싸라 일렀다. 도재가 시원의 본가로 가 점심을 함께 할 것이니 일단 집에 가서 기다리라는 소리였다.

점심 때 극적 타협이 이루어져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시원은 제가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때 가지고 왔던 단출한 짐 가방을 쌌다. 배 집사가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올 거니까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되뇌던 시원은 그 와중에 지난번 시우의 카드를 뺏어 샀던 명품 시계 하나를 배 집사 몰래 슬쩍 챙겼다. 다시 올 거라고 믿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걸 내면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시발 혹시 모르니 뭐라도 하나 챙겨야지’ 하며 회초리질 당한 값 정도는 챙긴 시원이었다.

도재가 화영과 통화를 마친 사이 시우가 눈을 떴다. 자기 형질이 너무 궁금해 온몸이 쑤시고 피곤한데도 일찍 눈이 떠졌다. 집이 아닌 호텔 침대에서 혼자 눈을 뜨니 도재와 첫 관계를 맺었던 날이 떠올랐다. 갑자기 이 모든 게 꿈은 아닐까 두려워진 시우는 도재의 품이 절실했다. 하지만 일어나서 도재를 찾아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찾아도 없을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이메일로 발송된 시우의 형질 검사결과를 열어본 도재는 기뻤지만 크게 놀라진 않았다. 원래 알고 있던 걸 한번 더 확실히 확인 받은 느낌이랄까, 도재는 입이 귀에 걸린 채로 쓸데없는 걱정에 잠 못 이루던 꼬맹이를 찾아 방으로 들어섰다.

“뭐야, 벌써 깼어?”

“네….”

“나 부르지. 힘이 없어서 못 불렀어?”

“아니요… 없을까 봐….”

“없긴 왜 없어. 혼자 일어나서 무서웠어?”

“쪼끔….”

“어이구 우리 서시우, 애기네 애기. 뭐가 무서워? 여기에도 내가 있는데.”

도재는 능구렁이 같은 손길로 시우의 엉덩이 골 사이를 지분거렸다. 도재가 한가득 싸놓은 씨들이 그 안을 채우고 있다는 걸 굳이 아침부터 상기시켜준 덕분에 우울하던 시우는 금세 부끄러운 시우로 바뀌었다.

시우를 안아 올려 거실로 나간 도재는 룸서비스를 시켜 시우에게 아침을 먹였다. 시우는 밥을 주면 제가 이걸 먹어도 될까 눈치보는 건 좀 있어도 씩씩하고 복스럽게 잘 먹었다. 주는 사람이 기분 좋으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똥강아지가 어째 오늘은 깨작거렸다.

“우리 애기 왜 이렇게 못 먹어? 좆은 잘 먹더니. 입맛이 없어?”

“아니… 저… 그… 결과 나왔어요?”

“아 맞다. 시우야.”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고 저를 부르는 도재에 시우가 바짝 긴장했다.

“네.”

“너 알파래. 우성 알파.”

도재가 말의 끝에 풉 하고 웃었다. 애는 심각한데 도재는 제 농담에 저 혼자 웃었다. 제가 뱉었지만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진지한 척 해보려 했는데 웃음이 터져 거짓말은 실패하고 말았다. 도재는 왜 장난 치냐고 따지지도 못하고 낑낑거리기나 하는 시우에게 그만 사실을 말해주었다.

“당연히 우성 오메가지. 이렇게 예쁜데.”

단순한 똥강아지는 우성 오메가인데도 베타인 줄 알고 핍박 받으며 살아온 세월이 억울하지도 않은지 형질만큼은 도재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마냥 기뻤다. 이제는 빨리 발현했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었다.

속이 다 시원해진 시우는 다시 밥을 잘 먹었다. 그런 시우가 귀여워 도재가 빵빵해진 시우의 볼따구에 쪽쪽 뽀뽀를 내렸다.

“맞아, 너 용돈 밀린 건 다 썼어?”

“네.”

“뭐 샀는데.”

“S호텔 뷔페 식사권이요.”

“먹고 싶으면 말을 하지.”

“아니… 이모들 드리려구요, 헤헤.”

시우는 제 밥을 챙겨주는 주방 아주머니들과 많이 친해져서 이제 이모, 이모 곰살맞게 부른다. 진짜 어린애도 아닌데 학교 다녀오면 떡볶이 같은 걸 만들어주시니 사실 시우 마음속에는 엄마나 다름없었다. 밥은 원래 남이 차려주는 밥이 제일이니까 이모들도 좋은 데서 식사 하시라고 50만 원어치를 전부 질러버린 시우였다. 그런데 주방에 계시는 이모들 말고 다른 분들 것까지는 못 사서 조금 마음에 걸렸다. 다음번에 또 모으면 청소해주시는 분들 것도 사드려야겠다 다짐했다. 시우는 태산 같은 재산을 가진 자산가와 결혼까지 약속해놓고 자꾸 티끌 모을 생각을 했다.

도재는 떡볶이 좀 얻어먹었다고 제 용돈을 탈탈 털어 식사권을 사온 시우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만, 속으론 얜 장사하면 말아먹을 게 분명하단 생각을 했다. 공짜로 해주는 일도 아닌데 뭐가 그리 고맙다고.

‘그래 잘했어. 어차피 내 옆에 끼고 살면 네가 국밥집을 말아먹든 치킨집을 말아먹든 상관없으니까.’

뭐든 열심히 하는 시우는 아침을 먹고 양치를 하자마자 도재의 좆을 물 기특한 생각을 했다. 이제 발현만 하면 진짜 우성 오메가가 되는 거니 오메가 발현에 도움이 된다는 알파와의 성행위를 아침부터 성실히 해보기로 한 것이다. 분명 연구소장이 신빙성은 썩 높지 않다 말했거늘 도재가 시우에게 그런 것까지 알려줄 리 없었다.

뒤로 하자니 이틀 연속으로 밤새 시달려 너무 힘들었던 시우는 좀 더 자라며 저를 침대까지 친히 데려다준 도재가 다시 거실로 나가려 하자 도재의 바지춤을 살짝 붙잡고 눈치를 보았다.

“저, 저기… 바쁘세요…?”

“아니. 왜, 시우 심심해? 놀아줄까? 더 자. 학교 땡땡이 친 날은 늦잠 자는 거야 원래.”

“저… 입으로 해드리면 안 돼요? 한 번만….”

시우는 당연히 되는 걸 자꾸 허락씩이나 받았다. 시우는 민망해 고개를 숙이고 도재의 시선을 피했다. 침대에 걸터앉아 도재의 바지를 소심하게 붙잡고 있다가 도재가 ‘땡 잡았네’ 라며 작게 혼잣말을 읊조리자 허락이라 여기고 살며시 도재의 바지를 내렸다.

제 앞에 서있는 도재의 양 골반을 야무지게 잡은 시우는 그대로 얼굴을 묻었다.

“하윽…! 씹, 시우야 하아… 너무 잘 빠네, 우리 애기. 맛있어?”

고환부터 시작해 크게 핥아 올리다 성기를 입 안 가득 담고 목 끝까지 넣었다 뺐다 쭉쭉 빨아대는 시우는 이제 꼬맹이라고 무시 못 할 펠라 스킬을 가지게 되었다. 도재가 계속 제 머리칼을 쓸어주는 게 기분 좋아 시우는 배시시 미소 지으며 맛있다는 뜻으로 도재의 좆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윽…! 맛있기는 씨발. 우리 이쁜이 얼굴이 제일 맛있어.”

다소 험한 말이 돌아왔지만 시우는 이리 뜨거운 짓을 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도재의 격한 표현이 좋았다. 저 때문에 흥분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열심히 고갯짓을 하던 시우가 곧 사정할 낌새를 느끼고 기둥을 손으로 탁탁 털어주며 귀두를 쪽쪽 흡입했다.

이내 도재의 짐승 같은 포효와 함께 시우의 입 안엔 따듯한 액체가 흘러 들어왔다. 깔끔하게 받아낸 시우는 여느 때와 같이 제 입 앞에 티슈를 대주는 도재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얼른 퉤 하라는 도재를 빤히 바라보며 시우는 꿀꺽 제 입 안에 들어있는 도재의 페로몬 덩어리를 삼켜버렸다. 효과가 좀 더 빠르지 않을까 싶어서.

그 모습에 이를 빠득 간 도재의 아래는 다시 부풀기 시작했다.

시우야, 인간적으로 이건 너 때문이야. 봐줘.

***

“시우야, 이쁜아, 애기야 일어나자.”

아침부터 뜨겁고 격렬한 운동을 하여 점심때가 올 때까지 뻗어 잠든 시우는 저를 부르는 도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간신히 눈을 떴다.

“배 안 고파?”

“조금요….”

“눈이 붕어가 됐네. 애기야 눈곱 떼고 점심 먹으러 가자.”

도재는 시우네 부모와 함께 하기로 한 점심식사 자리에 시우를 데려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었다. 썩 데려가고 싶진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얼굴 보는 자리가 될 수 있으니 시우에게 의사를 물었고 시우는 없느니만 못한 부모였지만 그래도 제가 클 때까지 눈칫밥이라도 얻어먹고 살게 해준 화영과 태중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따라가겠다 답했다.

도재는 왠지 모르게 약간 긴장한 것 같아 보이는 시우의 손을 가는 내내 잡아주었다. 무척이나 안심이 되는 크고 따듯한 손이었다.

***

화영은 짐 가방 하나 덜렁 들고 도재보다 먼저 집에 도착한 시원의 등짝을 때렸다. ‘어휴, 못살아! 한 서방이 집에 없었으면 방에만 있었어야지!’

히트 사이클 때는 본능이 이성을 잠식하여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열성 알파들과 신나게 붙어먹은 뒤였다. 억울했다. ‘아 뭐 내가 일부러 그랬어?! 엄마도 오메가라 알면서 그래!’

풍비박산 일보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화영은 일단 상다리가 부러지게 육해공을 집합시킨 식탁을 차렸다. 시원은 집 안에 있는데 웬 수트를 차려 입고 기다렸다. 시우가 모은 등록금을 뺏어 샀던 수트였다. 도재의 집에서 생활하며 도재의 돈으로 쇼핑했던 것들을 전부 놓고 와서 이게 시원이 가진 가장 좋은 옷이었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었다. 골프 친다고 제주도에 내려갔다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돌아온 태중까지, 마침내 모두 모인 식구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도재를 기다렸다.

약속했던 시간에 맞춰 화영네 집에는 백년손님 도재가 도착했고 도재의 뒤로 시우도 함께 들어왔다. 시우가 도재와 어떤 사이인지 모르는 가족들은 여전히 시우를 겉절이 취급했다. 오든지 말든지.

‘너도 왔니?’ 라고 물었지만 ‘넌 뭐 하러 왔니 걸리적거리게.’ 라고 들리는 듯한 엄마의 싸늘한 아들 맞이에 시우의 마음엔 비가 내렸다. 덕분에 마지막이라는 게 아쉽지는 않았다. 그저 마지막까지 이런다는 게 슬플 뿐이었다.

화영과 태중은 부러 더 밝은 척 오버하며 도재를 맞이했고 시원은 얌전히 입을 다물고 최대한 불쌍함을 어필해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설득의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도재가 용건만 던지고 가버릴까 봐 식구들은 식사부터 하자며 도재를 식탁으로 이끌었다.

도재의 뒤를 따르던 시우가 아무 생각 없이 도재 옆에 앉으려 하자 화영은 도재가 눈치채지 못하게 시우의 팔을 콱 꼬집었다. 긴 손톱을 세워 어찌나 아프게 꼬집었는지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이게 미쳤나’하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엄마에 팔보다 마음이 더 아팠지만 말이다.

시원은 시우를 한 번 노려보곤 페로몬을 흘리며 잽싸게 도재의 옆으로 가 앉았다.

“밥상머리 앞에서 머리 아프네요, 조절이 안 되나 보죠?”

도재의 지적질에 흘리던 페로몬을 바로 거둬야 했지만 어쨌든 옆에 앉는 건 성공했다.

시우는 시원이 입고 있는 옷을 잠시 빤히 쳐다보았다. 잊을 수 없는 옷이었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저 옷 덕분에 도재와 만난 거니 이젠 고맙기까지 했다.

도재는 지금은 저와 시우의 관계를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시원의 차림을 가만 쳐다보던 시우가 쥐 죽은 듯 식탁 끝자리로 가 앉는 게 못마땅했지만 일단 그대로 두었다.

화영과 태중은 이것도 들어봐요, 저것도 들어봐요 하며 일부러 정신 사납게 굴었다.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거 되게 거슬리게 군단 생각을 하며 도재는 흘긋흘긋 시우만 체크했다. 시우는 제 앞에 놓인 맨밥을 꾸역꾸역 씹으며 한 번씩 국물만 떠먹을 뿐 30첩은 될 것 같은 수많은 음식들엔 손도 대지 않았다. 그 모습에 도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먹는 거 가지고 치사하게 구는 게 제일 서러운 법인데 그 치사한 짓을 평생 당해온 시우는 가족들과 밥을 먹을 때 맛있고 좋은 반찬엔 알아서 손도 대지 않았다. 손 멀리 뻗을 필요 없이 저와 그나마 가까이 놓인 김치 같은 거나 조금 집어먹을 뿐이었다.

배고프다던 시우가 종이 씹듯 꾸역꾸역 의무적으로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한 도재가 시우를 불렀다.

“시우야.”

“네.”

“그거 먹지 마. 내려가서 김 비서랑 밥 사 먹고 있어.”

도재는 바로 김 비서에게 전화해 시우가 내려가니 챙겨서 애 먹고 싶다는 걸로 점심을 사 먹이라 일렀다. 밥은 편하게 먹어야지 도무지 그대로 보고 있을 모습이 아니었다.

도재의 말에 시우는 수저를 그만 내려두고 화영과 태중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마지막 눈칫밥이었고 마지막 인사였다.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화영과 태중은 어른들 이야기하는데 얼른 나가보라며 오늘로 마지막인 막내아들을 기다렸단 듯 미련 없이 보냈다.

시우가 나가자 도재는 물 한 모금으로 입을 가신 뒤 바로 식사를 중단했다. 좀 더 드셔 보시라며 소란을 떠는 화영을 말없이 째려보았다. 도재가 인상을 팍 구기자 움츠러든 식구들은 다들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도재는 식구들 앞에 어제 시원이 제 집 마당에서 찍은 포르노를 내밀었다. 아들이 발정난 개처럼 하나도 아니고 둘과 뒹구는 모습은 차마 못 볼꼴이었다. 고개를 못 드는 가족들에게 도재가 제 할 말을 시작했다.

“내일 아침까지 집 빼세요. 아홉시에 인부들이 와서 가지고 나가지 않은 물건은 전부 폐기할 겁니다. 안 나가고 버티고 계시면 인부들이 여러분들을 폐기할 거구요.”

“아, 아니… 한 대표님 아시잖아요. 우리 애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히트 사이클 땐 어쩔 수 없어서….”

“어쩌라고. 내 말 끊지 마, 좆같으니까.”

강한 자에게 매우 약한 화영은 한참 어린 도재의 반말 짓거리에도 감히 말을 끊어 죄송하다 깊이 사죄하는 표정으로 그만 입을 다물었다.

“자동차, 당연히 반납입니다. 이사 직위도 해제고요.”

화영과 태중은 당연히 계속 이어질 호사라고 생각했기에 지금껏 다달이 받아온 꽤나 큰 액수의 월급에도 모은 게 한 푼 없었다. 잘 살던 사람들이 잠시 거지같은 생활을 맛보고 다시 잘 살게 되었으니 그동안 억눌려있던 사치에 대한 욕구를 물 만난 듯 풀어댔기 때문이다. 태중은 툭 하면 골프 관광을 떠났고 화영은 청담동 사모님들만 다닌다는 럭셔리 스파와 에스테틱 회원권을 끊었다. 나이는 먹었는데 생각은 참 없는 부모들이었다.

하지만 도재 덕분에 누리던 물질적 풍요를 뺏기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유일하게 제 소유로 하나 있는 재산인 남자 우성 오메가가 이렇게 도재네 집에서 버려지면 불량품이 되어버리고 만다. 비루먹은 집안이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시원이 우성 알파와는 동거를 하다 소박을 맞아 쫓겨나고 열성알파들과는 쓰리섬으로 뒹구는 섹스 비디오나 찍었으니 이제 어디 팔아먹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릴 것이다. 이제 이들에게 희망은 없다는 말이었다.

진작부터 희망은 시원이 아닌 시우였어야 하는데 우매한 가족들은 자신들이 이십 년 전부터 줄을 잘못 섰다는 걸 깨닫지 못했기에 ‘이제 우리 시원이 어떡하나’ 밖에 떠오르는 게 없었다. 결국 다 같이 도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도재는 대뜸 무릎을 꿇고 비는 가족들을 한심하게 내려다보며 동거를 없던 일로 함과 동시에 시원의 섹스 비디오를 폐기해주고 위자료 명목으로 3억을 줄 테니 시우를 포기하라 말했다.

“제가 아는 분이 시우를 양자로 들이고 싶어 해서요.”

물론 뻥이었다. 도재에게는 없는 신원도 있는 것처럼 만들어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시우를 그 밑으로 입양할 생각이었다. 더 이상 부모 자식이라는 이유로 시우를 걸고넘어지지 않게 아예 끊어낼 작정이었다. 성인을 입양해도 친부모 동의는 필요했기에 딜을 던졌는데 시우의 친부모란 사람들은 고민도 없이 이를 덥석 물었다.

시원을 지키고 고작 3억을 받는 조건이었다. 입양에 동의할 뿐 아니라 시우에게 접근 또는 연락하지 않고 친부모로서 어떠한 권한도 행사하려 들지 않겠다는 계약을 해버린 이 멍청이들은 시우가 3백억 아니 3천억을 달래도 되었을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아마 신문 기사로 알게 될 것이다. 시우가 발현하고 나면 약혼 기사부터 결혼 기사까지 전부 앞다투어 보도될 테니 말이다. 한도재의 배우자 될 우성 오메가가 한때는 저들의 막내아들이었단 걸 알면 아마 혈압 조절은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

그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게 썩 유쾌하지 않아 할 일을 마친 도재는 빠르게 그 집을 빠져 나왔다.

오늘부로 시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서민수, 김미경 부부의 아들인 서시우가 되었다.

도재가 세워둔 차 쪽으로 다가가니 주인은 언제 오나, 꼬리를 흔들며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똥강아지가 있었다. 그런 시우를 발견하자마자 버러지 같은 것들을 상대하느라 차갑게 굳었던 표정이 눈 녹듯 사르르 풀어졌다.

“김 비서, 얘 밥 먹였어?”

“네. 시우 군 햄버거 먹었습니다.”

“아보카도 넣어줬어?”

“네. 두 번 추가해드렸습니다.”

“콜라는 웬만하면 먹이지 말지. 시우 치과 싫어해.”

“네. 탄산음료 안 드셨습니다. 자몽 주스 드셨습니다.”

‘내 밥이 뭐라고 저렇게 진지하시지….’ 시우는 민망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눈알을 도로록 굴렸다.

“서시우 혼자 맛있는 거 많이 먹었네.”

도재가 시우의 엉덩이를 야릇하게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나도 줘. 맛있는 거.”

“헤헤, 집에 가야 드릴 수 있잖아요.”

차에서 줘도 되는데, 쩝. 아직 카섹스까진 사고가 확장되지 않은 꼬맹이였다. 도재는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며 기사에게 집으로 서둘러 가자 일렀다.

***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둘만의 공간이 된 집이었다. 기사를 채근해 서둘러 집에 당도한 도재는 마주치는 고용인들마다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느라 바쁜 시우를 한팔로 번쩍 들고 방으로 향했다. 똥강아지가 여기 저기 꼬리를 흔들다 연행되어 가는 듯한 모습에 모두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시우는 갑자기 몸이 들려 히익! 놀랐지만 이내 도재에게 꼭 매달려 얌전히 안겨 갔다. 뭐니뭐니해도 주인 품이 최고였다.

“맛있는 거 준다며. 뭐 줄 건데.”

시우의 엉덩이를 그러쥐는 손길에서 이미 요구하는 바가 드러나는데도 도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장난스레 물었다.

“지금, 만지고 계신 거….”

“아아- 이거요? 보여줘야 맛있는 줄 알죠.”

도재가 시우의 엉덩이를 더 세게 주무르며 말하자 시우의 양 뺨이 붉게 물들었다. 부끄러워도 해달라는 건 다 해주는 시우는 침대에 걸터앉아 감상의 자세를 취한 도재 앞에 서서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저 창피해서 행동이 굼뜬 것뿐인데 도재에겐 마치 보여줄까 말까 깜찍한 밀당을 하는 걸로 보였다. 다 찢어 발겨 버리고 싶게 말이다.

도재 보기엔 퍽 귀여운 사이즈의 좆이 까꿍 하듯 튀어나왔다. 도재가 그 좆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더니 ‘이게 맛있는 거예요?’ 물었다. 그리곤 시우의 답을 듣기도 전에 한 입에 와앙 삼켜버렸다. 물론 뒤가 더 맛있지만 서시우 건 앞에 달린 것도 달았다.

“아! 아읏…! 아니, 아니…! 뒤에….”

도재가 추릅 침 소리를 내며 한 번 강하게 빨아 올린 좆을 뱉자 시우는 도재의 어깨를 부여잡고 몸을 잘게 떨었다. 읏…!

도재는 앞보다 뒤가 맛있다는 시우를 뒤돌게 했다. 더럽게 꼴리는 엉덩이가 보였다. 그렇게 잘 챙겨 먹여도 다른 데는 여전히 말랐는데 어떻게 엉덩이만 이런지, 저를 꼴리게 하려 태어난 것 같은 생명체는 볼 때마다 신기할 노릇이었다.

“맛있는 거 어디 있는데요? 보여주세요.”

짓궂은 도재에 울상이 된 시우가 쓸데없이 애처롭고 아련하게 안 보이냐 물었다. ‘안 보이세요? 보일 텐데… 진짜 안 보이세요…?’

“엉덩이가 이렇게 토실한데 가만히 서 있으면 당연히 안 보이지, 이쁜아.”

쪽- 쪽- 도재는 시우의 귀여운 엉덩이에 다정한 키스를 내려주면서도 물러나주지 않았다. 결국 부끄러움에 못 이겨 히잉, 흐엉 따위의 요상한 우는 소리를 낸 시우가 제 손으로 직접 볼기를 벌려 팽팽하게 주름진 치부를 도재에게 보였다.

“하… 씨이발.”

도재가 나직한 욕지거리와 함께 그대로 얼굴을 묻고 할짝할짝 치부를 핥아주자 시우는 예쁜 소리로 앙앙 울어댔다. 하지만 지난 아침저녁으로 너무 해댄 탓에 화끈화끈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베타인 남자에게 애널 섹스는 몸에 무리가 가는 게 사실이다.

도재는 쓸린 것처럼 벌겋게 부어있는 시우의 구멍에 차마 양심 없는 사이즈의 제 좆을 또 다시 끼워 넣는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 아쉬운 대로 시우의 허벅지 사이에 끼워 넣은 뒤 허리를 털었다. 이건 또 무슨 짓인가 하는 새로운 경험에 시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도재를 돌아보았다.

왜 안 넣냐는 표정으로 그렇게 쳐다보면 참기가 존나게 힘든데 참 우리 시우는 착한 듯 배려가 없어, 도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단 시우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애기 아프면 속상해서.”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고 있는데 음성만은 다정한 도재가 시우의 의문을 풀어주자 시우는 배시시 웃음 지었다. 다 컸는데 아기 취급을 당하는 건 쑥스러웠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진짜 아기 때도 이런 대우는 못 받아봐서 그런지 제 안에 형체 모를 결핍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시우는 도재가 이럴 때마다 계속해서 말 잘 듣고 착한 도재의 아기이고 싶었다. 그래서 착하게도 허벅지 사이를 더 조여 주었다.

한껏 뜨거운 시간을 보낸 뒤,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시우를 침대에 눕혀준 도재는 시우의 몸을 닦아주기 위해 따듯한 물과 수건을 가져 왔다.

팔을 슥슥 닦아주는데 시우가 급작스레 찾아오는 따끔함에 순간 얼굴을 찌푸렸다. 도재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시우의 팔을 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화영이 잡아 비틀 듯이 콱 꼬집어 버린 시우의 여린 살에 손톱자국이 나있었다. 길게 연장해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으로 아주 살을 파버릴 듯 세게도 꼬집었으니 잠깐일지 몰라도 살성이 부드러워 작게 상처가 나버린 듯 했다.

“이거 누가 이랬어?”

“…….”

“빨리 말해. 이건 말 안하면 혼낼 거야.”

도재가 자신을 미워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시우는 도재의 계속되는 추궁에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엄마가…’ 라고 답했다. 도재는 제 정색에 풀이 죽어 땅굴을 파고 들어갈 것 같은 강아지가 가엾어 그만 굳은 표정을 풀어줬다. 일단 누군지만 알면 되었으니 말이다.

“서시우, 고개 들고. 뽀뽀.”

명령어가 입력되자 시우는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도재의 입술에 쪽 뽀뽀를 했다. 화내지 말라는 듯 퍽 간절히도 쳐다보기에 도재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고 시우의 눈가에 쪽쪽 입맞춰주었다.

“우리 시우한테 화낸 거 아니야. 다음부터 누가 한 대 때리면 두 대로 갚아. 깽값 걱정 말고. 뽀뽀 한 번 더.”

도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장 쪽 소리가 났다. 까짓것 백 번 시켜도 백 번 다 할 수 있는 시우였다. 시우는 제 뽀뽀에 도재의 표정이 누그러지자 안심하고 도재의 품에서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도재는 업어가도 모를 만큼 곤히 자는 시우의 모습을 한참이나 구경하다 함께 잠에 들었다.

시원이 쫓겨나고 시우를 온전히 데려옴으로써 모두에게 실로 평화로워진 집이었다.

***

그리고 다음날 아침, ‘평화’ 와는 정반대의 풍경이 벌어진 집안이 있었다. 시우의 옛 가족들이 살던 도재의 빌라에는 약속한 시간 아홉시가 아닌 여덟시부터 인부들이 도착해 집안을 풍비박산 내놓는 중이었다.

화영은 시우에게 상처를 낸 그 고운 손톱들이 다 갈라지고 부러질 만큼 다급하게 짐을 싸야했다. 야구방망이를 비롯한 각종 둔기를 든 사내들이 물건의 값을 따지지 않고 치우지 않은 것들은 전부 다 깨부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진짜로 부수러 올 줄은 몰랐던 아둔한 식구들은 값비싼 물건들 위주로 사수하기 위해 아비규환이었다.

“어머! 이건 안 돼요! 챙길 테니 부수지 마세요!”

에르메스 찻잔 세트를 지켜내려던 화영은 인부들의 집행을 방해한 죄로 가차 없이 머리채가 잡혔다. 화영이 비명을 질렀다.

럭셔리한 내부를 자랑하는 고급 빌라 안에선 아침부터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장관이 펼쳐졌지만 어차피 주민 신고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한 동이 전부 도재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게 누가 늑장 부리래? 빨리빨리 꺼졌어야지.’

이 난리를 지시한 도재는 잠이 덜 깬 채로 거실에 비척비척 나온 시우를 안아 제 무릎에 앉히고 평화로이 아침햇살을 맞았다. 누구네와는 참 달랐다. 소소한 행복이라는 것에 썩 공감하지 못하던 도재였는데 이제야 그 의미가 무언지 알 것 같았다.

아직 졸린지 고개도 제대로 못 가누고 어디든 기대보려고 머리를 부빗부빗 들이대는 서시우를 안고 있는 게 바로 소소한 행복이었다.

“어이구, 우리 애기 졸려요.”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손길을 받으며 도재의 품에서 십 분만 더 자고 학교를 갈 수 있는 시우 역시도 도재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하긴, 소소하다기에 시우에겐 너무 큰 행복이었지만 어쨌든 둘은 결이 비슷한 행복을 느끼며 둘만의 집에서 첫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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