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함께 쇼핑을 가기로 한 주말, 도재는 집을 나서기 전 시우에게 공사가 완료된 2층을 보여주었다. 시우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처음엔 시우의 방을 새로 만들어 줄 생각이었지만 도재에게 이제 각방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놀이방을 꾸몄다. 애한테 주는 거라 이름은 놀이방이라 붙였지만 세상 재미없게 책 밖에 없었다. 애가 책을 좋아하니 말이다. 저를 위한 개인 도서관이 지어져 있는 장관에 시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우 그렇게 좋아? 침 떨어지겠다. 흘릴 거 있으면 나 줘.”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한참을 좋아하던 시우가 도재의 말을 키스하란 의미로 해석해 입술을 살짝 벌린 채로 까치발을 들고 다가갔다. 굳이 해달라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도재는 또 해준다는 걸 거절할 위인이 아니다. 다가오는 시우의 허리를 당겨 단단히 붙들고 둘은 그렇게 신성한 도서관에서 진득하게 혀를 섞었다.
“여긴 책 볼 때 말고는 오지 마. 공부는 계속 서재에서 하고, 잠은 계속 나랑 같이 자고. 여기서 너무 오래 놀면 놀이방 문 닫는 줄 알아. 알았어?”
“네! 헤헤, 감사합니다.”
“웃기는, 꼬시지 마. 도서관에서 하는 건 생각만 해도 꼴려.”
시우는 아직도 뒤가 벌겋게 부어 있는 주제에 하고 싶어 하는 도재를 그냥 지나칠 순 없는 애였다. ‘해도 되는데…’ 라는 소심한데 용감한 발언을 했다. 도재는 사람을 여러 번 시험에 들게 하는 꼬맹이가 얄미워 머리통을 와앙 깨물어버렸다.
“내일 여기서 하자.”
이를 까득 물며 참아낸 어른 도재는 큰 자비와 관용을 베풀어 시우의 구멍에게 하루라는 회복의 시간을 주었다. 시우를 이 책에다 싸게 할지, 저 책에다 싸게 할지 미리 고민하는 건 썩 어른스럽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날이 발전하는 인내심이었다.
골 때리는 시우가 또 무슨 소리를 할 지 몰라 도재는 시우를 데리고 서둘러 방 밖으로 빠져나왔다. ‘쇼핑이나 가자. 책 보다 비싼 거 사러.’
하도 쇼핑 가자 성화길래 꼭 살 게 있는 줄 알았는데 도재는 시우에게 잘 입을 일도 없는 수트를 한 무더기 사주었다. 저번 날 시우가 시원이 입고 있던 옷을 빤히 쳐다보길래 갖고 싶은 줄 알았던 거다.
시우는 물욕이 워낙 없지만 그래도 개중에 필요한 거나 관심 있던 걸 사주었을 때 감사하다 인사하는 것과 영혼 없이 감사하다 인사하는 게 살짝 달랐다. 그리고 도재는 이를 기가 막히게 구분해냈다. 시우 딴에는 사주는 사람의 성의를 봐서 티 내지 않는답시고 더 밝은 척하며 감사하다 그러는데 예리한 도재는 이 차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시우 이거 갖고 싶던 거 아니었어?”
“네? 어… 음… 그랬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진짜 감사해요! 잘 입을게요.”
“어유, 우리 애긴 뻥도 더럽게 못 쳐. 그래서 참 예뻐. 하나도 잘 입지 않을 것 같은데.”
도재가 그럼 지난번에 왜 시원의 옷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냐 물었다. 시우는 도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그거 5백만 원짜리…’ 다소 뜬금없는 말로 설명을 시작한 시우는 5백만 원에 얽힌 더러운 추억이 많아 생각만 해도 울컥하는지 조금 울적해 했다. 스물 한 해를 살며 제 등록금을 빼앗겼던 그 때만큼 절망적이었던 순간이 없어서 그랬다.
“근데, 그래도… 그 덕분에 대표님 만났잖아요! 그래서 이제 괜찮아요.”
그래, 그 덕분에 나한테 잘못 걸려서 우리 시우 아다가 험하게 떼였지. 도재는 자신의 과오를 시우에게 굳이 상기시켜 주지 않았다. 그냥 속으로 ‘내가 잘할게 시우야’ 할 뿐이었다.
“서시우 코 묻은 돈 털리고 슬펐겠네. 아이스크림 사줄까?”
시우는 진실의 미소를 보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도재가 저 옷 사주는 데에 몇 천을 족히 썼는데도 볼 수 없던 미소였다.
‘우리 애긴 참, 3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더 좋아하는구나….’
안타깝기까지 할 지경이었지만 도재는 그럼에도 타박하지 않고 시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애가 좋다는 걸 사주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차가워진 시우의 혀를 다시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일도 꽤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
혹시나 시우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도재는 발현에 대해 너무 부담 갖지 말라 늘 달래주었다. 실제로 연구소장이 약물 개발에 진전이 있다 알려 왔기 때문에, 자연히 발현하지 못해도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도재가 괜찮다, 괜찮다 해준 덕분에 시우는 심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차분할 수 있었다. 마음을 편히 먹어 그런지, 아님 알파의 페로몬을 직격탄으로 맞는 성생활을 너무 성실히 하며 지내 와서 그런지 시우는 요즘 도재의 페로몬을 전보다 좀 더 느끼게 되었다.
처음엔 제가 그러는 줄도 모를 정도로 미약하게 움찔하던 것이 다였는데 요즘엔 도재가 페로몬을 강하게 뿌리면 뱃속에서 무언가 크게 꿈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임신이 가능한 몸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아직 페로몬 냄새를 맡는다거나 페로몬으로 인해 뒤가 젖어들진 않지만, 도재는 시우의 발현이 곧 시작될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발현통이 시작되면 몸살이 난 듯 몸이 으슬으슬 아프고 제대로 조절도 안 되는 불안정한 페로몬이 퐁퐁 새어나간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우의 발현에 하루하루 학교 보내는 게 불안했던 도재는 시우에게 믿을 만한 베타 경호원 둘을 붙여주었다.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멀리서 지켜보라고 붙여뒀는데 이놈의 똥강아지는 언제 또 친해졌는지 그 경호원들과 함께 학식이나 먹고 다녔다. 그래도 경호원들을 불편해하는 기색은 아니기에 봐주기로 했다.
“우리 시우 갑자기 아플까 봐 그러지.”
누군가 저를 미행하듯 졸졸 따라다니는 게 갑갑할 만도 한데 시우는 도재의 걱정 어린 한마디에 아주 정당한 처사라는 듯 바로 수긍해왔다. 시우가 뭐든 제 뜻에 얌전히 순응하면 도재는 우리 순둥이 이뻐 죽겠다며 뽀뽀를 퍼부었다. 그러니 시우는 가면 갈수록 자꾸 말을 잘 들었다.
경호를 붙여두긴 했지만 이왕이면 여름방학을 시작하고 집에만 있을 수 있을 때 발현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던 도재였는데, 어느덧 1학기 기말고사의 마지막 날까지 오게 되었다. 이런 건 시우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닌데도 시우는 어째 이런 것까지 말을 잘 들었다. 시우 생각에 도재는 사무를 보다 피식 웃음 지었다.
시우는 시험 기간 동안 밤새 공부를 하다 서재에서 쪽잠에 드는 게 일상이었고 이를 도재가 매일 침대로 옮겨주었다. 쪼끄만 머리통에서 스팀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처럼 하도 열렬히 공부를 하기에 도재는 혹여 몸 상할까 걱정이 되어도 머리나 한 번씩 짚어볼 뿐 공부를 말리지는 못했다.
‘이렇게 공부하면 머리에서 열날 것 같은데 또 열은 안 나네.’
타고나길 잘 굴러가는 머리로 타고나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없는 도재에겐 나름 신기한 구경이었다. 하지만 주무실 시간도 없는 바쁜 대딩 애인 덕분에 도재는 독수공방 신세를 면치 못했다.
시우는 의도치 않게 섹스를 굶기고 있는 자신을 도재가 많이 봐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서재에서 잠깐 눈을 붙이면 어느 샌가 침대에서 도재의 토닥임을 받고 있었으니 그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래서 오늘 아침 시우는 일어났냐며 저를 안아주는 도재의 품에 머리를 부빗거렸다. 시우 딴엔 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알아달라는 애교 비슷한 거였다. 아침부터 깜찍하게 말이다.
“서시우, 너 오늘 시험 끝나면 나 뭐해줄 거야?”
저한테 뭐든 퍼주고 싶어 꼬리를 흔드는 시우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도재는 그동안 잘 참은 대가를 당당하게 요구해 왔다.
아침 식탁머리에서 이야기하기는 조금 부끄러워 시우는 도재의 귓가로 입을 가져가 조심스레 속닥거렸다.
“이, 입으로 해드릴까요?”
입으로 수백 번을 해놓고 새삼 뭘 또 저렇게 혼자 남사스러워 하는지 귀여워 죽겠다. 놀려먹고 싶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시우에 도재의 입가엔 장난스런 미소가 걸렸다.
“난 뽀뽀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야하기는. 하긴, 우리 애기도 내 좆이 많이 고프겠지, 맨날 물던 건데. 어?”
도재의 놀림에 얼굴이 빨개진 시우가 아침식사에 고개를 박고 밥에 집중하는 척하기 시작했다. 하필 아침 메뉴에 길다란 소시지가 올라있어 저도 모르게 얼굴을 더 붉혔다가 도재에게 계속된 피의 놀림을 받아야 했다. 무슨 생각을 하면 그러냐 부터 둘 중 어떤 게 더 맛있냐 까지 다채로웠다.
“……대표님 거가, 더 맛있어요….”
놀리면 놀리지 말라 그러고 무시하면 그만인데 물어본다고 또 대답하는 시우였다. 진심이긴 했다. 도재가 하도 잘한다, 잘한다 해주어서 도재에게 펠라 해주는 걸 퍽 좋아하는 시우였기 때문이다. 자기가 빨아주면 점점 크기를 키워가는 게 시우에겐 꽤나 큰 만족감을 줬다.
“아침부터 거하게 빨고 시험 치러 가고 싶지 않으면 꼬시지 마. 지금도 충분히 힘들어, 아가.”
“그, 그럼 빨고 갈까요? 쪼끔만….”
“하… 더럽게 힘들다 정말.”
정욕이 너무 쌓여있는 상태라 시우가 ‘빤다’라는 단어를 입으로 내뱉기만 해도 못 참겠는 마당이었다. 한 번 시작하면 절대 펠라 한 번으로 끝내지 못할 것이라 도재는 이를 아드득 물며 참아야 했다. 너는 조금만 빨고 갈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못 보내니까 문제지, 도재가 속 모르는 시우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어딜 조금만 빨려고. 시험이나 보고 오세요. 다녀오면 맛있는 거 많이 줄게. 잘 먹어야 예쁜 아기지, 우리 시우 예쁜 아기지?”
시우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도재는 아침 출근부터 하루 종일 집에 갈 생각만 하게 되었다.
***
마지막 과목의 기말고사를 끝내고 일찌감치 집에 온 시우가 도재를 기다리며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 시험 기간 중 잠이 부족해서 그런지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방에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에 슬쩍 눈을 떴는데 풀 냄새, 나무 냄새, 흙냄새 비슷한 기분 좋은 자연의 향기가 났다.
‘킁킁, 창문 열려있나?’
시우가 깨닫지 못한 그 냄새의 정체는 페로몬이었다. 원래 도재의 페로몬 향은 울창한 숲 한 가운데 떨어져있는 것처럼 진하고 무거운 향인데 아직 시우에게는 정원에 나갔을 때 맡을 수 있는 정도의 미약한 냄새가 났다.
이 방에 노크 없이 들어올 사람은 도재와 시우 오직 단 둘이기에 시우는 도재에게 다녀오셨냐는 인사를 하기 위해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켰다.
“다녀오셨어요.”
“…… 와… 서시우.”
모든 감각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발달되어 있는 도재는 시우에게서 나는 아주 옅은 페로몬 향을 대번에 알아차리곤 가슴이 벅차올랐다. 시우는 여름비를 맞은 물망초 향을 풍기고 있었다.
‘내 숲에 심으면 딱이겠네.’
도재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은 뒤 시우를 번쩍 안아 제 위에 올렸다. 이제는 자연스레 제 목 뒤로 팔을 감아오는 시우가 흡족스러웠다. 도재가 버릇처럼 늘상 키스마크를 만들어 놓는 시우의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페로몬 향은 목덜미, 겨드랑이, 회음부 같은 곳에서 가장 강하게 났기에 도재는 아까보다 좀 더 깊은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도재가 제 큰 몸을 붙여 밀착해오자 시우도 미약하게나마 제게 전해오던 향기가 정원의 냄새가 아닌 도재의 향기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설마….’
대충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눈이 휘둥그래 커진 시우를 내려다보며 도재가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 애기 이제 진짜 오메가인데 아직도 너무 애기네.”
“진짜 저 발현하는 거예요…? 저한테서도 무슨 냄새가 나요?”
시우는 페로몬 향이 신기한지 도재의 어깨에 얼굴을 박고 계속 킁킁거렸다. 도재가 그런 시우의 손을 잡아 제 앞섶을 만지게 했다.
“응. 맡자마자 서버릴 만큼 너무 좋은 냄새가 나.”
부끄러운 칭찬에 시우의 양 뺨이 붉게 물들었다. 도재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것 가지고 뭘 부끄러워해, 우리 애긴 페로몬 없이도 내 거 세우는 덴 선수잖아.”
맞는 말이었다. 그런 애한테 이제 페로몬까지 가미되었으니,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도재의 눈빛이 몽롱하게 풀려갔다.
“시우, 내가 오늘 조절이 좀 안 될 수도 있거든 너무 세게 하면 주먹을 날리던지 발로 차던지 아무튼 아프다고 말해. 약속.”
도재는 제가 내민 새끼손가락에 시우가 한참 작은 제 손가락을 걸어오는 걸 보며 페로몬을 좀 더 강하게 풀어냈다.
“하응….”
시우가 입고 있던 반팔 티셔츠를 벗긴 뒤 제 페로몬으로 애무 당하는 시우를 감상해보았다. 시우의 젖꼭지가 빨아 주지도 않았는데 꼿꼿이 세워지는 건 가히 장관이었다. 그 귀여운 열매 한쪽을 살랑살랑 만져주며 도재가 물었다.
“아가, 이거 봐 이거. 이거 누가 이런 거예요?”
“하읏…! 대표님이요.”
“발현하면 대표님 호칭 딱 고치기로 약속했잖아.”
“하앙…! 하으… 여보가…! 여보가 이랬어요.”
시우는 제 젖꼭지를 열렬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껏 입꼬리를 올리는 도재가 너무 야해서 도재의 눈도 잘 마주치지 못했다. 도재가 별 걸 하지도 않았는데 속절없이 터지는 신음에 저도 당황스럽지만 신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신생아나 다름없는 오메가로서의 첫 날이었다.
시우는 페로몬으로 당하는 애무가 처음이라 속수무책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페로몬 때문에 온몸이 혀로 핥아지는 기분이었는데 그 와중에 도재가 물리적으로 직접 만져주기까지 하는 부분은 감도가 배가 되었다.
도재가 빙글 웃으며 희롱 중인 젖꼭지 한쪽에는 터질 듯이 열이 몰리는 기분인데 다른 쪽은 그렇게 해주지 않아 시우는 안달이 났다. 이렇게 안달 난 오메가는 더 해달라, 더 만져달라 하듯 본능적으로 제 페로몬을 뿜어냈다. 알파와 오메가는 말하지 않아도 페로몬으로 제 뜻을 전달할 수 있었다.
“하아. 씨발….”
시우가 아직 제대로 조절도 못하고 엷게만 퐁퐁 뿜어내던 페로몬의 양을 늘려 터뜨리듯 풀어내자 도재 역시도 시우가 제 몸을 할짝할짝 핥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아직 아기지만 우성이긴 우성이라 그런지 아주 꼼꼼히도 핥는 듯했다. 더 예뻐지는 건 불가능할 것 같더니 갈수록 예뻐 죽겠다.
시우는 제가 페로몬으로 그러고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지만, 도재는 부끄러워서 내뱉지 못하는 말을 페로몬으로 전하는 시우를 단단히 교육시키려 했다. 꼭 말을 해야 아는 건 아니었지만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생각되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애 얼굴이 몹시도 꼴리기 때문이다.
“서시우, 내 눈 봐야지. 이제 그만 만질까요?”
“아, 아니….”
“아니면 뭔데, 우리 애기 예쁜 말 잘하잖아. 해봐. 우리 시우 예뻐해 주고 싶어.”
도재가 연신 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달래듯이 말하자 시우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도재와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이내 예뻐해 달라고 예쁜 말을 쏟아냈다. ‘다른데도 많이 만져주세요 여보, 여보가 만져주면 기분 좋아요.’
***
“하읏…! 핫! 하앙…! 대표니임…! 갈 것, 갈 것 같아요…!”
쓰읍, 다시 대표님으로 회귀한 호칭에 도재가 혀를 차자 시우는 숨넘어가는 신음 사이에도 눈치를 슬쩍 보더니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오메가 1일 차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바로 깨갱해서 꼬리를 내리는 게 귀여워 도재는 시우의 엉덩이를 툭툭 쳐주며 타일렀다.
“우리 애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그럼 다시 바꿔서 부르면 되지 잘못한 건 아니지. 시우한테 잘못했다 그런 거 아니야. 뽀뽀.”
시우가 도재가 내민 입술에 쪽 뽀뽀를 했다. 도재는 씩 웃으며 방금까지 물고 있던 시우의 젖꼭지를 다시금 머금었고 시우는 하던 일을 마저 하려는 도재에 다시 신음을 내질러야 했다.
“하응, 여보오…! 여보…! 그, 그만…! 가버려요, 갈 것…! 갈 것 같아요, 하윽….”
시간이 지날수록 더 여실히 느껴지는 페로몬에, 한쪽은 혀로, 다른 한쪽은 손가락으로 제 젖꼭지를 빙빙 돌려대는 도재까지, 시우는 살며 처음 느껴보는 쾌감에 정신없이 휘둘렸다. 분명 유두 말고는 만져지는 곳도 없는데 가버릴 것 같은 제 몸이 이상했다. 엉엉 울다가 또 너무 좋아서 앙앙 교성을 지르는 시우는 도재의 목에 매달려 온몸을 덜덜 떨었다.
도재가 잠시 시우의 가슴에 묻었던 입술을 떼고 제 따듯한 품으로 꽉 안아주며 시우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핥았다.
“왜 울어, 오메가 된 게 그렇게 서러워?”
코를 훌쩍이던 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향기가 자꾸 만져요….”
강한 우성 알파의 페로몬이 온몸을 감싸고 애무하는 낯선 감각은 아기 오메가에겐 두려울 수 있는 감각이었다. 시우는 자기도 퐁퐁 페로몬을 내뿜으며 도재에게 똑같이 그러고 있는 줄은 몰랐다. 덕분에 도재의 귀두 끝도 프리컴으로 잔뜩 질척해졌는데 말이다.
도재만 나쁜 놈 만드는 시우임에도 도재는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쓸어주며 미안하다 얼러주었다.
“어이구, 우리 시우 놀랐어?”
발현통을 겪으면 딱 사춘기 때처럼 감정의 기복이 심하기 마련이다. 신체에 오는 변화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한껏 예민해져 마치 중2병에 걸린 상태라고 보면 되었다. 시우는 스물 넘어 온 중2병도 저처럼 순둥하게 와서, 도재가 제 잘못도 아닌 것에 미안하다 해주니 바로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도재의 큰 손에 제 뺨을 비비었다.
‘이건 진짜 사람이야 강아지야.’
좀 징징거린다고 저를 미워할 리 없는데 칭얼거리지도 않고 순하게 구는 똥강아지가 귀여워 도재가 시우의 입술에 쪽쪽 버드키스를 내려주었다. 이에 시우가 아래를 바짝 세우고도 해맑게 헤헤 웃었다.
“시우. 나중에 아기 가지면 여기로 젖이 나올 거야.”
도재가 유실을 엄지와 검지로 꼭꼭 눌러주며 말하자 시우가 하읏…! 신음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왜, 아기 갖기 싫어? 하긴 나도 우리 큰 애기만 있으면 돼. 시우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아, 아니…! 아기… 갖고 싶어요… 근데 쪼끔 나중에….”
조금 나중이란 말에 도재가 픽 웃음을 흘렸다.
“아니, 쪼끔 나중은 얼마큼인데. 자녀계획 그런 건 남편하고 상의를 하셔야죠. 씨 뿌려줄 건 남편이구만 혼자 정했어?”
“아니 그게 아니구… 대학 졸업하구….”
“아 대학 졸업하고 안에 넘치도록 싸드리면 돼요? 어쩌지, 다른 애가 이거 무는 꼴을 못 보겠는데.”
“하읏…! 아니… 다른 애 아니구, 우리 애긴데.”
시우에게서 ‘넌 사람이 심보가 왜 그러냐’하는 듯한 눈빛이 여실히 드러나 도재의 웃음이 터졌다.
‘우리 애기는 눈으로 때리네 자꾸.’
도재는 아기보다는 아기를 갖기 위한 과정에 더 눈독 들이는 예비 불량아빠였다. 시우의 히트 사이클이 왔을 때 시우의 안에서 제 성기를 부풀리고 노팅을 하는 상상을 했다. 퍽 짜릿했다. 그런데 아무리 제 새끼라도 요 깜찍한 유실에서 나올 젖을 빨아먹고 크는 건 그다지 유쾌한 상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우 나중에 우리 애기 젖 물릴 거야?”
“…헤헤, 네.”
평범한 베타 남자로 커서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라 부끄럽긴 하지만 저와 도재 사이에서 나온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라 여겨졌다. 시우는 도재의 못된 심보완 달리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나오는 젖이라면 못 물릴 거 있나 싶었다. 시우는 쑥스럽게 웃으면서도 그럴 거라 답했다.
“나는 안 주고?”
“어… 음… 우유 안 나올 때, 드리면 안 돼요…?”
우유라니, 더럽게 달고 맛있을 것 같은 저런 깜찍한 표현을 해놓고 안 나올 때 준다는 건 누굴 놀리는 건가? 안 나올 때나 나올 때나 다 내 건데.
그게 언제든 도재가 달라 그러면 주겠지만 썩 먼저 나서 주고 싶은 것 같진 않은 답이었다. 당연한 거다. 상식적으로 아기 먹으라고 생기는 거니 말이다.
아직 닥치려면 한참이나 남은 졸업 후 머나먼 미래의 일에 살짝 심술이 난 도재가 다시 페로몬을 풀어내며 시우의 왼쪽 젖꼭지를 쭉쭉 강하게 빨아올렸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던 분위기가 다시 야릇하게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우성 알파의 집착과 소유욕이 엿보이는 강한 페로몬과 끈질긴 애무에 시우는 오늘 제 유두가 뽑힐 지도 모른다는 다소 엉뚱하고 기괴한 상상이 들었다. 시우는 도재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도 돌려보기 위해 제 엉덩이를 바르작바르작 도재의 페니스에 비비며 간절히 부탁했다.
“하읏…! 여보, 저, 저… 다른 데…! 다른 데, 만져주세요…! 읏.”
“왜? 안 나오는 거나 먹으라며? 하아… 근데 안 나와도 존나 맛있다 시우야.”
도재는 퉁명스럽게 답해 놓고 그래도 안 나와서 맛없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우유는 안 나오지만 꽃을 따먹을 때처럼 빨면 빨수록 꿀이 나오는 것만 같아 자꾸만 더 세게 빨게 되었다. 맛없다는 소리는 장난으로라도 차마 나오지 않았다.
“하응… 아니, 아니… 뒤에서… 자꾸 뭐가 나와요… 흐앙.”
도재의 말대로 유두는 빤다고 뭐가 나오진 않았는데 만져 주지도 않은 시우의 뒤는 서서히 젖어들다 왈칵 애액이 흘러나왔다. 이에 익숙하지 않은 시우는 수치스럽기도 하고 너무 생경한 느낌이라 절로 우는 소리가 나왔다.
뒤로 애액이 나오지 않을 때는 그저 오메가가 되면 섹스할 때 좀 더 수월하겠다 하는 생각뿐이었는데 막상 진짜 울컥울컥 흘러나오니 제 몸의 변화가 두려운 시우였다. 평생 모르고 살던 오메가의 세계를 하루 만에 독파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시우의 말에 도재가 시우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보았다. 시우의 향이 가득 배어 있는 물로 축축이 젖어 미끈거리는 뒤가 만져졌다. 도재가 그 미끈거림을 느껴보듯 손가락을 놀릴 때마다 시우는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것 같아 놀라 움찔거렸다. 훌쩍훌쩍 코를 먹으며 새끼 강아지마냥 도재의 품에서 낑낑거렸다. 하읏…! 하읏…!
이게 뭐야, 하고 엉엉 목 놓아 울고 싶은 심경이었는데 혹시나 오메가가 되어 싫은 거라고 도재가 오해할까 하여 오열은 참았다. 참느라고 도재 보기에 되려 더 아련하고 측은하게 울었지만 말이다.
도재는 시우의 눈가에 쪽쪽 뽀뽀를 내리며 시우를 달랬다.
“이쁜 짓 해놓고 왜 울어. 많이 젖어서 너무 예쁜데.”
도재는 시우와 눈을 똑바로 맞추며 팬티에서 손을 빼내어 시우의 애액이 잔뜩 묻은 제 손가락을 빨아 먹었다. 시우가 울 때마다 눈물이 아주 쏙 들어가게 달래주는 도재였다. 다만 눈물이 들어가게 해주는 대신 얼굴이 불타오르게 만든다는 함정이 있었다.
제 오메가의 페로몬이 응축된 물을 마시니 좀 더 느긋하고 진득하게 즐기다 넣을 생각이었던 도재가 마음을 바꿔 먹었다. 씨발, 이걸 어떻게 참아.
마약이라도 빤 듯 눈빛에서 이성이라는 게 증발되어버린 도재가 제 위에 올려 앉힌 시우를 그대로 밀어 눕힌 뒤 폭삭 젖은 시우의 속옷을 벗겨 던져버렸다.
“시우야, 다리 벌려.”
귓가에 울리는 도재의 나직한 음성에 시우는 손으로 오금을 잡고 다리를 접어 벌렸다. 제 몸을 관통하는 도재의 열렬한 시선이 창피했지만 예쁘다고 제 무릎에 촉- 촉- 입 맞춰주는 도재 덕분에 시우도 달아오를 때로 달아올라 빨리 제 안으로 도재를 받고 싶었다.
검지와 중지를 붙인 도재의 손가락이 시우의 구멍을 오갔다. 쿨쩍쿨쩍 음탕한 소리가 울리기에 도재는 당장에 제 좆을 쑤셔 박고 개처럼 허리를 털고 싶었다. 하지만 구멍에 윤활제 좀 발렸다고 안 풀고 막 넣어도 되는 건 아니었다. 도재는 손가락을 놀려 물이 흥건한 제 오메가의 소중한 구멍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많이 다급한 손길이었다.
‘애기 이제 손가락 말고 좆 먹을래요? 넣어도 되겠어요?’ 쪽쪽 입을 맞추며 물어오는 도재에 시우가 페로몬을 흘리며 고개를 살포시 끄덕였다. 시우는 이미 도재의 핑거링에 허벅지를 벌벌 떨며 드라이로 가버린 지라 육성으로 대답할 힘이 없었다. 시우가 뿌린 페로몬에 좆이 한 번 크게 꿈틀한 도재는 귀두 끝을 구멍에 맞추고 한 번에 푹 쑤셔 박았다.
“하으응…!”
축축이 젖어있는 터에 시우의 안은 도재의 좆을 흡입하듯 쑥 받아들였지만 그 안은 여전히 빠듯하게 도재를 조여 왔다. 도재가 아드득 이를 갈며 평소보다 험한 욕지거리를 뱉었다.
도재가 예고한대로 도재는 평소보다 훨씬 강하고 질펀한 허리 짓을 자행했다. 평소에도 세게 한다 생각했는데 시우는 그간 도재가 저를 많이 봐주었음을 깨달았다.
상대는 새끼 강아지인데 도재는 러트라도 온 양 발정 나 짝짓기를 하는 맹수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너무 빠르고 격하게 박히는 터라 억! 억! 숨이 넘어가면서도 시우는 도재를 말리지 않았다.
‘시우야, 시우야.’
시우가 제 이름을 내리 불러주며 사랑을 박는 도재를 말릴 수 있을 리 없다.
***
재미없는 대딩 시우는 어쩌다 보니 기말고사가 끝난 날, 이 땅에 그 어떤 스물한 살 대학생보다도 뜨거운 밤을 보낸 뒤 시름시름 앓아누웠다.
보통의 경우 중학생 때 발현을 하기 때문에 발현이 시작되면 약을 먹고 부모에게 병간호를 받지,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와 붙어먹는 일은 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성숙한 알파 애인이 있는 스물한 살의 시우는 발현 첫날의 경사를 만끽하듯 침대를 부술 기세로 밀어붙이는 도재와 잔뜩 뒹굴어 버렸고 발현통에 격한 섹스의 후유증이 겹쳐 하루 종일 링거를 맞으며 골골거려야 했다.
히트 사이클 때나 알파의 정액이 약이지 발현통은 극심한 몸살감기에 걸린 듯 온몸에 오한이 들고 근육통이 오기 때문에 이에 근육통을 더 추가하는 짓이나 다름없는 섹스는 독이 되어버린 것이다.
씩씩하게 밥도 잘 먹고 반질반질 잘 크던 강아지가 미음 한두 숟가락을 받아먹으면 못 먹겠다 입을 다무니 도재는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니었다. 조금 더 먹고 얼른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다 싶지만 도재는 더 이상 먹여보려 시도하지 않고 손을 거두었다. 일전에 시우가 떠먹여 주기까지 하는 도재의 성의를 거절하기 미안해 억지로 받아먹다 토를 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시우는 너무 당황한 와중에도 주눅이 들어 이불을 더럽혀 죄송하다 사과했다.
‘뭐가 더러워. 하나도 안 더러워.’ 도재의 따듯한 음성에 시우의 눈에선 왈칵 눈물이 터졌다. 나중엔 토해놓고 제가 뭘 잘했다고 우는 건지, 우는 게 머쓱하고 창피해서 그만 그쳐보려 했는데 그쳐지지 않았다. 제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몸뚱어리에 속이 상해 더 크게 울어버렸다.
‘울지 마 시우야, 우니까 자지 섰잖아. 아프면서 자꾸 남편 자지를 세우면 어떡해 아가.’
도재가 세상 남사스러운 말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내뱉어 시우를 뚝 그치게 했다.
시우는 도재가 저를 달래주기 위해 부러 야한 농담을 한다 생각했지만 도재는 진심이었다. 진짜 제 새끼일지언정 울면 미울 것 같은데 시우가 울면 너무 꼴려 아래가 동했다.
도재의 진심을 모르는 시우는 서러운데 자꾸 달래주는 사람이 생겨 나중엔 혼자서 이겨내는 법을 잊어버리는 게 아닐까 무섭기까지 했다. 밥을 잘 먹는 게 예쁜 짓인지, 토를 안 하는 게 예쁜 짓인지 식사 때마다 고민이 되었다. 아무래도 토하는 게 더 민폐라는 생각에 그만 먹겠다 입을 다물고 도재의 눈치를 살폈다.
애가 툭 치면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울망울망한 눈동자를 매달고 많이 못 먹어서 미안하다는 기색을 띠니 도재는 그저 괜찮다 머리를 쓸어줄 뿐 더 먹어보라 권하지 않았다. ‘울면 또 자지 선다. 애기 뚝 해.’
멀쩡할 때도 보고 있으면 한번씩 이유 없는 짠함이 몰려오는 애가 아프니까 더 가련해져서, 도재는 발현통을 겪는 시우를 내내 품에 안고 있었다.
얼굴은 반쪽이 되었는데 품에 안아 엉덩이를 토닥이면 엉덩이는 또 그대로 토실토실했다. 아픈 애를 상대로 자꾸 발정이 나는 도재였지만 시우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시우만의 향기를 맡는 것으로도 꽤나 만족하였다. 젠틀맨에는 썩 취미가 없는데 시우 앞에서 좋은 사람이고 싶게 만드는 향기였다.
시우는 저를 앓아눕게 만든 장본인의 품에서 속도 없이 잘도 잤다. 도재가 제 가슴팍에 콕 박혀 새근새근 자는 시우의 이마에 자꾸 뽀뽀를 하는데도 귀찮아하지 않고 배시시 입꼬리를 올렸다. 온순한 강아지는 비록 밥은 잘 못 먹었지만 영양 수액을 맞으며 잠은 쿨쿨 잘 잤다. 그렇게 시우는 딱 3일 만에 씻은 듯 발현통을 가라앉혔다.
발현통은 시간이 약이고 없어지기만 하면 바로 씻은 듯이 낫기 때문에 미음도 잘 못 먹던 시우는 낫자마자 구운 소고기에 물냉면을 호로록호로록 맛있게도 먹으며 다시 귀여움을 떨었다. 시우가 살아나니 온 집안에 생기가 돌고 은은한 꽃 냄새가 퍼졌다. 집이 마치 안주인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어제까지 아파서 몸져누워 있던 애가 살얼음이 동동인 물냉면을 잘도 먹기에 찬 거 먹지 말라 잔소리를 하려던 도재는 그냥 관두었다. 워낙 뭐가 먹고 싶다 떼를 쓰지 않는 애라 그냥 잘 먹는 게 있으면 먹여야 한다. 그래도 걱정은 되기에 냉면을 먹지 말라는 소리 보다는 고기를 많이 먹으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
“우리 시우 소 좋아하잖아, 소 많이 먹어.”
“진짜 맛있어요.”
“그렇게 맛있어?”
“네… 헤헤.”
“하긴 강아지는 육식동물이지. 횡성에 놀러갈까?”
“진짜요?”
시우는 너무 어려서 집에 혼자 놔두면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수준이 아니었을 때 빼고는 가족들의 여름휴가에 함께하지 않았다. 가서도 어차피 눈칫밥인데 오히려 집에 혼자 있는 게 더 편했다. 그러니 대충 라면이라도 끓여 먹던지, 알아서 있는 걸 찾아 먹을 수 있는 나이부터는 따라가지 않았던 거다. 가족들도 그걸 원했고. 사실은 너무 외로워서 되게 끼고 싶었지만 저도 제 속을 부정하며 살아왔다.
시우는 제가 소고기를 좋아하니 횡성에 놀러 가자는 도재 때문에 마음이 설레 페로몬을 퐁퐁 흘렸다. 설령 집 앞마당에 텐트 하나 치고 보내는 여름휴가일지라도 저를 데려가 준다는 게 중요한 애였다.
기분 좋은 시우가 뿌리는 페로몬에서 강아지 꼬리가 붕붕 흔들리는 듯한 환영이 보여 도재가 피식 웃었다. 소고기 굽는 냄새보다 네 냄새에 환장하겠다, 꼬맹아.
“진짜지 그럼. 뉴질랜드도 가자. 한국 너무 덥다.”
“진짜요? 저도요…?”
“아니 그럼 우리 애기 방학했는데 두고 갈까 봐? 명색이 영문과인데 방학마다 어학연수 해야지.”
직장에 썩 구애 받는 삶이 아니라 시우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는데 시간적 제약이 없는 도재는 시우 혼자라면 절대 안 보내줄 거고, 취업도 못하게 할 거면서 스펙을 운운하며 어학연수를 시켜주겠다 했다. 그렇게 공부 참 좋아하는 서시우의 동경 어린 눈빛과 넘치는 사랑을 적립했다.
“어이구, 그렇게 좋아? 그럼 겨울방학엔 영국 가던지.”
도재가 덧붙인 한마디에 시우에게서 나오는 행복의 페로몬은 멈출 줄 몰랐다. 시우가 행복해하니 도재도 행복했다.
하여간 자꾸 뭘 해주고 싶게 만든다니까.
***
불안정하던 시우의 페로몬은 머지않아 우성의 조절력과 우아함을 갖추어 갔고 시우는 이제 자신이 페로몬을 얼마나 흘리고 있는지, 어떻게 갈무리 하는 건지 감을 잡았다.
집에서 도재와 단둘이 있을 땐 폴폴 페로몬을 흘려대는 아기 오메가 주제에 밖에 나가서는 기품 넘치는 페로몬 컨트롤을 펼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 도재였다. 어쩌다가 이런 신통방통한 애를 잡았을까.
시우는 베타라는 이유로 괄시 당하며 자라왔기에 스스로 쭈그리고 살아 그렇지 베타였을 때도 절대 범상한 외모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저를 괄시 당하게 만들었던 이유도 사라졌고, 도재가 제 옆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으니 사랑받지 못한 아이의 얼굴에 졌던 그늘이 걷혀 누구든 한 눈에 매료시키는 아름다운 청년 오메가로 피어나게 되었다. 도재에게는 청년은커녕 아직 청소년도 못 되는 마냥 아기였지만 말이다.
정원에 심은 물망초에 직접 물을 주고 들어와서는 덥다고 헥헥 거리기에 뒤뜰에 있는 수영장에 풀어주니 첨벙 거리고 노는 건 여전히 꼬맹이 그 자체였다.
시우는 오메가로서의 행실과 제약에 묶여 자라지 않고 베타인 남자아이로 커서 그런지 청량하고 활달한 소년미가 있었다. 그래서 더 남들과 구별되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오메가였다. 도재는 똥강아지처럼 근본 없는 수영을 하며 신나게 노는 시우를 감상하듯 빤히 바라보았다.
약혼 발표를 서둘러야겠다.
“서시우, 이거 마시고 놀아.”
망고 주스를 들고 풀 가까이로 다가간 도재가 종아리를 물에 담그고 앉아 시우를 불렀다.
도재가 이전에 잠영을 했던 게 너무 멋있어 보여 따라하려다 물만 잔뜩 먹은 시우가 캑캑거렸다. 그러면서도 좋다고 실실 웃으며 물살을 휘젓고 다가왔다.
아주 호기롭게 머리가 푹 잠길 때까지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저 혼자 허우적대는 재롱을 피우던 애가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다가와 제 허벅지에 얼굴에 비벼오는 게 귀여워 도재가 시우의 젖은 머리칼을 넘겨주며 물었다.
“하고 싶었던 게 뭐야? 잠수? 근데 잠수하러 들어가서 왜 발버둥을 쳐.”
“……아니… 잠영이요.”
도재가 입 앞에 갖다 대주는 빨대를 기분 좋게 쪽쪽 빨던 시우는 도재의 물음에 숙연하게 답했다.
“가르쳐 줄까?”
“진짜요? 네!”
“수업료는?”
시우가 고개를 들어 입술을 쭉 내밀었다. 도재는 피식 웃으며 두 손으로 시우의 뺨을 감싸고 제 얼굴을 내려 물기 머금은 시우의 입술에 촉- 입을 맞췄다.
물속으로 들어온 도재가 시우의 몸을 잡아주며 차근차근 잠영을 가르쳤다.
‘머리를 위로 들면 몸이 떠. 몸을 바닥이랑 수평으로 해서 물에 가라앉아야 해. 호흡 깊게 들이 마시고 내쉬면서,’
한 삼십 번쯤 똑같은 설명과 시범이 이어졌으나, 시우는 내내 더럽게 못했다. 예쁜 짓도 발전시켜가며 하는 앤데 이렇게 발전 없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팔불출 눈엔 그저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기에 도재는 더럽게 못하는 학생을 가르치면서도 내내 아빠 미소를 입에 걸었다.
자꾸 강아지라 그러니까 진짜 되어버렸나, 어떻게 이렇게 개헤엄만 잘 치지.
그래도 물에 뜨는 게 어디냐며 도재는 제 속마음을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수영을 못하는 게 문제지 영법이 다 무슨 소용이야. 시우에겐 한없이 관대했다.
어릴 때부터 머리 쓰는 건 잘했는데 운동 쪽으로는 영 젬병이던 시우는 열심히 가르쳐 주는데 반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시무룩해졌다. ‘미안하게 괜히 가르쳐달라고 했네….’
“애기 왜 입이 댓 발 나왔어? 키스해줘?”
“아니요… 너무 못해서….”
“시우야, 운동은 섹스만 잘하면 돼.”
시우는 정말 농담 아니라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위로해주는 도재에 웃음이 났다.
“저, 그건 잘해요…?”
퍽 간절한 시우의 눈빛에 구미가 확 당긴 도재가 시우의 손을 끌어다 제 수영복 속으로 넣었다.
“그럼 잘하지. 네가 또 자지 세웠잖아.”
***
수영장 위로 차양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작렬하는 태양에 살갗이 탈 걱정도 없었는데 서로의 페로몬이 녹아든 물 안에 몸을 담그고 나누는 섹스는 온몸이 타 들어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뜨거웠다.
“아앙…! 앗! 앗! 거기, 거기, 그만! 그만…! 하앙…!”
제일 좋아하는 ‘거기’이면서 그만하라고 외치는 시우는 가기 직전이라는 뜻이었다. 이 소리가 들려오면 도재는 씩 웃으며 더 빠르고 집요하게 쿵쿵 그 부분을 찍었다. 섹스 중에 통하는 둘만의 언어가 꽤나 많이 생겼다. 그러다 가기 직전의 직전이 오면 시우는 갈 것 같다고 예쁜 교성을 내지르다 몸을 잘게 떨며 절정에 오른다.
무서울 정도의 쾌감이 몰아닥칠 때 시우는 본능적으로 도재에게 더 꽉 매달려오고 그렇게 오르가슴을 느끼는 시우의 얼굴을 마주보는 건 도재의 흥분을 올렸다. 오르가슴에 수축되는 내벽이 느껴지면 도재는 이가 다 갈릴 듯 빠드득 물며 더 세게 허리 짓을 했다.
“하, 씹… 빨리 뺄게, 빼고 선베드에서 한번 더하자.”
철퍽철퍽 물소리와 함께 윽! 하며 시우의 안에 사정한 도재는 지치지도 않는지 삽입한 제 좆을 빼지도 않고 시우를 안은 채로 물 밖으로 나섰다.
이미 물놀이도 한참을 했는데 수영보다 더 힘든 운동까지 해대서 시우는 너무 허기가 졌다. 아까 먹다 남은 망고 주스라도 좀 마시고 두 번째 판을 시작하고 싶었다.
“저, 저… 저거 좀.”
도재의 흥을 깰까 배고프다 소리도 못하고 흐물흐물 퍼져있는 먹다 남은 망고 주스에 손을 뻗었다. 그 미약한 손짓에 시우의 허기를 알아챈 도재는 깔끔하게 선베드 플레이를 포기하고 시우의 몸에 비치타월을 덮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 해요…?”
“너 배고프잖아. 뭐 먹고 싶어?”
“해도 되는데….”
“우리 애기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었는데 어떻게 밥도 안 먹이고 떡을 쳐. 뽀뽀.”
도재가 내미는 입술에 쪽 뽀뽀를 한 시우가 제 마음을 알아준 도재가 고마워 귓가에 대고 속닥였다.
“그러면… 밥 먹고 이따가… 그… 제가 위에서 해드려도 돼요?”
“네 돼요, 많이 하세요. 아유, 요 기특한 거 이뻐 죽겠네.”
유쾌한 미소를 입에 건 도재가 촉- 촉- 입술을 붙이며 욕실로 향했고 시우에게 내려지는 뽀뽀 비는 함께 샤워를 마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저녁이라기엔 좀 이른 시간이라 간식 삼아 간단히 라면을 먹기로 했다. 수영하고 먹는 라면만큼 맛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원래 이 집구석엔 라면이라는 게 없었는데 꼬맹이 하나가 살기 시작하면서 찬장 한 켠에 라면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주로 시험 기간에 밤새 공부하다 출출하면 먹는 야식용이었다.
아주머니들이 저 때문에 밤늦게 자꾸 거창한 걸 만들어주시는 게 죄송했던 시우가 그냥 라면이면 된다고 간절히 부탁드렸던 결과이다. 도재의 집에 들어오고 나서는 정말 가끔씩만 먹으니 그렇게 별미일 수 없었다.
부엌엔 출입도 잘 안했던 도재는 이제는 한 번씩 들어와 라면 쌓인 찬장을 들여다보았다. 시우가 이 집에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들이나 시우의 손이 닿아 소소한 변화가 생기는 집이 좋았기 때문이다.
“제가 끓여도 돼요?”
어쩜 이렇게 사서 일하는 거 좋아하는 애가 내 짝으로 굴러 들어왔을까, 도재는 인생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굳이 시우를 말리지는 않았다.
“시우가 끓일 거야? 그럼 라면값 받아가.”
도재가 시우의 혀를 진득하게 한 번 감아 올렸다. 이쯤 되면 라면값이 너무 내고 싶어서 그냥 두는 거였다.
시우는 자취생 스타일 간편식은 나름 뚝딱 잘 만들 수 있었다.
식사 때를 놓치면 언제고 다시 저를 위한 밥을 차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어릴 때부터 혼자 라면도 끓여먹고 대충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어 밥만 퍼서 챙겨 먹기도 했다. 가족들이 시우를 빼고 외식을 나가는 날도 많았고 여행을 가는 날도 있었으니 혼자 볶음밥도 수없이 해먹었고 나중엔 국도 끓여 먹었다. 대충 된장 풀고 두부 넣어 된장국, 콩나물과 다진 마늘을 넣고 콩나물국 이런 식이었다.
세상 짠한 이유로 자취를 해본 적도 없으면서 자취 요리를 잘하게 된 거지만 그 덕분에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는 시우가 도재에게 라면만큼은 자신 있게 대접할 수 있었다.
썩 모양새는 중요시 하지 않는 요리사였지만 손은 빨랐다. 대충 썰어 일정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파도 송송 썰었고 계란도 능숙하게 깨 넣었다. 무심한 듯한 그 손놀림이 오히려 고수의 향기를 풍겼다. 하긴 뭘 어찌하든 아예 못하는 도재보다는 나은 실력일 것이다.
도재는 시우의 야무진 뒤태를 보다 가까이 다가가 시우의 허리에 팔을 둘러 안았다. 시우는 등 뒤로 느껴지는 단단한 품이 좋아 젓가락으로 끓고 있는 라면을 휘젓다 배시시 웃었다.
“서시우, 결혼하면 앞치마만 입고 라면 끓여줄 거야?”
“네? 음… 뭐… 네.”
기함을 해놓고 포기는 또 더럽게 빠른 시우였다. 도재가 죽으라면 죽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알몸에 앞치마 정도를 못해주겠나 싶었다. 시우는 부끄러움은 많이 타지만 배포는 큰 사랑꾼이었다.
“우리 예쁜 순둥이 야하고 착하고 혼자 다 하네.”
도재가 발그레 달아오른 시우의 볼에 쪽쪽 뽀뽀를 해주며 더욱 심화된 요구를 했다. 애가 매번 이렇게 나오니 어디까지 들어 주려나 궁금해 놀림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애기 라면 끓이는 동안 나 넣고 있어도 돼?”
“네? 어… 불 앞에서 그런 거 하면 다치는데.”
“넣고만 있는데 왜 다쳐. 안 다치게 하면 넣어도 돼?”
“음… 네, 헤헤.”
시우는 이번에도 쿨하게 허락해놓고 민망한지 고개를 숙였다.
어쩜 한 번을 안 튕기는 앤데 이렇게 안달 날 정도로 예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도재는 이미 시우를 잡았는데도 빨리 안 잡으면 안 될 것 같아 마음이 급했다.
“시우야.”
“네.”
“우리 내일 약혼하자.”
시우는 저를 끌어안는 팔에 더욱 힘을 주는 도재를 슬쩍 돌아보았다. 촉- 도재의 입술에 제 입을 맞추며 대답을 대신하는 시우였다.
***
결혼을 약속하는 게 약혼인데 이미 한 거나 마찬가지였기에 성대하게 파티를 열진 않기로 했다. 시우도 부담스러워 했고 도재도 썩 여기저기 시우의 실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에 실릴 2D 사진까지가 도재가 양보할 수 있는 공개 범위였다.
도재의 부모님이 한국으로 들어와 식사를 같이 하고 부모님들 앞에서 서로 약혼반지를 끼워주는 것으로 소박한 약혼식을 올릴 것이다.
무더운 날씨기에 파스텔 톤의 핑크색 캐주얼 수트를 입고 앞머리를 멀끔히 넘긴 시우는 소화하기 힘든 옷을 잘도 소화해냈다. 꾸며본 일이 잘 없어서 쑥스러워 하는 시우였지만 도재가 불끈 제 성기를 세우기에 예쁘다는 뜻인 줄로 알아듣고 기분은 좋았다.
“서시우, 너 이거 어떡할 거야.”
“다, 다녀와서…! 다녀와서 해결해 드릴게요…!”
도재가 제 앞섶을 가리키며 장난스레 시우를 추궁하자 놀란 시우가 다급히 도재를 만류했다. 예비 시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에 망측한 짓을 할 순 없었다.
도재에게서 기분 좋은 웃음이 터졌다.
“누가 지금 하재? 무슨 상상을 했길래 그렇게 놀라?”
도재는 레스토랑으로 가는 내내 다녀와서 어떻게 해결을 해준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고 캐물었고 시우의 얼굴을 시우가 입은 옷 색깔과 똑같이 만들어 놓았다.
시우가 뭉뚱그려 대충 다 해드린다고만 하고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자 도재는 구체적인 보기를 주어가면서까지 놀려댔다. 미안한데 너무 놀리고 싶었다.
“애기 왜 대답 안 해요? 그래서 자지를 어떻게 해주겠다는 건데? 만져준다고, 빨아준다고, 넣어준다고?”
“흐잉… 그것도 다녀와서…! 일단 다녀와서 생각해볼게요.”
이제 정말 어머님, 아버님 만날 시간이 다 와갔다. 긴장되어 죽겠는 시우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며 제발 좀 닥쳐달라는 뜻을 우는 소리로 대신했다.
도재가 피식 웃으며 시우의 볼에 쪽 뽀뽀를 해주곤 이만 장난에서 손을 털었다.
“어이구. 우리 애기 떨려? 이리와, 안아.”
저를 더럽게 놀리던 사람이 뭐가 예쁘다고, 시우는 도재가 두 팔 벌려 안아준다고 하자 곧장 쫄래쫄래 다가가 안겼다. 그 사랑스러움에 도재가 시우를 끌어안고 부둥부둥 흔들었다.
“근데 저 마음에 안 들어 하시면 어떡해요…?”
“이렇게 예쁘게 하고 와서 그걸 진짜 고민이라고 하는 거야? 네가 마음에 안 들면 누가 들어. 혼자 살아야지 그냥.”
도재의 집안은 정략결혼 따위로 사돈을 맺어 제 사업의 몸집을 부풀릴 필요도 없는 월드 클래스 땅 부자였기 때문에 도재의 부모님은 도재가 결혼하고 싶다 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데에 썩 이의가 없었다. 우성 오메가이기만 하면 되는 심플한 조건이었다.
도재가 골라오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니겠거니, 더럽게 깐깐한 내 새끼가 어련히 골라오겠거니 싶었다. 그래서 갑자기 약혼을 하겠대도 깔끔하게 딱 형질 하나만 확인했다.
머지않아 엄청난 포스의 어머님과 아버님이 등장했다.
도재가 예쁘다, 예쁘다 해가며 다독여주어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켰던 시우는 다시금 침을 꼴깍 삼켰다. 정말 잘 보이고 싶었지만 친부모에게도 사랑을 못 받아본 제가 남의 부모한테 사랑을 어떻게 받나 막연하고 두려웠다.
하지만 시우의 예상과 달리 어머님은 꽤나 호탕한 첫 인사를 건넸다.
“시우랬나? 시우 안녕, 아줌마가 말 놓을게. 어머, 근데 도재야, 얘 완전 애기네.”
***
도재의 부모님들은 시우가 열성 오메가거나 베타였다면 어차피 걸음도 안 하셨을 분들이었다. 왔다는 게 허락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이 자리는 애초에 허락을 받기 위해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자리였다.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건 마치 도재를 키운 어머님이 맞다는 증빙 같아 시우가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래도 친근하게 대해주니 너무 감사했다.
“부모님 안 계시다 그랬나? 어머 잘됐다, 그럼 엄마라고 불러. 어머님은 너무 딱딱하다 얘. 너같이 예쁜 아들 하나 갖고 싶었는데. 어휴, 저 징그럽게 큰 거 하나 낳아 놓고 내가 낙이 없다.”
부모님이 안 계시다는 사실은 보통 알더라도 쉬이 꺼내지 못할 주제인데, 어머님은 그 어떤 배려나 생각 따위 없이 ‘잘됐다’ 그러시는 무신경함까지 도재와 판박이었다. 그럼에도 시우는 엄마라고 부르라 해주는 어머님께 마음을 홀랑 뺏겨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좋다고 꼬리를 흔들었다.
시우가 같은 K대 동문임을 안 도재의 어머니는 삼십 학번 이상 차이 나는 시우에게 선배라고 부르라는 주책을 떨며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엄마든 선배든 둘 중 하나로 부르렴,’
이에 시우는 뭐가 더 어머니의 기분을 좋게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도재와 마찬가지로 극 우성 알파인 도재의 아버지는 풍기는 아우라가 범상치 않아 어머니보다는 좀 더 무섭고 어려웠다. 그런 아버님이 뜬금없이 시우에게 차키 하나를 던져주고는 ‘너 해라’ 하셨다.
나름 남자애라고 하여 생각해서 가져온 것이었다. 새아가 될 아이가 남자 아이라 해서 자동차, 로보트, 공룡 중에 고른 게 자동차였다. 요즘 시대적 사고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받는 이를 생각해준 그 마음만은 고마운 선물이었다.
“우리 시우 수지맞았네. 면허도 없는데.”
시우는 긴장되어 죽겠는데 도재는 부모님이 설령 반대하셨다한들 제 좆대로 할 예정이었던지라 속이 매우 편했다. 아주 속 편히 시우의 무면허를 놀렸다.
“가, 감사합니다.”
얼떨떨한 시우는 일단 감사하다 씩씩하게 답했다.
‘노란색 가지고 왔는데 어째 애가 딱 병아리 같네.’ 혼잣말인지 시우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아버님의 말씀에 시우가 뭐라 반응해야할지 몰라 버둥거리니 옆에 있던 도재가 진정하라며 손을 잡아왔다.
“그냥 너 예쁘다는 거야, 시우 밥 먹어 밥. 꼭꼭 씹어 먹어.”
우성 알파 손주를 낳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은근한 압박은 있었지만 걱정했던 바와 달리 굉장히 화기애애한 식사 자리였다.
120층 타워의 꼭대기 층 레스토랑을 통으로 비워 야경이 참 멋들어졌는데 그 배경을 뒤로 두고 도재가 준비한 반지를 나누어 낀 둘은 약혼을 기념하는 가족사진도 찍었다. 시우에게도 진정한 가족사진이 생긴 순간이었다.
그렇게 소박한 약혼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집에 돌아오니 완전히 긴장이 풀린 시우가 실실 웃었다. 바짝 긴장했었는데 반대하기는커녕 예뻐해 주시니 기분이 들떠 몸이 절로 배배 꼬였다.
아니 왜 나를 예뻐해 주시지? 그럴 리가 있나 생각하면서도 결혼을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닌 결혼을 좀 더 빨리할 수 없겠냐는 말씀을 해주신 건 마음에 든다는 소리일 테니 시우는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도재가 잠시 통화를 하러 나간 사이 시우는 싱글벙글하며 훌러덩훌러덩 옷을 벗고 욕실 앞에서 도재를 기다렸다. 알몸의 예비 꼬마 신랑을 마주한 도재가 이 예쁜 짓의 정체는 무어냐 묻자 시우가 들뜸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헤헤, 샤워 같이 하려고….”
저 데리고 들어가라고 욕실 문 앞에서 헥헥 대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의 깜찍함에 도재는 잠시 심장께를 부여잡았다. 먼저 샤워하고 있으면 어련히 알아서 따라 들어갈까, 마음 찡하게 기다려 주고 있을 건 또 뭐람.
제 옷을 다 뜯어버릴 듯 벗은 도재가 읏챠 시우의 엉덩이를 받쳐 시우를 가볍게 안아 들곤 욕실로 향했다.
“시우야 너 씻기 전에 엉덩이 좀 보자, 꼬리 달렸나.”
시우가 간지러워 까르르 웃었다.
“아니네, 사람 엉덩이네.”
도재는 확인을 마치고도 더럽게 섹시하다며 시우의 엉덩이에서 손을 뗄 줄 몰랐다.
츕츕 혀 얽히는 소리가 떨어지는 물소리 보다 더 크게 울리는 샤워 시간이었다. 키스하는 내내 자꾸 배시시 웃는 시우가 귀여워 도재가 코를 깨물깨물 하니 시우에게서 더 큰 웃음이 터졌다.
“자꾸 웃지 마. 너 때문에 맨날 러트 온 것 같아.”
너무 신나 흥분이 주체가 안 되는 똥강아지는 키스만 하고 곱게 욕실 밖으로 내보내준 도재의 성의가 무색하게 욕실 앞 파우더 룸에서 도재의 좆을 입에 담았다. 시우를 화장대 앞에 앉혀두고 옆에 서서 머리를 말려주던 도재의 벌떡 서 있는 좆이 시우에게 그 존재감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시우는 차마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행복한 강아지는 도재에게도 행복을 전파하고 싶었다.
시우가 혀를 내어 할짝 귀두를 핥고 도재의 눈치를 보았다. 해도 되겠지?
머리도 다 안 말리고 야한 짓 하자고 꼬시는 주제에 눈을 잔뜩 휘며 도재를 올려다보는 눈빛은 무구하기만 했다. 약혼날 밤이니 성스럽게 침대에서 시작을 해보려던 도재는 결국 한참 어린 꼬맹이의 꼬드김에 넘어가 침대까지 가지 못했다.
“하… 안 되겠다. 시우 아 해.”
결국 빨고, 만지고, 박고 별 걸 다 해주는 최고의 약혼 선물을 도재에게 선사한 시우는 원반을 물어온 강아지마냥 뿌듯한 표정으로 도재의 팔을 베고 잠에 들었다.
“사랑해.”
한참이나 시우를 토닥인 도재가 잠든 시우의 머리맡에서 나직이 속삭였다. 시우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시우를 따라 행복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