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시우는 오메가가 된 후로 아직 한 번도 히트 사이클을 겪지 않았다.
러트 사이클과 히트 사이클로 불리는 알파와 오메가에게만 있는 발정기는 짧게는 한 달에 한 번 오는 사람이 있었고 길게는 세 달에 한 번 오는 사람이 있었다. 주기가 개인마다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첫 발정기를 겪어야 제 주기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비하며 지낼 수 있었는데 시우는 지금 오메가가 된지 두 달이 좀 넘어가고 있으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상태였다.
히트 사이클이 온 오메가가 페로몬을 풀어도 발정하지 않을 베타 경호원들을 붙여 등교 때부터 하교 시까지 보호하고 있긴 하지만 도재는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좌불안석이었다. 여름 방학 두 달 간 제가 옆에서 매일 싸고 돌 때 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했지만 사실 주기가 길면 길수록 앞으로 시우의 삶이 편해질 일이니 너무 아쉬워하진 않기로 했다.
‘그래, 발정기가 얼마나 좆같은데 늦게 오면 올수록 좋은 거지.’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불안한 건 별개이니 요즘 도재는 등교 때마다 시우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시우의 대답도 늘 같았다.
“시우, 오늘은 좀 땡땡이를 치고 싶다는 마음이 안 들어?”
“그런 마음은 안 드는데… 가지 말까요…?”
귀가 폭삭 쳐져 저러고 대꾸하니 도재는 도저히 이겨 먹을 수 없었다.
시우는 언제든 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먼저 꼬리를 내려버렸다. 그럼 안 그래도 살아본 적이 없는 기가 더 죽을세라 그냥 도재가 먼저 져주었다.
“시우 가고 싶으면 가야지. 잘 다녀와.”
“네! 다녀오겠습니다.”
‘뽀뽀해주고 가야지.’ 해서 시우가 뽀뽀를 하면 ‘한 번 더 해주고 가.’ 했다. 가는 애를 두어 번 더 불러 세워 질척대긴 했지만 도재는 나름 최선을 다해 쿨해져보는 중이었다.
***
베타인 시우는 베타인 바람에 평생이 고달팠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서 베타로 나왔다는 건 좀 더 진화한 존재로 나왔다는 의미였다.
괜히 인류 스스로가 알파와 오메가를 도태시키고 베타로의 진화를 도모하는 게 아니듯, 짐승이나 갖는 발정기를 사람이 가지면 별 해괴망측한 일이 발생하기 십상이었다.
발정기는 알파든 오메가든 알아서 피하는 게 상책이었기에 제 주기를 파악하고 올 것 같을 때 얼른 억제제를 먹어 시간을 번 뒤 모든 하던 일을 멈추고 귀가해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게 답이었다.
알파나 오메가들은 발현도 하기 전부터 발정기에 대한 교육을 받고 이를 자신들이 타고난 특성 중 하나로 여기며 대처하는 법을 익혀간다. 하지만 베타였다가 오메가가 된 시우에겐 아마 적잖이 충격일 수 있었다.
도재는 걱정되어 죽겠는데 똥강아지는 속도 모르고 씩씩하게 ‘괜찮아요!’ 대답만 잘했다. 도재는 하루에도 열 번씩 지금 당장 목줄을 묶어야 하나 말아야하나 시험에 들었다. 목줄은 각인으로 묶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도재는 시우에게 이미 슬쩍 각인 이야기를 꺼내 본 적이 있었다.
시우는 화영과 태중이 그러하듯 각인이 되면 서로의 페로몬 밖에 느낄 수 없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시우는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당연히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온 얼굴에 도재의 뽀뽀 세례를 받았지만 후에 피가 맺힐 때까지 물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소름이 돋았는지 살짝 몸을 떨며 경악하였다.
동네 미친개한테 잘못 물려서도 아니고, 사람한테 물려서 피가?
알파든 오메가든 서로에게 말고는 발정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정말 평생의 짝이라 여겨지는 사람을 만났을 때만 서로의 동의하에 각인을 하곤 하는데, 이를 위해선 성관계를 맺을 때 나오는 페로몬을 충만히 느끼며 알파가 오메가의 목덜미를 물어야 했다.
꽤나 강하게 물어야 하기 때문에 고통이 심해 히트 사이클 때 하는 게 보통이었다. 꼭 그때 해야만 각인이 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아프니 오메가에게 이성이 붙어있으면 본능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 괜히 아프기만 더럽게 아프고 각인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히트 사이클 중엔 이 각인의 고통이 쾌감으로 승화되었다. 어쩔 땐 본능만 남은 오메가가 상대를 제 짝이라 확신하면 더 물어뜯으라고 유도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각인에 대한 협의는 정신이 똑바로 박혀있을 때 하고 실행에 옮기는 건 히트 사이클 때 한다는 게 룰이었다.
도재는 제 평생 누군가와 각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줄도 몰랐는데 웬 베타 목덜미가 그리도 욕심나더니 이제는 히트 때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룰도 어기고 무뢰배처럼 시우의 목을 물어뜯고 싶었다. 제가 생각해도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다행히 도재는 체념왕 시우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제 욕심을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 애 울려서 뭐 좋을 거 있다고.’
시우의 히트 사이클이 올 때까지 얌전히 각인은 참아주기로 한 도재는 대신 초보 오메가에게 피의 잔소리를 해댔다.
아랫배가 뜨겁고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은 아주 작은 낌새만 스쳐도 바로 억제제를 털어먹고 집으로 오라고 말이다. 이 수업만 다 듣고 가야지, 따위의 안일한 생각은 절대 금물이라고 학구열 높은 꼬맹이에게 두 번, 세 번 강조하였다.
‘무조건 가방 싸서 바로 나와.’
말은 잘 듣는 애라 도재가 그렇게 하라면 그렇게 할 테지만 마냥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아 도재는 말 그대로 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주의를 주었다.
“서시우. 알아들었어?”
“네.”
“착해, 뽀뽀.”
도재는 그 지독한 훈계질에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항상 늠름히 대답하는 시우의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학교를 보내고 픽업하러 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
도재가 제 차를 발견하고 달려오는 시우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너 오늘 멀쩡했어?”
“네!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도재의 큰 손이 시우의 이마를 덮었다. 숙제 검사라도 받는 양 살짝 긴장하는 시우가 느껴져 피식 웃음이 났다. 도재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보다 오감이 예민하여 작은 변화만 있어도 남들보다 빠르게 알아채는 것일 뿐, 의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시우는 도재의 선고를 퍽 애절한 눈빛으로 기다렸다. 그게 귀여워 도재는 얼른 시우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진짜 멀쩡했네, 기특해라.”
도재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시우는 긴장했던 기색을 풀고 헤벌쭉 바보같이 웃었다. 시우의 볼을 한 번 꼬집은 도재가 갓 하교한 애를 차에 태우고 또다시 잔소리에 시동을 걸었다. 도재는 제가 생각해도 너무 한다 싶을 적마다 시우의 귀를 확인했다.
“피 안 나지? 피 안 나네.”
걱정되면 잔소리를 그만 하면 될 일을 혼자 자문자답을 한 뒤 시우의 귓가에 쪽쪽 입술을 찍어주었다.
“그게 그렇게 심해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시우가 세상 극성인 도재에게 물었다. 걱정에 기반한 잔소리는 항상 기분 좋게 듣기에 잔소리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뭐가 어떻길래 이렇게까지 말하는지 궁금했다.
“시우 동물원 가서 사자 짝짓기 하는 거 못 봤어?”
“네….”
그러는 넌 봤냐는 표정을 하는 시우에 도재는 웃음이 터졌지만 초보 오메가의 경각심을 위해 이내 웃음기를 거두고 짐짓 엄한 표정으로 말해주었다.
“번식욕이 끓어올라 짐승들 교미하듯이 그렇게 하게 돼.”
온몸에 홧홧한 열이 오르고 가만히 있어도 성기가 터질 듯이 발기하는데 그 성기를 누군가 톡톡 건드리고 바늘로 찌르는 것만 같다. 게다가 시우는 오메가이니 뒤로는 홍수도 날 것이다.
도재가 제 관자놀이를 짚으며 이를 설명해주었다.
“그러다 알파라도 마주치면 잡아먹을 듯 달려들 텐데, 어휴 생각만 해도 네 남편 골 아파 요즘. 그니까 조심을 해야 돼요, 말아야 돼요.”
시우는 당연히 조심을 해야 한다 답했지만 제가 과연 짐승처럼 도재에게 달려들 수 있을까 의심했다. 그런 박력이 제게서 가능하리라고 생각지 않는 시우였다. 베타 인생이 이십년, 오메가 인생이 2개월 차인 시우의 합당한 의심이었다.
***
이렇게 피의 잔소리를 들으며 두 달 반이 지나고 거의 3개월이 가까워올 때쯤, 시우의 첫 히트 사이클이 찾아왔다. 다행히 도재에 의해 행동강령이 거의 세뇌되어 있던 시우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다 약간 이상하다는 낌새를 차리자마자 페로몬을 억누르는 약을 먹고선 급하게 귀가하였다.
이제 집 안팎으로 그 어디에도 알파 고용인들은 없었다. 시우에게서 느껴지는 열을 그저 몸이 아파 나는 열과 구분할 수 없는 베타 고용인들은 해열제라도 챙겨드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시우는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 짜내어 필요 없다, 괜찮다 이르곤 방에서 도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
히트 사이클을 처음 겪어 보는 시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도재의 말을 잠시나마 의심했던 것에 대한 벌이라도 받는 것 같았다. 도재의 말은 늘 진리이거늘, 시우는 그 말씀을 잠시나마 의심하여 제 히트 사이클이 이렇게 강하게 온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나 벌 받는 건가…?’
하지만 시우는 벌을 받는 게 아니었다. 우성이라 좀 더 세게 왔지만 히트 사이클은 원래 다 이런 거였다.
시우는 자기가 뿜어내는 페로몬 농도에 숨을 못 쉴 정도였다. 몸이 너무 달아올라 옷을 전부 벗어 던져버렸는데 개중 속옷은 물컵이라도 쏟은 듯 축축하고 무거워 벗기도 힘들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물망초 꽃밭에 가랑비가 내린 듯 무겁게 가라앉은 진득한 향기가 온 방 안에 진동을 했다.
회사에 나와 있던 도재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어쩐지 오늘 영 보내기 싫더라니.’
매일 보내기 싫었으면서 괜히 대단한 촉이라도 왔던 척한다. 도재네 집 꼬맹이는 오늘 아침에도 영 땡땡이를 칠 마음이 없으셨고 착실히 등교를 했다. 도재는 그 바람에 속을 좀 끓였지만 그래도 시우가 단번에 수업을 포기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방에서 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곤 흐뭇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도재는 똑똑한 시우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기 위해 가는 길을 서둘렀는데 같은 시각 시우는 도재가 엉덩이를 두드리는 상상만 해도 가버릴 것 같은 격동의 히트 사이클을 겪고 있었다.
“어흐윽…!”
학교에서 먹은 약이 시우를 무사히 집까지 오게 했지만 알파의 페로몬이 배어 있는 집에 오니 눌렀던 열기가 무서운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시우는 약을 좀 더 먹어볼까 고민했지만 도재가 곧 올 테니 최대한 버텨 보기로 했다.
사자가 어떻게 짝짓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우는 제 이성이 휘발되어 감을 실시간으로 느끼며 도재의 사파리 타령이 과장이 아니었구나 깨달아가는 중이었다.
사춘기 때 자다가 몽정을 했던 거나, 샤워를 마친 도재의 몸을 보고 저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던 게 인생 최대의 발정인 줄로 알았던 시우에겐 가히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눈이 점점 뒤집혀 공포고 충격이고 생각할 것도 없이 다 잊어버렸다. 알파의 성기를 마음껏 핥다가 제 구멍에 쑤셔 넣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시우가 딱 죽겠다 싶을 때 도착한 도재는 방문을 열자마자 이를 악 물었다.
“씹.”
숨을 들이쉬면 산소가 아닌 시우의 페로몬이 폐 속을 가득 메우는 듯했다. 도재는 시우를 발견하기도 전부터 아래로 피가 몰렸다.
도재가 한 발짝씩 걸음을 떼어 침대를 향해 다가갔다.
시우는 침대에 엎드려 도재의 체취가 남아있는 이불에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제 성기를 비비다 엉덩이를 들어 제 손가락을 구멍에 찔러대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시우가 침대 시트를 축축이 적시고 뒤로 자위를 하는 모습은 도재의 머리도 터지게 만들었다. 열 가닥의 이성이 있다면 딱 한 가닥만 남겼다.
도재는 발정난 제 반쪽과 함께 저 또한 흐드러지기 십상인 이성의 마지막 한 가닥을 간신히 부여잡고 애기가 애기를 가질만한 짓을 참기 위해 꽤나 애를 써야할 예정이었다.
훅 스미는 알파의 냄새를 맡은 시우는 베개에 묻고 있던 고개를 슬쩍 돌려 옆을 보았다. 도재의 얼굴이 보이니 시우는 제 손가락을 더 빠르게 놀리기 시작했다. 하응…!
‘앞으로는 못하더니 뒤로는 잘하네, 하여간 서시우 발정도 예쁘게 나.’
도재는 더럽게 꼴리는 그 장관을 보며 제 옷을 전부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제 살에 천 쪼가리 같은 게 닿아있는 걸 참을 수 없어 손을 성급히 놀렸다.
시우의 살덩이를 온몸에 감고 싶었다.
시우는 도재의 탈의를 지켜보며 사정했다. 하윽…! 아무리 사정을 했다한들 히트 사이클을 위한 최고의 명약은 알파와의 관계뿐이라 자위 한 번으로는 턱도 없었다.
시우는 저를 낫게 할 생명수를 쏘아 올려 줄 알파의 성기를 보며 홀린 듯 도재에게 다가갔다. 침대에 걸터앉아 편히 빨아도 될 것을 시우는 도재의 앞으로 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입을 벌렸다.
알파에 의해 정복당하고 싶은 오메가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좆 달라고 입 벌리고 기다리는 시우를 보며 정복욕이 들끓은 도재는 시우의 턱을 고정해 잡고 시우의 입 안에 제 좆을 물렸다.
양 입가로 침이 줄줄 새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빨아먹는 시우의 뜨거운 혀를 느끼며 도재가 그르렁 짐승의 신음을 뱉었다. 도재가 이를 까득 물곤 시우의 머리칼 사이로 손을 넣어 결 좋은 머리카락들을 헤집었다.
“하… 우리 애기 인사도 안하고 남편 좆부터 찾네, 맛있어요?”
뭘 묻든 대답은 꼭 하는 시우인데 지금 시우는 아무것도 안 들린다는 양 무아지경으로 도재의 성기를 맛보기 바빴다.
“그래 밥 먹을 땐 개도 건들면 안 되지, 천천히 먹어 체할라.”
도재가 살살 시우의 머리를 쓸어주자 이리도 다정한 제 알파를 누구에게도 뺏기기 싫은 오메가는 혀를 내어 성기를 크게 핥으며 제 거라고 침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엉덩이를 들썩였다. 시우가 또 다시 제 손가락으로 뒤를 쑤시려 하자 도재는 시우를 끌어올려 침대로 던졌다.
“쓰읍, 남편 놔두고 어딜 혼자.”
도재도 그렇게 제정신은 아닌지라 던지는 건 꽤나 격하게 던졌지만, 바닥에 꿇고 있다 벌게진 시우의 무릎을 핥아주는 모습에선 퍽 사랑이 묻어났다. 평소 같으면 이런 도재를 보며 심장이 저릿할 시우이지만 발정이 난 시우의 머릿속은 거기 말고 다른 데가 급하다고 성화였다. 무릎 말고, 무릎 필요 없어. 다 까져도 돼.
“흐응…! 빨리…! 빨리이….”
징징 조르고 난리가 난 시우를 보는 일은 또 색달랐지만 도재도 그 모습을 오래 감상할 여유 따윈 없었다. 도재는 발칙하게도 제가 오기 전에 직접 다 풀어놓은 그 구멍에 망설임 없이 제 것을 찔러 넣었다. 윽! 씹….
뜨겁고 질척한 내벽이 놔주지 않겠다는 듯 조여 왔다. 발정기의 오메가는 기다리던 알파의 좆을 물면 피스톤 운동을 위해 잠시 빠져나가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제 안에 들어온 성기를 강하게 옭아맸다.
“시우, 놔줘야 쑤셔주는데.”
제 안이 지금 그러고 있는 줄도 모르는 시우에겐 소 귀에 경 읽기였다.
“하응… 몰라.”
도재가 냉큼 허리를 놀려 간지러워 타버릴 것 같은 그 지점을 푹푹 박아주지 않자 시우는 안달이 나 눈물까지 방울방울 매달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빨리 해라, 세게 해라 시키는 것도 많았다. 알파를 제 뜻대로 조종하기 위한 시우의 페로몬이 도재의 몸에 비 내리듯 쏟아져 내렸다.
‘우리 애기 쪼끄만 게 우성이라고 남편 잡겠네.’
씨익 한쪽 입꼬리를 올린 도재가 도발하는 오메가를 위해 제 페로몬을 더 진하게 풀어주었다. 시우는 입을 벌리고 키스를 조르며 도재에게 얼굴을 붙여왔다. 도재는 당장이라도 잡아먹고 싶은 입술을 꾹 참고 받아주지 않았다. 꼭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어서였다.
“서시우, 나 누구야?”
“하으… 하응….”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못하고 낑낑 앓기만 하는 시우에 도재는 제 좆을 끝까지 뺐다 다시금 콱 찔러 넣으며 한 번 더 물었다.
“서시우. 눈 똑바로 뜨고. 나 누구야.”
“흐윽…! 여보, 여보야… 빨리…! 흐으 빨리…!”
도재는 멀쩡한 정신도 아닐 텐데 또 여보인 건 아는 똑똑한 시우에게 열렬한 키스를 내리며 퍽퍽 욕심껏 제 허리를 쳐댔다.
억! 억! 숨넘어가는 소리가 난무하는 짐승 둘의 교미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
시우의 체력이 다해 나가떨어질 때까지 박아주던 도재는 사정 전에 얼른 제 성기를 빼내어 시우의 아랫배에 제 씨들을 뿌렸다. 발정기는 번식을 위해 갖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 뜨겁고 질척해진 오메가의 내벽이 알파의 노팅을 유도했다. 미리 빼지 않고 평소처럼 안에다 사정을 하면 그 안에서 그대로 성기를 부풀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의심의 여지도 없이 확실한 임신이었다.
참기 더럽게 힘든 이걸 시우가 졸업할 날까지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급 눈앞이 깜깜해진 도재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괜히 죄 없는 시우의 아랫배를 제 성기로 툭툭 쳤다. 제가 싸질러 놓은 정액이 얕게 튀었다.
시우는 도재의 좆에 묻은 제 생명수를 날름날름 야무지게 핥기 시작했다. 알파의 정액이 제가 먹어야 할 약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하… 예쁜 짓 하니까 봐준다, 아가.”
만족스러울 만큼 도재의 좆을 깨끗하게 빨아먹은 시우는 헥헥 숨을 몰아쉬며 잠시 섹스의 여운을 만끽했다. 그러다 눈이 감겨옴을 느꼈다. 발정은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체력이 다한 탓이었다.
‘한 번만 더 하고 싶다, 딱 한 번만 더 하면 싹 가실 것 같다.’
잠들기 전 머릿속으로 드는 생각까지 전부 섹스 생각이긴 했지만 아까 혼자 열이 올라 힘들 땐 죽어도 안 올 것 같던 잠이 오는 게 신기했다. 아랫배는 도재의 정액으로 범벅을 한 주제에 시우는 퍽 아기 같은 표정으로 새근새근 단잠에 빠져들었다.
***
잠든 시우를 바라보며 가슴께를 다독여주던 도재도 시우의 옆에서 함께 눈을 붙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잠시 낮잠에 들었던 시우가 살포시 눈을 떴다. 다시금 올라오는 홧홧한 열기와 울컥울컥 흘러나오는 애액이 시우의 잠을 깨웠기 때문이다.
자고 있는 도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시우는 시선을 살짝 내려 도재의 아래를 훔쳐보았다. 보고만 있는데도 아래로는 홍수가 터지고 입에서는 침샘이 터졌다.
‘아, 맛있겠다.’
진짜 딱 한 번만 더 하면 싹 나을 것 같았는데 당장 눈앞에 알파의 단단한 성기가 놓여있으니 어린양은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다.
꼴깍, 고요한 방 안에 침 넘어가는 소리가 퍽 크게 울렸다.
시우는 살금살금 도재의 위로 올라가 이미 벌름거리며 받아먹을 준비를 마친 제 구멍에 도재의 성기를 끼워 맞췄다.
“하윽…!”
끝 모를 곳까지 조심스레 내려앉으니 시우는 제 안을 가득 채우는 알파의 성기에 충만한 만족감을 느꼈다. 계속 이렇게 연결된 채로 살고 싶을 만큼 그저 좋다는 느낌이었다.
“아 맛있다.”
시우가 혼잣말로 감탄을 내뱉었다.
애가 바르작댈 때부터 진작 잠에서 깬 도재는 얘가 어디까지 하나 계속 자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일어나자마자 남편을 따먹으며 맛있다 그러는 발정난 강아지에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결국 눈을 떠버렸다.
“시우, 빨리 일어나서 좆 달라고 시위 하는 거야?”
무아지경인 시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기 쾌감 외에는 눈앞에 뵈는 게 없는 이 이기적인 꼬맹이가 이제 삼 개월에 한 번씩 저를 찾아올 생각을 하니 도재는 퍽 흐뭇했다. 이 또한 도재와 시우, 단둘이서만 공유할 또 다른 세상이었다.
도재가 상체를 일으켜 시우를 마주 안았다. 얌전히 폭 안겨서도 아래로는 콩콩 방아를 찧는데 열중인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다.
이렇게 발정이 심하게 나는 애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온 형질이 섞여 다니는 캠퍼스를 누볐다니, 혹여 큰일이라도 났으면 어쩔 뻔 했나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든 도재는 분주한 그 엉덩이를 한 대 찰싹 때렸다.
아프진 않아도 순간 따끔할 법한 세기였는데 시우는 스팽킹 당한 엉덩이를 더 격하게 놀려 쿵쿵 찧어 댔다. 도재의 뜨거운 손바닥은 발정 난 오메가의 흥분만 돋구었을 뿐 썩 꾸중으로써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하앙…! 앙! 앙! 좋아, 하읏…! 좋아….”
혼내도 혼내는 줄 모르고 갈수록 야해지기만 하는 시우에 도재는 반대쪽 궁둥이도 찰싹 올려붙였다. 아앙…!
시우가 도재의 목 뒤로 팔을 감은 뒤 도재의 한 쪽 어깨에 제 이마를 기댔다.
이로써 시우의 먹음직스러운 목덜미는 도재의 입 앞에 친히 놓여졌다. 시우의 본능은 저를 잡아먹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빨리…! 하읏…! 빨리….”
도망가면 묶어놓고라도 물어뜯을 생각이었는데 되려 보챘다.
도재가 한 팔로 시우의 몸통을 감싸 단단히 부여잡은 뒤 미친 듯이 허리를 튕겨 올리기 시작했다. 시우가 직접 내리 찍던 세기와는 차원이 다른 강한 자극이 발정 난 오메가의 갈증을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퍽! 퍽! 퍽! 퍽!
자비 없이 쳐올리는 제 허리 짓에 시우가 정신 못 차리는 틈을 타 도재는 늘 탐내던 그 자리에 제 이를 사정없이 박아 넣었다.
콱,
고통보다 큰 짜릿함이 찾아왔다.
“어흐윽…!”
맹수에게 잘못 걸린 고라니 같은 모양새였지만 달아오른 제 아래를 들쑤셔주는 크고 단단한 성기에 취한 시우는 제 목을 가만 내어준 채로 반항하지 않았다. 협조적인 오메가 덕분에 각인은 애 먹이지 않고 금세 이루어졌다.
둘은 온몸의 피가 새로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그리고 그 전율은 둘의 결합된 중심부로 모여 길게 지속되었다.
각인이 제대로 되었을 때 드는 느낌이 있다더니 도재와 시우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추상적인 표현의 정체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완연한 안정감이 두 사람의 손에 쥐어진 듯 했다.
‘역시 내 거는 내 거라고 표시를 해야지.’
지금까지 살며 본 중 가장 큰 만족감을 맛본 도재는 피가 맺힌 그 곳에 촉- 입맞춤을 내리며 의젓하게 불주사를 견딘 시우를 위해 더 강하게 허리를 털어주었다.
“으응! 아응…! 앗…! 아앗…! 거기…! 거기…! 허윽….”
도재의 어깨에 침을 줄줄 흘리며 자지러지던 시우가 몸을 벌벌 떨며 정액을 쏟아 낼 때, 허리를 튕기던 도재는 얼른 제 성기를 시우의 몸에서 빼내었다. 알파의 씨를 제 안에 가득 담고 싶어 하는 발정기 오메가의 안은 제게 오르가슴을 선사한 알파의 성기를 붙잡고 빨리 씨를 뱉어 내라며 졸라댈 것이다.
그 안에 더 머무른다는 건 시우의 휴학길을 의미했기에 도재는 시우보다 아주 약간 더 남아있는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속도위반을 막았다. 학교를 못 가게 되면 슬퍼할 시우를 위해서도 있지만 제게만 쏟아지는 충직한 시우의 사랑을 자그마한 핏덩이들과 나눠 갖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었다.
시우는 도재가 제 안에 싸주지 않고 좆을 빼내자 간식 뺏길까 무서운 똥강아지마냥 잽싸게 납작 엎드려 도재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도재는 양손으로 기둥을 잡고 쭈웁쭈웁 제 성기를 빨아먹는 시우를 황홀하게 내려다보다 밀려오는 사정감에 고개를 젖혔다. 으윽…!
시우는 도재의 귀두 끝에서 흘러나오는 뜨겁고 진득한 천연 힛싸 치료제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전부 받아 마셨다. 비로소 제 안의 데일 듯한 뜨거움이 서서히 진정되어감을 느꼈다.
도재가 시우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시우를 주욱 끌어올렸다.
“시우, 안아.”
도재가 두 팔을 벌려 안아준다고 하자 시우는 기다렸단 듯 안겨왔다. 도재는 그런 똥강아지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주고 저도 시우를 제 품 가득 감싸 안았다.
잠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안고 있자니 둘의 심장박동에는 금세 안정이 찾아왔다.
“서시우, 남편 자지 먹고 다 나았어?”
“네….”
점점 제 정신이 돌아오고 있는 시우는 몸의 열기가 가라앉을수록 얼굴은 벌겋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미쳤다, 돌았다, 정신 나갔다. 시우는 여러 가지 표현으로 자신을 자책하며 도저히 도재를 볼 낯이 없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제야 부끄러워? 남편 눈도 못 붙이게 하고 자지만 찾더니.”
“…죄송해요.”
주인에게 찡얼찡얼 생떼를 썼던 것도 미안하고, 자는 사람 위에 올라타 방아를 찧은 것도 미안하고, 아무튼 본의 아니게 미운 짓을 많이 한 것 같아 시우는 풀이 죽었다. 시우는 변명도 못하고 그저 속상해 했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내가 왜 그랬지….
조금 더 놀려먹고 싶었지만 첫 히트 사이클이기도 했고 각인도 잘 참아냈으니 도재는 포상의 개념으로 그만 놀림을 멈추기로 했다. 아주 울겠네, 울겠어.
“뭐가 죄송해. 우리 애긴 발정 나도 예뻐. 뽀뽀.”
도재의 따듯한 음성에 배시시 안도의 미소를 띠운 시우가 쪽- 입술을 붙여왔다.
손 달라면 손 주고 뽀뽀하라면 뽀뽀하는 차분하고 말 잘 듣는 똥강아지가 돌아와 도재는 쪽쪽쪽쪽 무수한 뽀뽀 세례로 돌아온 시우를 맞아주었다.
짐승의 포효 소리가 뒤섞인 교성이 난무하던 둘의 침실은 이내 간지러우면 터지는 시우의 까르르한 웃음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도재에겐 야한 꼬맹이도 퍽 장관이었지만 저로 인해 생글생글 웃는 아기가 역시나 제일 예뻤다.
***
각인을 하고 나니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이 가신 도재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신수가 훤했다.
그리고 이제는 좀 더 쿨하게 시우를 학교에 보내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경호원들을 붙여 교내 생활 하나하나 사소한 것까지 전부 보고 받고 있지만 결석을 권유하는 일은 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러니 더럽게 안 간다고 느껴지던 시우의 학교생활도 훌쩍훌쩍 지나갔다.
각인을 하고 불안을 떨친 건 시우도 마찬가지였다.
제 어깨에 난 도재의 잇자국을 보면 언젠가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사그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시우에게 각인으로 남은 흉터는 보기만 해도 뿌듯한 영광의 상처였고 제 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한 결속을 이룬 둘의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
꼬맹인 그저 밥 잘 먹고 건강한 게 최고라는 도재의 육아 방침에 따라 시우는 잘 자라났다. 도재가 아무리 밥을 챙겨 먹여도 키는 더 이상 크지 않았지만 도재가 주는 사랑을 먹고 시우는 마음이 자랐다.
성장하지 못한 마음을 가지고 어쩔 수 없이 어른 행세를 해야 했던 아이가 이제는 진짜 어른이 될 준비를 하듯 마음에 단단한 흙을 다져갔다.
사랑이 고픈 세 살배기에 머물러 있던 시우의 마음에 조금씩 흙이 덮이고 나무가 심겼다.
도재가 저를 귀하게 여기니 시우는 저라는 사람이 퍽 괜찮은 사람이구나 조금씩 자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갔다. 어둡게 드리웠던 그늘이 걷히니 먹구름 낀 날에도 혼자 반사판을 대고 다니는 양 환하게 빛이 났다.
도재는 나날이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시우가 뿌듯하면서도 이러다 다 컸다고 저를 안 찾는 건 아닌가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 걱정이 들 때마다 도재는 뜬금없이 시우를 불렀다.
“서시우, 뽀뽀.”
도재는 제 한마디에 읽던 책도 내팽개치고 쫄래쫄래 다가와 쪽- 입술을 붙여 오는 시우를 보며 걱정할 일도 아니라는 확인을 받았다.
도재의 품 안에서 평탄한 학교생활을 보낸 시우는 어느덧 4학년 졸업반이 되었다.
시우는 여느 친구들과 달리 취업 준비가 아닌 결혼 준비로 바빴다. 그러면서도 신의 학점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어 ‘넌 학점 좋아도 쓸 데도 없으면서.’라는 친구들의 장난 섞인 질타를 받기도 했다.
물론 시우는 친구들의 말마따나 공부를 잘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A+로 가득한 성적을 보여주면 도재가 잘했네, 똑똑하네 하며 엉덩이를 두드려 주기 때문에 시우는 도저히 공부를 못 할 수가 없었다. 초등학생만도 못한 학습 동기라 남들의 웃음을 살 수도 있지만 도재의 칭찬은 시우에게 최고의 원동력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약간 미안하긴 해도 포기할 순 없었다. 대신 친구들을 위해 밥값이나 커피값은 아낌없이 지출하였다. 수업만 끝났다 하면 곧장 학교를 떠나는 귀가 요정이라 술자리도 안 다니면서 후배들에게 가끔 술값을 쥐어주기도 했다.
이제 시우는 운전도 꽤나 능숙하게 했다.
약혼 선물로 받은 병아리색 스포츠카부터 시작해 아버님이 자꾸 생일선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차를 주셨는데 한 번을 안 굴리고 차고에 박아두는 게 미안해 시우는 결국 방학을 이용해 속성으로 면허를 땄다.
멋지게 몰고 다니라고 선물 받은 차인데 기사님께 운전을 맡기고 그 옆에 타고 다니는 건 영 본새가 안 났기 때문이다.
시우의 운전 연수는 당연히 도재가 맡았다. 아주 혹독한 배움의 현장이었다.
“시우, 내 눈치 보지 말고 앞에 봐야지.”
“네… 죄송해요….”
“죄송할 게 아니라 앞에 보라고.”
“네….”
“대답 안 해도 되니까 앞이나 똑바로 봐.”
“…….”
도재는 실로 엄격한 선생님이었지만 시우는 속상해 하지 않았다. 연수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금 따듯하게 안아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애기 다치면 안 되니까 그러지. 시우 혼나서 삐졌어?”
“아니에요… 저 괜찮아요! 헤헤.”
“아이 착해, 뽀뽀.”
도재는 시우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도 전혀 상관이 없었지만 운전만큼은 달랐다. 아예 안 하든가 할 거면 정말 잘 하든가 해야 했다. 때문에 시우는 박 기사님 못지않은 실력을 갖출 때까지 호랑이 선생님을 옆에 태우고 다녀야 했다.
그래도 덕분에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수 있었다.
시우가 대학교 2학년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세상 튼튼해 보이는 검정색 SUV를 몰고 공항으로 향했다. 오늘 결혼 준비를 위해 어머님이 입국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우는 능숙하게 주차를 마치고 도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방금 공항에 도착했어요.”
-서시우, 너 남편은 안 데리러 와? 아주 인천까지 행차하시고 남편보다 엄마가 좋은가 보다?
도재의 어머니는 이제 시우의 엄마가 되었다. 어머님이 먼저 엄마라 부르라 하셨고 도재도 ‘시우 가지고 싶으면 가져.’ 했다.
“아, 아니에요…! 여보가 제일 좋아요, 헤헤.”
-어이구 꼬시기는. 내가 제일 좋으면 내 옆에나 딱 붙어 있을 것이지 멀리도 갔다. 네 남편 회사가 지척인데.
“죄송해요… 저녁에 붙어 있을게요….”
-저녁에? 진짜 딱 붙어 있을 거야?
“네.”
-그럼 넣고 있어야겠네.
하루 이틀 일도 아니면서 굳이 확답을 받으려는 도재 때문에 하루 이틀 일도 아니면서 매번 부끄러운 시우였다. 시우는 누가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제 뒤를 따르는 경호원 형들의 눈치를 한 번 보고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러겠다 답했다.
보이지 않아도 붉어진 얼굴이 눈에 훤해 도재의 입가에 시원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 알았어. 사랑해.
사랑한다 말해주며 전화를 끊는 도재의 음성에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 잠시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시우가 전화기에 쪽쪽 뽀뽀를 하곤 어머님 맞이를 위한 걸음을 서둘렀다.
편한 옷차림을 하고도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어머님이 도착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님을 발견한 시우가 손을 흔들고 그런 시우를 발견한 어머님도 역시 반갑게 다가오셨다.
시우가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건넸다. 어머님의 페로몬 향과 같은 붉은 장미였다.
“어머, 우리 작은아들 고마워. 엄마가 오래 살길 잘했다 얘, 이런 꽃미남한테 꽃을 다 받아보구.”
“엄마야말로 누가 꽃인지 모르겠어요… 헤헤.”
시우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임에도 어머님, 아버님께 싹싹하게 잘해 보려 무던히 노력했다. 다행히 예비 시부모님들은 시우가 용기를 내어 예쁜 짓을 할 때마다 무안 주지 않고 뜨거운 리액션을 해주셨다. 그러니 시우는 나날이 멘트가 발전했다. 가끔 도재가 강남 제비냐고 놀리지만 사랑 받는 새아가가 되고 싶은 시우는 꿋꿋했다.
이번에도 어머님은 활짝 웃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 작은아들 덕에 웃는다.”
어머님의 말 한마디에 사르르 녹아내린 시우는 꼬리를 붕붕 흔들며 행복한 서 기사가 되어 서울까지 안전하게 어머님을 모셨다.
비행기를 꽤나 오래 탔는데 피곤하지도 않으신지 어머님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아들 내외의 결혼 준비에 강행군을 펼쳤다. 반면 어제까지 밤새 과제를 한 시우는 손님들께 대접할 식사의 식전주를 고르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자꾸만 감기는 눈에 안 졸아보겠다고 제 허벅지를 대차게 꼬집던 예비 며느리는 결국 어머님께 졸다 걸렸다. 시우는 어머님의 권유에 따라 웨딩 업체 직원이 가져다 준 담요를 덮고 소파에서 꿀잠에 들었다. 예의상 해본 두 번의 사양이 무색하게 고롱고롱 콧소리까지 내는 시우였다.
시우가 자는 동안 어머님은 본인이 모든 걸 결정해 나갔다. 어차피 제 의견 따위 피력 못하는 결정 장애 시우는 ‘엄마가 좋은 게 저도 좋아요.’ 했다. 제 결혼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어머니께 미련 없이 일임했다.
[애기 잔다]
도재는 누에고치처럼 몸을 말고 자고 있는 시우의 사진과 함께 어머니로부터 온 메시지를 읽으며 미간을 살짝 구긴 뒤 바로 퇴근길에 올랐다. ‘피곤해 하면 집으로 보내지 왜 불편하게 재워.’ 언짢아하면서 저장은 눌렀다.
“이런 거 정할 때 의견차이 때문에 종종 감정들 상하고 하는데 이렇게 평화로운 분들은 처음이에요.”
“우리 애가 그저 책 보는 거 말고는 몰라요. 우리는 공부하라 소리를 해본 적이 없는데 매번 과탑이잖아.”
“어머, 저렇게 잘생기셨는데 공부까지 잘하세요? 정말 대단하시다.”
최상류층의 결혼식 코디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실장은 클라이언트의 흔한 예비 며느리 자랑을 프로페셔널하게 받아주었다. 예비 며느리로 남자 오메가 고객을 처음 받아본 건 아니었지만 십년 경력의 실장도 시어머니 옆에서 퍼질러 주무시는 고객님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여태 본 신랑 중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청년이었기에 자는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갔다. 누가 이런 집이랑 결혼을 하나 했는데 특별하긴 했다.
“나랑 동문이잖아, K대.”
“어머, 정말요? 거기 엄청 공부 잘해야 들어가는 데잖아요.”
“아유 뭘, 우리 애는 영문과. 수능을 그렇게 잘 봤다더라고.”
“와, 영어도 잘하시겠네요! 저는 두 분 다 듣도 보도 못한 미모시길래 정말 친아드님인 줄 알았잖아요, 어쩜 학교도 같은 데 다니셨구나.”
워낙 유명한 고객이라 실장은 이미 시우가 어느 학교인지, 전공이 무언지 웬만한 정보는 전부 알고 있었지만 새삼 처음 알게 된 사실인 양 한껏 오버를 했다.
도재의 어머니는 시우를 데리고 다니며 시우와 닮았단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좋아했다. 저 보기에 예쁜 애가 저랑 닮았다 그러면 기분 좋기 마련이었다.
이 맛에 시어머니 하는구나, 어머님은 직원이 띄워주는 비행기가 꽤나 흡족해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실장에게 따로 수표 한 장을 챙겨 주었다.
결혼식에는 딱 오십 명만 초대될 예정이었고 비슷한 형식으로 도재가 자란 미국에서도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규모는 작지만 누구보다도 돈을 처바를 생각이었다. 실장은 평소 이런 걸 진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며 짜놓은 포트폴리오를 선보였고 화통한 사모님과 함께 선택은 거침없이 이루어졌다.
“사모님, 요즘 식장 입구에 두 분 어린 시절 사진을 전시해 두곤 하는데 그런 건 어떠세요?”
“귀엽겠네. 그건 생각 좀 해볼게요.”
한참 열정적인 결혼 준비가 이루어지는 중에 마침 도재가 도착했다.
곤히 자는 시우를 슬쩍 확인한 어머니는 도재에게 시우 어릴 때 사진 같은 게 있느냐 조심스레 물었다. 시우 쪽은 가족이 일절 없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애기, 애기 때 사진이 하나도 없네.’
도재는 오랜만에 본 어머니께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대충 알아보겠다 이르곤 시우를 업어 들었다.
“저흰 가볼게요, 어머니 알아서 고르세요.”
“참 아무리 내가 낳았다지만, 난 가끔 저 새끼 버리고 우리 시우를 호적에 넣고 싶어.”
고운 입으로 꽤나 험한 소리를 하는 사모님에 현실 웃음이 터질 뻔한 실장은 가까스로 웃음을 참아내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
‘우리 순둥이 잡아가도 모르네.’
어머니가 욕을 하든 말든 미련 없이 돌아선 도재는 잠든 시우의 이마에 쪽쪽 뽀뽀를 내리며 차에 올랐다. 자는 애 볼을 콕콕 찌르며 말을 걸었다.
“어제 과제 한다고 서방 독수공방 시키더니 자냐?”
도재가 답이 없는 시우의 귓불을 만지며 또 말을 걸었다.
“그래 지금 자라. 밤에 안 재울 거니까.”
***
집에 도착하면 안 재울 거라는 도재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신통방통한 시우는 오는 내내 푹 주무시더니 집에 도착할 쯤 되자 껌벅껌벅 무거운 눈을 들어올렸다.
저는 분명 온통 아이보리색인 벽과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를 보며 웨딩 샵에서 잠이 들었는데. 시우는 눈 떠보니 바뀌어 있는 환경에 잠시 상황 파악의 시간을 가지다 깜짝 놀라 토끼눈이 되었다.
“헛…! 여, 여기 어디에요?”
“어디긴, 집 다 왔잖아.”
“엄마는요…!”
“일마저 보고 들어가시겠지. 근데 귀엽게 왜 놀라는 거야? 남편 세우려고 놀라는 거야?”
도재는 참 남의 엄마 말하듯 말했다. 마마보이라 일컫는 사람의 양극단에 서있는 것 같았다.
티 나게 울상이 된 시우는 이걸 어쩌면 좋냐는 애절한 눈빛을 도재에게 보냈다. 10분만 자고 일어나 다시 어머님의 말동무가 되어 드린다는 게 그만 차에 실려 집에 올 때까지 몰랐다.
그러다 이내 이건 제 잘못이지 도재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아니란 판단이 섰는지 시우는 허둥지둥 핸드폰을 꺼내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응, 작은아들 집에 갔니?
“네 엄마, 방금 도착했어요… 죄송해요.”
-죄송하긴. 난 솔직히 내 맘대로 다 골라서 너무 좋아.
“정말요? 저도 엄마가 골라줘서 좋아요! 엄마는 안목이 남다르시니까… 헤헤.”
시우는 제가 말하면서도 제 입 발린 소리가 민망했는지 헤헤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렸다. 다행히 어머님은 시우의 칭찬을 기분 좋게 흡수하셨다. 둘은 굿나잇 인사와 함께 훈훈하게 통화를 종료했다.
사모님 마음을 휘어잡아보려 애쓰는 꼬마 제비를 잠시 봐주던 도재가 이제 그쯤 재롱을 멈추고 주인 품으로 돌아오라 재촉했다.
“서시우, 안 내려? 두고 간다.”
더럽게 잘 먹혀드는 협박이었다. 두고 갈 마음 같은 거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시우는 어디 두고 갈 테면 가봐라 강짜를 부리지 못했다. 상상만 해도 싫다는 듯 시우는 허겁지겁 제 반쪽의 품을 찾았다.
만족스러운 모습에 도재는 시우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주며 허무맹랑한 협박이었음을 고백했다.
“뻥인데. 내가 미쳤어? 우리 애길 두고 가게.”
***
도재는 시우에게 만큼은 두부보다 무르지만 약속한 건 꼭 지키게 만들었다. 꼭 지키게 만드는 약속이란 게 넣고 딱 붙어 있기 따위지만 말이다.
밤새 흔들다 진짜 그대로 넣고 잠든 예비부부는 이미 삽입되어 있는 김에 아침부터 한 판 더 거하게 사랑을 나눈 뒤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욕실 앞 파우더 룸에서 시우의 머리를 털어주던 도재가 잠시 전화를 받으러 나섰다.
너무 오랜 시간 도재의 것을 품고 있던 시우는 혹시 뒤가 다물리지 않은 건 아닐까 엉뚱한 걱정을 했다. 기분 탓이겠지만 왠지 계속 개방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거울 앞에서 뒤돌아 선 시우가 고개를 돌려 제 엉덩이를 확인해보았다.
“서시우 너 학교 늦….”
도재는 기껏해야 스킨로션이나 바르는 시우가 파우더 룸에서 진짜 화장이라도 하는지 하도 나오지 않기에 들어와 본 참이었다. 지각의 가능성을 알려주려던 도재는 손에 시우에게 입힐 속옷을 든 채로 하려던 말을 잇지 못했다.
낑낑대며 제 엉덩이를 거울에 비춰보고 있는 시우를 맞닥뜨렸다. 깜찍했지만 도대체 어떤 의도로 저러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하도 엉덩이가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궁금했나?’
도재에게 망측한 모습을 걸린 시우 역시 낭패감을 느끼며 말을 잇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주 짧은 정적 끝에 잔뜩 놀리고 싶다는 표정을 단 도재가 빙글빙글 웃으며 물었다.
“시우 뭐해?”
“네? 아… 그냥요… 하하.”
어색한 웃음을 짓는 게 그냥 보던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뭐가 묻은 거 같아서 봤냐, 아님 네가 봐도 네 엉덩이가 죽여주는 것 같아서 봤냐, 도재가 이리저리 물었다. 시우는 도재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어 대충 둘러대지 못했다. 정답이 뭔지는 알려주지 않고 도재가 스무고개 하듯 묻는 것에 예, 아니요 로만 답했다. 근데 계속 ‘아니요.’였다.
도재는 맞출 때까지 이 즐거운 스몰토크를 이어가고 싶기도 했지만 시우가 지각할 위기에 놓이면 캠퍼스를 내달릴 테고 그 청량한 모습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기 싫어 시우가 답을 실토하게 만들었다.
“와 남편 서운하네, 예전 같았음 이미 다 말해줬을 걸. 컸다고 비밀 만드는 거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피해보고자 한 시우의 미약한 반항은 결국 우성 알파 덩칫값 못하는 예비 신랑의 삐진 척에 백기를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건 알지만 본인은 진심으로 약간 무서웠던 것 같은 시우의 자백에 도재는 건수 하나 제대로 잡았다는 듯 다물렸는지 안 다물렸는지 제가 봐주겠다며 들러붙었다. 그렇게 도재가 시우의 귀여운 볼기를 벌림으로써 두 번째 판이 시작되었다.
결론은 지각이었다.
이렇게 마음이 급할 땐 운전을 못 하게 하기 때문에 도재가 데려다 주었다.
시우는 도재가 하라고 하기도 전에 ‘옜다 먹고 떨어져라’하듯 성급한 뽀뽀를 도재의 입술에 쪽쪽 찍어 주고 헐레벌떡 내달리기 시작했다. 흩날리는 머리칼이 청춘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다.
학교 늦었다고 뛰어가는 시우의 뒤꽁무니를 한참이나 눈으로 쫓던 도재는 흐뭇한 미소를 얼굴 만연에 걸었다.
아직도 애기긴 애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