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장 (8/14)

8장.

어머님, 아버님은 한국에 들어오실 일이 있어도 절대 도재의 집에 머무르지 않지만 크리스마스는 예외였다. 일 년에 몇 안 되는 가족의 정을 나누는 날이라 그랬다. 이브 날 오셔서 저녁을 먹고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까지 함께 하고 가신다.

시우는 어머님, 아버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히 움직였다. 도재가 등 뒤에 매달려 껄떡대는데도 굴하지 않았다.

“서시우, 나랑 놀아.”

“여보 그럼 이거 같이 옮겨주시면 안 돼요…?”

특별한 날에만 사용하는 세컨 다이닝룸을 세팅하는 중에 자꾸 귀찮게 구는 남편에게 시우는 테이블 옮기기 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온 집안 고용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분주한데 시우의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도재만 한량이었다.

안 되긴요, 해달라면 해드려야죠.

“뽀뽀.”

쪽- 값을 지불 받은 도재가 테이블을 들어주면 시우가 의자를 옮겼다.

다 옮겨주니 시우가 쪼르르 다가와 한 번 더 입술을 붙여왔다.

뽀뽀를 시킨 건 저지만 뽀뽀로 퉁 치고 다시 분주해지려는 시우가 못마땅해 도재는 시우의 얼굴을 놓아주지 않고 입술을 열게 했다. 따듯하고 말캉한 혀를 감으니 아까 챙겨 먹인 홍삼 맛이 났다.

도재는 시우가 무슨 말을 못 하게 입술을 꽉 붙들어 놓았다. 도재의 손이 시우의 바지 안을 침범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읍…!

편한 홈웨어 차림의 시우는 벗기기도 참 쉬운 고무줄 바지를 입고 있었고 힘없는 바지는 한두 번 벗겨본 게 아닌 도재의 손에 의해 1초 만에 스르륵 떨어져 나갔다.

어머님이 도착할 때가 다 되어 마음이 급한 시우는 통 키스에 집중을 못 하고 낑낑거리면서도 도재가 주는 자극에 착실히 신음했다. 으읍…! 음!

도재의 널찍한 손바닥이 엉덩이를 마구 주물렀고 그 끈덕진 손길에 시우의 뒤는 꿀물을 생성 중이었다.

츕, 질척한 소리를 내며 입술을 떨궈주자 혀가 자유로워진 시우가 간절히 애원했다. 애원의 요지는 ‘나 지금 바쁘니까 부모님 가시면 하자.’였다.

도재에게 강력한 거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시우는 혹시 주인 마음이 상할세라 무서워 ‘여보… 여보…’ 끙끙 앓으며 부탁했다.

따먹고 싶다는 마음이 영 거둬지지 않는 모양새라 도재는 음험한 눈빛을 쉬이 지우지 못했다.

“여보 화났어요…? 여보 있잖아요… 저도 하고 싶은데… 저 진짜 많이 하고 싶거든요. 근데 엄마랑 아버님 가시면 하는 게 어떨까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시우에 결국 도재는 피식 웃음이 터졌다. 앞은 반 발기 상태인 주제에 시우의 머릿속은 여전히 이성이 지배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놓아줬다.

도재는 결국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길의 의도를 바꾸어 달래듯 팡팡 두드려주고 시우의 이마에 입맞춤을 내렸다.

“시우한테 화가 왜 나. 나중에 어떻게 많이 할 건데?”

“그… 이것저것, 헤헤.”

시우는 바지를 다시 입혀주는 도재의 손길을 받으며 도서관에 잠들어 있는 망측한 물건이 떠올라 발그레 볼을 붉혔다.

어차피 섹스로 할 수 있는 상상에 한계가 있는 꼬맹이가 이것저것 이래봤자 그 정도가 어디까지일지 뻔히 알면서, 도재는 무슨 생각을 하면 얼굴색이 그렇게 되냐며 시우의 얼굴을 더욱 타오르게 만들었다.

방금 상상한 게 뭔지 공유해달라 성화인 알파값 못하는 남편을 뒤에 매달고 시우는 다시 동분서주했다.

식탁 위에 꽃 장식을 올리고 어머님, 아버님께서 하루 묵고 가실 방에도 화병에 싱싱한 장미를 꽂았다.

크리스마스 정찬은 셰프님을 따로 모셔 차리는데 시우는 주방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집에서 첫 크리스마스를 보냈을 때, TV에서만 보던 셰프님이 와 요리하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도재에게 걸린 이래로 훈남 셰프가 집에 오는 날엔 주방 출입금지였다. 셰프를 본 게 아니라 와인을 부어 프라이팬에 불을 내는 걸 본 건데도 얄짤없었다.

평소 요리 프로를 좋아하는 시우지만 그때 침실로 곧장 연행되어 식전 댓바람부터 흉흉한 페니스로 철퍽철퍽 맞은 이후로는 궁금해도 가지 않았다. 똘똘해서 한 번 훈련시키면 척척인 시우가 오늘도 주방은 아예 없는 공간이라는 양 잘도 지나치기에 도재는 착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쿠킹 쇼보다 주인 칭찬이 훨씬 좋은 시우는 배시시 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어이고, 우리 애기 기분 좋아?”

고개를 끄덕이는 시우에게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니 열심히 일한 자는 당연히 배가 고팠다. 도재가 풉 웃음을 터뜨리곤 지나가던 메이드 아주머니에게 일렀다.

“여기 애 먹을 만한 것 좀 내줘요.”

“어, 어 괜찮아요…! 이따 엄마랑 아버님 오시면 같이 먹을게요.”

시우의 만류는 배고픈 강아지를 그냥 방치할 수 없는 도재에 의해 개무시를 당했다. 아, 귓속말로 선택권을 주긴 했다. 자지 먹을래, 간식 먹을래.

시우는 얌전히 간식을 택했다. 곧 시부모님이 오시기에 옷을 이미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머리를 깔끔하게 올리고 와인색 니트와 검정색 바지를 입었다. 흰 게 튀면 매우 티가 날 차림이었다. 자지를 먹었다간 다시 단장해야 했다.

“그럼 저 딱 바나나 한 개만 먹을게요. 저녁 많이 먹을 거니까….”

어머님, 아버님이 도착해 함께 저녁 식사를 할 때까지 시우는 도재의 허벅지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블루베리 파이 한 조각과 바나나 두 개, 방울토마토 한 주먹을 집어 먹었다.

스물네 살 남자애 뱃구레에 바나나 한 개는 무슨.

“괜찮아 먹어, 잘 먹어서 예뻐.”

빼꼼 눈치를 보던 시우를 편안히 풀어주는 말이었다. 시우는 저 한 입 먹을 때마다 도재에게도 한 입 권했다. 처음엔 하도 맛있게 먹길래 궁금해서 받아먹었다.

“입으로 줘.”

입술은 퍽 맛있었는데 시우가 입으로 넘겨준 토마토는 이미 아는 그냥 그런 맛이었다.

“됐어, 애기 많이 드세요. 근데 너 바나나 그만 먹고 다른 거 먹어. 남편 꼴린다.”

“여보 거는 바나나보다 훨씬 크잖아요… 헤헤.”

음담패설 같은 거 하나도 모른다는 얼굴로 누구보다 잘 알아듣는 시우였다. 시우의 등 뒤로 닿아오는 바나나보다 큰 그것이 꿈틀 단단해져 가는 게 느껴졌다.

“하… 서시우 안 되겠다. 한 번만 하자.”

***

바지 지퍼까지 다 내려갔는데 한 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부모님이 때마침 도착하셨기 때문이다. 시우는 버선발로 뛰어가 마중에 나섰다. 그리곤 다시 바빠졌다.

어머님이 루돌프 머리띠를 써보라 권하는 것에 장단을 맞춰드려야 했고 아버님이 체스를 두자는 제안도 받아줘야 했다.

“저 사람들이랑 너무 재밌게 놀아주지 마. 집 가기 싫어할라.”

도재는 더럽게 잘 어울리는 시우의 루돌프 머리띠를 빼앗았고 체스에는 훈수를 두어 아버지가 대패하게 만들었다. 동네 양아치처럼 여기저기 행패를 부렸다. 썩 좋지 않은 성격이 섹스를 굶어 더 더러워졌다.

하지만 부모님은 하루 이틀이 아닌 한도재의 지랄을 가뿐히 스킵했다. 한 번씩 안겨와 머리를 비비며 말없이 도재를 달래는 건 시우뿐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밤늦게까지 술을 기울이며 가족의 시간을 보냈다. 부부의 시간을 원한 도재는 또 하루를 굶어야 했다.

도재가 아버지가 주는 술을 꼴딱꼴딱 잘도 받아먹더니 취해 주무시는 꼬마 신랑을 침대로 옮겨주었다.

‘안이 터지게 싸고 싶다.’

잠든 시우의 앞머리를 살살 넘겨주며 든 생각이었다.

그렇게 도재만 잠 못 이루는 밤이 지나고 크리스마스 날 아침이 밝았다.

부모님이 가져오신 선물들까지 놓여 트리 밑이 한 아름이었다. 도재의 주도하에 다 같이 선물을 풀어보고 덕담을 주고받은 뒤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기까지 모든 것이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애기 히트 올 때 됐어. 컨디션 관리해야 되니까 그만들 피곤하게 하고 가세요.”

“그래? 너네 이번만 잘 넘기면 앞으로는 조심 안 해도 되겠다.”

어머님이 손주 타령을 돌려 했지만 도재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그만두셨다. 3월에 거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 도재도 더 이상의 지랄은 하지 않았다.

시우는 선물을 받고 연신 ‘감사합니다.’ 인사하다 또 바로 식탁으로 끌려가 ‘잘 먹겠습니다!’ 인사하곤 마무리로 조심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연락 드릴게요, 삼단 인사를 우다다 내뱉었다. 아침부터 인사만 열심히 하다가 힘차게 팔을 흔들며 어머님, 아버님을 보냈다.

강행군으로 몰아붙이는 도재의 기세에 시우는 모든 게 우당탕탕 도대체 뭐가 지나간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이제부터 둘만의 시간이었다. 진종일 붙어먹는 일만 남았는데 도재의 전화기에 불이 났다. 크리스마스라고 가까운 지인들의 인사 메시지가 줄을 이었고 더 가까운 지인들은 전화를 해왔다.

셀럽인 도재는 안부를 물어주는 이도 많아 이런 날엔 아주 대목이었다. 대충 무시하고 급한 일 먼저 하려는데 시우가 말리고 나섰다.

도서관에 숨겨둔 도재의 선물을 가져오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니 말이다.

“전화 먼저 받으세요! 우린 시간이 많잖아요… 헤헤.”

뭐가 그리 수줍은 지 몸을 배배 꼬는데 우리에게 시간이 많다는 소리가 퍽 듣기 좋아 도재는 시우의 머리를 한번 헝클어뜨리곤 응접실로 가 전화를 받았다.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려.”

“네.”

“뽀뽀.”

시우가 입을 맞춰오자 도재는 엉덩이를 툭툭 쳐주며 시우를 보내주었다. ‘가서 놀고 있어.’ 했다. 어딘지 모르게 신나 보이는 궁둥이가 뒤돌아 뛰어갔다.

***

도서관으로 올라온 시우가 가운데에 빨간 하트가 그려진 검정색 종이가방을 꺼내 들었다. 가게 사장님은 본인 가게의 정체성을 숨길 생각이 없으신지 하트 밑에는 ‘Sex Toy’ 라고 필기체로 프린팅 되어있었다.

글씨가 작아 모르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랬다.

“세상에나.”

시우가 작게 탄식했다. 밖에서 이 종이가방을 들고 돌아다녔던 약간의 시간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을 어쩌겠는가, 음탕한 시우는 씩씩하게 창피함을 이겨내곤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안방으로 향했다.

내려오면서 응접실도 살짝 염탐했다. 약간의 소음이 들리는 걸로 보아 도재는 아직 응접실에 있는듯했다.

냉큼 방으로 들어가 종이가방을 푸는데 아랫배가 찌릿 하더니 싸르르 울렸다.

‘아, 안 되는데… 이건 하고 와야 하는데….’

도재가 시우의 히트 사이클을 핑계로 제 부모님을 쫓아낸 벌이라도 받는지 진짜로 올 기세였다. 이미 안전한 울타리 안이었고 도재가 천연 치료제를 줄 터이니 억제제를 씹어 삼킬 필요도 없지만 시우는 제가 준비한 소소한 이벤트를 맨정신에 해주고 난 뒤 히트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으… 정신 있을 때 칭찬받고 싶은데….’

심해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테니 시우는 약을 한 알 먹어 시간을 조금 벌어 보기로 했다. 서둘러 종이 가방을 풀었다. 처음 꺼낸 것은 새끼손톱만한 징이 일렬로 박혀 있는 초커였다.

사실 초커가 초커만 있어야 패션 목걸이지 이건 체인 모양의 리드 줄이 달려있으니 그냥 사람용 목줄이었다.

남사스런 이벤트 속옷 정도 생각하고 성인용품 샵에 들른 시우가 사장님께 조심스레 자신의 애칭을 말해주자 추천해주신 제품이었다.

‘남편이 가끔 저를 강아지처럼 대하는데요….’

성인용품 샵을 운영하는 사장님께 똥강아지라는 사랑스러운 애칭은 약간 왜곡되게 받아들여졌고 사장님이 왜곡되게 받아들였다는 것을 캐치하지 못한 시우는 섹스에 일가견이 있어 보이는 사장님의 조언을 마냥 경청했다.

‘다 벗고 이것만 딱 차고 기다리고 있어봐. 남편이 차 바꿔줄 지도 몰라.’

차는 안 바꿔줘도 되지만 시우는 사장님의 말씀을 도재가 많이 기뻐할 거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 그럼 하나 주세요.’

목줄에도 종류가 많았다. 사장님은 피부에서 뽀득하게 광이 나는 샌님 시우에게 묻지도 않고 가장 비싼 걸로 내주었다. 한 번 쓰면 다시 쳐다도 안 볼 이벤트성 물건에 굳이 좋은 걸 찾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 선택권이 여럿 있었지만 싸구려는 보여주지도 않았다.

남편의 섹스 판타지가 약간 거시기 할 뿐 보아하니 사랑 듬뿍 받는 도련님 같았기 때문이다. 피부가 쓸려 상처라도 나면 남편이 퍽 속상할 거라는 생각에 마감이 깔끔하게 되어있는 부드러운 소가죽으로 내준 것이다.

뭣 모르는 애한테 강매를 시킨 게 없지 않아 있지만 아주 틀린 것은 아닌 추측이었다.

‘채찍이나 케인은 안 필요해?’

‘네? 채찍이요? 그걸 왜요….’

‘아 그냥 손으로 해? 그치 손바닥 감기는 맛이 최고긴 하지. 더 필요한 건 없어?’

더 필요한 거라… 이거 하나는 너무 심심한가?

시우는 다시 전문가 사장님께 조언을 구했다. 저 말고는 손님이 하나도 없는데 마치 특급 기밀이라도 말하듯 소곤소곤했다.

‘글쎄요, 남편이… 꼬리 같은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럼 목줄 딱 차고 이거 딱 박고 기다리면 되겠네.’

사장님이 가리킨 섹션엔 뭉툭한 몽둥이 같은 게 한 다발이었다. 그것들은 누가 보아도 남성기 대용이었는데 종류도 엄청 많았고 꼬리가 달려있는 것들만 해도 그 모양이 전부 가지각색이었다.

‘힉…! 이걸 어떻게 박아요?’

‘혼자 못 하겠으면 남편한테 해달라고 하던지. 근데 이왕 이벤트 하는 건데 재주껏 박아봐.’

사장님은 딜도는 자위 도구이고 엄연히 스스로 하라고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했다. 물론 스스로 하는 마당에 꼬리가 달려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여하튼 그랬다.

시우는 일단 될 것 같으면 하고 안 될 것 같으면 포기하는 걸로 생각을 정리하고 구매를 강행했다.

‘작은 거요 사장님! 제일 작은 거로 주세요…! 털만 크고 그, 그건 작은 걸루요.’

강아지 꼬리를 보여주기 위함이니 안으로 들어가는 부분은 초보자용이어도 괜찮았다. 혼자서는 손가락도 못 넣겠는데, 어휴. 맨 정신의 시우가 상상했을 땐 한숨이 나왔다.

남편 좆이 작은가…? 사장님은 터무니없는 오해를 했지만 시우에게 굳이 묻지는 않았다. 팔아주는 손님 자존심을 밟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꼬리만 강아지처럼 복슬복슬하고 딜도는 작은 사이즈로 찾아 내주었다.

여우 꼬리 같기도 한데 어차피 같은 개과이니 대충 그러려니 했다.

이리하여 현 시각 실시간으로 발정이 오고 있는 오메가의 손에는 목줄과 꼬리 달린 문제의 그것이 들려있었다. 두꺼운 남자 손가락으로 두어 개 정도 넣은 굵기 밖에는 안 되는 아담한 사이즈였다.

시우는 옷부터 전부 벗었다. 흐읏…! 몸에 슬슬 열이 오르면서도 불굴의 정신력으로 벗어둔 옷들을 전부 깔끔하게 개켰다. 멀쩡한 정신일 땐 참 단정한 시우였다.

페로몬 농도가 점차 진해지는 게 느껴졌다. 최대한 컨트롤 중이지만 이게 점점 말이 안 들어 갈 것이다. 아랫배가 뭉근하게 끓어오르는 느낌을 느끼며 목걸이를 찼다. 첫 스텝이었던 목걸이는 똑딱이 버튼이 달려 있어 이성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손쉽게 해낼 수 있었다.

다음 관문이 문제였는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히트가 오고 있어 젤도 바르지 않았는데 알아서 뒤가 젖어 들었다. 넣기엔 눈물 나게 수월할 것 같았다.

히트 사이클이 제대로 절정에 이르면 도재의 말이 잘 안 들린다. 아니, 청각은 멀쩡하니 들리긴 하는데 사고 회로에 섹스, 번식 말고는 들어오는 게 없어 대답이 뜻대로 잘 안 나온다.

이런 이벤트는 롤플레이의 요소가 강하니 사장님은 시우에게 멘트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해주었었다. 시우는 제 이벤트가 망했음을 느끼며 서서히 이성을 잃어갔다.

흐엉, 사장님이 하다못해 ‘멍멍’이라도 하랬는데.

***

도재는 길어지는 통화에 똥강아지는 혼자 잘 놀고 있나, 자꾸 시우 생각이 들었지만 쉬이 전화를 끊을 수가 없었다.

쥬얼리 디자인을 하는 친한 동생과 크리스마스 인사를 주고받다 시우에게 결혼 선물로 만들어 줄 팔찌 이야기로 빠졌기 때문이다. 취향 한 번 더럽게 까탈스러운 도재라는 걸 친한 만큼 너무나도 잘 아는 후배는 질문이 많았다. 이건 이렇게 할까, 저건 저렇게 할까.

“대충 알아서 해.”

-진짜 알아서 하면 다시 하라 그럴 거잖아.

사실 시우에게 채울 결혼 선물을 대충할 수 없는 건 맞는 말이기에 도재는 성실히 통화에 임했다. 그러는 편이 빠르게 끝내는 편이란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근데 얘는 왜 빨리 오라고 독촉을 안 해? 빨리 오라고 바가지 좀 긁어주지. 하긴 기다리라면 얌전히 기다리는 애니까.

이래도 예쁘고 저래도 예쁜 시우를 생각하며 통화를 마친 도재가 발걸음을 빨리해 부부의 침실로 들어섰다.

“하….”

문을 열자마자 물망초 농축액이라도 들이부은 듯한 진한 공기가 도재의 호흡기로 빨려 들어왔다. ‘발정 난 우리 애기 어딨나.’ 혼잣말을 하며 도재가 서둘러 시우를 찾았다.

그리고 발견한 광경은 아주 장관이었다.

이미 눈이 풀려버린 시우가 웬 개목걸이를 차고 꼬리 달린 무언가로 제 구멍을 쑤셔대고 있었다. 이벤트답게 아주 서프라이즈였다. 강아지 같은 사람 서시우가 진짜 강아지가 되어버린 광경에 놀라 자빠질 뻔 했다.

이걸 어떻게 넣냐며 고민하던 시우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크기가 굉장히 성에 안 찬다는 생각을 하며 손을 빠르게 놀렸다. 꼬리 부분만 커서 성가시긴 엄청 성가시는데 만족감은 주지 못하는 자위 도구였다.

앞은 이미 정액으로 뒤덮여 엉망이었다. 두 번이나 연달아 사정을 했으면 축 늘어져야 마땅한 성기가 알파를 못 먹고 실리콘 덩어리만 먹으니 욕정이 채워지지 않아 땡땡하게 부풀어 있었다.

“씨발….”

그 장관에 이를 꽉 문 도재가 빠드득 이를 갈며 시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바닥에 늘어져 있는 목줄을 들어 팽팽히 잡았다. 시우는 제 눈앞에 다가온 도재의 바지를 벗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시우, 뭘 먹는 거야. 그 구멍 내 건데 그렇게 아무거나 먹이면 어떡해.”

발정 난 오메가는 대답을 내뱉지 못하고 앙앙 신음만 흘렸다. 그럼에도 탓하는 듯한 눈빛은 느낄 수 있었다. ‘아 몰라. 네가 늦게 왔잖아.’

시우는 도재의 바지를 내리고 허겁지겁 도재의 페니스를 찾아 물었다. 한 손으로 야무지게 받쳐 잡고 할짝할짝 핥아 대면서도 나머지 손으로 제 뒤를 쑤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남편 자지 두고 그런 거 쑤시지 말라니까.”

차분히 말로 혼내는 게 통하지 않아 도재가 쯧, 하고 혀를 찼다. 부풀어 터질 듯이 발기한 제 성기를 오아시스라도 찾은 양 쭉쭉 빨아먹는 시우를 내려다보았다. 시우도 도재의 페니스를 문 채 시선을 올려 도재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만 짐승인 건 싫으니 너도 빨리 인간미를 버리라고 유혹하는 듯 했다. 시우의 진득한 페로몬이 도재의 뇌를 탁하게 만들었다.

에라 씨발 나도 모르겠다. 내 강아진 나 못 버리지. 사과는 나중에 할게.

“서시우. 두 손으로 잡아야 예쁘지. 두 손으로 잡고 더 맛있게 빨아.”

도재가 위압적인 페로몬을 풀며 말하자 시우는 얌전히 제 뒤를 쑤시던 딜도에서 손을 떼고 공손히 제 사탕을 쥐었다.

도재는 목줄을 제 손에 두 번 감아 짧게 쥐곤 시우의 목구멍 안으로 제 페니스가 더욱 깊이 처박히도록 탁탁 당기기 시작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깊이로 넣었다 빼려고 들면 탁! 채찍질을 대신하는 사인을 보냈다. 더 해야지 어딜 가.

“어윽…! 억! 컥! 컥! 컥!”

지금 상황에서 이만큼 맛있는 게 또 없는 시우는 고통스러워하는 기색 없이 도재의 손길만 스쳐도 파르르 떨었다. 목줄로 저에게 사인을 보내던 도재가 한 번씩 잘한다고 직접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참지 못하고 도재의 다리에 제 성기를 비볐다.

훈련을 거치니 금세 주인이 원하는 바를 터득한 시우는 더 이상 목줄로 컨트롤 하지 않아도 알아서 목구멍 끝까지 도재의 페니스를 삼켰다. 빼낼 땐 이를 감춘 입술에 단단히 힘을 주어 꾹 조였다.

“허윽…! 씹, 서시우 너, 하 씨발, 너 너무 잘하면 안 돼, 맨날 시키고 싶잖아.”

너무 잘하지 말라더니 도재는 사정감이 스멀스멀 올라오자 점점 힘이 빠져 덜 잘하려는 시우의 머리채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도재는 머지않아 포효를 내지르며 시우의 목구멍에 제 씨를 토해냈다. 윽…!

입 안으로 뜨거운 게 흘러드니 시우의 목젖이 꿀꺽 움직였다. 도재는 할 거 다 해놓고 우리 애기 목 상하진 않았을까 살짝 걱정되었다. 시우는 마치 그 마음을 가소로워하듯 씨익 만족의 입꼬리를 올렸다.

‘맛있네. 진작 이걸로 먹을 걸.’

시우의 뒤로 달랑달랑 여우 꼬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

몸을 가만 못 둘 만큼 홧홧하게 오르던 열이 제 반쪽인 알파의 정액을 먹고 조금 잠잠해지는 듯 했다.

‘두세 번만 더 하면 싹 낫겠지?’

번식 욕구를 채워주는 달디 단 물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쭙쭙 빨아 삼킨 시우는 입에 문 도재의 페니스를 뱉을 줄 몰랐다. 잠시도 놓기 아쉬워 고집을 부리는 모양새였다.

입가 옆으로 침이 줄줄 흘렀다. 시우의 입에서 흐르는 침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쓸어 닦아준 도재는 시우의 침이 묻은 엄지손가락을 제 입으로 가져가 빨았다.

“이 맛있는 걸 흘리고 그래. 서시우, 자지에 키스 그만하고 올라와. 나랑도 해.”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시우는 도재에게 안아 달라 팔을 뻗었다.

오랜만에 보는 떼쟁이 시우가 귀여워 피식 웃음이 흘린 도재는 잠시 목줄을 놓고 시우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어 쑥 일으켜주었다.

시우는 키스도 해 바치라는 듯 도재와 눈을 맞추며 제 혀를 내밀었다. 여부가 있겠냐마는 분부대로 키스를 바치기 전 도재가 시우의 고개를 젖혀 입을 크게 벌리게 했다. ‘시우, 아- 해봐.’ 하자 시우가 맹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부었나, 괜찮아? 우리 애기 목구멍 안 다쳤어?”

하지만 저 걱정하느라 잠깐 지체한 그새를 못 참고 시우는 페로몬을 콸콸 흘려보냈다. 빨리 안 해주고 뭐 하는데. 도재의 원대로 바가지를 긁어주는 시우였다.

‘그래, 네가 지금 눈에 뵈는 게 있겠냐.’

도재가 푸스스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렸다. 곧장 시우의 양 뺨을 그러쥐고 얼굴을 내렸다. 낼름 나와 있던 시우의 혀에 제 혀를 감아 다시 입 속으로 수납해 주었다. 시우의 입 안으로 함께 들어간 도재의 혀가 방금 제 좆이 유영했던 그 곳에서 마음껏 활개를 치고 놀았다. 세상 어떤 셰프를 불러 차려도 이런 맛은 안 나올 만큼 황홀한 맛이었다.

이 달콤한 키스를 좀 더 진득하게 맛보며 오래간 즐기고 싶었는데 발정 난 오메가가 자꾸만 아래를 비벼왔다. 더 진한 거, 더 야한 것도 같이 해달라고 성화였다.

도재는 마지막으로 통통한 아랫입술을 한 번 쪽 빨고는 붙였던 얼굴을 떼었다. 츕- 하는 소리와 함께 도재가 입술을 거둬가자 시우의 페로몬이 폭발하듯 풀렸다. 줬다 뺐냐고 시위 중인 오메가였다.

아래는 어디든 비비지 못해 난리인 와중에 제 아래가 터질 것 같으니 눈앞에 있는 알파의 좆도 터지게 할 요량인지 우성이라 가뜩이나 센 페로몬을 화르륵 방출하곤 좆 안 준다고 심술을 부렸다.

물론 입으로는 하응…! 하응…! 앓는 소리밖에 안 내지만 그 페로몬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는 도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도재는 참을성 없는 그 엉덩이를 한 대 철썩 올려붙였다. 초커를 찬 시우의 목 주위와 꿇고 있던 무릎이 온통 벌게져 있어 가뜩이나 마음대로 굴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는데. 알파 남편의 속을 몰라도 너무 몰라주기에 시우는 엉덩이를 좀 맞아야 했다.

하지만 이 집 강아지는 발정이 나면 도재의 살갗이 제 피부에 감기는 느낌에 환장을 했다.

평소엔 아기한테 그러하듯 사랑을 담아 엉덩이를 툭툭 쳐주는 것에 좋다고 배시시 웃음을 흘리는데 발정이 났을 땐 훨씬 강한 자극을 찾는다. 특히 박아줄 때 한 번씩 때려주면 앞으로 질질 흘려버리고 만다. 물론 제대로 힘을 줘서 때리지는 않았다. 같이 눈 뒤집혀 섹스를 하는 마당에도 도재는 힘 조절을 귀신같이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시우는 제가 혼나는 걸 못 알아들었다. ‘방금 내 엉덩이 만져준 거야? 더 만져줘.’ 헤벌쭉 눈이 풀린 시우는 야하고 해맑은 표정이었다. 원래는 도재가 목소리만 깔아도 깨갱하는 쫄보인데 그 애기는 좆을 줘야 돌아올 터라 도재는 대화를 포기하고 함께 짐승이 되기로 했다.

그런데 뭔가에 자신이 없다는 게 무슨 감정인지도 모르는 도재가 오늘은 자신이 없었다. 저 미치게 맛있는 뒷구멍에 처박다 싸기 전에 뺄 자신이 유독 오늘따라 왜 이렇게 없는 건지 모르겠다.

하, 오늘은 입으로만 먹여야 하나.

남편의 고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시우는 까치발을 들어 제 좆을 도재의 좆에 비비기 시작했다.

“하응…! 이거… 이거어… 흐응 빨리이.”

“우리 강아지 사람 대접이 싫어? 빨리 엎어놓고 박기나 할까?”

도재도 자신이 무슨 대답을 바랐던 건진 모르겠지만 시우는 신음 사이에 너무도 명확히 ‘응’ 이라 답했다. 그러더니 바닥에 팔꿈치를 대고 무릎을 굽혀 엎드렸다. 빨리 하시라고 엉덩이를 쑥 내밀어 주었다. 여적 꼬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엉덩이였다.

퓨즈가 끊겼다. 너무 깜찍한 도발을 해주니 아주 찍소리도 못하게 깔아뭉개고 싶었다. 알파는 그렇게 생겨먹은 족속들이었다.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엎드린 개가 된 시우를 침대로 올려주지 않은 것부터가 한도재의 정신머리가 얼마나 나갔는지를 알려주었다. 내밀어진 시우의 엉덩이 사이에 무릎을 꿇고 자세를 잡은 도재가 늘어져있는 리드 줄을 탁! 잡아 당겼다.

“고개 들어. 맛있는 얼굴 바닥에 처박지 말고. 어디? 여기 박아 여기?”

제 자린데 다른 게 박혀있는 구멍 주위를 쿡쿡 찌르며 피식 웃은 도재가 시우의 사타구니 사이에 제 것을 넣고 뭉근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페로몬을 풀었다.

“꼬리 좀 흔들어봐. 하는 거 봐서 예쁘면 박아줄 테니까.”

페로몬과 함께 명령어가 입력되자 발정 난 오메가는 최선을 다해 명령에 따랐다. 시우가 허리를 흔들면 꼬리도 살랑 흔들렸지만 그보다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와 있는 도재의 페니스가 제 페니스와 함께 부딪혔다. 시우는 헥헥 거친 숨을 쉬며 무아지경으로 제 엉덩이를 흔들고 허리를 돌렸다.

예쁘면 박아준댔지만 거짓말이었다. 시우가 허리를 돌려대는 초장부터 욕 나오게 예뻤지만 도재는 박아주지 않고 조금 더 데리고 놀았다.

도재는 더 흔들라며 시우의 엉덩이를 매섭게 올려붙였다. 쩍 하고 떨어진 도재의 손바닥이 흰 살결에 손자국을 냈다.

“하 씨발 존나 예쁘네.”

도재가 낮게 읊조렸다. 왼쪽, 오른쪽 할 거 없이 엉덩이에 온통 손자국이 나자 골반에서 옆 허벅지로 이어지는 부분까지 점차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발정난 제 오메가와 함께 짐승이 되어버린 알파 한 마리는 영역 표시를 하듯 강한 페로몬을 뿜으며 시우의 몸에 제 흔적을 남겼다.

“하앙…! 아아…! 앙! 앙! 허윽…!”

페로몬을 몸속 깊숙이 흡수시켜 주는 듯한 도재의 손바닥이 내려쳐질 때마다 앙앙 울어대던 시우는 억!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정액을 토해냈다. 사정과 함께 힘이 풀려 다시 바닥으로 떨궈지던 고개는 목줄을 당기는 주인의 엄한 경고에 의해 저지당했다. 편히 고개를 숙이고 숨을 돌리지 못하자 입에서 줄줄 침이 흘렀다.

근데 왜 아까부터 예쁜 짓 열심히 했는데 진짜 맛있는 건 안 주는 거야.

시우는 한 팔을 뒤로 뻗어 제 뒤에 꽂혀 있는 딜도를 뽑아 휙 던져 버렸다. 똥강아지가 때렸다고 삐진 게 아니라 진짜 좆을 주지 않아 삐져 패악을 부렸다. 볼은 부풀었는데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물어 뜯겨도 간지럽기만 할 것 같았다. 밀가루 반죽 같은 백구가 히잉 우는 소리는 내며 잔뜩 칭얼거렸다.

열심히 했는데 포상을 주지 않으니 짜증날 만도 했다.

뽁 하고 박혀 있던 게 빠지며 구멍이 뻐끔거렸다. 바로 넣기만 하면 된다고 유혹하는 듯 했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벌름거리는 그곳을 참지 못한 도재는 시우가 길게 칭얼거릴 새도 없이 퍽! 하고 제 것을 박아 넣었다. 시우의 엉덩이 살과 제 장골이 크게 맞부딪혀 나는 소리가 안방을 울렸다.

발정 난 오메가의 안은 오늘도 도재의 페니스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도재는 더 꽉 물라고 시우의 엉덩이를 철썩 올려붙였다. 이미 더럽게 꽉 물고 있었지만 오메가의 기를 팍 꺾어 놓고 제압하고 싶은 알파의 본능이 험한 소리를 뱉어냈다.

“아무거나 먹으면 탈난다고 했어요, 안 했어요.”

이성 잃은 알파는 안락한 제 집을 허락도 없이 실리콘 덩어리에게 잠시 빌려줬던 게 무척이나 심기에 거슬렸다. 도재는 저딴 걸 물고 있으니 서방 좆을 꽉 못 물지 않냐며 시우의 엉덩이를 다시 매섭게 올려붙였다.

같이 정신이 나가 있는 시우에겐 그냥 놀자는 소리였다. 잘못했다 소리가 아닌 뒤에 바짝 힘을 줌으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가뜩이나 히트 사이클 중이라 내벽이 평소보다 조이는데 물리적인 힘까지 더해 더욱 조여주자 면박을 주던 알파의 입에선 더 이상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도재 자신도 개가 된 것처럼 마구 허리를 털어댔다. 철퍽철퍽 홍수가 난 뒤로 애액이 튀어 제 장골과 아랫배를 적실 때마다 험한 욕지거리가 더운 숨소리 사이사이 튀어나왔다.

조절 따위 하지 않은 힘으로 무자비하게 박았다. 시우는 앞으로 조금씩 밀려나 팔꿈치와 무릎이 다 쓸리는데도 더 하라는 듯 콱콱 뒤를 조였다.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미라고밖에는 표현되지 않는 행위였다.

한참을 쳐올리니 나중엔 자세가 무너져 시우는 바닥에 배를 깔고 접었던 무릎을 편 뒤 아예 납작 엎드렸다. 쭉 뻗은 다리 위로 더 쭉 뻗은 다리가 올라타 두 몸이 겹쳐졌다.

도재가 제 덩치로 시우의 위에 포개어 엎어지자 시우는 이불을 덮은 듯 했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짓을 하고 있는 데도 저를 누르는 그 무게가 퍽 안정적이었다. 숨도 못 쉬게 더 눌러줬으면 했다.

“다리 더 벌려.”

도재가 손에 감은 목줄을 잡아당기며 명했다. 벌려진 시우의 다리 사이로 도재의 다리가 놓여졌다. 쾅! 도재가 시우의 귓가를 할짝이며 스팟을 크게 한 번 찍었다. 하윽…!

잠깐 텀을 두고 또 쾅! 찍었다. 시우는 자지러지는 교성을 내질렀다. 병에 걸린 몸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 서너 번 크게 찍어준 도재가 시우의 귀를 물고 말했다.

“좋아? 어? 좋냐고.”

좋다고 하면 죽일 기세인 흉포한 목소리였다. 엎어놓고 박아주니 좋아 죽는 오메가가 얄미웠다. 얼굴도 안 보이는데 진짜 좆만 있으면 된다는 뜻 같았기 때문이다. 도재는 시우를 돌려 눕혔다.

“서시우. 키스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도재의 목 뒤로 팔을 두른 시우가 입술을 벌리며 다가왔다. 더 박아달라고 예쁜 짓을 하는 오메가의 정성스런 키스가 쏟아지자 도재의 허리 짓이 다시금 격렬해졌다.

도재의 혀를 물고 도재가 주는 약을 열심히 받아먹던 시우는 제 알파의 절정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했다. 마지막으로 쾅! 강하게 처박고 빠져나가려던 도재의 허리 뒤로 시우가 두 다리를 감았다. 도재를 꽉 붙들었다.

주다 말고 어딜 가려고.

그렇게 예비부부의 속도위반은 순간이었다.

“아으윽!”

하나는 포효하고 하나는 비명을 질렀다. 야무진 두 다리가 온 힘을 다해 몸을 감싸니 빠져나가지 못하고 스팟에 쾅! 찍어 박힌 도재의 페니스가 갑자기 크기를 키우며 부풀기 시작했다. 시우의 내벽을 터뜨릴 듯했다. 흘러나오기 시작한 뜨거운 씨들은 멈출 줄을 몰랐고 물풍선처럼 오메가의 아랫배를 부풀게 했다.

이 중 하나 안 걸리겠냐 싶을 만큼 많은 양의 씨를 방출하고 한 방울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입구를 원천 봉쇄해버리는 노팅이 시작되었다. 노팅을 하고도 임신이 안 되는 경우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진짜 다리만 네 개 달린 짐승들처럼 너무 빨리 달려버린 예비부부는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다가 보통인 세상의 속도를 위반해버렸다.

각인을 했을 때 피 터지게 물어뜯긴 불주사도 의연하게 견딘 시우가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고통인지 쾌감인지 모를 것에 도재가 들어본 중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도재의 페니스가 부풀만큼 다 부풀고 나자 갑자기 ‘레드 썬’ 이라도 당한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번식을 위해 찾아오는 게 히트 사이클인데 진짜 번식에 성공했으니 몸은 이제 만족스럽게 받아낸 알파의 정자를 잘 이끌어 아기로 만들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러니 섹스에 대한 욕구는 시원하게 해소되어 날아가 버렸다.

시우는 마주 안은 도재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쩌냐는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혼수 목록에 태아를 추가할 판이었다. 정신이 말끔하다 못해 아주 초이성적인 상태로 돌아온 시우의 동공엔 지진이 일었다.

그렇게 쳐다본 도재는 아직 사정이 멈추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 절정에 오른 감이 계속하여 유지되고 있었다. 너무 야한 얼굴이었다. 시우는 제 안이 터지도록 싸고 있는 남편의 열렬한 얼굴에 흠흠 괜히 목을 가다듬으며 뺨을 붉게 물들였다.

시우를 녹일 듯이 바라보던 도재는 당황스러움과 수줍음이 공존하는 더럽게 예쁜 그 얼굴을 달래듯 꼼꼼히 핥아 주었다. 눈가에도, 콧등에도, 입가에도 따듯한 혀가 닿아왔다.

휴… 나도 모르겠다. 사고는 쳤지만 남편이 계속 예뻐해 주는 것 같아 금세 마음이 편안해진 시우는 간지럽다 까르르 웃었다.

도재가 웃음을 터뜨리는 시우의 입에 쪽쪽 버드키스를 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재의 표정은 열렬함에서 다정함으로 변해갔다. 시우의 아랫배를 꿀렁이게 만들던 무지막지한 양의 사정이 끝난 것이다. 하지만 부풀어 꽉 끼워진 성기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사정을 마치고 정신이 돌아온 도재는 맨바닥에 누워있는 시우를 안고 일어나 침대로 향했다. 아래에 찢어질 듯 크게 팽창한 성기를 박고 발걸음을 떼니 시우가 끄응 앓았다. 아아!

등허리를 차분히 쓸어주자 시우는 도재의 어깨에 얌전히 이마를 박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괜찮다 속삭여주는 도재의 음성에 기대어 가만 안겨 있으니 어느새 침대에 도착했다. 시우가 조금이나마 편할 수 있도록 도재가 자세를 잡아주었다.

도재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쿠션을 받치고 뒤로 살짝 몸을 뉘였다.

그런 도재의 상체 위에 시우는 개구리처럼 착 달라붙어 안겨 있었다. 온몸의 힘을 풀고 도재의 심장 소리를 들으니 마치 자장가를 듣는 것 같았다. 원래도 히트를 겪을 때마다 도재의 섹스 치료를 푸지게 받고 곯아 떨어져 주무시긴 했지만 노팅이 풀리지 않은 이 상황에서도 눈을 꿈벅꿈벅 하는 게 졸음은 또 오는가 보다.

아프다고 칭얼거리지도 않고 거의 졸 기세인 순둥이가 사무치게 예뻐 도재는 땀이 젖은 시우의 앞머리를 쓸어 올려주곤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허리께를 천천히 토닥이며 재워주려 하니 시우는 더 이상 파고들 데 없는 도재의 가슴팍에 더 깊이 안기고 싶어 머리를 부비부비 했다.

졸리다고 저 나름의 잠투정을 부리는 건데 짜증이 하나도 묻어 있지 않아 썩 투정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냥 그렇게 머리를 좀 비비다 코오- 하고 잠에 들었다.

이는 서시우가 사람인지 강아진지 헷갈리는 순간 중에 하나인데 도재가 사랑해 마지않는 순간이기도 했다. 개가 잠을 잘 잔다는 건 주인 품이 안락하다는 뜻이니 도재는 그게 참 만족스러웠다.

“어이고, 우리 애기 졸려.”

“흐암… 괜찮아요, 근데 이거 언제 풀려요…?”

작게 하품이 나온 시우의 말꼬리가 늘어졌다.

“한두 시간은 지나야 돼. 지금 배에서 아기 만들고 있을 걸. 졸리면 자. 이리 와, 남편 안고 코 자자.”

“헤헤… 아기….”

시우의 뺨이 또 발그레 해졌다. 도재는 능글맞은 미소를 입에 걸고 아기가 이렇게 생기는 건 줄 몰랐냐고 놀렸다. 시우 골려먹는 재미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럼 뭐 황새가 물어다 주는 건 줄 알았어? 아닌데, 우리 애기 잘 아는 거 같던데? 안에 싸달라고 빼지도 못하게 붙들어 매더만. 어? 시우 대답해봐.”

발그레하던 시우의 볼이 다홍색으로 물들었다. 안다고 하면 아는 바를 말해보라 시킬 것이고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시우는 눈을 꼭 감고 자는 척을 택했다.

푸스스 도재의 웃음이 터졌다. 도재가 죽은 척 하는 개구리의 볼을 콕콕 찌르자 시우는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빼꼼 눈을 떴다. 결국 생물 시간에 배운 ‘생식과 발생’ 단원을 들어 아는 바를 소상히 고해야 했다.

“하, 씨발 꼴려 애기야.”

오물오물 거리는 입으로 생식기라는 단어를 내뱉는 데에도 꼴리는 썩어빠진 남편은 놀림을 중단하고 다시금 토닥토닥 애를 재웠다. 노팅 중에 좆질 하겠다 설치는 미친놈들의 종말은 응급실 행이기 때문이다.

“남편 그만 힘들게 하고 코 자, 그냥.”

“근데, 어떡해요? 우리 결혼 준비하느라 바쁜데… 흐잉….”

“책임은 좆질 잘못해서 사고 친 남편이 질 테니까 애긴 주무세요. 잠 안 오면 뽀뽀 한 번 해주던지.”

시우가 고개를 살짝 들어 쭉 입술을 내밀었다. 촉- 도재와 입을 맞추니 근심 걱정이 날아가는 듯했다.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아기이지만 축복이라 생각하는 걸로 합의를 마친 부부는 실없이 웃다 잠시 단잠에 빠져들었다. 행복이 내린 부부의 침실은 퍽 아름다워 정말 아기를 물어다 주는 황새가 날아든 것도 같았다.

***

노팅이 풀리자 도재는 제 위에서 얌전히 자고 있는 개구리를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

뜨끈한 욕조 물에 들어가 시우도 씻기고 저도 씻고 싶었다. 맨바닥에서 진득하게 뒹굴어 저도 그렇고 시우도 그렇고 아주 꼬질꼬질했다. 정액과 애액이 몸 여기저기 튀어 그대로 말라붙었고 땀범벅이 되었던 몸은 씻지 않아 끈덕였다.

척척하게 맞붙는 살의 느낌도 물론 환상적이지만 꼬질꼬질한 시우를 다시 뽀송한 도련님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꽤나 재밌는 일이었다. 도재는 가끔 시우를 데리고 인형 놀이의 재미를 느꼈다.

인터폰을 들어 씻을 동안 방을 치워 달라 이르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도재의 시선에 시우가 던져놓은 딜도가 걸렸다. 도재는 시우의 강아지 꼬리를 냉큼 집어 서랍에 들여 넣었다. 아무리 청소를 해야 해도 도재의 허락 없이 서랍들을 열어 보진 않기 때문에 괜히 여러 사람 남사스럽게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집 안주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한 도재의 매너였다.

도재가 욕실로 들어서 무심코 세면대 앞에 달린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시우가 아직도 목줄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제 손목에 그 목줄이 두 바퀴 감겨있는 것도 말이다.

‘우리 강아지 갑갑할 텐데 잘도 자네.’

너무 자연스러워서 몰랐다. 시우 목에 달린 목줄을 꽉 쥐고 있었던 게 도재의 내면 깊은 곳에서 큰 만족감을 불러일으켰는지 막상 놓아주려니 아쉬웠다.

‘채워 놓고 살까? 에이, 아니다.’

활달하고 부지런한 앤데 슬픈 눈을 할 게 분명하다. 서시우 슬픈 눈엔 절대 못 이기는 도재이기에 그냥 풀어주기로 했다. 눈 뒤집힌 도재가 잡아당기고 난리를 쳤으니 아프기도 아플 것이었다.

풀어 줘도 도망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있지만 도재는 똑딱이 단추를 끌러주며 낮게 읊조렸다.

“어디 가면 안 돼. 우리 애기 착하지?”

제 목을 죄던 목걸이가 빠져나가자 시우가 꼼지락 거리며 눈을 떴다.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아래였지만 빵빵하던 아랫배가 잠잠해져 있었다. 시우가 쩝쩝 입맛을 다시며 무거운 눈꺼풀을 껌벅거렸다. 도재가 방금 뭐라고 한 것 같은데 제대로 듣지 못했다.

“으음…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그냥 끄덕끄덕 하면 돼. 시우 끄덕끄덕.”

시우는 뭐냐고 묻지도 않고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였다. 도재가 예쁘다고 머리통에 뽀뽀 비를 내려주자 시우에게서 헤헤 힘 빠진 웃음이 새어 나왔다.

부러 거품을 풀지 않은 욕조에 몸을 담갔다. 어디 다친 덴 없는지 씻기면서 몸을 좀 살펴보려 했다. 시우는 여전히 개구리 자세로 도재의 위에 올라있었다. 뜨끈한 물에 들어가자 시우가 아저씨처럼 ‘시원하다’ 했다.

“우리 애긴 거품 목욕 좋아하는데, 그치.”

“히히, 괜찮아요.”

시우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주는 도재의 볼에 쪽쪽 뽀뽀를 해주었다. 실실 기분 좋은 티를 내는 시우는 잠이 깨자 점점 활기를 회복해가고 있었다. 몸에 마음껏 물을 끼얹으며 목욕을 즐기고 싶은데 연결된 아래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근데 우리… 이거 언제 빼요?”

“이제 빼도 되긴 해. 빼고 싶어?”

“아니 그건 아니구….”

사실 아까부터 빼도 되었는데 빼면 너무 장관일 것 같아서 못 빼고 있었다. 제 씨들이 시우의 다리 사이에서 폭포처럼 흘러내릴 텐데 도재는 아직 보지도 않아 놓고 그 광경을 또 보고 싶어 둘째를 갖자고 조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 난 안 볼란다….’

연년생으로 나온 애들에게 시우의 관심을 홀라당 빼앗기는 대참사는 있을 수 없었다. 도재는 안 보는 편을 택하기로 했다. 도재가 시우의 손을 끌어다 제 눈을 가리게 했다.

“시우가 잘 빼 봐.”

자기한테 뭔가 임무를 맡겨주는 걸 좋아하는 시우는 쓸데없이 비장한 표정으로 도재의 눈을 손으로 꼬옥 막으면서 살살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오래도 박혀있던 게 뽁- 하고 빠져나왔다. 시우의 아래에서 흘러나온 상당한 양의 정액이 따듯한 욕조 물에 흩어졌다. 물이 뿌옇게 되었다. 하으응…! 페로몬 덩어리들이 풀린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시우는 작게 몸을 떨었다. 도재가 ‘뽀뽀.’ 했다.

시우는 도재의 눈을 가린 손 먼저 뗄 생각은 못하고 도재가 뽀뽀를 하라니 냉큼 입술부터 붙였다.

‘내년 크리스마스엔 안대 이벤트를 해주려고 이러나.’

김칫국을 마신 도재가 제 입에 시우의 입술을 붙인 채로 씨익 광대를 올렸다.

***

탁해진 물 색깔을 다시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따듯한 물을 틀었다.

도재가 수도꼭지 앞에 손을 모아 새로 나온 물을 가득 받았다. 동네 양아치 형 같은 미소를 입에 걸고 많이도 받아진 물을 시우의 머리 위로 뿌렸다.

시우는 어푸푸 하는 와중에 입꼬리를 해사하게 올렸다. 시우는 축 늘어진 제 머리카락을 벅벅 쓸어 넘겨주는 도재의 손길을 얌전히 받았지만 아귀힘이 남달라 조심한다고 해도 꽤나 거센 손길이었다. 뭘 쪼개거나 부시는 건 잘할 것 같은 손인데 바늘구멍에 실 꿰는 건 세상에서 제일 못 할 것 같은 손이었다. 나중에 아기 목욕도 꽤나 터프하게 시킬 듯하여 시우는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우리 아긴 되게 강하게 크겠다. 알파려나, 오메가려나.’

시우는 저도 똑같이 손으로 우물을 만들어 물을 받았다. 애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는 말이 있듯 이런 장난은 꼭 따라하고 싶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시우는 물을 받는 것까지만 따라할 뿐 도재에게 뿌리지 않고 슬쩍 눈치를 보았다.

시우는 썩 잘못하지 않은 행동에도 욕을 얻어먹고 구박을 당하기 일쑤였다. 물론 도재가 이런 장난 한 번 쳤다고 저를 나무라지 않을 사람이란 믿음은 있지만 그래도 도재가 싫어할 장난이라면 굳이 치고 싶진 않았다.

하고 싶은데 하기 싫은 그런 이상한 마음이라 시우는 멍하니 제 손에 담긴 물을 바라보았다.

‘에이, 버리자.’

모았던 두 손을 떼어내 손에 담긴 물을 욕조에 섞으려는 때 똥강아지 하는 양을 가만 지켜보던 도재가 고개를 살짝 숙여 제 머리를 시우에게 내주었다.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시우는 환하게 웃으며 도재의 머리 위로 물을 뿌렸다. 그러곤 도재가 그랬듯 물과 함께 흘러내린 도재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었다. 시우는 생쥐 꼴이 된 남편이 재밌어 죽겠는지 별것도 아닌 걸로 까르르 웃으며 좋아했다.

거 되게 하고 싶었나 보네, 도재는 장단을 맞춰줘야겠다 싶어 물을 튀기며 한바탕 놀아주었다. 다 큰 남자 둘이 욕조에서 물을 튀기고 놀면 욕실은 전쟁터가 된다. 적당히 봐줘가며 놀아준 도재와 제 사력을 다해 싸운 시우가 욕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실상은 풋풋한 물놀이였지만 나중에 치우러 들어올 사람이 오해하기 딱 좋은 모양새였다.

손이 물에 퉁퉁 불 때까지 논 시우는 허기가 졌다.

“너 이제 배고프지?”

도재는 가끔 귀신같았다.

시우는 지금 내가 죽어서 꿈을 꾸는 건가 싶을 만큼 행복한 나날들이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말도 안 된다는 건 알지만 도재가 이럴 때마다 진심으로 의심스러웠다. 흠칫 하는 표정이 귀여워 도재가 시우의 머리통을 왕 깨물었다.

시우는 머리통을 깨물리면서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아픈 걸로 보아 꿈은 아닌 듯 했다.

“뭐 먹을래?”

“아무거나요….”

“쓰읍, 네 남편 귀신 들린 거 아니라 다 못 맞춰. 먹고 싶은 걸로 말해.”

시우는 또 다시 흠칫 놀랐다. 내가 귀신 생각한 거 어떻게 알았지?

시우는 검지를 들어 도재의 가슴팍을 콕 한 번 찔러 보았다. 피부결은 부드러운데 살은 단단했다. 귀신은 아니고 그냥 섹시한 사람이었다. 다행이다.

“저 그러면 밥으로….”

“밥 뭐.”

도재의 부모님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디너부터 내내 양식의 향연이었는데 정말 맛있긴 했지만 속은 이제 매콤한 무언가를 원했다. 제가 먹고 싶은 게 도재가 먹고 싶은 게 아닐까 봐 선뜻 말을 못 하고 입술을 달싹이는 시우에 도재는 제 귀를 가까이 갖다 대었다.

“거 참 뭐 그렇게 어려운 말이라고. 나한테만 말해봐. 비밀로 해줄게.”

시우는 ‘비빔밥…’ 이라고 속닥였다. 피식 웃은 도재는 당연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서시우가 비빔밥이 먹고 싶다는 비밀은 주방에 있는 모든 이모님들에게 전달되었다.

비빔밥 얘기를 하고 나니 시우의 배가 크게 울렸다. 시우는 민망해 고개를 떨구며 그냥 소리가 나는 거지 못 참겠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 뭐 못 참겠을 때까지 굶기냐? 빨리 씻고 나가자.”

“… 헤헤, 네!”

씻기면서 보니 가관이었다. 팔꿈치와 무릎은 바닥에 쓸렸지, 엉덩이와 허벅지는 터지기 직전까지 맞았지, 목은 목줄을 하도 잡아 당겨 부어올라 있었다. 애가 아무리 꼬셔도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더럽게 황홀한 섹스를 해놓고 깊이 참회하는 도재였다.

시우는 도재가 미안해 하니 제가 다 황송해서 미안해하지 말라고 쪽쪽 뽀뽀를 해왔다. 저를 배려해 하나도 안 아프다고 손사래까지 치는 애는 퍽 예쁘지만 도재는 그래도 섹스에 있어 아닌 건 아니다 거부할 줄도 알아야 한다 생각했다.

“아아, 시우 그런 취향이야? 미안 몰라줬네. 나는 시우가 해달라면 해주지. 앞으로 섹스할 때마다 침대에 목줄 묶어두고 회초리 들고 와야겠다.”

“네? 아, 아, 아니요…!”

“그럼 아프다고 해야지. 아프게 해서 미안해.”

“네… 쪼끔 아파요. 그, 근데…! 완전 가끔은 이렇게 해도 괜찮은데… 회초리는 말고….”

도재에게서 큰 웃음이 터졌다. 시우는 진지했는데 도재는 터진 웃음을 쉬이 주체하지 못하고 한참을 웃었다. 그냥 가끔도 아니고 완전 가끔이라 하면 그냥 하지 말라는 소리 아닐까.

그래, 부부는 섹스 취향을 맞춰가야지. 같이 산지가 몇 년인데 이제 어디를 어떻게 해주면 자지러지는지 속속들이 알면서도 도재는 퍽 중대한 토론이라도 되는 양 시우의 머리에 샴푸를 칠해주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좋은데?”

“네? 아… 전 다 좋은데.”

“하나만 골라봐. 제일 좋은 거.”

말할 때까지 물을 거라고 엄포를 놓으니 시우가 한참 뜸을 들이다 입을 뗐다.

“얼굴 보고 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얼굴 보는 것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

“그, 그냥 누워서….”

“시우가 위에서 아님 내가 위에서?”

“여보가 위에서….”

“우리 애긴 성격처럼 얌전히 누워서 박히는 거 좋아하는구나. 알았어. 참고해서 많이 해줄게.”

제가 어쩌다 애기를 만들었는지가 더 야한데 시우는 박힌다는 노골적인 표현 하나에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도재는 홍당무가 되어가는 시우를 개의치 않고 씻고, 닦고, 나와서 밥을 먹을 때까지, 신이 나서 토론의 주제를 바꾸지 않았다.

나중엔 시우도 체념하고 비빔밥을 비비면서 남편의 질문에 성실히 응답했다. 뒤치기도 좋다는 앙큼한 대답을 해주면 도재는 시우가 그걸 꽤나 좋아한다는 걸 이미 알면서도 ‘그래?’ 하며 격한 반응을 해주었다.

“많이 해줘야겠다.”

“아니, 뭐 꼭 많이 해주실 것까진….”

도재는 시우의 거절을 거절하기 위해 시우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에 두부와 호박을 한 숟가락 퍼 국물로 입을 막았다.

“목 막힐라, 국물 먹어가며 먹어.”

이렇게 알콩달콩한 식사 시간을 보내던 중에 불현듯 도재가 무언가 깨달은 듯 사색이 되었다. 아, 잠깐. 초기에 하면 안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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