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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 서시우 쟁탈전 (11/14)

외전1. 서시우 쟁탈전

도재는 도우, 재우와 나름 평화로운 공생 관계를 가졌다.

본능적으로 더 강한 자가 누군지 알아보는 알파들이기에 기가 아무리 센 쌍둥이들이라도 일단 도재에겐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또한 저들이 좋아 죽는 시우아빠가 도재아빠만 오면 좋다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니 아이들은 자연히 도재를 우러러보게 되었다.

도대체 도재는 뭔데 시우가 저렇게나 좋아하나, 하는 심리였다. 그래서 시우의 텃밭 케어는 죽어도 안 따라하면서 도재가 하는 건 다 따라하려 들었다. 이 점은 아이들의 식사 때 아주 유용했다. 도재가 먹는 건 다 따라 먹으려 하는데 도재의 입맛은 매우 건강한 어른 입맛이었다.

“엄마! 도재아빠 먹는 거 나두 줘.”

“엄마, 엄마! 나도 도재아빠 먹는 거.”

“이거? 치커리 쓴데 먹을 수 있겠어?”

시우는 먹겠다고 입에 넣었던 걸 안 먹고 뱉는 모양새를 싫어해서 진심으로 우려를 표했을 뿐인데 도우와 재우는 ‘당연하지!’ 발끈하며 씁쓸한 맛이 나는 풀떼기를 달라고 소리쳤다. 상황 정리는 도재가 했다.

“한도우, 한재우. 식탁 앞에서 큰소리 내지 말고. 왜 그걸 엄마한테 달라 그래. 먹고 싶으면 니들이 집어 먹어. 아, 너네 젓가락질도 아직 못하지?”

우성 알파 다루는 법을 너무 잘 아는 도재 덕분에 아이들은 단순히 채소를 잘 먹는 수준을 넘어서 젓가락질도 빨리 배웠다.

도재는 저를 따라하는 꼬맹이들을 귀여워했다. 사실 아이들이 생겨도 시우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저였기 때문에 관대함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거다. 시우에게서 도재의 우선순위가 밀렸다면 아마 도재는 ‘부성애’라는 걸 영영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특히 도우와 재우는 시우처럼 뭘 먹을 때가 제일 예뻤다. 신생아 땐 안 보였는데 조금 크고 나니 입술만큼은 시우를 닮았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뽀뽀를 받으면 퍽 비슷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셋 다 시우에 대한 집착이 어마어마해 사이가 안 좋을 것 같지만, 아들들은 아버지를 경외하고, 아버지는 아들들을 품어주는 나름 훈훈한 부자지간이었다. 시우를 둘러싼 알파 셋의 치열한 각축전은 선을 넘으려는 강한 도발이 없는 이상 늘 평화로이 휴전 상태였다.

하지만 휴전이란, 종전과는 의미가 다르니 안 싸운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었다. 콩알만한 도우와 재우가 이 악물고 방해하는 것 한 가지가 있었는데, 이는 도재도 절대 져주지 않는 부분이었다.

쾅쾅쾅쾅!

도재의 반의 반만한 주먹 네 개가 안방 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허윽…! 아! 아! 여, 여보…! 도우 재우…. 하읏! 왔나 봐요….”

도재의 어깨 위에 두 다리를 걸치곤 아래에서 사정없이 흔들리던 시우가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어 꼬마 악당들의 출현을 알렸다.

그렇다, 도우와 재우는 엄마아빠가 사랑을 나누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원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랑을 나누던 부부가 이제는 웬만하면 밤에 애들을 재운 뒤에만 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낮에 하는 황홀한 섹스도 또 완전 포기할 순 없었다.

부모도 사람인데 못 참는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애들을 데리고 2박 3일 캠핑을 갔다 귀가한 도재와 시우는 오늘이 바로 그 못 참는 날이었다.

“어, 알아. 씨발 참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냅둬. 힘 빠지면 가겠지. 그나저나 우리 애기 이틀 안 먹었다고 서방 좆 못 알아보나? 너무 조이네. 하….”

도재의 더티한 워딩과 더운 숨이 시우의 귓가에 닿았다. 시우의 아래는 그에 착실히 흥분했다. 철퍽철퍽 멈추지 않고 찔러대는 남편과 문 밖에서 난리가 난 제 새끼들, 진퇴양난의 시우는 도재의 허리 짓에 맞춰 앙! 앙! 반응하면서도 자꾸만 문가로 눈길이 갔다.

방음이 좋아 낯뜨거운 소리가 새어나갈 리도 없는데 애들이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처음엔 아빠들끼리만 쏙 방에 들어가 있는 게 싫은 건 줄 알았는데 그냥 촉인 것 같다. 야한 짓을 안 하고 방에 가만히 있을 땐 저렇게 부부를 방해하지 않았다.

도재는 제게 집중하지 못하는 시우때문에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시우와 하나로 연결되어 시우를 잔뜩 갖는 짓을 하는 중일 땐 절대 져줄 수 없었다. 도재에게 지금 쌍둥이들의 행동은 잠시 빌려줬던 것을 제 것이라 박박 우기는 파렴치한 행동이나 마찬가지였다.

도재가 박고 있던 제 페니스를 확 빼버린 뒤 어깨에 걸치고 있던 시우의 다리를 내렸다. 이는 문가로 향해있는 시우의 눈길을 돌려놓는 데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제 주인의 언짢은 기색을 모를 리 없는 시우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도재의 눈치를 봤다.

“여보, 안 해요…?”

“어. 시우 안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아, 아니에요….”

“뭐가 아닌데?”

“하고 싶은데… 혹시나 애들 들을까 봐….”

시우가 머리를 부비부비 하며 제 마음을 알아 달라 소심한 애교를 부렸다. 잔뜩 불쌍한 얼굴을 하고 어깨는 축 쳐졌는데 좆은 여전히 빳빳이 세운 게 더럽게 귀여웠다.

조금 더 몰아붙일까 아니면 이만 시무룩한 강아지를 달래줄까 고민하던 차였다. 도우와 재우는 안방 문 공격이 통하지 않자 마당으로 돌아 나가 안방 유리창 공격을 시작했다. 선팅을 해두긴 했지만 화들짝 놀란 시우가 도재를 끌고 침대 아래로 피신했다. 쉬잇…!

높은 침대의 측면 바닥에 딱 붙어 누운 둘은 도우와 재우가 아무리 얼굴을 들이대 보아도 창문을 통해선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빠아아아! 슈아빠!”

“재우랑 놀자! 아빠!”

시우의 주의를 끌어보려 난리가 난 쌍둥이들에 도재는 제가 가진 최후의 무기를 쓰기로 했다. 따먹기 딱 좋게 흐물흐물 다 풀어놓았는데. 제 똥강아지의 관심을 다른 데 뺏기지 않으려면 그 방법이 가장 손쉬웠다. 시우만 느낄 수 있는 진득하고 강한 페로몬이 무겁게 풀렸다. 하응…!

싸기 일보직전처럼 시우의 페니스에 핏줄이 섰다. 바닥에서 하면 우리 애기 허리 아플 거라고 챙기는 말도 듣는 둥 마는 둥, 만지지도 않았는데 앙앙 울던 시우가 바닥에 깔아둔 러그를 흥건히 적시는 물을 쏟아내더니 괜찮으니까 빨리 넣어달라는 예쁜 말을 내뱉었다.

승리한 도재의 입가엔 씨익 질 나쁜 미소가 걸렸다. ‘우리 애기 남편이 최고지?’ 페로몬으로 혼을 쏙 빼놓고는 유치한 질문을 해 긍정의 답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로써 도우와 재우는 합공에도 불구하고 완패하고 말았다.

***

아이들은 결국 시우아빠가 저들의 관종 짓에 반응해 주기 전에 보육 교사들 손에 잡혀 다시 놀이방이 있는 2층으로 연행되어갔다. 선생님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우와 재우의 좌측, 우측, 후방을 마크했다. 대궐보다 큰 집에서 도망간 도우와 재우를 찾는 건 죽을 맛이었다.

미취학 아동들 주제에 얘네들이 마음먹고 뛰쳐나가 버리면 워낙 날쌔서 말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심지어 이젠 점점 지능화 되어 도우와 재우는 화장실 다녀온다는 핑계를 대고선 힘 하나 안 들이고 놀이방을 빠져나갔다.

“여기도 화장실 있는데.”

“도우는 도우 방에 있는 것만 가요….”

애가 이렇게까지 자기표현을 확실히 하는데 그냥 놀이방에 있는 화장실을 쓰라고 강요할 순 없지 않은가. 화장실을 가리는 아이들은 그냥 참다가 바지에 실례를 하기도 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도우, 재우의 연기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얘네가 정말 똑똑한 건 완전 거짓말은 안 한다는 거다. 거짓말은 하면 안 되니까 1층으로 튀기 전에 실제로 제 방으로 가 화장실에 들른다. 볼일만 보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제 방에 있는 화장실만 쓴다는 것도 맞는 말이었다. 밖에 나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그랬다.

거짓말도 안 하고 참 착한 도우와 재우는 1층으로 도주해 저들에게는 부모, 선생님들에게는 고용주 되는 부부의 성생활을 방해했다. 꼬마 지능범들이었다.

애 둘에 선생님은 셋이었는데. 선생님들은 이 정도도 통솔치 못하고 애들이 몰래 빠져나와 깽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 수치스러웠다. 전문가로서 자신들의 무능력을 보이는 것 같았다. 급여도 많이 받아 더 미안했다.

하지만 다행히 고용주의 생각은 달랐다.

시우는 선생님들께 매번 죄송하다며 보너스를 얹어주었다. 선생님들 얼굴에 내려오는 다크서클만 보아도 숙연했다. 시우는 선생님들이 결코 나태해서 도우와 재우를 놓치는 게 아님을 백 번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 너무 죄송합니다… 우리 애들이 나쁜 애들은 아닌데… 예쁜 짓도 자주 하거든요….”

시우는 고슴도치 엄마처럼 소심하게 제 새끼 쉴드를 치며 항상 면목 없어 했다. 하지만 고용주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누구 새낀지 몰라도 예쁜 짓을 종종 했다. 도우와 재우는 선생님들께 발각되면 더 이상 떼쓰거나 덤비지 않고 깔끔하게 끌려갔다.

다섯 살짜리가 쓸데없이 조각 미남처럼 생겼는데 젖살이 안 빠져 볼살만 포동포동했다. 생김새가 반칙인 깜찍한 왕자님들이 배꼽에 척 손을 얹고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죄송합니다.’ 사과했다.

“도우는 엄마가 너무 좋아서 그랬어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재우도요. 재우도 엄마 좋아요. 죄송합니다.”

이러면 바로 할 말 없는 거다. 이미 사과했는데 여기서 더 뭐라고 하면 그건 훈육이 아니라 화풀이가 될 수도 있다. 얘네들이 우리의 교육 방침을 파악한 게 아닐까, 선생님들은 조금 무서울 때도 있지만 아무튼 도우와 재우는 매력적인 꼬맹이들이었다. 도우와 재우는 돌아간 놀이방에서 조금 놀다 도재아빠만큼 크기 위해 낮잠에 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와서 안아줄 거야. 선생님이 말해 놓을게. 약속.”

깨어있을 땐 미워할 수 없는 악동이지만 잘 때만큼은 천사인 아이들이 선생님들에게도 평화를 내렸다. 부디, 애들이 깨기 전에 부부의 뜨거움이 식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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