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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안.’
관능적인 속삭임과 함께 매끄러운 손끝이 그의 몸을 어루만졌다. 무언가에 묶인 것처럼 밀리안은 도망치지도 못하는 채로 여자의 애무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로 여자가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또 다. 어느 순간부터 꿈에 나타나 그를 괴롭힌 여자는 그가 사정하기 전까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밀리안이 어릴 때도 경험하지 않았던 몽정이 바로 이런 것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달콤하고 나른한 말투. 세상에서 그를 가장 아끼는 듯한 애정 어린 속삭임과 손짓은 중독적이었다.
꿈이니까. 현실이 아니니까…….
처음 이 꿈을 꾸었던 날에는 흠뻑 젖은 속옷에 경악했고, 두 번째 꾸었을 때는 꿈에서 깨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꿈은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가 결국 쾌락을 토해내기 전까지 벗어지나 못하게 했다.
몇 번을 그렇게 경험한 뒤로 밀리안은 점차 포기하게 되었고, 이제는 여자가 주는 쾌락과 안온함에 취했다. 이제는 벗어나고 싶지 않은 절대적인 도피처가 되었다. 차라리 영원히 깨고 싶지 않았다.
‘아!’
‘좋아?’
부드러운 입술이 그의 입술에 닿았다. 밀리안은 자연스럽게 입술을 벌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파고드는 여자의 혀를 받아들였다. 이미 절정에 달하기 직전까지 부푼 성기가 여자의 키스에 자극받아 뿌연 액체를 흘렸다.
‘다 젖었네.’
여자는 입술을 떼고는 그가 토해낸 액체로 젖은 손을 혀로 핥았다. 하얀 액체가 붉은 혀에 엉켜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밀리안은 흐릿한 신음을 흘렸다. 너무 야하다. 여자는 고작 제게 붉은 입술만 보여주었는데도 그 모든 것이 관능적이었다.
여자가 주는 쾌락보다도, 그녀의 목소리와 손길이 더 좋았다. 이대로 꿈에서 깨고 싶지 않을 정도로. 누군가와 살을 맞대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것이라는 걸 꿈을 통해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이게 꿈이 아니었다면 밀리안은 결코 이 감각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여자는 젖은 손가락을 모두 핥고는 다시 그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얼굴 전체에 가볍게 내려앉는 입술의 감촉이 저릿했다. 밀리안이 애타는 신음을 연이어 터트리자 여자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는 달콤한 한숨을 내렸다.
‘밀리안.’
‘흐읏, 으응……, 하아.’
‘이제 당신을 찾아갈 거야.’
‘아.’
‘더는 못 참겠어.’
그러니 각오하고 있어.
.
.
.
“―!”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밀리안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익숙한 낡은 천장. 새벽빛이 새어 들어오는 허름한 맨션은 익숙한 장소였다. 현실이구나. 미묘한 아쉬움에 허탈한 한숨을 쉬던 밀리안은 무거운 손을 들어 얼굴을 쓸었다.
꿈으로 도피라니. 그것도 일반적인 꿈도 아닌, 몽정을 통해서 위안을 얻는다니. 정말 갈 데까지 갔구나. 아직도 몸에서 열이 식지 않은 탓인지 한숨마저 뜨거웠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 하는데 무거운 눈꺼풀이 다시 내려앉았다.
어쩌면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가고 싶어서 이러는 걸지도 모른다. 약해진 몸은 정신마저 나약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여자의 품에서 모든 고통을 잊고 싶었다.
그동안 참아왔던 둑이 터진 것처럼 밀리안은 주말 내도록 앓았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도 몸은 회복되지 않았다.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에 수많은 메시지와 부재중 통화가 쌓이는 것도 알지 못했다.
아무도 그가 아픈 것을 알지 못했고, 도와달라고 할 만한 사람도 없었다. 몸의 기능이 고장 난 것처럼 뜨거워졌다가 다시 차게 식기를 반복했다.
밀리안은 열에 들뜬 얼굴로 헐떡이며 침대 위를 기었다.
무거운 팔을 간신히 들어 약을 넣어둔 탁자를 더듬거렸다. 툭 튀어나온 서랍 손잡이를 찾아 열었다. 손에 잡히는 동그란 원통형 약통을 손에 쥐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약을 먹고 난 뒤 다시 눈이 감겼다. 밀리안은 몸이 아래로 짓눌리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잠에 빠졌다.
오늘이 주말이 모두 지난 월요일이라는 것도, 회사에 연락해야 한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 * *
‘시끄러워.’
초인종이 연이어 울렸다.
처음에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이 뜨일 수밖에 없었다. 한번 인지하니 신경이 쓰였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울리던 벨이 점차 간격이 짧아졌다. 이제는 소리가 멎기도 전에 다시 누르는 듯 끊기지 않고 연달아 울려서 도저히 다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멍하게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데 벨을 누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겠는지 단단한 무언가가 현관문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나오기 전까지 밖에 있는 누군가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것처럼 집요했다. 꼭 그가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결국 밀리안은 힘없이 축 늘어진 몸을 간신히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 한발 한발이 천근 같다. 그가 현관에 도착할 때까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안 그래도 머리에 열이 올라 아픈데 소음 탓인지 두통마저 생길 것 같았다. 눈마저 제대로 떠지지 않아 밀리안은 거의 본능에 의지해 걷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문을 열었다.
“…….”
“뭐야, 살아있잖아?”
소음의 주인공은 여자였다.
또 꿈인가. 하지만 꿈은 항상 밤에만 꿨는데……. 벌써 밤이 된 건가, 고개를 돌려보니 거실 창으로 빛이 환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밀리안은 멍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제대로 분간할 수가 없었다. 자꾸 눈이 감겨서 여자의 형체마저 흐릿했다. 열에 들뜬 육체는 냉정하게 사고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밀리안? 당신 괜찮아?”
익숙한 달콤한 목소리.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는 듯한 조심스러운 속삭임은 익숙한 것이었다.
밀리안은 지금이 꿈이라고 확신했다. 다시 꿈을 꾸는 거구나. 너무 빨리 깨버린 꿈이 아쉬웠던 것은 그뿐만이 아니라고, 황당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다시 그녀가 찾아왔다는 것이 반가웠다.
그대로 손을 내밀어 그녀를 끌어당겼다.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뭐, 무슨……!”
밀리안은 여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완벽한 선을 그리는 도톰한 입술이 닿자 황홀하기까지 하다. 무겁던 몸에 힘이 솟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는 여자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처음에는 반응하지 않던 여자가 움찔 몸을 떨었다. 밀리안은 딱 달라붙었던 입술을 떼어내고 여자를 향해 웃었다.
“아, 난 몰라. 당신이 시작한 거야.”
“읏!”
잠깐 떨어졌던 입술이 거칠게 부딪혔다. 혀를 넣고 휘저어도 반응 없던 물컹한 여자의 혀가 단단하게 굳어 그의 입 안으로 파고들었다. 난잡한 입맞춤이었다. 욕망과 욕망뿐인. 밀리안은 낮게 신음하며 여자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부드러운 살이 그의 손에 감겼다.
높은 힐을 신은 여자는 그의 키와 엇비슷했다. 몸이 빈틈없이 달라붙었다. 여자의 손이 밀리안의 등을 관능적으로 쓸었다. 몇 번이고 꾸었던 꿈보다 황홀했다. 고작 키스뿐인데도 사정할 것 같았다.
“하아, 좋아.”
솔직한 신음에 여자의 허벅지가 그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성기를 짓누르는 여자의 다리가 음탕하게 움직였다. 등골에 오싹 소름이 끼쳤다. 그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었다.
정신없이 달라붙고 입을 맞추고 혀를 휘저었다. 서로의 손은 멈추지 않고 상대의 몸을 만졌다. 잠시라도 입술이 떨어지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탐욕스럽게 상대를 탐했다.
여자의 허벅지에 애무 당한 성기가 움찔움찔 떨며 분출했다. 여자의 유두를 문지르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자도 그도 짙은 쾌락이 묻은 신음을 토하며 절정에 올랐다.
그대로 의식이 뚝 끊어졌다.
* * *
클레이 디어는 자신의 품에 무너진 남자를 끌어안은 상태로 굳었다.
“밀리안? 밀리안?”
설마 자?
“뭘 얼마나 했다고…….”
혼자만 만족하면 다야? 클레이는 망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밀리안이 쓰러지지 않도록 그의 허리와 등을 단단하게 지탱한 채였다.
남자의 몸에 힘이 없었다. 의식을 잃은 게 분명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 남자의 몸을 안고 그의 침실일 거라고 추측되는 방으로 향했다. 막 일어났다는 듯 흐트러진 이불 위로 그를 눕혔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평온한 얼굴로 잠든 남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당황한 상태였다.
벨을 누르다 인내심이 다해 문을 두드렸다.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이 나와서 항의를 하려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멍청하게 서 있다 다시 들어갔다. 그랬던 것 같다. 아마도…….
‘뭐가 제대로 기억이 나야 말이지.’
밀리안 디모시가 부스스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유혹하기로 작정했지만, 이런 상황은 생각도 못 했다. 지금 내가 꿈을 꾸나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만큼 현실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향해 눈을 휘며 웃었을 때, 현실이든 꿈이든 상관없어졌다. 키스는 달콤했고 몸은 빠르게 달아올랐다. 그도 그런 것 같았다. 분명 사정한 것 같았는데.
클레이의 시선이 잠을 자고 있는 남자의 하체로 향했다. 어쩐지 목이 바짝 말랐다. 그녀는 흠 헛기침을 했다.
“젖은 상태로 자면 축축할 테니까…….”
맹세코 그의 성기가 보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아니, 조금은 보고 싶다. 닦아줄 겸 겸사겸사 사심을 채우는 게 뭐가 나쁘단 말인가. 클레이 디어는 우아한 얼굴로 질 나쁜 생각을 하며 남자의 바지에 손을 댔다.
파자마는 고무줄 밴딩이어서 손쉽게 끌어 내려졌다. 속옷은 무난한 검은 색이었다. 예상대로 정액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그대로 모두 벗겨버렸다.
“맙소사.”
남자의 성기가 이렇게 예쁠 필요가 있나? 옅은 색의 성기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것처럼 뽀얗다. 그러면서 크기는 매우 컸다. 발기하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해도 매우 큰 편이었다. 어쩐지 혀가 간지러웠다. 클레이는 입을 오므려 혀를 빨았다. 그래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뭐가 이렇게 예쁘지? 정액에 뒤엉킨 음모마저 예쁘다고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그의 성기를 손가락 끝으로 들어 올렸다. 본능적으로 요도의 크기를 확인했다. 뿌연 액체가 맺힌 귀두 끝을 닦으니 동그랗고 좁은 구멍이 뻐끔거린다.
“미치겠네.”
저건 박아달라고 하는 거야. 분명해.
클레이는 제멋대로 생각했다. 뇌가 맛이 가, 누군가 이건 성추행이라고 비난하더라도 들리지 않을 상태였다. 심지어 당사자인 밀리안 디모시가 그렇게 말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다리 사이가 간지러웠다. 그녀는 완벽하게 인정했다. 밀리안 디모시가 베타여도 상관없다. 알파의 관을 받을 수 있도록 요도 구멍을 넓히면 되지. 인내심을 다소 필요로 하겠지만, 밀리안의 요도를 범할 수 있다면 감수할 수 있다.
밀리안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그녀는 결론을 냈다. 어차피 자신만 그에게 끌리는 게 아니니까.
“정말 예뻐.”
완벽한 모양을 자랑하는 성기는 다시 봐도 눈을 홀렸다.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올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