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맨틱 섹슈얼-38화 (38/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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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입술을 열면 짐승처럼 헐떡이는 숨이 그대로 노출될 것 같았다. 남자의 처음에 별로 신경을 쓴 적도 없었고, 오히려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밀리안의 상대가 자신이 처음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몸을 다른 알파에게 보여줬더라면, 분명 귀찮은 것들이 그에게 잔뜩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을 테니까. 그것들을 치워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 테지만, 귀찮고 성가신 일은 아예 없는 편이 가장 좋다.

자신을 향해 열린 만찬을 즐겁게 감상하며 클레이는 잠시 고민했다. 성기를 막은 요도 플래그만 빼내면 밀리안은 바로 분출할 것이다. 하체가 위로 살짝 올라가 있으니 노란색의 액체는 밀리안의 하체뿐 아니라 상체와 얼굴까지 더럽힐지도 모른다.

‘미치겠네.’

성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란 포물선이 밀리안의 얼굴로 바로 뿌려진다는 생각을 하니 심장이 떨렸다. 자신의 소변을 얼굴로 맞고 절정에 오르고, 또 그걸 수치스러워할 밀리안을 생각하니 더 그랬다.

하지만…….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밀리안의 미움을 살 수는 없지. 클레이는 여전히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욕망을 잠시 밀어냈다. 그건 밀리안에게 너무 강했다. 중간에 길들이는 것도 없이 바로 거기까지 갔다가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들어질 테니까.

클레이는 밀리안의 몸을 묶은 벨트를 풀러 내렸다. 세워놨던 무릎은 힘을 받쳐주던 벨트가 풀어지자 아래로 툭 떨어졌다. 여전히 성기를 곧추세운 채로 다리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헤 벌린 꼴이 딱 클레이의 취향이었다. 사실 그가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좋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특별한 남자 취향이 있다는 생각조차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명확해졌다. 밀리안의 모든 것이 클레이의 취향이 되었다.

오래 감상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가 잠시 넋을 놓은 사이 밀리안은 완전히 한계에 달해 있었다.

“아, 아, 아, 배, 배가 아파, 아흣, 제발, 가, 가게 해주세요…….”

“잠깐만, 참아.”

아, 진짜 이대로 싸게 하고 싶다. 클레이는 배를 감싸 쥔 채 울먹이는 밀리안을 끌어안아 변기가 있는 곳으로 가면서도 끊임없는 고뇌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질질 싸고 있는 것은 밀리안뿐만이 아니었다. 클레이 역시 다리 사이가 축축하게 젖었다. 질 안에서 관이 부풀어 쑤실 곳을 찾아 애액을 뚝뚝 흘려대고 있기 때문이었다. 늘씬한 허벅지에 짙은 애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도 이성을 지킬 수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클레이 디어의 머리는 맛이 가 있었다. 좌변기 앞에 서서 밀리안을 세워놓고 성기를 잡았다. 밀리안의 다리가 자꾸 무너지려고 해서, 자꾸 애가 탈 정도로 울어서 클레이의 인내심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소거되는 중이었다.

“아, 아…… 빨리, 으응…….”

“자꾸 그런 소리를 내면 큰일 나.”

빨리 보내줘야 하는데 뭔가 아쉬워서 요도 플래그를 빼지 않고 흔들거리자 밀리안의 엉덩이가 클레이의 하체에 비벼졌다. 아, 정말 예뻐 죽겠네. 성기를 잡지 않은 손으로 밀리안의 턱을 잡고 옆으로 돌렸다. 얼굴이 흠뻑 젖을 정도로 흘러내린 눈물이 가련해 클레이는 그대로 밀리안의 입술에 키스했다.

“흐으으읏!”

“으음.”

마지못해 뽑아낸 플래그를 따라 붉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짙어진 소변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성기를 잡고 변기 쪽을 향해 내린 클레이의 손까지 젖어 들었다. 미지근한 온도가 뜨겁게 느껴졌다.

이런 더러운 플레이까지 해 본 적이 없는데.

클레이는 막혔던 것이 풀리는 해방감에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 밀리안을 따라 무릎을 굽혀 그의 입술을 찾았다. 차가운 타일에 쓰러진 밀리안의 성기에서 뒤늦게 하얀 액체가 몽글몽글하게 흘러나왔다. 소변과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무너진 밀리안의 몸은 찬탄이 일 정도로 굉장했다.

헐떡이는 숨결이 모두 클레이의 안으로 들어왔다. 착해, 예뻐.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클레이가 밀리안을 향해 다정한 말을 쏟아냈다.

더러운 것을 서로의 몸에 묻히고도 클레이는 한동안 떨어지지 않고 계속 입을 맞추고 밀리안의 몸을 애무했다. 배출하는 쾌감에 넋을 놓은 밀리안이 예뻐서, 그리고 이것을 일주일간 하루에 세 번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워서.

클레이는 아주 오랜만에 대니얼 크래포드의 시기적절하고 올바른 처방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 * *

밀리안은 굉장히 충격을 받은 얼굴을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씻기는데 분명 눈을 뜨고는 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는 듯 멍했다. 그러다 한계에 달했는지 몸이 축 늘어졌다. 클레이는 상쾌한 얼굴로 그에게 보드라운 가운을 입히고 침대에 눕혔다.

그의 다리를 허벅지 위에 올리고 살짝 길게 자란 발톱을 정리했다. 영양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게 여기서도 보였다. 매끄러워야 할 표면에 긴 선이 규칙적으로 그어져 있었다. 클레이는 작게 혀를 차며 균열이 가지 않도록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깎아나갔다.

또각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렸다. 자신의 손톱도 스스로 깎아본 적이 없는데, 타인의 발톱을 깎다니. 밀리안과 얽히면서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의 손에 의해 다듬어질 밀리안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기대가 됐다.

한쪽 발을 모두 다듬고 다른 발의 발톱까지 깎아낸 뒤, 클레이는 밀리안의 손톱을 마저 다듬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가 입술을 휘었다. 정신이 들었는지 밀리안이 눈을 뜨고 있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남자의 얼굴이 경직됐다. 자신 앞에서 소변을 본 일에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클레이는 작게 웃으며 밀리안의 볼을 손으로 감쌌다.

“괜찮아. 원래 그런 거야, 밀리.”

“……당신은 대체.”

드디어 입을 여는가 싶더니 허탈한 숨과 함께 눈마저 감아버렸다.

“나와 계약을 한 건 당신의 의지였어. 이런 것도 각오한 거, 아니었어?”

“…….”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문 밀리안의 볼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넘겼다. 따뜻한 물에 푹 젖었던 터라 밀리안의 피부는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프지 않았잖아.”

“항상, 그랬습니까?”

매번 이런 식으로 더럽게. 밀리안이 쏟아낸 말에 클레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솔직히 기분이 썩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충격을 받아서라고 생각하니 선선히 넘어가 졌다.

“무슨 대답을 원해? 다른 파트너와도 이렇게 놀았는지, 아니면 네게만 이러는 건지. 둘 중에 어떤 것으로 해줄까?”

만약 그가 제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는 상태였다면 당연히 진실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클레이의 눈에 심술이 붙었다.

“나야 당신이 질투해주는 게 좋은데…….”

“제가 언제!”

“그래, 미안해. 그러게 나에게 빨리 오지 그랬어. 그랬으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당신에게 올인했을 거 아니야.”

밀리안은 엉덩이를 끌어 몸을 뒤로 밀었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질투라니. 절대 그럴 리가 없잖아.

밀리안이 뒤로 물러날수록 클레이의 웃음이 짙어졌다. 여자의 시선이 미묘하게 아래로 향해 있었다. 뭐지? 밀리안의 눈도 아래로 향했다. 가운이 쉽게 벌어진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채 계속 엉덩이만 끌었던 터라 흐트러져 있었다. 그거 외에는 딱히 저런 눈으로 볼만한 것이 없는데…….

“털을 다 밀었는데 기분은 어때? 시원해?”

“―!”

“아이 같아서 보기 좋더라.”

황급히 가운을 잡아 더 꼼꼼히 여몄다. 혹시라도 무슨 짓을 할까 싶어 다리까지 바짝 오므린 채 경계를 하자 여자가 큰소리로 웃었다.

“밀리, 너는 내가 원하면 다리를 벌려야 한다는 걸 잊었어?”

“흣.”

여자의 상체가 그에게로 기울어졌다. 바짝 오므린 가운 아래로 매끄러운 손이 들어왔다. 아주 천천히 기어 올라오는 손길에 두려움이 치솟았다. 여자에게 다리를 벌리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자신의 반응이었다. 여자가 조금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열기를 토했다.

페로몬을 흘리지 않는 지금도 이런데, 페로몬까지 뿜어낼 때면 정신을 잃고 쾌락에 울부짖었다. 차라리 기억이 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정신이 들면 자신이 했던 행동이 낱낱이 떠올라서 더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저 여자가 무서웠다. 원치 않더라도 자신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휘말렸다. 정말 버틸 수 있을까?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아닐까? 밀리안은 앞으로 여자의 곁에 있어야 할 시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알고 있어? 난 당신을 아주 많이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여자가 하는 말보다도 계속 위로 올라오고 있는 여자의 손이 더 신경 쓰였다. 조금만 더 위로 올라오면 중심부가 잡힐 것 같았다. 덜덜 떨고 있는 밀리안의 허벅지를 여자의 손이 힘껏 움켜잡았다.

“아읏!”

“날 봐야지. 내가 하는 말을 흘려듣지 마.”

“사, 사장님.”

“클레이라고 부르라니까.”

여자에게 잡힌 다리가 아팠다. 밀리안이 서둘러 “클레이.”라고 부르자 그제야 손에서 힘을 풀었다. 여자의 손도 가운 밖으로 빠져나갔다. 온몸이 저릿해지는 자극에서 벗어나 안도하고 있던 찰나, 촘촘하게 여몄던 가운이 양쪽으로 활짝 벌어졌다.

“헉!”

“충격을 받은 것 같아서 오늘은 가만히 두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반쯤 발기한 성기가 여자의 손에 붙들렸다. 잠시 후 비명과도 같은 신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헐떡헐떡 숨을 내쉬던 밀리안의 눈이 결국 감겼다. 성기가 빨려 두 번이나 갔으니 그럴만한 건가. 클레이는 유백색 액체가 점점이 흩어진 밀리안의 아랫배와 성기 주변을 혀로 핥았다. 체모가 있을 때는 하지 못한 행동이어서 제모를 한 것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만족할 때까지 성기를 빨았더니 이제는 오뚝 솟은 밀리안의 유두에 시선이 갔다. 창백한 피부에 동그랗고 예쁜 색의 돌기가 꽤 입맛을 당겼지만, 클레이는 의식을 잃은 밀리안을 더 건드리지 않고 시트를 덮어주었다. 이렇게 많이 봐주고 있는데 왜 모를까.

더 보고 있다가는 있는 힘껏 끌어모았던 자제심을 잃고 올라탈 것 같아 클레이는 밀리안이 잠들어 있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헝클어진 가운의 끈을 조이고 응접실로 향했다. 식사도 하지 않고 오래 자리를 떴던 주인이 다시 내려오자 벤틀로가 그녀를 맞이했다.

“밀리안 님은…….”

“잠들었어. 피곤했나 봐.”

“너무 괴롭히지 마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벤틀로의 눈에 약한 비난이 서렸다. 클레이가 어깨를 흔들며 웃었다. 정말 속일 수가 없다.

“그렇다고 계속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잖아.”

“경계심이 강한 약한 동물은 오히려 기다려주는 쪽이 더 마음을 쉽게 얻기도 하죠.”

물론 그분이 동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벤틀로가 오해하지 말라며 말을 덧붙였다. 그가 변명하지 않더라도 이미 비유의 말일뿐이라는 걸 알았던 터라 클레이는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하지만 나는 밀리안이 나 외의 다른 사람에게 틈을 내주는 걸 원하지 않거든. 완벽하게 나만 보도록 길들일 거야. 그러려면 좀 강압적인 방법이 더 효과적이거든.”

“계약 기간이 일 년뿐인 건.”

“그 안에 길들일 자신이 있으니까.”

“왠지 밀리안 님이 안쓰러워지는군요.”

“글쎄.”

그때가 되면 밀리안은 자신의 팔 안에서만 평온을 느낄 테니 벤틀로의 걱정 어린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클레이는 시선을 돌려 응접실의 중앙에 있는 테이블을 바라봤다. 밀리안의 약 몇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것을 모두 챙겨 방으로 돌아가려다가 다시 벤틀로를 바라봤다.

“대니얼에게 줄 연구 비용. 다시 원래대로 복구해서 보내. 아니, 그보다 넉넉히.”

“……알겠습니다.”

클레이의 말에 벤틀로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이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마음에 찰 정도로 대니얼을 괴롭히지 못한 게 아쉬운 것 같았다. 하지만 대니얼이 자신에게 한 행동이 모두 희석되다 못해 만족스러워지기까지 한 상태였기에 클레이는 관대하게 그의 죄를 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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