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그녀는 뜨거운 한숨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뇌가 녹을 것만 같았다. 밀리안이 아주 살짝 흘리던 페로몬을 주워 먹을 때도 미칠 것 같았는데, 이렇게 완전히 개방된 것을 들이켜니 이건 이성으로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음란하고 수줍은 향기. 내 남자의 냄새. 이 남자가 자신에게 반응해 발정했다는 증거.
클레이는 뿌연 액체가 줄줄 흐르고 있는 밀리안의 성기를 단숨에 삼켰다. 통통하게 부풀어 위로 올라붙은 고환을 거칠게 주무르자 입 안에 가득 찬 성기가 바들바들 떨며 부피를 키운다.
“아흣, 아, 아아, 더, 더…… 아!”
“으음.”
“좋아, 아, 으흣! 아, 안 돼, 으앗!”
하하. 클레이는 열기로 녹아내린 머리로 소리 없이 웃었다. 밀리안이 더 해달라며 좋다고 매달리다니. 이렇게 솔직하게 구는 남자는 처음이라,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스스로 다리를 벌리며 범해달라고 애원하는 밀리안이라니. 클레이는 남자의 애원을 달게 삼키며 입 안에 든 성기를 강하게 흡입했다. 목구멍까지 넘어간 귀두가 움찔움찔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정성을 다해 사랑해주리라. 그녀가 이때껏 저지른 실수들을 모두 묻을 수 없어도 조금이라도 상쇄할 수 있도록. 아프다고 울부짖던 밀리안의 비명과 눈물, 절규가 떠올랐다. 쾌락과 고통을 섞어 길들이려고 했었다. 그렇게 엉망으로 헤집고 마음대로 끌고 다녔는데, 이 남자는 결국 자신을 선택했다. 그게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황홀했다.
지금까지보다 더 크게 발기한 성기는 입에 담고 있는 게 힘겨울 정도였다. 하지만 밀리안의 입에서 달콤한 신음이 정신없이 터져 나오고 있어서 입 안이 허는 것조차 달게 느껴졌다. 클레이는 덜덜 떨고 있는 밀리안의 허벅지를 손으로 내리눌렀다. 도를 넘는 쾌감에 도망치려는 것을 막아버리고 강하게 빨아들이자 비명과 함께 밀리안의 애액이 입 안으로 쏟아졌다.
“흐아, 아아아아! 으응, 읏, 아, 아흣, 윽!”
“…….”
발정기의 영향인지 밀리안의 사정액은 평소보다도 많았다. 모두 받아먹으려고 했는데 결국 입 밖으로 흘러넘쳤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성기에 묻은 뿌연 액체를 혀로 핥고 벌름거리는 입구에 입을 맞췄다. 자신이 들어갈 곳. 그를 지금까지 몰랐을 쾌락으로 이끌 곳. 그리고 우리가 하나로 이어지는 소중한 곳이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성기를 잡고 마지막으로 구멍을 확인했다. 그렇게 넓히려고 했지만, 여전히 좁았다. 괜찮을까. 밀리안의 페로몬에 자극받은 몸은 거의 한계에 달했는데도 답지 않게 망설임이 들었다.
그때 덜덜 떨리는 손이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클레이는 감히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 약한 힘에 끌려 올라갔다.
“몸이, 이상, 흐읏, 빨리, 클레이, 제발, 빨리…….”
“……밀리.”
“제발, 어떻게 좀…….”
“하아.”
남자는 눈동자에 쾌락의 산물처럼 물기를 담고 망설이는 그녀를 채근했다. 야해 빠져선. 클레이는 애끓는 신음을 흘리며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어 당기고 혀로 뭉근하게 쓸었다가 습기 가득한 숨을 내뱉는 입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흐읏.”
달콤하게 입을 맞추고 혀를 얽는 두 사람의 손으로 상대의 몸을 만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슴과 어깨 등 허리,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힘을 제어하지도 못했다. 오로지 서로의 몸을 느끼는 것에만 열중했다. 클레이는 짧은 바지와 함께 비키니 팬티까지 벗어 던졌다. 한번 사정을 했지만, 여전히 꼿꼿이 선 성기를 음부에 비볐다. 클리토리스가 성기에 뭉개지고 비벼지는 감각이 매혹적이었다.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성욕으로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았다.
심이 단단하게 선 성기가 그녀의 음부에 짓눌렸다, 퉁-하고 튕겨 올랐다. 그 순간 밀리안도 클레이도 짜릿한 감각에 신음을 흘렸다.
“아흣!”
“아. 좋아. 좋아, 밀리.”
사랑해. 클레이는 밀리안의 귓바퀴를 따라 혀를 감아올린 뒤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소리마저 자극이 됐는지 밀리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와중에 열심히 허리를 움직여 성기를 그녀의 음부에 치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들어가야 할 곳이 그곳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예민한 성기가 짓눌리고 뭉개졌다. 아직 삽입도 하지 않았는데, 이대로 절정에 오를 것 같은 쾌감이 등줄기를 내달렸다. 체질적으로 체온이 낮은 편임에도 음부에 문질러지는 성기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서로의 성기에서 뿜어내는 애액으로 인해 하체가 온통 젖어버렸다. 헐떡거리는 숨소리와 축축하고 질척한 음탕한 소음이 방 안에 가득 찼다.
그 소리만으로도 살갗이 곤두선다. 가득 차오른 성욕으로 허리가 떨렸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긴 뒤 천천히 상체를 들어 올렸다. 이젠 그녀도 한계였다.
워낙 단단하게 발기한 터라 손으로 잡고 방향을 맞출 필요도 없었다. 콘돔을 끼지 않고 하는 게 처음이라, 마치 남자의 성기를 질 안으로 집어넣는 것도 처음 같았다. 땀에 젖어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긴 그녀는 하체를 내려 밀리안의 귀두를 안으로 빨아들였다.
“아, 아, 아아아―!”
“흣!”
이미 관이 부풀어 끝까지 발기해 있었던 터라 밀리안의 성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동시에 클레이의 관도 밀리안의 구멍으로 찔러 들어가고 있었다. 성기는 질이 꽉 찰 정도로 컸고, 요도는 너무 좁았다. 남자에 의해 꿰뚫리고 또 그의 몸을 꿰뚫어가는 과정은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쾌락이 더 앞섰다. 마치 우리가 하나로 뒤엉키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천천히, 천천히. 클레이는 당장이라도 저 좁을 곳을 파헤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내리누르며 본능을 제어했다.
쾌감 사이에 고통을 비추는 밀리안의 얼굴을 위로하듯 혀로 핥으며 클레이가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괜찮아, 사랑해. 사랑해, 밀리.”
“하, 하아, 하아, 하…….”
“뺄까? 힘들면 좀 더,”
긴장을 푼 뒤에 삽입하겠다고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반쯤 들어갔던 성기를 빼내려고 하체를 들자, 밀리안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빼지, 말, 아흣, 말아요. 읏!”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 이대로 괜찮겠어?”
“제발! 묻지 말, 라고 했, 흐아아앗!”
그 순간 클레이와 밀리안의 성기가 완벽하게 교합됐다. 시간을 질질 끄는 것보다 한 번에 뚫고 들어가는 게 더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밀리안의 비명과 함께 질 안의 성기가 더 크게 부풀고 가뜩이나 좁았던 구멍은 더 좁아졌다. 클레이는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강렬한 쾌감에 이를 악물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이런 쾌감이 존재할 수 없다. 당장 절정에 올라 사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극한 감각이 쏟아진다. 하, 하아, 달뜬 신음이 잘게 끊어지듯 이어졌다. 애써 정신을 차리려 입 안의 살을 깨물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세게 깨물자 그제야 간신히 이성이 돌아왔다. 그녀는 서둘러 밀리안의 상태를 살폈다.
밀리안은 입만 벌린 채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크게 뜬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흘러내렸다. 동공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그래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며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요도 구멍이 꿰뚫고 들어간 관을 꽉 조이고 있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 정도였다. 밀리안이 느끼는 곳을 찾아 미묘하게 허리를 움직이는데 어느 한 곳을 찌르자, 거의 정신을 놓고 있던 밀리안의 몸이 파득 튀었다. 좁기만 했던 요도가 미끈한 애액으로 길이 부드러워졌다. 찾았다. 클레이는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이제 기분 좋게 해줄게.”
* * *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여자의 허리가 내려오면 밀리안의 허리도 자연스럽게 위로 치받았다. 성기가 붉은 입구에서 빠져나왔다가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듯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성기가 한계까지 발기하고 또 여자를 받은 요도는 와득 좁아졌다 풀어지길 반복했다. 여자의 안도 마찬가지였다. 성기의 겉도 안도 여자에 의해 완전히 범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안 돼. 안 돼. 싫어, 아아, 아! 아아아아!”
“거짓말쟁이. 하아…… 좋아하고 있으면서.”
“아, 아니, 아아!”
밀리안은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냥 되는대로 지껄이고 신음하고 울었다. 온몸이 잡아먹히는 것 같았다. 좁은 곳에 갇힌 성기는 뜨겁고 매끄러운 살에 정신없이 쥐여 짜였고, 성기 안쪽으로 들어온 굵은 무언가가 아랫배를 치받았다.
막연히 지금까지와 무엇이 다를까 마음을 놓고 있었던 밀리안은 생경하고 적나라한 쾌감에 넋을 잃었다. 차가운 기구가 들어왔던 감각과는 차원이 달랐다. 너무 강렬한 쾌감에 도망치고 싶어도 완전히 결합 되어버린 몸은 여자가 흔드는 대로 흔들렸다. 밀리안은 제 눈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여자의 가슴을 본능적으로 잡고 빨고 깨물었다.
그러다 여자에게 끌려가 입술이 겹쳐졌다. 짐승처럼 거칠게 들어온 혀가 그의 입천장과 여린 살, 치아와 잇몸까지 샅샅이 훑었다. 타액이 입술 사이로 흘러내렸다. 이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아니라고, 밀리안은 거의 작동을 하지 않는 머리로 더듬거리며 확신했다.
알파의 관이 요도 끝까지 빠져나갔다가 강하게 안으로 쳐들어왔다. 안쪽 어딘가가 굵고 둥근 어떤 것에 짓눌리자 밀리안의 등이 둥글게 휘었다. 사정하지도 못한 채 머리가 하얗게 비는 절정이 찾아왔다. 밀리안은 여자의 관을 끝까지 받아들인 채로 몸을 벌벌 떨었다. 소리조차 낼 수가 없었다. 미친 것 같은 감각이 어느 정도 내려앉고 나서야 비명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아, 아아아! 아흐읏, 으응!”
“읏.”
내부에서 바들바들 떨며 요동치는 성기와 구멍에 클레이의 몸도 멈췄다. 벌써 세 번째 절정에 달한 밀리안의 민감한 반응에 그녀도 한계에 달했는지 성기 안쪽으로 뜨거운 액체가 쏟아졌다. 좁은 관을 통해 사정액이 밀리안의 느끼는 곳으로 쏘아졌다. 이미 절정에 달해 미칠 것 같은 육체에 다시 한번 거친 자극이 쏟아지자 밀리안의 몸이 요동쳤다. 쾌락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그 위를 덮고 또 덮으며 겹겹이 쌓아 올라갔다.
차라리 정신을 놓는 게 더 편할 것 같은 쾌감.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떨어질 줄 모르고 끝도 없이 위로만 향하던 감각이 겨우 아래로 내려가던 순간, 오메가는 짐승이라고 혐오스러운 얼굴로 소리치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열에 들끓었던 몸이 움찔 경직됐다.
‘이 짐승 새끼! 내가 짐승을 낳았을 리 없어!’
짐승. 짐승. 짐승. 짐승.
혐오와 증오에 찬 목소리. 절대 그에게 닿지 않으려던 어머니와 아버지. 뜨겁던 열기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차디차게 식어가려고 할 때, 마치 구원처럼 여자의 열띤 목소리가 들려왔다.
“밀리, 밀리안. 아, 좋아. 사랑해.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
아―
밀리안은 자신을 향해 정신없이 입 맞추며 황홀한 얼굴로 속삭이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값진 사람처럼, 오로지 이 세상에 그밖에 없다는 듯 집요하게 바라보는 여자의 눈이, 얼굴이, 그녀의 모든 것이 찬란했다. 거짓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진실하고 절박한 얼굴. 밀리안은 떨리는 손을 뻗어 여자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설령 짐승이라 할지라도, 누군가가 나를 이토록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짐승이라도 좋다. 밀리안은 집념이 담긴 손길로 여자의 등을 강하게 조였다. 혼자가 아니니까. 자신이 짐승이라면, 이 여자도 짐승이었다. 이 여자가 사람이면, 그 또한 사람이다.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거짓말.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여자의 잘못을 빌미 삼아 얽어 붙으려던 주제에. 절박했기에 비열한 짓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 죄책감보다도 여자를 가졌다는 쾌감이 더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