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맨틱 섹슈얼-100화 (100/144)

-100-

클레이는 밀리안의 성감대인 가슬가슬한 입천장을 혀끝으로 긁었다. 자신의 몸 아래에 짓눌린 남자의 몸이 파득 튀었다. 이미 한번 사출한 성기가 다시 일어섰다. 그녀가 페로몬을 훅 풀어버리자 남자의 페로몬이 슬금슬금 피어올랐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하고 유혹적인 향기에 클레이의 눈이 살짝 풀어졌다.

남자는 완전히 풀어진 눈을 잔뜩 적시고 그녀를 몽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섹스를 바라는 눈동자였다. 클레이는 입술을 떼고 낮게 웃었다.

“클레이, 빨리…….”

밀리안이 잔뜩 애타는 목소리로 보채자 클레이가 웃음을 멈추고 모호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바지를 내리다 발목에 걸린 족쇄를 보고 그냥 찢어버렸다. 앞으로도 바지는 입히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이 이상한 건지, 잔뜩 젖은 채로 발기해 있는 성기도 이전보다 커진 느낌이었다. 클레이는 손톱 끝으로 툭툭 흔들리며 까딱거리고 있는 성기의 표면을 쓸었다. 밀리안이 몸을 부르르 떨며 등을 둥글게 말고 하체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 버릇처럼 다리를 벌렸다. 그 딱딱하고 성에 무지해 보이던 단정한 남자가 보이는 교태는 그 어떤 요부보다도 유혹적이었다. 물론 클레이에겐 그가 얼굴까지 싹 가린 히잡을 쓰더라도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렇게 만든 사람은 자신이었다. 쾌감에 길들이고 조금의 자극에도 무너지도록 한 사람은. 그러니 온전히 제 품에서만 사는 게 당연하다.

“다리를 더 벌려야지, 밀리.”

“읏…….”

“이렇게.”

클레이는 그의 손을 끌어와 다리를 잡아 지탱하도록 만들었다. 남자는 처음에는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더니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제 허벅지를 잡고 있었다. 못한다고 하면 계속 강요할 생각이 없었는데, 밀리안은 생각보다 순순히 말을 들었다.

예전이었다면 순수하게 기쁘기만 했을 텐데, 지금은 묘하게 마음이 써늘하게 식었다. 정말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도망치려던 걸 잡아 와서 눈치를 보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 그의 마음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다 거슬렸다.

클레이의 시선이 밀리안의 얼굴을 훑었다. 이상한 생각을 했던 것이 바보 같다 느껴질 정도로 남자는 쾌감에 젖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롯이 그녀만 보고 있는 남자의 애타는 얼굴에 심장이 지끈거렸다. 수술한 부위가 아릴 정도로 온몸에 저릿저릿한 열기가 돌았다. 클레이는 숨을 깊게 내쉬고 고개를 남자의 하체로 처박았다.

내 아이를 갖는 거야, 밀리. 네가 싫어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그와의 결실이 눈에 보였으면 했다. 절박할 정도로 원했다. 결실을 원하는 마음은 그렇게 순수하지 못했다. 아이는 인질과 다름없었다. 밀리안은 마음이 여리니까, 아이를 두고는 떠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떠나려고 한다면, ……그때는 발목을 부러트려야 하는 걸까. 클레이는 밀리안의 성기를 깊숙이 빨며 피식 웃었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신의 챙김을 받아야 하는 밀리안의 모습도 꽤 구미가 당겼던 탓이었다.

뭐, 그건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아직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밀리안은 굳이 싸라고 말하지 않아도 애액을 줄줄 흘려댔다. 클레이는 성기 기둥으로 흘러내린 뿌연 액을 혀로 핥아 싹싹 핥아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 났다. 끝까지 발기한 성기를 입 안에 넣고 강하게 조일 때마다 밀리안의 신음과 함께 사슬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제 그들의 사이에 끼어 없어지지 않을 소리였다.

“아, 아, 나, 나오, 나올 것 같, 흐으!”

“아직이야, 밀리.”

그가 사정하기 직전, 클레이는 입 안에서 성기를 빼냈다. 딱 절정 직전에 멈춘 자극에 밀리안은 보채는 신음을 내며 그녀를 바라봤다. 예쁜 얼굴이었다. 클레이는 무릎까지 오는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살짝 내린 후, 밀리안의 성기 위로 허리를 내렸다. 깊게 삽입해 들어오는 성기가 질 내벽을 가득 채우는 동시에 그녀의 관이 기다렸다는 듯 밀리안의 요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정신을 차리니 밀리안은 이미 정신을 놓은 뒤였다. 클레이는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올리며 욕설을 짓이겼다.

“씨발.”

그의 몸은 엉망이었다. 클레이는 마치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원래의 피부색이 거의 보이지 않는 남자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제대로 미쳐 있었음을 깨달았다.

학대라도 받은 모양새였다. 퉁퉁 부어오른 성기의 좁은 입구는 잔뜩 헤집어진 상태로 벌어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아파 보였다. 하긴, 자신의 아래도 얼얼한 정도니 밀리안이 이 모양이 된 게 이해가 갔다. 클레이는 바로 욕조에 물을 틀었다. 사방에 뚫린 미세한 구멍에서 차오른 물은 딱 적당히 따뜻했다. 클레이는 밀리안을 안아 욕조로 옮긴 뒤 자신도 그의 뒤에 앉았다.

“읏.”

클레이는 밀리안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미간을 찌푸렸다. 수술 부위에 통증이 인 탓이었다. 따뜻한 물에 굳은 피가 점점이 떠다니는 게 보였다.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몸은 고작 이 정도에 상처가 벌어졌다. 어차피 당분간은 밀리안의 몸 안에 사정한다고 해도 임신이 될 가능성도 적은데, 정신이 나가서는 미쳐서 날뛰었다.

배가 단단히 뭉쳐 찌릿한 통증이 계속되고 있는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를 안고 또 안았는데도 만족은커녕 허무하기만 했다. 너무 지쳐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다가 그런 제 말에 흠칫 놀라 입을 다물고 그녀가 하는 대로 휘둘리던 밀리안이 떠오른다.

“하.”

다시 머리가 아팠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그녀는 밀리안의 몸을 구석구석 씻기고 다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부어버린 요도 안쪽에 고체형 연고를 집어넣었다. 많이 붓긴 했어도, 상처가 나지 않았으니 일어날 때쯤이면 어느 정도는 가라앉을 것이다. 밀리안의 몸은 꼼꼼히 살펴놓고, 정작 여전히 핏기가 보이는 제 상처는 수건으로 쓱 훑고 넘겼다. 밀리안과 관련된 일을 제외하면 모든 게 귀찮았다.

시간은 너무 늦어 지금 나간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일주일간 그와 떨어져 있던 시간조차도 지옥 같았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곁에 누워 그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팽팽하게 날이 섰던 신경이 누그러지고 있었다. 단지 그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던 탓일까. 클레이의 눈이 깊게 감겼다.

* * *

상황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함께 잠들고, 눈을 뜨면 클레이가 있고, 또 눈이 마주치면 입을 맞추는 것까지. 그래서 저도 모르게 평소처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행동해 버렸다. 습관처럼 함께 출근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자 클레이가 그의 어깨를 밀어 다시 침대에 눕혔다.

“그렇게, 여기서 나만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어.”

“―!”

“이러려고 당신 없이도 잘 돌아가게끔 정리해 놨잖아.”

“클, 레이.”

“곧 네가 원했던 대로 비서실에 인원 충원도 될 테니, 회사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

“…….”

밀리안은 문을 열고 방을 나가는 클레이를 잡을 수조차 없었다. 마지막으로 보인 여자의 눈이 너무 차가웠던 탓이었다. 분명 화사하게 웃고 있는데, 몸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차라리 웃지 않는 게 나을 정도로…….

어설프게 누워 있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다 철컹, 하는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에 아래를 내려봤다. 족쇄와 이어진 사슬이 그를 따라왔다. 금속 체인은 그가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이런 게 없어도 도망가지 않을 텐데. 하지만 이미 도망가려다가 들켰으니 클레이가 그 말을 믿어줄 리가 없었다.

그는 멍하니 자신이 있는 방을 둘러봤다. 방이 아닌, 집이라고 해야 어울릴 정도로 커다란 방은 한눈에도 부족함 없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 사치스러운 방엔 자신뿐이었다. 클레이가 사라진 집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 많은 것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없었다.

어리석은 행동의 대가가 이런 것이었다. 혹시 몰라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문까지 가기도 전에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져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바닥에는 두껍고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 있어 꽤 세게 넘어졌음에도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이런 경우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헤어지자는 말조차도 하지 않고 비겁하게 도망치는 것을 선택한 자신에게 실망하고 감정이 식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레이는 목소리조차 높이지 않았다. 담담하고 차가운 눈으로 그를 볼뿐이었다. 놓고 간 반지를 챙겼다는 건, 벤틀로도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건가. 그래서 떠나는 자신을 향해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언제 어디서든 밀리안 님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자신만 몰랐던 거였다. 이젠 바보 같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런 생각조차도 제게는 사치였다.

밀리안은 바닥에 누운 상태로 발목에 걸린 족쇄를 살피고는 쓰게 웃었다. 단단한 금속에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고도 부족해 살갗과 닿는 부위에는 탄력적인 재질로 덧대 있었다. 무리하게 벗으려고 하지 않는 이상 절대 피부가 벗겨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났다.

황당한 것은, 이 와중에도 클레이가 자신을 생각했다는 게 기쁘다는 거였다. 미친 것 같았다. 밀리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웃고 있는 스스로가 추해서. 이곳에는 자신 외엔 아무도 없는데 숨기고 싶은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병이다. 이건 정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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